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 (하종오 시집)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 (하종오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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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계시민으로서 전쟁과 폭력을 고발하는
정치윤리적 성찰의 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전쟁으로 평가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고 러시아에선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발언으로 인해 공포와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만 1년이 되었다. 이 시점에 하종오 시인은 40번째 시집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을 펴내며 전쟁이 가져다준 폭력과 파괴를 고발한다.
시집은 4부로 나뉘어, 제1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다루는 시들로, 제2부는 군부가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지 2년이 된 미얀마의 고통을 다루는 시들로, 제3부는 2021년 8월 미군이 철수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의 폭압 속에 놓인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담은 시들로, 제4부는 전쟁으로 얼룩진 세계 곳곳의 국가들로부터 탈주하고 있는 난민들의 삶을 다룬 시들로 구성되어, 모두 58편을 수록했다.
하종오 시인의 이 시집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지구적 펜데믹으로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혹은 권력 장악을 위해 벌이는 전쟁과 폭력에 대한 시인의 절규와 통탄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쟁과 폭력에 대해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접근이 아닌 참상의 비참함과 심각성을 구체적인 시적 기술을 통해 래디컬하게 문학적 응전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하종오식 리얼리즘시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가령, 표제시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는 “전쟁은 추상적인 그 무언가가 아니다. / 인간과 세계를 바꾸는 구체적인 사건이다. / 개개인이 겪는 전쟁 피해를 규명하는 작업도 구체적인 사건이다. / 정치외교적 담론으로 전쟁을 중계해선 안 된다. /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알려야 한다. /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 /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진술되는데, 이 말은 국내 일간지 특파원의 르포를 통해 전하는 우크라이나 여성 의원의 발언이다. 그 발언을 인용하여 적당한 행갈이를 통해 시적 표현으로 바꾼 것인데, 전쟁의 참화 한복판에 있는 우크라이나 여성 의원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의 한 시인의 전쟁에 대한 인식이 일치를 보여주는 대목은 압권이다.
그러한 가운데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수류탄을 수출하고, / 아랍에미리트가 예멘에 수류탄을 제공하고, / (…) / 한국에서 만든 수류탄이 예멘에서 터져” 예멘인을 죽이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그렇게 돈을 벌면서도 예멘인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무관심에 시인은 비탄하고, “우크라이나에 / 폴란드가 오래된 무기를 지원하고, / 폴란드에 새로운 무기를 판매하여 / 한국이 부강해지는 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는 한국인들을 보며 시인은 통탄한다.(「무기 수출국」)
또 “미얀마 시인 켓띠 씨가 죽었다고 / 군부에 끌려갔다가 / 장기가 적출된 채로 돌아왔다고 / 나는 강화에서 신문 기사를 읽”으며 “시인이라 해서 다 위대하지 않고 / 위대한 시인만이 위대하다고 / 미얀마 시인 켓띠 씨는 위대한 시인이라고” 위무를 하며 “한국의 군부독재 시절, / 나도 혁명을 꿈꾸었”다는 진술로 공명하고 있다.(「머리와 심장」)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불법 체류하며 번 돈을 / 민주화운동에 쓰이도록 보낸다는 이유로 / 미얀마 군부가 수배령을 내렸다는 당신들을 생각하면 / 내가 당신들의 이웃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한다”며 시인은 강렬한 연대의식을 드러낸다.(「수배령」)
저자

하종오

1954년경북의성출생.1975년〈현대문학〉추천으로등단.시집으로〈벼는벼끼리피는피끼리〉〈사월에서오월로〉〈넋이야넋이로다〉〈분단동이아비들하고통일동이아들들하고〉〈정〉〈꽃들은우리를봐서핀다〉〈어미와참꽃〉〈깨끗한그리움〉〈님시편〉〈쥐똥나무울타리〉〈사물의운명〉〈님〉〈무언가찾아올적엔〉〈반대쪽천국〉〈님시집〉〈지옥처럼낯선〉〈국경없는공장〉〈아시아계한국인들〉〈베드타운〉〈입국자들〉〈제국(諸國또는帝國)〉〈남북상징어사전〉〈님시학〉〈신북한학〉〈남북주민보고서〉〈세계의시간〉〈신강화학파〉〈초저녁〉〈국경없는농장〉〈신강화학파12분파〉〈웃음과울음의순서〉〈겨울촛불집회준비물에관한상상〉〈죽음에다가가는절차〉〈신강화학파33인〉〈제주예멘〉〈돈이라는문제〉〈죽은시인의사회〉〈세계적대유행〉〈악질가〉등이있다.

목차

ㅣ시인의말ㅣ 5

제1부
한국계우크라이나시인 12
해바라기씨유 14
우크라이나씨,당신1 16
우크라이나씨,당신2 18
옥수수 20
청소기 22
현재시간 24
전범과승전 26
“전쟁중이니강간은나중에얘기하자?” 28
결혼과전사 30
인간말종 32
무기수출국 34
원자력발전소 36
하이마스 38
흑토 40

제2부
머리와심장 42
저항시인들 44
암유 46
4월 48
후원금모금 50
피켓 52
사상자와감염자 54
광주와만달레이 56
터메인 58
총알과코로나19바이러스 60
해마다달마다날마다 62
꿈과꽃 64
수배령 66
마스크와세손가락 68
한국강화에서,미얀마양곤에서 70
장기 72

제3부
아프가니스탄시인 76
전통의상 78
뜻밖의정보 80
연날리기금지 82
공중목욕탕이용금지 84
아프가니스탄계한국인1 86
아프가니스탄계한국인2 88
아프가니스탄계한국인3 90
추석,이드알아드하 92
부르카1 94
부르카2 96
특별기여자 98
아프가니스탄아이 100
학교 102
양과양탄자 104
종전 106
가난과전기 108

제4부
환승정류장에서 112
아무도모른다 114
한국어 116
난민촌과강제수용소 118
아랍어와한글 120
위구르족생각 122
티베트망명정부 124
내가가보지못한국가 126
누군가살고있는국가 128
난민국가 129

ㅣ해설ㅣ고명철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