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지우면 큰일 나 - 브로콜리숲 동시집 47

밑줄 지우면 큰일 나 - 브로콜리숲 동시집 47

$12.00
Description
그저 그런 날들이 모여 우리의 단단한 삶이 되기를 노래합니다.
2018년 《푸른동시놀이터》에 추천 완료된 황남선 시인의 첫 동시집 『밑줄 지우면 큰일 나』.
은설이의 사과나무처럼 “사과 하나 따 먹으면 생각이 마구 솟아난”다면…….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가닿은 황남선 시인의 시세계는 푸르고 선선하고 넓습니다.
“기껏해야 무릎께서 얄랑이던 냇물이 매일 가슴에 품고 다려가던 곳, 저 끄트머리엔 바다가 있”음을 알고 있기에.
저자

황남선

출간작으로『밑줄지우면큰일나』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_

1부돌멩이가살아났다

돌멩이가살아났다012따라온소리014봄날의가로수016
연못공책017여름숲018기차의꿈019
아빠가다녀간아침020그저그런날022할머니의가을024
하마터면나도026지구별까지도오는데028
은설이의사과나무031미루는이유032

2부골목마다사부랑삽작

눈부처037사부랑삽작038논039마실040
시처럼비가내리는날042봄여름가을거울043
숲이고향044가을하늘045꽃터046
묻고싶은말048주남저수지의여름050가을052

3부끄트머리엔바다가있겠다

바다가있는곳056멈춘벽시계057
할머니가무서워하는건058나대신에060손가락횃불062
놀러온고층건물064편리하다065작은고양이에게066
타이어목걸이를한바다악어068문이열리고070
깁스푼날072징검돌이된사람들073끝없는잔치074
나머지는어디로갔을까076

4부밑줄지우면큰일나

선반080가지082상추캉캉083안개084
매실방울085바퀴086나비와신발088
고양이세수090달에간다091배추는수다쟁이092
도망가는스투키094용기도보여요096선물098

해설_이모든시선은사랑하는것들을떠받치기위해반듯하게그어놓은밑줄_김준현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마주본다는건서로를담는다는것

기적을울리며달려오던까만기차,머리칼이쭈뼛해지는엄청난소리와땅으로전해지던진동,그리고저멀리까지이어지던오래토록비었던철길이생각납니다.그땐시시한하루하루였습니다.농사일돕고학교다니고매일이비슷했어요.그런데지금돌아보면저멀리이웃마을모퉁이를돌아달려오던기차처럼모든것들이저를가슴뛰게만듭니다.보리밭위를달리던바람,여름과겨울,우리들의놀이터였던냇가,장독대아래채송화,타작하는날짚단나르며맡았던가을냄새도요.동시를만나서얼마나다행인지모릅니다.하마터면이토록고맙고신기한것들을놓칠뻔했으니까요.
-「시인의말」부분

「선반」은동시집의제목인‘밑줄지우면큰일나’를품고있는작품이다.빵집의선반=밑줄이라는이은유는중요한문장이나단어밑에밑줄을치는일반적인서술행위로연결된다.그런데빵집에있는빵중중요하지않은빵은없다.이를테면“밤식빵”은맛있고“곡물식빵”은별로고,하는식의차등을두지않고,나열된모든빵,케이크,잼밑에모두밑줄이똑바로그어져있다.이“밑줄”은도중에끊을수도없고선택적으로일부만그을수도없다는점에서끈끈한연대의식의한발현에가까워보인다.지금까지읽어본이책의동시를떠올려보면이밑줄이시인의올곧은시선을닮았고모든대상을떠받치고있는시인의마음을닮았다.그마음이「눈부처」에서“마주본다는건/서로를담는다는것//자꾸담고담다가마침내닮는것”이라는말에내가그어놓고싶은밑줄일지도모르겠다.황남선동시가품고있는지극히인간적인온도는세계를구성하는모든대상에밑줄을치고싶은마음에서비롯된다.
-해설「이모든시선은사랑하는것들을떠받치기위해반듯하게그어놓은밑줄」부분

시인의말

저는작은농촌마을에서자랐습니다.삼천포로가는기차가저희마을을아래뜸,위뜸으로나누었다는정도를특별한점으로꼽을수있겠네요.하지만기차를한번타보기도전에기차는사라져버렸습니다.그래도철길은그후로꽤오랫동안남아아이들의놀이터역할을톡톡히해주었습니다.철로위를균형잡고걷기도하고,침목두개씩건너뛰기,가위바위보를하며누가멀리까지가나시합도했습니다.염소풀먹이러다닐때도철둑길로다녔고,버스비를아끼려읍내까지걸어가기도했습니다.(한시간정도걸어가면100원어치풀빵을사먹을수있었습니다.)지금은찻길이되어사납게달리는차들뿐이지만그땐아무걱정없이다닐수있는곳이었습니다.

기적을울리며달려오던까만기차,머리칼이쭈뼛해지는엄청난소리와땅으로전해지던진동,그리고저멀리까지이어지던오래토록비었던철길이생각납니다.그땐시시한하루하루였습니다.농사일돕고학교다니고매일이비슷했어요.그런데지금돌아보면저멀리이웃마을모퉁이를돌아달려오던기차처럼모든것들이저를가슴뛰게만듭니다.보리밭위를달리던바람,여름과겨울,우리들의놀이터였던냇가,장독대아래채송화,타작하는날짚단나르며맡았던가을냄새도요.동시를만나서얼마나다행인지모릅니다.하마터면이토록고맙고신기한것들을놓칠뻔했으니까요.

쑥스러움을무릅쓰고첫동시집을내놓습니다.단한줄이라도우주친구들의마음을살랑흔든다면얼마나좋을까요?글씨앗을주신부모님,첫독자역할을해준민우와민준,오래함께한글동무들고맙습니다.보드라운발바닥으로자판을눌러준구름이와노을이한테도마음을전합니다.그리고제부족한글에해설을덧붙여준김준현선생님과그림으로생기를불어넣어준신은숙선생님,저의첫작품집을다듬어준브로콜리숲정말고맙습니다.

2023년가을황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