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로 그린 심장

픽셀로 그린 심장

$15.88
Description
이능력자의 갈등과 연대가 그리는 새로운 한국형 근미래 SF 연작
과학 및 첨단 기술문명과 문학이 결합된 한국 SF 문학을 소개하기 위해 작가를 발굴하고 뚝심 있게 출간하고 있는 그래비티북스가 내놓는 GF 시리즈. 이열 작가의 장편 연작 SF소설 《픽셀로 그린 심장》이 GF 시리즈 22권으로 출간됐다. 이번 작품은 2040년대부터 2060년대까지의 근미래를 무대로, 초능력을 지닌 능력자와 일반인이 공존하는 사회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픽셀로 그린 심장》은 총 14편의 독립 단편이 모여 하나의 세계관을 완성하는 연작 장편이다. 기억 조작, 시간 회귀, 재생 능력 등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겪는 이야기가 출발점이지만, 단편들은 서로의 시간과 사건을 넘나들며 다층적 레이어 구조로 맞물린다. 독자는 단편을 순서대로 읽으며 세계의 전모를 퍼즐처럼 완성해 가는 새로운 독서 경험을 얻게 된다.

각 에피소드는 독립된 이야기로도 충분히 읽히지만, 전체를 따라가다 보면 인물과 사건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며 더 커다란 서사의 흐름이 보인다. 두 번째 읽기에서 비로소 보이는 복선과 구조적 장치들은 연작의 정교함을 증명한다.

작품 속에는 죽은 연인을 AI로 재현해 살아가는 남자, 30초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세탁소 주인, 목소리로 타인의 기억을 조작하는 소녀 등 독창적인 능력자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중심은 능력이 아니라, 능력 때문에 더 깊은 외로움과 상실,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인간의 내면이다. 작품은 능력자의 고립과 연대, 개인의 회복과 성장이라는 정서적 주제를 근미래적 상상력과 결합해 설득력 있게 펼쳐낸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서로의 이야기 속에 다층적으로 얽혀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남자친구에게 집착하던 재이는 후반부에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핵심 인물로 재등장하고, 불을 다루던 소년 겐지는 청년이 되어 다른 능력자 태오를 돕는다. 정호가 바텐더 시절 만난 인물이 후속 에피소드의 빌런으로 등장하는 등, 개별 사건들은 보이지 않는 결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축적된다. 마지막 에피소드 〈공전의 궤적〉은 첫 작품 〈침묵하는 사랑〉과 구조적 서사적 대구를 이루며 세계의 변화를 집약한 피날레를 완성한다.

장르적 폭도 넓다. 청춘 멜로, 휴먼 드라마, 범죄 서사, 포스트아포칼립스 등 다양한 장르 요소가 단편마다 독자적인 색채를 지니며, 웹툰·드라마·영화 등 다른 매체로 확장될 가능성 또한 높다. 짧은 콘텐츠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빠른 호흡의 재미를, 깊이 있는 서사를 찾는 독자에게는 구조적 완성도를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한국형 컨템포러리 판타지다.

《픽셀로 그린 심장》은 파편화된 개인들이 어떻게 서로를 연결하여 공동체를 형성하는지 보여주며, 기술과 인간, 능력과 고립, 연대와 회복이라는 현대적 질문을 근미래적 상상력 속에서 다시 묻게 한다.
저자

이열

서강대학교경제학과출신으로,재학시절부터이야기에이끌려글을쓰기시작했다.
국내최대미디어·엔터테인먼트회사와콘텐츠제작사에서M&A와경영기획을담당하며,사람과관계의미묘한결을오래관찰해왔다.일상과상상사이에서발견한작은균열이자연스럽게이야기가되었다.
사랑하는아내와딸의응원을받으며,사라질감정과흐릿해지는순간을매일기록으로남기고있다.

목차

Layer1
침묵하는사랑·009
화마·035
만화속의나·057
교차로·078
Layer2
비터스위트셰이커·125
잔에담긴기억·145
강철과불꽃·154
벼려진왕관·178
락스타북카페·188
픽셀로그린심장·201
Layer3
공존의심리학·231
용이된남자·257
폐허위삼중주·267
Layer4
공전의궤적·313

출판사 서평

《픽셀로그린심장》은초능력을소재로하되,인간내면을탐구하는데초점을맞춘작품이다.화려한장면과설정보다능력자들이겪는상실,집착,죄책감,고립등인간의심리와감정의층위를정교하게그려내며,‘능력이아니라능력을가진인간에대한이야기’라는메시지를일관되게유지한다.

초능력이라는장르적장치를표면적소재로삼지만,그이면에서는인간의본질적감정과선택을끊임없이탐구하는작품이다.이소설의가장인상적인지점은‘능력자서사’가흔히보여주는영웅주의나과장된스펙터클을의도적으로배제하고,오히려능력때문에더깊어진상처와고립을마주한인간의내면에초점을맞춘다는점이다.능력은특별함이아니라오히려일상으로부터멀어지는‘불편한선물’에가깝고,이불균형속에서등장인물들은사랑과상실,책임과죄책감,회피와용기사이에서미세하게흔들린다.

작품은총14편의단편이시간과공간을넘나들며얽히는구조를취하고있다.이연작구조가흥미로운이유는,각단편이독립된서사로완결되면서도서로에게서서히영향을주는방식이매우섬세하게설계되어있기때문이다.어떤인물의작은선택이다른단편에서는커다란변수가되어사건을흔들고,한편에서스쳐지나간캐릭터가다른편에서중요한역할을맡기도한다.이연결방식은독자에게단순한읽기의즐거움을넘어,이야기의결들을스스로찾아조립해나가는‘능동적독서경험’을제공한다.

능력자의존재는화려하지만,그들의삶은현실적이다.예를들어,30초전으로만돌아갈수있는남자는그짧은시간을붙잡아한사람의죽음을막기위한집착과후회를반복하고,불을다루는소년은자신의능력을통제하지못해오히려주변을위협하는존재가된다.죽은연인을AI로재현해곁에두고살아가는인물의이야기는기술과인간감정이충돌하는근미래윤리의문제를자연스럽게끌어온다.이처럼각단편은초능력의스펙터클보다감정의심층부에닿는서사적긴장을전면에배치한다.

그렇기에이작품은다양한독자층에게매력적이다.SF독자에게는고전적인능력자설정을현대적으로재해석한구조적완성도와근미래설정이,드라마·영화적서사에익숙한독자에게는장면중심구성과빠른전개가,문학독자에게는상실·정체성·사랑같은보편적감정의섬세한탐구가,웹소설·웹툰독자에게는매편이가진장면적강렬함과캐릭터중심의연결구조가각각다르게와닿는다.

특히작품곳곳에배치된상징적장면-프러포즈순간연인이픽셀처럼무너져멈추는장면,자신의목소리를두려워하게된소녀가침묵속에서성장하는과정,화마를다루던소년이타인의상처를끌어안는선택을하는순간등-은웹툰·드라마·영화등다매체확장성을고려한콘티처럼선명한이미지로기억된다.

이열작가의문체는간결하지만서정적이며,영화적장면구성과속도감있는전개속에서도인물의내면이선명하게드러난다.독립된단편이하나의연대기로연결될때발생하는울림은최근독자들이추구하는빠른읽기와깊은감정의조화를충족시키는드문사례이다.

《픽셀로그린심장》은‘파편화된개인이서로를어떻게다시연결하는가’라는현대적질문을능력자라는장르적틀에담아더넓은공감대를형성한다.빠르게변하는기술사회에서인간이무엇을잃고,무엇을지키고자하는지를묻는서사는현실과허구의경계를넘나들며독자에게깊은잔상을남긴다.

결국이작품은‘능력이아니라,능력을가진인간의이야기‘라는메시지를가장현대적이고감각적인방식으로구현해낸한국형컨템포러리SF의성취라할수있다.이작품이한국SF에서연작의새로운가능성을제시하며,장르독자뿐아니라일반교양독자에게도강한호응을얻을것으로기대한다.기술과인간,초능력과감정이정교하게결합된새로운한국형SF서사로서의미있는성취를보여주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