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죽다 (김도석 수필집)

아버지 죽다 (김도석 수필집)

$18.00
Description
가난한 날들의 기록이, 한 사람의 문학이 되다
김도석의 에세이 『아버지 죽다』는 한 소년의 성장사이면서 동시에 한국 현대사의 저변을 살아낸 ‘한 사람’의 분투와 희망, 절망과 회복의 순정한 연대기이다.
저자

김도석

저자:김도석
1963년신안지도읍사옥도당촌리에서태어나다
1979년11월초서울로오다
98년『한국수필』등단
2001년『나의이력서』출간
이책으로KBS〈라디오로여는세상〉출연하는등
여러방송과신문,시사잡지에서인터뷰

목차


프롤로그…4
제1장1978년…10
제2장1979년…61
제3장1980년-1981년…106
제4장1982년-198삼년…126
제5장1984년…162
제6장1985년…182
에필로그…225

김도석론
조정은아주특별한애도…236

출판사 서평

1978년부터1981년까지,열다섯살소년에서스물셋의청년이될때까지의일기중아버지에관한기록만을발췌하여작가의해석을덧붙였다.전라도섬마을의이른새벽,술에취한아버지,어린동생들의웃음,배고픔과절망속에서꿈을꾸게한책한권,그리고무엇보다‘공부하고싶다’는절실한외침이담겨있다.그외침은자기삶을포기하지않으려는존재의절실한맹세이며기록의윤리이자감동의문학이다.
매일의고단한일과속에서도글쓰기를멈추지않았고결국40년이지나‘문학의한형식’을갖추고책으로탄생했다.
이책은우리에게말을걸어온다.
“포기하지마십시오.오늘하루를기록하는당신이내일누군가의등불이될수있습니다.”
가장낮고가장진실한문장으로피워낸한시대의귀한기록으로깊고진실한삶의노래다.

책속에서

프롤로그
3남3녀중장남으로태어난나는
초등학교졸업후얼마동안
아버지가농사짓는집에서잔심부름하며지냈다.
아버지는
중학교에도가지못하고
밤늦도록공부하겠다고앉아있는아들이안쓰러웠던지
어느날약간의술기운으로돌아와
누군가몇장쓰다버린
낡은일기공책을내게건네셨다.
그것이아버지가내게주신
최초의선물이었다.

그때부터일기는
내생활이었고
삶의전부가되었다.
하루도거르지않고
47년간일기를쓰고있다.

에필로그

장남인나에게아버지는원수처럼두려운존재였고
가족들에게는힘들고버거운사람이었다.
내머릿속에지워지지않는
몇가지기억들은가시처럼남아
아직도심장을찌른다.
아버지가술냄새를풍기고집에들어서면
어머니는늘눈치를살폈다.
습관처럼폭발하는폭력성을
어머니에게사정없이휘두르곤했다.
동네어귀에친구들과놀다가도
멀리서술에취한누군가고래고래소리지르면
나는가슴이철렁내려앉았다.
이를악물고나는아버지를원망했다.
낮에는따뜻한볕이찾아온것처럼평온했지만
어둠이내리면
술에취한아버지의악몽이되살아났다.
아버지는남의집에서농사를짓고
미리받은품삯으로도시를돌아다니며
술담배도박을좋아했다.
평생떳떳한가장역할을하지못했고
빈주머니가돼서야집을찾아들어왔다.
그나마농사철에는
부지런하게머슴생활에최선을다하였기에
아버지는소문난일꾼이었다.
나는초등학교시절
공부는늘꼴찌에서벗어나지못했다.
학교생활6년동안일곱번전학을다녔다.
전학후바로등교하는것도아니었고
학교에서소식이올때까지무한정기다려야했다.

77년2월,초등학교를졸업했다.
친구들처럼당연히중학교에가는줄알았다.
학비가없어당장은학교에가지못한다는말을
반복적으로아버지에게들어야했다.
해가바뀌면중학교에보내주겠다는아버지의약속에
나는희망을품고있었지만
아버지의약속은끝내지켜지지않았다.

아버지는동네구멍가게에
심부름꾼으로나를밀어넣고
일년치품삯을받기도했고
다음해에는농사를짓는친척집에떠맡기고
목돈을받아놀음으로탕진하였다.
79년가을,
아버지몰래도망치듯고모를따라서울로올라왔다.
80년3월에내힘으로
동대문야간재건중학교에입학하였고
그렇게도부러웠던멋진교복도입었으며
그토록보고싶었던과목별교과서도받았다.

서울에서나는여러일자리를전전했다.
포장끈공장,구두닦기,디스코텍종업원,
관광나이트안내원,군고구마장사,카바레웨이터보조,
세차장,원단가게점원등
몸으로하는일에는이골이났다.

누군가는힘든세상살이했다고위로할수도있다.
그러나나로선시골에서2년동안아버지에게떠밀려
뙤약볕에서머슴살이하던때에비하면
도시생활은노력만하면
무서울것없는사회였다.
너무빠르게
나는어른이되어버렸다.
고달픈과정이었다.

아버지를통해골깊은쓰라린상처를받았지만
그상처덕분에나는
더치열하게살았다.
장남으로책임을다하기위해서
나뿐아니라우리가족모두가
사람답게살수있는환경을만들고싶어서
나자신을끊임없이벼르고다듬는노력을아끼지않았다.
철저한자신과의싸움이었다.
참,다행이다.
1985년11월,
봄날에제비가찾아오듯
우리가정에평온이찾아왔다.
내나이스물둘,
머리맡에먹다남은소주병을두고
아버지는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