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퉁이 자작나무 (윤재철 시집)

그 모퉁이 자작나무 (윤재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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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라져가는 것들을 향한,
서글프지만 따뜻하고 다정한 노래”
윤재철 시인의 시집 〈그 모퉁이 자작나무〉가 출간되었다. 8년 만에 새 시집을 출간한 것인데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이다. 61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시집은 발문이나 해설, 추천사도 생략하고 시인 자신의 시작 메모 성격의 에세이를 권말에 붙여 놓았다.

시집에는 사라져가는 것들을 향한 서글프지만 따뜻하고 다정한 노래들이 빼곡하다. 일상생활 공간에서 친근했던 풍경들이 세태의 변화에 따라 급격히 달라지고 사라져가는 서정을 담아낸다. 수십 년 동안 그만그만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동네가 대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황량하게 변해간다. 5구역, 6구역 등의 이름으로 지정되어 펜스로 가려진 채 “주인 떠난 빈집 / 대문에는 출입 금지 노란 테이프 두르고” 철거가 시작되고, 삶의 터전으로서 “아무 의심 없이 내려섰던 / 지층은 벌써 흔들리기 시작”(「방배6구역」)한다. 그런데 시인이 주목하는 것은 펜스 너머로 헐린 집이나 뽑힌 나무들의 잔해가 치워진 빈터에서 “비록 내일부터 지하 3층 / 지상 이십몇 층 아파트”가 세워질지라도 잠깐이나마 “사람의 시간과 시간 사이 / 평평한 대지의 추억으로 다시 살아오는”(「빈터 1」) “맨바닥 땅이 / 비에 젖으며 / 검은 흙으로 되살아나 / 금방이라도 파란 풀잎 피워낼 것 같”(「빈터 2」)은 대지의 민낯이다. 이러한 시인의 시선은 “깍두기같이 각설탕같이 / 사각의 모자를 쓴” 도심의 가로수로 서 있는 플라타너스, 먼 북방이 고향인 자작나무가 서울 방배동 문화센터 빌딩 모퉁이에 심어져 이리저리 가지가 절단당한 채 서 있는 모습이나, 보도블록 틈새에 피어나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풀, 카센터 강철판 틈서리에 피어 노란 얼굴에 까만 기름때가 낀 민들레 등등으로 이끌리며, 제자리를 잃은 것들이거나 혹은 본래 제자리였지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된 환경 속에서 결코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는 순조롭지 못한 생명성에 대한 안타까움을 듬뿍 담아낸다.

시인은 또 우리가 잊고 살아온 오래된 사랑을 찾아간다. 타임캡슐을 타고 1억 년 전 시공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공룡발자국 위에 찍힌 도요물떼새의 발자국을 찾고, 천사백 년 전 백제 무왕이 심었다는 궁남지 버드나무를 찾고, 120년 전 “진골 쫄쫄우물로 들창 난 집”이라는 쪽지를 들고 사람을 찾아가던 120년 전 종로구 운니동을 찾고, 6~70년 전에 사라진 화전민을 찾아가다 노란 마타리꽃을 만나기도 한다. 이렇게 사라져서 잊혀졌지만 그 풍경은 “내 마음속 작은 집”에 있다. 그 집은 “한없는 출렁거림 / 신나게 춤춤 / 춤추며 흐느낌 / 그러고는 지쳐 잠”(「내 마음속 우주」)드는 시작도 끝도 없는 시인의 우주에 존재한다. 시인은 왜 이런 시공을 초월한 듯한 우주 속에 자신만의 집을 짓는 것일까. 지금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 면회도 못 간 사이 / 한밤중에 요양원 병실에서 / 혼자 숨을 거두신 / 어머니 분골을 / 집에 모셔 두었다가” 겨울이 오기 전에 선산에 안장을 해야 하기도 하고, “장모를 화장해서 / 소나무 밑에 묻고 돌아온 저녁 / 빈집 쇠문을 밀고 들어서”면서 장모가 가꾸던 노란 국화꽃은 그대로 있는데 “장모는 어디 갔나 / 이 꽃들 두고 어디 갔나 / 마을회관에 잠깐 마실갔을까” 하고 집안을 두리번거리기도 하는데 시인은 어째서 먼 과거의 잊혀진 것들을 찾아 헤매는가. 그런 의문은 “슬플 때 나는 따뜻해져 / 가슴엔 한 잔 / 눈물이 배어 나오고 / 옛사람 생각에 / 혼자 외롭게 따뜻해진다”(「슬플 때 나는 따뜻해진다」)고 말하는 데서, “왜 그때는 사랑이 그렇게 어려웠을까 / 왜 그때는 사랑이 그렇게 서러웠는지 // 슬플 때 나는 따뜻해져 / 편지를 쓰고 싶다”고 말하는 지점에서 풀릴지도 모른다.
저자

윤재철

1953년충남논산에서태어나초·중·고시절을대전에서보냈다.서울대학교국어교육과를졸업했으며1981년‘오월시’동인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아메리카들소〉〈그래우리가만난다면〉〈생은아름다울지라도〉〈세상에새로온꽃〉〈능소화〉〈거꾸로가자〉〈썩은시〉등과,산문집으로〈오래된집〉등이있다.신동엽문학상(1996)과오장환문학상(2013)을받았다.

목차

ㅣ시인의말ㅣ 5

제1부
큰고니혹은백조 13
그모퉁이자작나무1 14
그모퉁이자작나무2 16
빨간우체통 18
월명리 20
방배6구역 22
빈터1 24
빈터2 26
원주민느티나무 28
방배로플라타너스 30
랜드로버위의달 31
까까까마중 32
쪼쪼쪼강아지풀 34
카센터민들레 36
자반고등어 37
방림시장걸으며 38

제2부
코로나바이러스 43
팬데믹 44
검정마스크를쓴소녀 46
작약 48
아,낙화 49
수국 51
구절초 52
들판건너불빛은아름다웠다 54
부추꽃당신 56
울음빠져나간몸 58
장마속잠자리 60
모딜리아니의꽃 62
겨울능소화 63
과꽃 64

제3부
방배동고갯마루 67
때죽나무 68
지붕위의나팔꽃 70
어벤져스투찍던날 72
언덕길찔레나무 74
애벌레의꿈같은잠 76
누워서빗소리듣는건 78
완두콩꼬투리 79
우면산개쑥부쟁이 80
수반 82
만보계 84
빠삐용의자 86
슬플때나는따뜻해진다 88
나선에대한오랜기억 90
내마음속우주 92

제4부
큰고니는예벤키를닮았다 97
천전리물결무늬화석 101
가진리물새발자국 104
부여궁남지 106
만항재마타리꽃 108
함백산은대박산 110
구루지 112
동작동갯마을 114
장승배기 116
진골쫄쫄우물로들창난집 118
느티나무께 120
성마령 122
계룡산등운암 124
삼척마지막화전민 125
김달삼모가지잘린골 126
법성포가는길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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