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일이 할머니 (지정숙 장편수필)

선일이 할머니 (지정숙 장편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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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공백을 껴안는 사람
이 글에 나타나는 ‘선일이 할머니’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결코 주체로 호명되지 못했던 여성들, 그중에서도 이름 없이, 권리 없이, 자존감 없이 살아가다 사라진 누군가이다. 공백처럼 설명할 수 없는 존재지만 사라져서는 안 될 존재다. 이 수필은 후기모더니즘의 윤리적 문학, 즉 타자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문학이다. 구조적 해명보다 사유 불가능한 타자성과의 조우, 그 ‘얼굴’ 앞에서 새로운 책임을 묻는다.
저자

지정숙

2017 격월간 『에세이스트』 77호 등단
2022 정경문학상 수상
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한자 강사

수필집 『당신을 환대하기 위하여』

목차

PROLOGUE……4

제1장 아주 조용한 귀향
낯선 워낭소리……12
작은 아기엄마……24
당당한 여자……33
신령님이시여……39
아주 조용한 귀향……46
제2장 무서운 아버지
소년가장이 되어……54
둥지를 마련하였으나……59
고통의 바다……63
제3장 기로에 선 여인
나이 많은 신랑을 만나다……76
개가를 결심하다……80
어색한 상봉……88
사랑방 사람들과 어머니……100
이상해진 사랑방 식구들……109
할아버지는 떠나시고……115
선일이의 가출……126
제4장 할머니의 고백
모내기하던 날……140
1955년 봄……147
고고(呱呱)의 소리가 들렸으나……149
니 아부지는 불쌍헌 사람이여……160
방물장수를 만나다……165
‘반야산’을 넘다……177
제5장 그게 아닌데
입학하던 날……186
‘연 날리기 사건’의 진실……194
제6장 선일이 할머니인데
요강을 깨뜨리다……204
선일이 할머니인데……215
제7장 할머니 죄송해요
작은 행복이란 환상……224
누구냐고……227
만약에……228
또 한 사람……230
누가 보면 어쩌려고……233
자꾸만 떠오르던 그 사람……235
팔자가 세다고……236
탈주로……238
사랑이란 무엇일까……240
왜 떠나야만 했던가……243

EPILOGUE……245
평론
김종완 공백의 여자, 함정의 출현……248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EPILOGUE

나는이글을쓰면서내가얼마나못된인간인지깨달았다.우리집을떠나신지반년도채되지않아하늘의별이되신할머니.“정숙아,니랑같이살믄…,안…될,거나?할미는….”말끝을흐려가며나를바라보던할머니께고개만끄덕여드렸어도좋았을것을.
할머니를무시했던죄,화풀이대상으로여긴죄,일거수일투족을일러바친죄,욕심과질투로없는죄까지덮어씌운죄….이죄를다어찌갚아야하나.
할머니,한번만이라도저를혼내주지그랬어요.왜바보처럼가만히있었나요.억울하면아니라고소리쳤어야죠.귀머거리처럼,벙어리처럼,눈뜬장님처럼그게뭐예요.
이제야알게되었네요.참다보면해결된다는걸.용서하는게용서받는거라는걸.사람을미워하면자신이힘들어진다는걸.사랑하는마음만있으면모든게아름다워보인다는걸.늦었지만늦지않았다생각할래요.그래야마음편히강을건널수있잖아요.누구나건너는마지막강을요.
할머니,‘암시랑투않다’며나를바라보셨던것기억나세요?그날할머니의눈빛은텅빈듯고요했답니다.중풍까지도마지막천형(天刑)으로받아들이며모든걸다이룬듯편한자세로누워있던할머니.저는그날의할머니모습을영영잊지못할거예요.할머니,할머니는하릴없이왔다가신분이아니었어요.맏며느리울엄니도와주셨잖아요.고집불통아버지효도하게하셨고요.오빠랑동생들사랑으로감쌌지요.제편들어주신거잘알아요.할머니가계셨기에우리집이평안했지요.살아남은육남매가잘자랄수있었지요.
할머니,감사해요.
잊지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