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의시작,계촌클래식마을축제
무엇이이작은마을에사람들을불러모은것일까?
베를린의발트뷔네를꿈꾸는계촌클래식마을,이책의시작이다.강원도평창군방림면에서는매년클래식축제가열린다.2022년8월27일화창한토요일,이작은마을에아침부터엄청난인파가몰렸다.계촌클래식축제가열리는첫날,반클라이번콩쿠르에서역대최연소로우승한피아니스트임윤찬군이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협연을하기때문이었다.축제가열리기전부터전국에서문의전화가쇄도했고,결국주최측에서는무료로열리는야외행사였지만사전예약을받아관객수를제한할수밖에없었다.2015년부터시작된계촌클래식축제는현대차정몽구재단과한국종합예술대학교가매년공동으로주관하는행사이다.
무엇이이작은마을에사람들을불러모은것일까?물론코로나19팬데믹이불러일으킨일상의해방감,대면축제의소중함이라는특별한상황도있다.하지만그보다는매일같은일상에서벗어난,즐겁고재미있는축제를즐기고싶은마음때문이다.정신분석학자의창시자지그문트프로이트(SigmundFreud)는인간의마음에는‘쾌락의원칙’과‘현실의원칙’이공존한다고말했다.쾌락의원칙은규칙을지키고스스로일탈하고싶은욕망이지배하는것이라면,현실의원칙은규칙을지키고스스로일탈하고싶은욕망을억제하는이성이지배하는것을말한다.축제란일시적으로나마쾌락의원칙이압도하는순간이다.
_예술마을은일상에서문화예술을즐기고다양한가치관으로서로를돌보는다정한마을이다.(강릉단오제위원회전사무국장김문란)
_예술마을은살아있는모든생명이서로소통하며소소한문화를만들어내는마을이다.(파랑달협동조합실장김영남)
지방소멸의시대,예술마을의해법을찾기위한
두저자의현장기록과연구결과물
한국종합예술대학교전통원에서학생들을가르치는두저자는계촌클래식마을축제를8년째이끌어가고있는핵심인물들이다.계촌클래식마을축제의진화과정을언젠가는기록으로남기고싶은욕심이있었기에책을쓰기시작했다.평소에국내외예술마을만들기에지대한관심을가지고있는만큼한국의예술마을을정리하고,예술마을이란과연무엇인지를정의하고싶은욕심도있었다.문화예술이란과거의유산에서미래로나아가는것이고,인간의욕망은일상이예술로,예술이일상의영역으로더욱확대되고있다.
인구감소로인한지방소멸의시대,예술마을은그지역의정체성을가장잘살리면서가장가치롭게지키고가꿀수있는방편일수도있다.각마을이고유의정체성과공동체정신을회복해,과거에서현재로,현재에서미래로나아가기를꿈꾼다.그길에소중한증언록이되길바라며두저자는열심히발로뛰며현장의목소리를담았다.그중에서특히과거의유산,현재의문화,미래의생태가함께있는담양예술마을을주목할만하다.담양은우리나라최초의지식인공동체인문예술마을인‘소쇄원’이있다.이과거의문화유산을발판으로현재의도시재생공간,죽녹원과메타세쿼이아로대변되는미래생태지구로나아가고있다.복합문화공간으로탄생한담양의해동문화예술촌의탄생배경도재미있다.
원래군수님이이공간에는사케,저공간에는와인,그옆에는막걸리공장을지으면어떻겠냐고의견을냈습니다.그러자공무원들이말을못하고그냥있는거예요.그때제가대만의‘화산창의문화청’이라는술만드는공장의이야기를했어요.공장이문을닫자예술가들이점거해사용하던것을시민들의요청으로대만정부가복합문화공간으로조성했다고말이지요.시각예술,공연예술,메이커스가게들이생겨나시민들이좋아하는활기찬문화공간이되었거든요.그러자군수님이직접방문해보겠다고해서대만에출장을같이갔어요.그후에복합문화공간성격의해동문화예술촌이만들어지게되었습니다.
때로는외국의성공사례와우리의마을들을비교분석하고,때로는현장에문화이론가들의담론을접목하면서예술마을에대한해법을찾고자했다.
2009년계촌초등학교교장으로부임한권오이선생님은갈수록학생수가감소해폐교위기에처하자큰고민에빠졌다.폐교를막을방법을찾다가전교생에게클래식교육을실시하면좋겠다는생각을했다.권오이교장은강릉시향의전신인강릉시민오케스트라에서바이올린수석으로활동한경력이있어평소에도학생들에게클래식교육을강조했다.
많은사람이계촌별빛오케스트라사례를베네수엘라의‘엘시스테마’와비교한다.‘엘시스테마(ElSistema)’는‘시스템’을뜻하는스페인어로,경제학자이자오르간연주자인호세안토이오아브레우박사가1975년에만들었다.공식명칭은‘베네수엘라국립청년및유소년오케스트라시스템육성재단’이다.
_계촌클래식마을중에서
전국을돌아다니며가장힘든사람들과함께난장을펼쳤던남사당,그들의유랑생활은마치프랑스의철학자질들뢰즈(GillesDeleuze)가말한노마드적인삶과통한다.들뢰즈는노마드적인삶이개인의자유로운욕망의흐름대로탈주하고탈영토화하는주체의모습임을강조했다.들뢰즈의논의를종합해보면노마드적인삶을가장잘실천하는주체가바로예술인이다.유랑하는남사당은한곳에머물기를거부하는자유로운광대들이라는점에서가장노마드적인주체라할수있다.
_안성바우덕이마을중에서
예술마을의탄생요건,
무엇이예술마을을만드나?
“부모한테물려받은유산은쓰는게아니라보태는겁니다.”
화성민들레연극마을은송인현대표가아버지가물려준땅에만든것이다.송인현대표는젊은시절국내유명극단을누비며연극인생을살아왔다.1996년서울대학로에서어린이극을전문적으로하는‘극단민들레’를창단했다.그러다문득고향으로내려와아버지가물려준땅에연극마을을조성해어린이들이자연과함께호흡할수있는환경을만들고싶다는생각을했다.2006년드디어민들레연극마을을꾸렸다.송인현대표가들려주는예술마을이란무엇일까?정해진틀에갇혀있지않은상상력,이것이예술마을이갖는특별한가치임을엿볼수있다.
특정마을,그것이고민입니다.저는분명어린이를중심에두고작업을하는데작년에는〈오이디푸스〉도했거든요.〈마당을나온암탉〉이나〈꽃할머니〉같은연극은어린이연극이아니라고이야기하는사람들도꽤많아요.외국에가서보면어린이연극이아니라고하는어린이연극을굉장히많이공연하고있죠.그러니까우리는어린이들한테동화같은희망적인이야기를해줘야한다고생각하는데,노인의쓸쓸함을이야기해주는것도어린이연극이거든요.
두저자는책의구석구석에서예술마을관계자와주민들의목소리로,문화예술이론가들의목소리로예술마을의구성요소를들려준다.‘잘하면살판이요,못하면죽을판이다.’안성바우덕이마을의남사당패안에서본예술마을의요건이다.예술마을은사람이사는곳이고,사람이사는곳에는일정한공간이있어야하며,그공간은예술마을로인정되는특별함이있어야한다.공간의특별함은그곳에사는사람에게있다.그리고사람에게가장중요한것은정신이다.‘사람,공간,정신’,이세요소가잘맞물려서돌아가는예술마을이야말로진정한예술마을이고,남사당패는이세요소가잘어우러진곳이다.남사당에는광대,마당,신명이있다.유네스코문학창의도시인원주태장동춤예술마을에서는일상의카니발리즘을만난다.
만나면반갑고,같이연습할때도신나요.무대에오를때도즐겁고,연습할때차를타지않고걸어서먼곳을왔다갔다하며운동도하니더욱즐겁죠.
춤은흥이고만남이죠.춤은행복이죠.춤은건강이죠.
카니발리즘의시간은일상의금기와제약이없어지고개인의자유로운행동과표현이허용되는시간이다.그러나그런개인의자유와해방은이기적인행동이라기보다는공동체와어울리는차이의감수성을표출한다.바흐친은이런집단적해방감의미학을‘유쾌한상대성’이란말로표현했다.
바르셀로나시민문화선언의다섯가지원칙,
내가사는마을의일상에서나의해방일지는쓰는사람들
총3장으로구성된이책에서는잠시생겼다없어지는예술마을이아닌,꽤오랫동안그지역의정체성을담아성장한13개의예술마을을다양한시각에서담았다.1장‘유서깊은전통문화유산이있는예술마을’에서는강릉·단오예술마을,필봉굿예술마을,바우덕이남사당예술마을,소쇄원등의문화유산이있는담양생태예술마을을담았다.2장‘특화된예술장르를간직한예술마을’에서는세계적인음악가윤이상을품고있는윤이상예술마을,아버지가물려준땅에민들레연극마을을만든화성민들레연극마을등을담았다.이곳예술마을들은윤이상,송인현대표처럼그마을을조성하게된특별한예술인이있다.3장‘주민들의손길과도시재생으로탄생한창의예술마을’에서는부산깡깡이예술마을,도심속예술인들이많이살고있는성북예술마을,파주문발동인문예술마을,제주예술인의마을인하례리예술마을을담았다.
13곳의예술마을을통해두저자는예술마을의유형을네가지로분류하고있다.첫번째는도시재생형예술마을이다.인구감소와산업시설의폐쇄로얼어붙은지역경제를살리고자예술마을을만드는것이다.부산깡깡이예술마을이대표적인데,현재조성되고있는대부분의예술마을은지역의도시재생사업과연결되어있다고할수있다.두번째는공동체형예술마을이다.이경우는예술인들이특정한마을이나장소에함께모여예술공동체를형성한다.‘극단뛰다’의화천예술마을과마당극집단‘큰들’의산청큰들마당극마을이대표적이다.세번째는문화유산형예술마을이다.마을에특정예인집단과문화축제가오랜역사를거쳐서전통문화유산을형성한경우이다.안성바우덕이마을,강릉단오마을,임실필봉굿예술마을이여기에속한다.이경우는마을주민이예인이고,예인이문화유산이된다.예인집단의예능은무형문화유산이지만,마을은함께보존하고계승해야하는유형문화유산이다.네번째는창의자원형예술마을이다.이경우는유명예술인이태어난곳이나오랜전통을자랑하는유명한마을축제가계기가되어생겨난곳이다.통영윤이상예술마을이나계촌클래식마을을들수있다.
이제는일상과예술과지식이분리되지않는시대를맞이했다.예술인들의집단지성은일상의해방공간을만들고,우리는누구나내가사는마을의일상에서‘나의해방일지’를써나간다.누군가를만나고이야기하고새로운실험을하면서.예술마을의존재이유도바로이것이다.바르셀로나시민문화선언의다섯가지원칙속에예술마을이가야할길이보인다.
문화공간으로서도시에대한권리
시민들의문화적접근보호및차별금지
도시의문화프로젝트에시민들의참여,협력,제작
도시의기억,문화유산,영성의표현
시민들의예술교육,소통과문화지식에관한지원
추천사
길게느리게여유있게살수있는마을,아름다움과따뜻함을함께향유하는마을,미래에도이렇게살고싶은마을,여기그런예술마을이있다.
-도종환(국회의원,전문화체육관광부장관)
이미십수년전부터마을만들기,공동체,예술의사회적역할이유행어처럼회자되었지만,그일을꾸준히진행해나가는사람들은많지않다.정책의지원을받아몇년간시도하다지원이끊기면그진행도멈춰‘실패한모델’이라고일컫는사람들도많다.그러나이책은예술이마을과제대로결합하면그야말로어떤예술적이고환상적인결과가나오는지잘보여주고있다.계촌클래식마을의축제를굳건히이끌어온두저자가서울,경기뿐아니라전라도,경상도,강원도,제주까지직접발로뛰며채집한자료들은정말로귀중하다.예술마을의축제를몸으로겪어봤기에알수있는기록들이다.그뿐만아니라예술마을에관한국내외이론가들의문화인류학적관점과해당지역의역사적변천사까지담았다.단순한사례연구가아닌학술적가치가있는책이면서다양한현장인터뷰와지역설화까지담은생생한삶과예술의기록이다.예술과마을,공동체와전통에관심이있는분이라면꼭읽어보길권한다.
-강윤주(경희사이버대학교문화예술경영학과교수,생활예술연구)
우리의예술을찾아서누군가는가야할길을그들은걸었다.이책은예술채집사들의흥미로운순례기이다.
-고재열(여행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