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위로하기위해쓴글,
응원이필요한모두를위로하다
“제글은다른이를위로하거나응원하고싶어쓴게아니에요.누군가를향한외침이아닌,자신을위해외친주문이라보는게맞겠죠.그런데도제글에서위로받았다고말씀해주시는건,아마고민하는제모습에서공감했기때문이아닐까싶어요.-인터뷰중”
박정민의글은솔직하다.가볍게는한달째일이없어쉬고있는상황에서부터배우라는직업에대한막연한불안감까지,자신의약점을드러내는데거침이없다.‘찌질이류갑(甲)’인‘나도사는데당신들도살아’라는메시지를전하고싶다며자기비하에가까운농담을던지기도한다.
“전항상이런마음으로글을써요.누구도위로할수없는상황을쓰는거죠.그런상황이무지많아서글감이떨어지질않아요.-인터뷰중”
그래서그는글이끝날때마다‘당신은정말중요한사람이다’‘당신은당신이생각하는것보다강하다’처럼스스로를위한응원을남겨놓았다.자신을위한문구였지만,많은이가그의글에위로를받았다.잘하고있다고,잘될거라고다독이며가만히위로해주는사람은많지않은탓이다.열심히살고있는데잘살고있는지확신이들지않는다면,그리고지금가고있는길이맞는지고민하고있다면“당신은당신이생각하는것보다강한사람이다”라고말해주는그의글이필요한순간이다.
‘목이마를때물을생각하듯이,자연스럽게다가올그때를기다려‘
배우박정민이말하는청춘
〈동주〉로신인남우상을수상하고,〈그것만이내세상〉〈사바하〉등으로이름을알리며‘믿고보는배우’라는수식어까지얻었지만그의고민은여느청춘들과다를바없다.연기를해보겠다고극단에들어간게열아홉.그곳에서‘너같은놈많이봤다.발담그는척하다없어져.’라는말을들었다.독립영화〈파수꾼〉으로데뷔한후에는‘걔있잖아,이제훈말고’로불리거나‘SS501말고.’로불리던때도있었다.그렇게10년을버텼다.
“목이마를때물을생각하듯이,자연스럽게다가올그때를기다려.
충실히,성실히,절실히.길게.”
사람이많은공간에선숨조차제대로못쉬는인간이어떻게연기를하느냐는물음에그는“그래서연기를합니다”라고대답한다.잘하지못하는것을알기에남들보다노력한다.자신의해방구가바로연기임을알기때문이다.그리고우리모두에게각자의해방구를찾아,조급하지않게뚜벅뚜벅걸어가자고말한다.
배우라는특별한직업을가진그의글이유쾌하면서도공감가는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에세이《쓸만한인간》은전부다괜찮아질그때를기다리는당신들에게,조금이나마걱정을내려놓을수있는순간이되어줄것이다.비록지금당장은힘들지라도,내자신이초라하게느껴질지라도,스스로를얕보기엔아직이르다.조급한건당연한거니자책치마시고내일아침엔조금더전투적으로일어나시라.
우리모두는꽤쓸만한인간이니말이다.
추천사
평소엔실없다가때론진지하게,대략멍청하다가가끔똑소리나게…
“우리다같이좀모자라면어때?”라고묻는좀모자란인간의쓸만한이야기모음집.
_이준익(영화감독)
“가만히보면,모두가의외로살아있다”라는구절을쓸줄아는사람.그러니까‘의외로’라는단어를딱그빈틈에갖다놓을줄아는사람.나도좀안다.섬세하고예민한사람이대책없이솔직하게저를부리는글을내뱉을때쓰는사람은앓고,읽는사람은낫는다는것을.청춘이었을테니그도꽤아팠겠지.이기록은그과정의색색셀로판지같은걸테다.그리하여쓰는배우박정민?하고물으면‘언제나’쓸줄아는사람이아니라‘언젠가’쓰게되는사람이고싶다고답할것만같다.그는이토록‘쓸만한’사람이니까._김민정(시인)
책속으로
아직도집중받는걸극히혐오하고,사람이많은공간에선숨조차제대로못쉬는인간이연기는어떻게하느냐고묻는사람이많다.그럼나는이렇게대답한다.
“그래서연기를합니다.”
화도잘못내고,좋으면좋은티도안내고,눈치보고,쭈뼛쭈뼛전형적인찌질이의모습이싫어서,연기를한다고얘기한다.무대위에선,카메라앞에선내가화내는걸사람들이이해해주니까.내가웃는걸사람들이건방지다하지않으니까.그래서연기를한다고얘기한다.그래서그순간만큼은딱그연기하는순간만큼은재미가있다.감독님의“컷!”소리후에는무시무시한자괴감이찾아오지만뭐그순간만큼은즐거우니더할나위없다하겠다.
_<찌질이>중
‘고맙습니다.거기서뭐하세요.뭘하시든고맙습니다.’
수첩에적힌이상한글자들이지금의나에게큰위로가된다.스물다섯의내가스물여덟의나를위로한다.동생주제에꽤나위로를잘한다.가끔씩느끼는감정의요동을글자로남겨보길바란다.그중8할은훗날이불을걷어찰글자들이지만그중에는분명나를세워주는글자가있을것이다.‘정민철의폭풍커브.’말도안되는글자지만,난아직도폭풍커브를던지는게꿈이다.살아있는한,언젠가는나도각도큰변화구를던져볼수있을것이다.그러니계속살아가시길바란다.직구만던지면얻어맞기일쑤니,변화구도섞어가면서살아가시길바란다.사는데는9회말도,역전패같은것도없을것이다.당신도누군가에게는의외로잘살아가고있는한사람일지모른다.이길때까지그렇게계속살아가시길바란다.
당신지금아주잘하고계신거다.
_<수첩>중
영화같은인생을사시느라수고가많다.그래도우리모두‘절망’치말고고구마를심은곳에민들레가나도껄껄웃으면서살아가자.어차피끝내는전부다잘될테니말이다.
_<영화같은인생>중
그게언제든,그게누구든,문득심장언저리가‘물렁’해지는응답을해줬으면좋겠다.아마,당신들도그럴것이다.늘달고사는여섯글자가필요할터이다.그말우선내가해드리겠다.나중에갚아라.
“칙칙…다잘될겁니다.”
_<응답하라>중
사람들이한사람을이르는것이라하여‘이름’이란다.참많은이름이있다.가급적많이부르려한다.나에게로와서꽃이되지않아도좋다.서로기분만좋으면그만이다.서로이름을안다는것이어찌보면참큰의미라는생각이드는요즘이다.생각지도못한사람이내게와서“정민아.”라고했을때,그감동은이루말할수없다.
그러니까,부르면닳는것도아니고많이부르면서살자는말이다.
_<이름>중
나와관객사이에는스크린도브라운관도없다.편집도CG도없다.그저미묘한공기와긴장감만이보이지않게흐른다.관객과나는그렇게매일다른공연을만든다.스무살,매일다른공연을보여준선배님들을보며무대를꿈꿨던것처럼,오퍼석에서매일선배들을바라보는스무살사빈이녀석에게십년전내가느낀감정을선물하고싶다.
여덟시가되면조명이들어오는무대.그무대안에는내손길이거치지않은게하나도없는데,딱하나없는것이‘나’였던그시절.나는그시절의‘나’와사빈이녀석에게부끄럽지않고싶다.
그러기위해서최선을다하는모습을보여주고싶다.
그때나의선배들처럼말이다.
_<무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