권영욱의동시는조금더디핀꽃과같습니다.
그래서더절절하고읽는이의마음을움직이게만드는지도모릅니다.
얼마나
뜨겁고아팠을까요?
엄마를떠올리며
오롯이다시보게되었습니다.
-「시인의말」부분
문경청화산산골소년으로자란권영욱시인의두번째동시집인『새둥지엔왜지붕이없을까』에는조용한가운데쉼없이움직였던그동안의마음들이한가득입니다.조금더디핀꽃처럼그고운빛이은은하게보는이로하여금마음을움직이게합니다.하지만시작은이렇습니다.
“아프리카/세렝게티넓은초원에//어떤경우에도/미리포기하는일은절대없어야한대//살기위해,먹고살기위해/죽을힘을다하면서같이살고있는거래”(세렝게티생존법)
사뭇비장하게시작됩니다.시인이그동안시를대해왔던태도가느껴지는대목입니다.여기서한술더뜹니다.
“죽기살기다/돌격앞으로//애앵/애앵//뱃속/알을위해”(돌격)이대목에선‘알’을‘시’로바꿔읽어봅니다.
“새끼소라네가/단단한집을새로짓고있어”(소라네이야기)
시인은조금더디핀꽃인만큼절절하고오래기다려온마음으로단단한시를쓰겠다는다짐들이곳곳에서발견됩니다.이러한마음이저만의생각일지도모르지만,권영욱시인을아는분들은아마다들그렇게느끼실겁니다.
“난,내꽃에하얀나비를앉히는꿈을꾸었다고하려했는데”(배추를위해)
여기서시인의시어가솟구치는것을느낄수있습니다.장자의호접몽胡蝶夢을떠오르게도합니다.여기까지닿기위해서시인이얼마나오래그리고질기게시를잡고있었을지상상이됩니다.
“젖줄이/계속그렇게맑게살아있어야”(젖줄)라고말하며모성과모든생명의어머니인자연을함께아우르고있습니다.
“아직/놀라기에는일러//조금더있으면/꽃송이가하늘을날아다닐거래//마른풀마른나뭇가지가/새순을키웠다고자랑하고싶다는거야”(새순)
새를꽃송이로치환해바라보는시인의눈이선선하면서도경탄할만합니다.마른풀과마른나뭇가지를물어나를땐그것으로뭐하려나의심의눈으로지켜보던사람들에게하늘나는모습을보여줌으로써그대답을대신하고있습니다.
“이거야,이것때문에그동안그랬던거야,잘봐!”
표제작에서는“엄마아빠따뜻한체온나누고싶어새둥지엔지붕”을아예안만들었다고합니다.서로의체온을나눌수있다면높고푸른하늘을보게한다는마음,좋은것만주고싶은부모님의마음입니다.
이번시집에서도모성에대한그리움의말을잊지않고이어가고있습니다.
“오늘만큼은달의엄마로불러주겠습니다”(달의엄마)
“새들은누가낳은알이든묻지않고품는다”
“‘낳은엄마’‘기른엄마’라는말새들에겐없다”(새들은알을낳는다)고첫번째동시집에서한층더진보한모성을이야기하고있습니다.
책속에서
씨앗속에서꿈을꾸고있는데
날위한
보금자리를만들었다고해서잠이깼어
날위해
큰밭으로옮겨심는다고해
난,아직포근한포트속을떠나기싫은데
날위해
잘크는비료를준다네
난,아직흙냄새만해도충분한데
날위해
벌레죽이는농약을뿌린다네
난,배추벌레한마리쯤은키워도괜찮은데
날위해
좋은값을받으려면꽃을피우지말래
난,꽃피워씨앗하나남기고싶은데
날위해
진작꿈을물어보지못했다고미안하다고하네
난,내꽃에하얀나비를앉히는꿈을꾸었다고하려했는데
날위해
하얀나비대신눈을보내줄거라고하네
난날위해한것이무엇인지모르겠어,이겨울이올때까지
-「배추를위해」전문
마른풀마른나뭇가지가
새둥지가되었어
알을품었나싶더니
둥지에서째재째재새순이돋는거야
뾰족뾰족새순이
먹이를쏙쏙받아먹더니
보송보송꽃송이로피는데
이걸마른풀마른나뭇가지가해냈다는거야
아직
놀라기에는일러
조금더있으면
꽃송이가하늘을날아다닐거래
마른풀마른나뭇가지가
새순을키웠다고자랑하고싶다는거야
-「새순」전문
꼭,
나보다는
더
좋은곳에자리잡으렴
씨앗
날려보낸
민들레
빈꽃대
‘좋은곳에
자리잡았겠지’
바짝마른
꼭지만남았습니다
-「민들레엄마」전문
새들은
누가낳은알이든
묻지않고
품는다
오목눈이는
제알밀어내고낳은
뻐꾸기알도
품어
둥지를
떠날때까지키운다
‘낳은엄마’
‘기른엄마’라는말
새들에겐없다
새들은둥그런알을낳는다
-「새들은알을낳는다」전문
하늘높은줄
모르는아파트가
층층층
불밝히고
보름달을
쑥낳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큰일
해냈습니다
오늘만큼은
달의엄마로불러주겠습니다
-「달의엄마」전문
가시빽빽한
탱자나무울타리
길쭉한
가시
참새
작은발놓기좋은발받침이다
큰새들
공격막아주어
떼로모여
놀기좋은마음편한쉼터다
참새는
탱자나무가시와친구할줄안다
-「참새와가시」전문
시인의말
담쟁이꽃,묵묵히
지나는바람에
윤기흐르는잎을푸른빛으로한껏자랑하는담쟁이.
넓적한이파리사이로웅웅거리며벌들이들락거리고있었습니다.
웬벌?
궁금해자세히보았습니다.
세상에나!
꽃이숨어있었습니다.
노란꽃술을내밀고작은꽃들이다닥다닥모여환하게웃고있었습니다.
담쟁이도꽃을피우는구나!
작은청포도알처럼열매를키우고도있었습니다.
담쟁이를
푸른잎으로만보았던게미안해졌습니다.
역시,
백과사전에는포도과에속하는식물이라고나와있었습니다.
한여름뙤약볕에서도잎이무성했던것은씨앗을키우기위한것이었습니다.
묵묵히푸른잎을키우며한땀한땀온몸으로벽을오르던몸짓은
포도처럼낮은밭이아닌더높은곳을보여주려한마음의표현이었던겁니다.
얼마나
뜨겁고아팠을까요?
엄마를떠올리며
오롯이다시보게되었습니다.
시멘트벽을불평없이묵묵히오르는담쟁이,단풍도참곱게들어갑니다.
2022년겨울을맞이하며
생각의불씨가되고싶은권영욱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