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시대 (황혜란 수필집)

조연시대 (황혜란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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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랜 침묵 끝에 찾아온 이해와 화해의 순간들
가난과 죽음, 사회적 낙인으로 얼룩진 가족사가 세대 간의 이해와 사랑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황혜란의 서사는 한나 아렌트의 탄생성 개념을 통해 조망해 보면, 인간이 얼마나 놀라운 갱생의 힘을 지니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탄생이라는 사건은 작중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새 생명의 출산은 물론이고, 절망 속에서 맞이한 운명의 전환이나 오랜 침묵 끝에 찾아온 이해와 화해의 순간들도 일종의 새로운 탄생이다.
저자

황혜란

저자:황혜란
1977년12월경기도이천출생
2001년충북대학교국제경영학과졸업
2001년부터2016년무역회사근무
2011년결혼하여아들둘을둠
2022년브런치작가로활동시작
2022년제2회서울시교육청학습성장스토리공모전우수사례선정-『똑똑,마음이자라는소리』
2022년격월간『에세이스트』에수필「슈퍼가게아가씨」로등단
2023년아르코문학나눔독후감공모전장려상수상
2024년격월간『에세이스트』114호에문제작가신작특집
2024년12월<데일리한국>에평론가가뽑은좋은수필「진혼굿」게재
2025년『에세이스트』올해의작품상수상-「무당의딸이라미안합니다」
오래문학을꿈꾸며백여편의시와몇편의소설을썼지만아직습작이다.

목차


책머리에…4

제1부
문학이다가와하는말들…10
은빛자락…14
조연시대…18
3XL…22
인간온난화…26
시가먹는것인가요?…31
철학을먹고사는사람들…35
얼쑤절쑤…39
튼사이…45
불씨…50

제2부
흐린기억속의반란…56
남과여…63
안녕,나의세모집…69
슈퍼가게아가씨…75
천호동구옥의힘…82
너무가깝고도먼…90
보통그언저리어디쯤(1)…96
보통그언저리어디쯤(2)…102
무당딸이라미안합니다(1)…107
무당딸이라미안합니다(2)…114

제3부
첫아이를잃어버린그녀…120
무당이되기까지…126
신의줄기,대물림…134
무당의아이들…140
진혼굿…147
그녀의오지랖…154
죽음의그림자…162
도깨비방망이,간판도없는무당집…169

제4부
만취의계절…180
다시,만취의계절…184
헛된꿈은없다…191
육아가뭐길래…196
잠과의전쟁…200
방패…207
사주풀이를권합니다…211
…라면…216
제5부
막걸리두병…222
달리지않는여자…226
불안과감각에대하여…229
엄마뚝…234
어찌합니까…238
만병통치약…244
아저씨와아줌마…249
세개의눈…255

황혜란론
김지예신데렐라의환상을깨부수는‘꿈꾸는여자사람’…260

출판사 서평

작가는오랜망설임끝에과거의기억을써내기로결심한다.그녀는“우리가족이야기는대단할것없이부끄러울것도없는,보통그언저리어디쯤의이야기”지만,흐릿한기억의베일을걷어내고함께울고웃고사랑하고미워하며살았던날들을정직하게복원해보고싶은욕구에서비롯되었다고진술한다.과거를숨기지않고드러내겠다는작가의행위는일종의저항이며반란이다.즉침묵을깨고이야기함으로써그녀자신의세계를새로열어버리는의지의발현이다.진실한자기서사는자기삶속에서새로운의미를부여함으로써주체적인새로운탄생으로나아간다.

작가는가난하고험난했던부모의젊은시절을회고하는것으로타자인부모의삶을객관화하면서“둘이서아무것도없는것에서시작해네남매를그럭저럭키워낸것,이게기적이아니면뭘까”라고반문한다.정말로가진것없이시작했지만,네아이를길러낸성취는평범한부모의역할을넘어서하나의위대한시작이다.부모는주어진궁핍과불운에순응만하지않고행동을통해새현실을창조해낸주체들이다.
그러나이가족은또한번의격변에처해진다.가정을지탱하던어머니가돌연무당이되는길을택한것이다.첫아들을상실한오래묵은상처와가난한살림을일으키느라누적된고난의무게로남몰래힘겨웠던어머니는결국신내림을받아무당(샤먼)의운명을받아들인다.평범한식당주인이자아내,엄마였던여성이하루아침에영적인세계의중개자가된이극적변신은,한편으로는운명에순응한것처럼보이지만또다른한편으로는자기존재를새로이정의하는용기있는행동의첫걸음이다.하지만이를지켜본가족의입장은혼란스러울수밖에없었다.장녀였던작가본인은스물셋의나이에갑자기닥친현실앞에서“모든것이원통했고부끄럽고”무엇보다너무바빠서어린동생들마음을챙길겨를조차없었다고고백한다.어머니가신내림을받으러집을떠난사이,맏딸인그는집안의가장노릇을해야했고,어린세동생을돌보는부담을홀로짊어졌다.어머니의무당되기는어머니자신으로선새로운시작을위한자유의실행이었지만,그행동의파장은예측불가능한형태로가족들에게미쳤다.가족들에게의도치않은고통과책임을안긴셈인데그중가장큰피해자가큰딸이다.황혜란은당시심정을숨김없이밝힌다.그는한때“사과를받는다면응당내가받아야한다고”여겼을정도로어머니를원망했고,무당의딸이라는사실을세상에드러내는것조차수치스럽게느꼈다.심지어자신에게관심을보이는남자가있으면“엄마가무당”이고집안이망했다고일부러털어놓아상대를물러나게하는식으로배척과자기보호의무기로삼기도했다.이렇듯딸은어머니의새로운시작을받아들이지못한채분노와수치심에갇혀있었다.

가난과죽음,사회적낙인으로얼룩진가족사가세대간의이해와사랑으로승화되는과정을보여주는황혜란의서사는한나아렌트의탄생성개념을통해조망해보면,인간이얼마나놀라운갱생의힘을지니고있는지깨닫게한다.탄생이라는사건은작중여러형태로나타난다.새생명의출산은물론이고,절망속에서맞이한운명의전환이나오랜침묵끝에찾아온이해와화해의순간들도일종의새로운탄생이다.첫아들을잃고서도다시아이들을낳아가족을일군부모,중년에무당이되어자기운명을다시쓴어머니,그리고뒤늦게부모의삶을이해하며용서를실천한딸.이모두가탄생성의드라마를펼치는주인공들이다.자유는이들각자의선택과행동속에서구현된다.어머니는신내림을받아들이는용기를통해자기자신이되어볼자유를얻었고,딸은글쓰기로과거를공개하는것으로편견을깨는표현의자유를행사했으며,나아가용서의자유를발휘해스스로상처의굴레에서벗어났다.무엇보다이들의이야기는세계속책임의중요성을일깨운다.부모는자식을책임졌고,자식은부모의삶을이해함으로써그책임을함께짊어졌다.어머니는무당이라는특수한역할을통해가족과주변인의영혼까지돌보는책임을자임했다.이러한모습은아렌트가강조한,새롭게태어난존재를사랑하고돌보는일이인간사회의본질적과제라는통찰과상통한다.

결국황혜란의가족사는탄생과죽음의굴레속에서도이어지는인간행동의이야기다.한생명의탄생이때로는비극을불러왔지만,또다른행동과사랑으로그비극을이겨내며새로운역사를써내려간인간들의이야기이다.아렌트는인간세상이‘기적’없이유지될수없다고보았다.여기서기적이란다름아닌탄생성,즉새로운시작을향한인간의끊임없는능력이다.황혜란의어머니가절망속에서도새로운삶의방식을받아들이고,황혜란본인이그어려운기억을글로풀어우리앞에내놓은일자체가작은기적의증거라할수있다.탄생성의빛으로이작품을읽을때,우리는어떤세계도인간의행동을통해변화되고갱신될수있음을본다.그리고그새로운시작들은결코개인혼자만의일이아니라,서로얽힌삶속에서함께책임지며만들어가는역사임을깨닫게된다.황혜란의서사는고통과한계에굴복하지않고끊임없이새로태어나는인간정신에대한찬사이며,아렌트의철학이말해주는인간다움의존엄을생생히증언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