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다시,톨스토이를읽어야하는이유
-평생자기안의모순과맞서온‘거장’의내면을마주하다
러시아의대문호톨스토이는한가지로한정할수없는,그야말로‘거인’이라는칭호에어울리는사람이었다.《전쟁과평화》《안나카레니나》와같은불멸의고전을남긴작가이자,비참한생활을하는농민들을위해헌신한교육가이자직접농민학교를세운실천가였다.평생을무신론자로살다오십이넘어서야비로소예수의가르침에공감했던톨스토이는권력과결탁한기독교를비판하고반전과평화,생명주의를설파한종교철학자였다.또한간디와편지를주고받으며비폭력운동에영향을끼친사회사상가이기도했다.이와는반대로젊은시절에는도박과술,여자에빠져방탕한생활을보내기도했고,소박하고검소하게살고자했지만,귀족이라는신분에서오는편안함에서벗어나지않으려는가족들로인해몇차례가출을시도했던외로운영혼이기도했다.톨스토이는평생이상과현실의괴리에고통스러워하고고뇌하는등자신의모순을안고살았던인물이었다.이처럼톨스토이의글에는모순적인삶속에서자신의길을찾기위해끊임없이성찰한흔적이남아있다.길을잃고헤매기도하고,부끄러운과거를담담히고백하고참회하는톨스토이의모습은그동안우리가알아왔던‘위대한스승’의모습과는다소차이가있다.그러나도리어톨스토이가‘완벽한인간’이아니었기에,그의글은우리에게더깊은울림과설득력을준다.바다출판사에서새롭게펴내는〈톨스토이사상선집〉은그동안‘거장’이라는명성에가려져알수없었던톨스토이의인간적인면모와사상을새롭게사유할수있는기회를제공한다.
《나의신앙은어디에있는가》를지금읽어야하는이유
톨스토이의교회비판은지금도유효한가?
120여년전에발표된《나의신앙은어디에있는가》를왜굳이지금읽어야하는가?톨스토이의글이지금도여전히전세계의많은사람들에게읽히고있는이유는우리가처한현실을설명하고해결하는데도움을주기때문이다.톨스토이가교회에행한날카로운비판은오늘날을사는우리에게여전히많은가르침과성찰의기회를준다.
톨스토이는평생무신론자로살다오십이넘어기독교를믿게된다.그과정에서수년에걸쳐옛히브리어로된성경과유대교율법,각언어로번역된성경등을면밀하게조사하고연구한다.이러한연구를통해그리스도의가르침이반전과평화,비폭력과타인을위해희생하는삶이라는것을깨닫고,예수의가르침을실천하지않고심지어왜곡하는교회와국가,지배층을비판한다.국민을전쟁터의군인으로만들기위해,타인의목숨을빼앗지말라는예수의가르침을그릇되게가르치고,귀족과대지주,지배층을위해가난한사람의희생을당연시하는당시교회의가르침을톨스토이는강하게비판한것이다.
그렇다면신분제도가없어지고전국민의교육수준과생활수준이높아진지금,교회의모습은어떤가?그리스도가사람의목숨을빼앗지말라고했음에도불구하고,조지플로이드사건처럼피부색이다르다고,또는저개발국가사람이라고,또는동성애자라고혐오하고심지어는죽이기까지한다.20세기내내사람들을불안에떨게했던테러와전쟁처럼,종교가서로다르다는이유로타인의목숨을함부로뺏기도한다.소박하고검소하며,가난한이웃을돕는삶이곧예수의삶이라고톨스토이가말했던것과달리,자본주의의무한경쟁사회는작은이윤을위해다른사람을곤경에처하게하거나,심지어벼랑까지내몰리게한다.
톨스토이가교회를비판했던120여년전과오늘날의현실이그다지달라지지않았기때문에여전히《나의신앙은어디에있는가》를읽고자하는사람들이끊이지않는것이아닐까?톨스토이가종교와사회,예수의참된가르침사이의모순에서고민하고해답을찾으려고노력했던것처럼,오늘날을사는사람들도톨스토이가지나간길을되짚어가면서새로운답을찾으려고할것이다.《나의신앙은어디에있는가》는우리의삶과종교,더나아가사회가어떤것을지향해야하는지에대해지혜를빌려준다.
톨스토이사상선집
《나의신앙은어디에있는가》원전국내첫번역
“인류의교사,톨스토이가가르치는삶의대혁명”
1884년발표한《나의신앙은어디에있는가》는톨스토이의종교저술작업의사상적근간이되는산문이다.또한톨스토이후기문학작품들을해석하는열쇠이기도하다.그리스도의가르침을온전히이해한“정신적대변환기이후에재정립한기독교적세계관ㆍ인간관”이작품에투영되었기때문이다.50대에들어선톨스토이는기독교신앙,정확히말하면“그리스도의가르침”을온전히믿기시작했다.갑작스러운변화였지만,그는성서를비롯한여러문헌들을섭렵하며그가르침에세상모든사람들이귀기울여야하는이유를찾기시작했다.아울러그가르침을삶으로살아내기위해부단히애썼다.《나의신앙은어디에있는가》는그리스도의가르침이내포하는,원래의뜻은사라지고사람들이편의와특정한목적에따라첨삭한가르침이아닌,기독교의진정한가르침이무엇인지논증하며,스스로변화된자신의삶을고백한다.톨스토이는머리말에다음과같은글을적었다.
“나는그리스도의가르침에대해논의하고자하는것이아니다.단지어떻게내가가장단순명료하고,의심할바없이이해가능하고,또모든사람들에게향해있는그리스도의가르침을이해했는지,어떻게그것이내영혼을변화시켰고내게평안과행복을주었는지에대해이야기하려고한다.”
6년넘게기독교신앙과그리스도의가르침에천착한톨스토이는《나의신앙은어디에있는가》를통해오히려교회로부터멀어지게하는교회권력과사회제도등을신랄하게비판한다.교회의가르침에서서로모순되는몇몇구절들만을끄집어내,평소교회에서이렇게모순되는구절들을마음대로직조해교회권력과국가권력,사회조직의방패막으로삼는현실을통탄한다.
원수를사랑하라!
교회는오랫동안“그리스도의가르침이신성하다”고가르쳤다.하지만가르침을실천하는일에는소극적이었다.인간의연약함과완전하지못함때문에그리스도의가르침을모두지키는것은불가능하다는것이다.오로지“그리스도의축복만이그리스도의가르침의실천에도움이된다”는,즉초월적인어떤현상이있어야만가르침을실천할수있다고가르쳤다.세상은한술더떴다.세속의교사들과기타사회조직은“그리스도의가르침이비실제적이고공상에불과하다”고규정하면서,가르침에반하는수많은연설과사업들을쏟아낼뿐이었다.톨스토이는그리스도의가르침을완전히이해하기전자신의상태를다음과같이말한다.
“신의가르침이실행불가능하다는인식이조금씩점점더,내가알지못하는사이나를잠식해갔고,그것에익숙해졌으며,나의음욕에맞는수준으로일치해갔다.그리고급기야이전에내가한번도세상가르침의모순을깨달은적이없는것처럼느껴지는단계에이르렀다.신으로서의그리스도를믿고또악한자에대한무저항의가르침을믿으면서도동시에아무생각없이편안하게재정부,법원,정부,군대라는기관에서활동적으로일하고,그리스도의가르침에반하는생활을영위하며,또동시에우리로하여금악에대적하지않고용서할수있게해달라는기도를드리는것이다.지금은확실히알고있지만당시내머릿속에그리스도의법칙에따라삶을구축하는것이,만일우리의원수에게필요하다면재판,형벌,전쟁이있게해달라고기도하는것보다훨씬꾸밈없는삶이었을것임이떠오르지않았던것이다.”
그리스도는“악에대적하지말라”고가르쳤다.더적극적으로그리스도는“악에게선을행하라”고설파했다.이는“선한자와악한자를구별하지말라”는의미다.하지만역사이래재판관들은,그리고모든사람들은선과악을구별하는것에만관심이있었다.또한그리스도는“모든사람을용서하라”고말씀하면서,한번도아니고일곱번도아니고“무한히용서하라”고가르친다.궁극에는“원수를사랑하라”는것이그리스도가르침의핵심이다.하지만세상의재판관들을포함한우리는용서하지않고“공공의적이라고불리게된자들에게선이아닌악을행할것을명령”한다.국가는더나아가전쟁을통해적극적으로악을실행한다.
이에대해톨스토이는깊이탄식한다.“그리스도의가르침,악에대한무저항,이것이공상인가!”아니다.“서로가서로에게악을행치말지어다.그러면악이없을것이다.”이말은허황된말이아니라우리가지금여기서실천해야할그리스도의온전한가르침이라고톨스토이는내내역설한다.
그리스도의가르침은명쾌하고값지다!
그리스도의가르침은단순하고명료하며,값지고명쾌하다.그런데도교회지도자라고하는사람들은복음서의가르침을곡해하여예수의가르침을호도한다.의도적으로원문을왜곡할뿐아니라마음대로첨삭하여“도덕적이고종교적이고문법적으로도바르고또논리적인그리스도의말씀의의미를퇴색시켜버리는것”이다.톨스토이는그리스도가르침의중요성을다음과같이말한다.실천하지않는교회지도자,아니우리가문제일뿐이다.
“그리스도로부터주어진평화의계명은단순명료한것으로,불화의모든경우를예견하고그것을예방하는것이며,이지상에하나님의왕국을계시하는것이다.결국그리스도는정확히메시아다.그는약속을이행했다.그런데우리는지금까지우리스스로기도해왔고지금도기도하고있는,그렇게모든사람들이영원히갈망하는그것을실천하지않는다.”
톨스토이가《나의신앙은어디에있는가》에서내내강조하는말은“모든사람들이여,그리스도의가르침을따르라”이다.그리하면하나님의왕국이이땅에세워질것이다.나혼자만따른다고무슨변화가일어날까반문하는사람에게톨스토이는비록혼자서고군분투할지라도그것은“모든이들과또나자신을위해서가장최선을다하는것”이요,그리스도의가르침을적극적으로실천하여,끝내구원에이르는길이다.
사람들,특히신앙을가진사람들이그리스도의가르침을따르는것이힘들다고생각하는이유는‘금지’한것이많기때문이다.하지만그리스도의가르침은수동적금지가아니라오히려능동적행동에방점을두고있다.실제로사람들은삶에서맞닥뜨리는사소한것들,이를테면술취하지마라,도둑질하지마라등의율법과밀접하게연관된것들을그리스도의가르침으로오해하는경우가많다.하지만그리스도의가르침은더적극적인마음과행동,즉도저히사랑할수없는원수를사랑하는것이다.이에대해톨스토이는“실은세상의가르침에따르는것이그리스도의가르침에따르는것보다훨씬더힘들고위험하고괴로운것”이라고명토박는다.
너희아버지께서그나라를너희에게주시리니
톨스토이는《나의신앙은어디에있는가》말미에이렇게고백한다.“나는믿는다.그리스도의가르침을.바로여기에나의신앙이있다.”톨스토이는아울러“이가르침이쉽고기쁘게실천가능하다는것”을믿는다며“나자신의구원을위해할수있는일은이가르침을실행하는것외에는아무것도없다”고강조한다.
“나는믿는다.이가르침이온인류에게행복을선사하고,나를필연적사망에서구원할것을,그리고여기서최고의복을줄것을.그래서나는이를실천하지않을수없다.”
그런사람들이비록적어도두려움따위는없다.《나의신앙은어디에있는가》의마지막은이렇게끝난다.“현재그러한사람들이많든적든간에,어떠한것에도정복당하지않을바로이교회로모든사람이합류할것이다.적은무리여무서워마라.너희아버지께서그나라를너희에게주시기를기뻐하시느니라.”그리스도의가르침을따르는일,그것이가져다줄구원,이모든것을톨스토이는이미알고실천하고있었다.《나의신앙은어디에있는가》는인생후반기톨스토이의가치관,세계관을구성한종교적깨달음의원천을담고있다는점에서,그종교적깨달음이혁명가이자사회사상가로서의톨스토이의면모를새롭게다졌다는점에서일독의가치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