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을아는열쇠
우리말의원형을보존하고있는땅이름
땅이름에는무엇이많다고해서‘~골’,‘~울’,‘~말’등이붙은것이많다.돌이많다고돌골,모래가많다고모랫골,갈나무가많다고갈골,밤나무가많다고밤골,뱀이많다고뱀골…….그러나그와는전혀관계없는곳도무척많다.땅이름에서의‘가재’는보통‘가장자리’의사투리인‘가새’나‘가쟁이’를뜻한다.‘가장자리’란뜻의옛말은원래‘ㄱㆍㅅ(ㄱㆍㅿ)’이었다.‘ㄱㆍㅅ’은오늘날‘물가’,‘냇가’와같은복합어에서거의접미사로만쓰인다.오늘날우리가표준말로쓰고있는‘가장자리’란말도‘ㄱㆍㅿ’과‘자리’가합쳐진복합어형태의말이다.
_ㄱㆍㅿ과‘자리’가합쳐진과정
ㄱㆍㅿ+자리=ㄱㆍㅿㅇㆍ자리(ㄱㆍㅿ의자리)
ㄱㆍㅿㅇㆍ자리〉ㄱㆍㅿㆍ자리〉가사자리〉가상자리〉가장자리
땅이름은각지방마다다른발음으로나타나기도하는데노루목이대표적이다.‘노루’는‘넓다’라는우리말과관련이있다.‘넓다’는말을전라도지방에서는‘너룹다’,‘널룹다’,충청도지방에서는‘느릅다’,경상도나강원도지방에서는‘널따’라고한다.땅이름에서도‘넓다’는뜻이지방에따라조금씩다른형태로나타난다.특히한자로옮기는과정에서‘넓다’는뜻과는전혀관계가없는쪽으로옮겨간것이많다.이것을지방별로크게나누어보면‘어’모음발음권인경상도지방에서는‘너러목’,‘널목’으로불리는경우가많고,‘오·이’모음방언권인전라도지방에서는‘노리목’,‘놀목’으로,‘으’모음방언권인충청도지방에서는‘느르목’,‘늘목’으로불리는경우가많다.이처럼이책은땅이름연구자인저자가땅이름으로들어가는관문의열쇠를군데군데제시하고있다.
땅속에묻힌우리말의역사,우리삶과문화의역사
발로쓴땅이름연구가의
또하나의역사생활문화지도
땅이름으로보는역사도재미있다.태종이원천석을찾아왔던치악산일대에는태종에얽힌땅이름이무척많다.치악산동쪽골짜기인지금의강원도횡성군강림면강림리의‘태종대’는태종이스승을찾다가지쳐쉬었다는일화에서나온이름이다.태종이여기서쉬며바위밑웅덩이에서빨래하는노파를보고원천석의행방을물었다.그러나미리원천석의부탁을받은노파가엉뚱한곳을가리켜태종이헛수고를했다.그옆의‘할미소’는그할머니가빠져죽었다는곳이다.엉뚱한길을알려줘태종이헛수고를하고돌아오자,할머니는여인의몸으로임금을속인죄는죽어마땅하다며웅덩이에몸을던졌다는이야기가전해온다.또임금앞에서딴곳을가리켰다하여‘횡가리치재’라는이름이나왔는데,지금의횡성군강림면가마골의횡지암이그곳이다.
우리나라의가장동쪽에있는섬인독도는토박이말로부르던이름이따로있었다.바로‘바위섬’이라는뜻의‘독섬’이었다.‘독도’라는이름은‘독섬’에바탕을둔것이다.지금도울릉도일부주민들은이섬을‘독섬’이라고부른다.삼면이바다로둘러싸인우리나라에는‘바위섬’이라는뜻을가진‘독섬’이30여개가있다.이섬들은대개농사를지을수없는척박한땅이어서주민들이항상거주하는것은아니다.그러나바다에서고기를잡는어부들이비바람을만나면이곳에배를정박시키고잠시위험을피해가곤했다.평소에는척박하기만한쓸모없는섬이지만,풍랑을만난이들에게말없이품을내어주는곳이었다.어부들은이런바위섬을대개‘독섬’이라고불러왔다.지금도울릉도주민을비롯한동해안지방의어부들은이섬을‘독섬’이라고부르고있다.바로이사실에서도우리땅임을잘알수있다.
강화도마니산에대한이야기는마음이찡하다.‘마리산’이‘마니산’으로불리게된데는일제의계략도한몫했다.일제는이산이‘으뜸산’의뜻인‘마리산’으로불리는것이못마땅했던지‘두산頭山’,‘종산宗山’,‘마리산摩利山’,‘마니산摩尼山’등으로표기된여러이름중‘마니산摩尼山’을택해일본어로‘마리상’이라고적고는,이이름으로정착시켰다.광복후에우리는‘마리산’이란이름을지우고‘마니산’이라고불렀으며,이를잘알지못하는교육자들에게계속그렇게배워왔다.
그‘어떤곳’에해당하는것이바로땅이름
제본래모습을지키고있는또하나의역사,생활문화지도
사람들이어느곳에자리잡고살면자리잡은때와거의동시에그일대에땅이름이생겨난다.사람들이모여사는곳이‘어떤곳’인지나타내는이름이생기는것이다.그‘어떤곳’에해당하는것이바로‘땅이름’이라고할수있다.이것이입에서입으로전해지고훗날여러사람의입에서굳어지면,여간해서는다시바뀌지않는불변성을지닌다.다만,세월의흐름에따라편한발음으로바뀌어갈수는있다.따라서땅이름을조사하다보면그본디꼴(원형)인옛말을많이발견하게된다.이미한자로바뀌어버린것도많지만,한자식땅이름도잘캐보면그속에서조상들이쓰던말이그대로배어나오는경우가있다.
용산의‘용’자를한번보자.우리의낱말중에도‘거룩함’,‘높음’,‘어짊’의뜻으로‘용’이라는글자를취한것이많다.특히하늘의뜻을받아하늘을대신해천하를다스리는천자天子에관한용어에‘용’이많이쓰인다.예를들어임금의얼굴을‘용안’,임금의눈물을‘용루’,임금이앉는평상을‘용상’,임금의덕을‘용덕’,그지위를‘용위’,임금의은혜나덕을‘용광’이라고한다.‘용’을뜻하는순우리말이‘미르’이다.그래서용이사는냇물이라는뜻의‘용천龍川’을‘미리내(은하수)’라고한다.그렇다면대통령실을용산으로옮긴것은우연이아닌가?
물의마을인문막은어떤뜻을지니고있을까?물말이나물골은한자로대개‘수촌水村’이나‘수곡水谷’이되었다.‘무수막’,‘무시막’,‘무쇠막’,‘뭇막’등의이름은‘물’의옛말인‘뭇’이바탕이된이름이다.그러므로원주의문막은원래‘뭇막’,‘무수막(뭇으막)’으로불리다가지금의이름이되었다.이것은‘물의마을’,‘물가의마을’이란뜻을갖고있다.
_‘뭇’에서‘무수막’으로변화
뭇(물)+(의)+막(마을)〉뭇으막〉무스막〉무수막(뭇막,문막)
오랜세월동안제본래모습을지녀온것이땅이름이다.군현과같은행정단위는많다고할수없다.그래도그아랫길의동네,마을,뜸,산,내같은이름은시골벽촌,서울등의문화중심지에도옛날모습그대로지니고있는것이많다.특히작은땅이름은그고장사람들의일상생활과밀접하게관련되어있다.그래서땅이름은그‘옛날’이묻혀있는‘우리말의화석’이다.토박이말땅이름에는그지역의모든것이담겨있다.역사,생활,문화,사람,전설등참으로많은것이나온다.우리의본류에서우리는지금얼마나많이비켜왔는가?그리고지금우리가놓치고있는것은무엇인지토박이말땅이름을통해공부해보는것도의미있는작업이될것이다.
추천사
평생땅이름연구에매달려온배우리회장님의땅이름이야기가우리말글문화총서로새롭게독자들을만난다고하니무척기쁘다.땅은모든생명을품은우리어머니의품과같은곳이며,땅이름은이땅에서살아가는사람들의역사와문화가고스란히담겨있다.배우리회장님의땅이름이야기는단순한어원연구가아니다.그야말로땅이름에담긴온갖이야기가살아있는인문지리책과같다.
-김슬옹(세종국어문화원원장)
배우리선생님이오랜세월연구하고쌓아온보물,우리땅이름이야기를이렇게멋진책으로만나니마음이설렌다.동화를들려주듯조곤조곤,맛깔스러운땅이름이야기속재미에쏙빠져든다.땅이름에담긴다양한삶의무늬와거대한역사가눈앞에우뚝서기도한다.많은사람이이책을읽고우리토박이말땅이름의소중한가치와지혜를알고,그향기에흠뻑빠졌으면한다.
-강순예(동시작가)
배우리스승님의땅이름이야기는이땅에서살아오신우리네할아버지,할머니의삶과얼이오롯이깃든토박이말을바탕으로삼고있다.토박이말에는우리겨레의오랜삶의발자취와슬기가고스란히담겨있다.
-이창수(토박이말바라기맡음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