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 (조기조 시집)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 (조기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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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기조 시집. 시인은 시집의 권두에 실린 '시인의 말'에서 "처음 시를 짓기 시작할 무렵 기계, 기름, 기술이라는 세 가지 상징으로 삶과 노동의 세계를 그려보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시인은 특유의 '기계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시집 〈낡은 기계〉와 〈기름美人〉을 펴낸 바가 있다.

따라서 이번 시집으로 '기계 → 기름 → 기술'로 이어지는 소위 '기계 3부작'을 마무리하고 있다. 한국시가 갈수록 가볍고 발랄한 시들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의 최근 문학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단독적인 시세계를 펼쳐 보이려는 진중함이 담긴 시집이다. 시집에는 56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수록되었다.
저자

조기조

1963년충남서천에서태어났다.1994년제1회〈실천문학〉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낡은기계〉,〈기름美人〉이있으며,엮은책으로〈한국대표노동시집〉(공편),〈나에게문병가다〉,〈서정춘이라는시인〉(공편)등이있다.

목차

ㅣ시인의말ㅣ 5

제1부

은유의기술 13
기술자가등장하는시간 14
기술자 16
저기기술자가걸어간다 18
풀의기술 20
반려의기술 21
기술의축적이라는관점 22
싸움의기술 24
기술은공유를요구한다 26
기술자는후계자를두지않는다 28
기술자의가방 30
기술의길 32
세습의기술 33
기술 34

제2부

숲속의기술자 37
숲의정치 39
천적의기술 40
벌목의정치 42
말을가르치다 44
거목과크레인 45
바이러스와친구신청 46
기계연인 48
기계와식탁 50
기계는자신이하는일을알지못한다 52
타자의기술 54
촛불의기술 57
어린신들의나라를위하여 60
무인공장 63

제3부

불휘에게 69
가난의잉여 70
빚진사람 72
기부의기술 74
지독한욕망 75
욕망의무게 76
회 78
보신탕 79
음식사계 80
영업의기술 82
잊히지않는시 83
내일모레 84
난곡동사투리이야기 86
마지막서정 88
어머니께 90

제4부

동경 93
첫번째신체장애에관한기억 94
펑키타운 95
첫번째해고에대한기억 96
수세미누나 98
협상의기술 99
우리가언제그랬을까 100
국가기능사불량사건 101
고향친구 102
누나와구로공단 104
가리봉역사 105
구로공단50년기념전 106
유산 108

ㅣ발문ㅣ이성민 111

출판사 서평

조기조의신작시집〈기술자가등장하는시간〉이출간되었다.시인은시집의권두에실린‘시인의말’에서“처음시를짓기시작할무렵기계,기름,기술이라는세가지상징으로삶과노동의세계를그려보자는마음을먹었다”고밝히고있는데,시인은특유의‘기계적상상력’을발휘하여시집〈낡은기계〉와〈기름美人〉을펴낸바가있다.따라서이번시집으로‘기계→기름→기술’로이어지는소위‘기계3부작’을마무리하고있다.한국시가갈수록가볍고발랄한시들로명맥을유지하는정도의최근문학현실속에서자신만의단독적인시세계를펼쳐보이려는진중함이담긴시집이다.시집에는56편의시가4부로나뉘어수록되었다.
조기조는“기계만드는일하다/책만드는일”(「은유의기술」)을하며사는시인다.그는마흔을분기점으로이전에20년간공장에서기계만드는일을하다이후인문학출판사를차리고다시20년가까이책을만들고있다.시인은기계를만들때모터와유공압기술을전문으로공장자동화라인을설계,제작,시운전을하는기술자였다고한다.현재는기름범벅으로잔뼈가굵어진손으로난해한최신철학원고를들고편집,교정,교열,표지디자인,제작,영업등등출판의전공정을직접수행하는전천후적기술자다.“기계도어려웠고/책도난해했지만//책만드는일은/기계만드는일과다르지않다”고말한다.기계와책만드는일이충분히이질적일수있는데서로다르지않다고하는말은,물론시인나름의고단수의은유일테지만,은유를넘는실제라고말해도좋을듯하다.그것은아마도시인이삶을풀어나가는원리,즉삶의기술을이해하고있기때문인지도모른다.“어디서누군가가/부르면달려가”(「기술자가등장하는시간」)서그누군가가당면한가장큰곤란을해결하는기술자처럼말이다.
그러한기술자의눈으로그가살피고있는시적대상들은인간이든,자연사물이든,기계든,현실세계속에서각각그정체특유의형식과내용을갖는존재들이다.시인은그것들의존재성,즉삶의기술을파악하고,나아가그기술들이상호유기성으로어우러지는세계를노래한다.가령,“시각장애인을안내한다는문구가적힌/노란조끼를등에두르고있는개”(반려의기술)에게서는단지인간과동물간의보호와위로를넘어서직업을가진개의주체성을읽어내고,“거대한크레인”이수몰위기에처한“동물은알지못하는시간을산거목”(「거목과크레인」)을옮기는대목에서는이질적대상들간의일체성을노래하기도한다.하지만삶의기술이항상희망적이거나긍정적이지만은않다.시적주체가피땀으로만든기계의“목적은세계의멸망이될”(「기계는자신이하는일을알지못한다」)수도있다고경고를하며,“동물과곤충의이름으로/포획과탈출의기술을쌓아”(「천적의기술」)가는생명체들의불가피한천적관계를읽고,“죽음을모르는기계앞에서/목숨을걸수밖에없는기술자”는“위험을모르는기술자가아니”(「기술의길」)라는존재의비극성에도포커스를맞춘다.
한편조기조시인의‘기계,기름,기술시’는기술,혹은문명적방향에대해긍정성과부정성을모두포괄하면서나아가문명과생태적관계에대해서도적대적이지않은넓은품을펼쳐보인다는점이특장이다.그러면서도결코손쉽게동일성으로만환원하지도않는다는점이다.가령“숲의간지(奸智)라해도좋다/저리서로다른것들이/서로다르기때문에살아갈수있는/숲의기술을,그필연을”(「숲속의기술자」)말하며차이를부각시키기도한다.그러한시적태도는애매모호하거나가치중립적이라기보다주어진현실을온몸으로부딪히며밀고나가겠다는리얼리즘시정신에서비롯되고있는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