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잉크

보이지 않는 잉크

$19.44
Description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 국내 첫 산문집
흑인, 여성, 소설가로서 세상에 기울인 지적인 온정
“저는 남과 다른 목소리가 지워질까, 쓰이지 않은 소설이 지워질까 두렵습니다. 그릇된 사람들의 귀에 들어갈까 봐 속삭이거나 삼켜야 하는 시들, 지하에서 번성하는 금지된 언어, 권력에 도전하는 수필가들의 묻지 못한 물음, 무대에 올리지 못한 연극, 제작이 취소된 영화 등이 지워지는 데 대한 불안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것은 악몽입니다. 마치 온 우주가 보이지 않는 잉크로 그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위험〉, 15-16쪽

미국 흑인 문학의 상징적 인물이자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토니 모리슨. 그는 두 아이를 홀로 키우며 출판편집자로 영문학 강사로 일하는 와중에 마흔에 소설가로 데뷔했고, 그 후 열한 편의 소설을 썼다. 그리고 2019년 8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미국 흑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만큼 그는 소설 집필 외에도 인종차별과 젠더 갈등,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위험, 문학과 교육이 처한 불행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날카로운 견해를 펼쳤던 것으로 유명하다.

《보이지 않는 잉크》는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토니 모리슨의 산문집이다. 그가 작가의 삶을 살며 남긴 에세이, 연설, 강연 등이 한 권에 담겼다. 이 책에서 우리는 소설가일 뿐만 아니라 영문학자이자 비평가로서 40년 넘게 사회, 문화, 예술에 대한 생각을 펼쳐온 토니 모리슨을 만난다. 특히 소설 창작자이자 흑인, 여성으로서 ‘자기 존중의 근원’에 가닿기까지 치열하게 쏟아냈던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기울인 지적인 노력은 이 글들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배움일지 모른다. 《보이지 않는 잉크》는 토니 모리슨이라는 작가가 소설가라는 틀로만 소개하기에 생각의 몸집이 얼마나 거대했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독자의 손에 남긴 온기 가득하면서도 날카롭고 서늘한 사유로부터 우리가 살아갈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깨달음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토니모리슨

ToniMorrison
소설가.자신이소설을쓰는작가라고명확히인식하기전까지출판편집자로,영문학강사로살았다.대학시절에만난교수와결혼했으나둘째아이를임신했을때이혼했고,그후홀로아이들을키웠다.모리슨이남긴유명한말“당신이읽고싶은글이있는데아직쓰인게없다면당신이써야한다”는그가스스로에게새긴주문이자각오였으리라.일을마치고돌아와두아이가잠든깊은밤,그리고일하러가기전푸른새벽에소설을썼던모리슨은
1970년마흔에첫소설《가장푸른눈》을발표했다.푸른눈을갖길원하는검은피부의소녀이야기.그후발표한두번째소설《술라》는흑인여성들의우정을이야기한다.세번째소설《솔로몬의노래》는남성이처음으로주인공을맡은작품으로,흑인이지만흑인정체성으로살아간다는것이무엇인지에대한답을찾아가는여정을다룬다.그리고《빌러비드》를쓴다.노예추적꾼에게잡히자어린딸이노예로살기보다죽는게낫겠다결정하고그자리에서딸의목을칼로그은실제노예여성마거릿가너로부터영감을받았다.1992년《재즈》를발표했고,이듬해에흑인여성최초로노벨문학상을받았다.
1931년미국오하이오주로레인에서태어났다.하워드대학교에서영문학을전공한후코넬대학교에서‘윌리엄포크너와버지니아울프의작품에나타난자살’이라는주제로석사학위를받았다.그후하워드대학교에서영문학을가르쳤다.1964년부터1983년까지랜덤하우스출판편집자로일하며아프리카작가의문학을소개하는데힘썼고앤절라데이비스,무하마드알리자서전등을만들었다.2006년프린스턴대학교수퇴임후소설집필에매진하며《자비》《고향》등을썼고,2015년열한번째이자마지막소설《하느님이아이를도우소서》를발표했다.이밖에도문학비평집《어둠속의유희》,산문집《경계에서는무슨일이벌어지고있는가》,사진에세이집《기억하라:학교통합을향한여정》등을썼다.2019년8월5일뉴욕에서88세를일기로타계했다.

목차

1부보이지않는잉크
위험ㆍ13
보이지않는잉크ㆍ17
손안의새ㆍ24
재기억,기억의본질ㆍ37
단단하고진실되고영원한것ㆍ42
문학과공적생활ㆍ52
자기존중의근원ㆍ61
종이앞에앉은작가ㆍ86
《빌러비드》에대하여ㆍ98
시간에는미래가있다ㆍ105

2부입에담지않은차마못할말
제임스볼드윈이남긴세가지선물ㆍ129
치누아아체베에게진최고의빚ㆍ135
킹목사는내게실망했을까ㆍ138
인종의의미ㆍ141
흑인의의미ㆍ155
노예집단과흑인집단ㆍ184
할렘온마이마인드ㆍ191
포크너의시선ㆍ201
거트루드스타인의차별화전략ㆍ211
학계의속삭임ㆍ232
입에담지않은차마못할말ㆍ242

3부이방인의고향
9월의망자여ㆍ299
이방인의고향ㆍ301
인종을드러내기전에ㆍ314
도덕적주민ㆍ326
누가이방인인가ㆍ337
여성,인종그리고기억ㆍ343
인종주의와파시즘ㆍ358
부의대가,돌봄의비용ㆍ362
오류와의전쟁ㆍ370
힘이다한전사의말ㆍ381
신데렐라와의붓언니들ㆍ388
우리는최선을다해타자를상상해야합니다ㆍ392

4부기억의자리
기억의자리ㆍ407
낙원을어떻게불러올수있을까ㆍ423
그렌델,악에대한물음ㆍ436
예술가의일ㆍ448
예술가를지원하는문제ㆍ456
예술의습관ㆍ460
피터셀러스라는희귀한존재ㆍ466
로메어비어든의유산ㆍ470
고독한상상력과함께하는경험ㆍ480
그모든것에작별을ㆍ491

옮긴이의말ㆍ508

출판사 서평

토니모리슨이문학적상상력으로구축하고자한것
그리고미래의독자에게남긴당부
“보이지않는잉크에민감한사람이되길”

“보이지않는잉크는이를알아보는독자가발견하기전까지행간에그리고행의안팎에숨어있는것이다.”-〈보이지않는잉크〉,20-21쪽

《보이지않는잉크》에서토니모리슨은자신의문학세계를설명하기위해매우자세한‘창작노트’를공개한다.토니모리슨문학에관심이많은독자라면,그가작가로서가닿고자했던세계에대한이해를그의목소리로직접들을수있다는데매우기쁠것이다.푸른눈을갖길원하는검은피부의소녀를그린데뷔작《가장푸른눈》,흑인여성들의우정을다룬《술라》,흑인정체성을찾아가는남성을그린《솔로몬의노래》,어린딸이노예로살지않기를바라며그딸을스스로죽인실제노예여성마거릿가너를모티프로삼은《빌러비드》,1920년대재즈를재해석하고재개념화한《재즈》에이르기까지,그가들려주는소설이야기를듣다보면,글을쓰려는그의모든시도가결국‘흑인’으로서‘여성’으로서자신에게주어지지않았던‘자기존중의근원’을찾아가는여정이었음을알게된다.그가끊임없이개인의기억과역사적기억을문학적상상력으로이어붙여공통의흑인기억을만들고자했던지난한노력은묵직한울림을불러일으킨다.
1993년노벨문학상수상당시토니모리슨의연설은청중을압도한것으로유명하다.그는우화에가까운문장으로말문을열었다.“아주오랜옛날나이든한여인이살았습니다.앞은보지못했지만지혜로웠습니다.”지혜롭지만앞을보지못하는나이든여인,그리고이노파의통찰력을시험하기위해손안에새한마리를들고찾아온젊은이들.그들중하나가새가살았는지죽었는지노파에게맞혀보라고하자노파가이렇게말한다.“너희가들고있는새가죽었는지살았는지모른다.내가아는건새가너희손안에있다는것이란다.너희손에달려있다는것이란다.”우리‘손안의새’가살았는지죽었는지는지혜롭긴하지만앞못보는노파가아닌,아직경험과힘이부족하더라도다가올미래에더많은지분이있는우리손에달려있다는이야기.
‘보이지않는잉크’또한노벨문학상수상당시모리슨이‘손안의새’(24쪽)에빗대어이야기했던바와크게다르지않아보인다.토니모리슨은“독자는텍스트를해석할뿐만아니라[작가의]쓰기를돕는다”고(19쪽)말했다.그에의하면,보이지않는잉크에민감한사람은작가가쓴것,그리고쓰지않은것을모두알아볼수있다.모리슨은독자들이작가의텍스트,세상이라는텍스트에적극적으로참여하길바란다.‘보이지않는잉크’는착취와혐오의인류역사속에서가려진진실을찾고자하는독자들,그리고미래의시간을살아갈젊은세대에게토니모리슨이남긴진중한충고이자당부이다.크나큰문학적유산이다.

“당신이읽고싶은글이있는데
아직쓰인게없다면당신이써야한다”
‘늘인종이먼저거론되는작가’토니모리슨의비상한투쟁

“제가인종이라는가옥에살아야한다면다시짓는게중요했습니다.(……)가능하다면이가옥을완전히뒤바꾸는것이필수였습니다.”
-〈인종의의미〉,143쪽

“당신이읽고싶은글이있는데아직쓰인게없다면당신이써야한다”는아마도토니모리슨이한말중대중에게가장인상적으로각인된말일것이다.이말은‘늘인종이먼저거론되는작가’토니모리슨이미국백인남성문학에대응하기위해스스로에게새긴주문이자각오에가까웠다.모리슨에게‘읽고싶은글’‘아직쓰이지않은글’이란흑인의역사와문화가왜곡없이표현되고,백인남성작가들이400년간그들의정전(正典)문학을만들기위해악용하고날조한흑인의의미를바로세우는글이다.토니모리슨은작가로서의사명을미국백인남성이흑인에게씌운날조된가면을벗기고,흑인의정체성과문화를재구축하는데두었다.
《보이지않는잉크》에는비상한투쟁에가까운토니모리슨의문학적추적이담겨있다.그는영문학자로서2006년프린스턴대학교수를퇴임하기까지강단에꾸준히섰고,문학평론가의면모가도드라지는연구에매진했다.〈인종의의미〉〈흑인의의미〉〈입에담지않은차마못할말〉등의글에서미국에서인종의의미,백인남성이흑인을타자로삼아구축한‘미국성’에대한모리슨의중요한탐구를살펴볼수있다.모리슨은미국백인남성중심문학계의맹점이무엇인지,그들이미국문학을대표하는정전을목록화하려는목적이무엇인지,왜거기에흑인문학이누락됐는지예리하게파헤친다.모리슨은‘미국식아프리카니즘’이라고이름붙인이연구를통해백인남성이아프리카적존재의착취를어떻게합리화했고,그들을타자화했는지그욕망의기저를적나라하게파고든다.
또한모리슨은소설창작과문학비평외에도1983년랜덤하우스출판사를그만두기전까지20년간편집자로일하면서6,70년대에소개가전무하다시피했던아프리카작가들의문학을발굴하고알리는데힘썼다.그가들려주는제임스볼드윈,치누아아체베,마틴루서킹등당대흑인작가들과나눈지적교류와우정이야기는무엇보다그가사람과세상에기울인온정이잘느껴지는부분이고,그런만큼큰감동으로다가온다.
《보이지않는잉크》는토니모리슨의문학적상상력을뒷받침한번뜩이는직관과지적인노력의수준이어느정도였는지그깊이와크기를가늠할수있는기준점과같은책이다.토니모리슨이작가의책임을다해현대지성사의야만과오만을지적하고,흑인과여성의역사를재구축한사유의지층이실로광범위한영역에서이루어졌음을들여다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