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한편에짧은산문한편
동시는대체로길지않다.길지않은동시에굳이시작메모같은짧은단상들을붙일필요가있을까생각하는독자들께일독을권해드린다.선선한바람이불어오면여름에입던홑겹옷에한겹더옷을입듯『언제나3월에는』은그러하다.동시와짧은산문(시에대한단상)들이“산문하나가시하나를안는다는느낌”으로나아간다.
아이들은글을쓰기이전손아귀에적당한힘이생기면하얀종이위에그림을그리기시작한다.그그림은맨처음에는흔적이었다가선이었다가마침내동그라미가되고사람이되고산이되고토끼가되고나무와꽃이된다.『언제나3월에는』을따라걷다보면그런느낌을받는다.시인이직접그린그림을비롯한글그리고생각들이조그마한돌멩이위에꽃잎따다올려놓은순한장면을보는듯하다.
동심을따로말하지않더라도시인이책에남긴엄마에대한헌사“나를정성껏키워준엄마께이책을바칩니다”는시인의아이됨과모성에대한그리움을깊게아로새긴다.어떤대상이그리우면그림을그리게되는게아이들이본디가진심성이아닐까.강가에홀로나가모랫바닥에나무작대기로동글동글그리다보면그게결국은그리운사람의얼굴이되니까말이다.
가수양희은이쓴신문칼럼(이후단행본으로엮임)에도소개된시인의작품「이월과삼월」은시의생명력과어디까지가닿을지모르는신나는여행(양희은은이시를미국에사는친구로부터소개받았다고한다)을떠올리게한다.시인의시는그렇게자신만의걸음걸이를가지고또어디론가여행을하고있을것이다.
봄을
빨리맞으라고
이월은
숫자몇개를슬쩍뺐다
봄꽃이
더많이피라고
삼월은
숫자를꽉채웠다
―「이월과삼월」전문
“이시는이미발표되었던시이다.
그것도오래전에.
시에대한내생각을이야기할때
이시를빼고할수가없다.
오랫동안시에대해자신이없어
머뭇거릴때해마다이월이오면
내게시인이라고알려준시이다.
부족한내가이시로과분한사랑을받았다.
양희은님이쓴에세이『그럴수있어』에도실려있어
더알려지게되었다.
양희은선생님,
지면으로인사드려요.감사합니다.
추운겨울끝자락에서봄을기다리는마음에이시가
가닿은것같다.
그리고아직도시를놓지않고있는것은
이시덕분이다.”
이책의마지막부분‘나오는글’에서시인은다음과같은묵직한말을남긴다.
“시하나에하나의세계가열립니다.
시는단순히여러단어의조합이아닙니다.
여기실린시에는
엄마와이별하는슬픔이녹아있고
삶을뒤돌아보는성찰이있고
생명의신비로움을경외하는마음이있습니다.
내가살아가는삶을표현하는방식이시이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