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향한우러름이전에,사람을향한손짓
이수필집의전반부는성서의구절과신앙적교훈을중심에두되,그것을설교적으로하지않고삶에서의체험으로썼다.성경구절의인용은권위의차용보다감정의교량으로쓰인다.“겸손”,“비움”,“사랑”과같은기독교의핵심덕목은구체적인인간관계와마음의자세로끌어온다.문체는담백하고정직하며,꾸밈이없다.‘하나님의방식으로인간을이해하려는’권지명은겸손과비움의실천이라는독특한신앙세계를그려냈다.
후반부는형식과어조가서정으로바뀌지만,이변화는주제의세속화라기보다신앙의내면화라할것이다.「다시일어서는갈대처럼」에서는믿음이자연의질서속에서발견되는회복력으로바뀐다.「내안의트로이목마」에서는‘내안의방심’이라는심리적개념으로윤리를새롭게번역한다.「삶을탱고처럼」에서는종교적사랑이인간관계의리듬으로전이된다.「함께라서행복하다」에서는신앙의공동체가가족과노동의공동체로재탄생한다.이러한과정을통해작가는자연,관계,노동,몸의언어로자기만의개성적인신앙의모습을드러낸다.신앙이철저히삶의형태로녹아든문체적진화다.
이작가의글에는곳곳에상처의그림자가어른거린다.그러나그상처들은절망이나어둠의기호가아니다.실패,부도,좌절,방심,외로움등의단어가반복적으로등장하지만,묘사가결코감정적으로과장되지않으면서,다시일어서는구체적인몸의자세로나타난다.그는절망을견디며딛고일어서는사람들의몸짓을보여주고있는것이다.
권지명작가에게신앙은하늘을향한우러름이전에,사람을향한손짓이다.그의문체는신앙의엄숙함과인간의따뜻함을동시에지니며,그의세계는고난과회복,기다림과함께의윤리로이루어져있다.그는신앙을일상의문장으로씀으로써,사랑이라는명제를삶의태도로증명하는작가다.
저자의말
에세이스트에등단한지어느덧1년이지났습니다.신인상을수상하던날의기억은지금도제마음속에선명하게남아있습니다.글을통해비로소삶의한지점에발을디뎠다는감격과,앞으로의시간을글로살아가야한다는다짐이동시에찾아왔던순간이었습니다.설렘과두려움이함께교차하던그날이후,저는글앞에서더욱조심스러워졌고동시에더성실해지고자노력해왔습니다.
그마음을잊지않기위해지난1년동안꾸준히글쓰기지도를받으며매주한편이상수필을써왔습니다.빠른결과를바라기보다,한문장이라도정직하게써내려가자는다짐으로시간을쌓아왔습니다.쓰고,고치고,다시쓰는과정은때로더디고고단했지만,그시간은제삶을정리하고저자신을다시바라보게하는소중한훈련이되었습니다.
수필쓰기는생각보다쉽게다가오지않았습니다.한편의글을완성하기까지수차례의퇴고가필요했고,문장하나를두고오래머무는날도많았습니다.쓰면쓸수록수필은기술의문제가아니라태도의문제라는사실을절실히깨닫게되었습니다.삶을정직하게바라보고감정을과장하지않으며,말의무게를스스로감당하는일,그것이수필쓰기의본질임을배워가는시간이었습니다.그과정속에서글은조금씩제삶의깊이를닮아가기시작했습니다.
이번수필집은신앙수필20편과일반수필20편,모두40편의글을4부로나누어묶었습니다.제1장은‘약속과실천’이라는주제로,믿음이삶으로이어지는지점을다루고자했습니다.겸손과사랑,실천과책임에대한질문을글속에담았습니다.제2장은‘서정과서사’로,일상의풍경과사람들,사회와시대를바라보는시선을담담하게풀어냈습니다.각부의글들은서로다른소재를다루고있지만,결국삶을성찰하고다시살아갈용기를묻는하나의흐름으로이어져있다고생각합니다.
신앙수필에는하나님앞에서의삶과내면의고백을담았습니다.흔들리고넘어지는순간들속에서도다시말씀앞에바로서고자했던마음을숨김없이적었습니다.일반수필에는일상에서만난사람과사건,그리고그속에서길어올린사유를담담한문장으로풀어냈습니다.신앙과일상은분리된영역이아니라,서로를비추며삶을더깊게만드는두개의축이라는믿음으로글을써내려갔습니다.
첫번째수필집을묶으며완성보다과정에대한감사가앞섭니다.이책은성취의기록이라기보다,포기하지않고써온시간에대한작은증명에가깝다고느낍니다.많은독자에게널리읽히지않더라도괜찮다고생각합니다.이글을끝까지읽어주시는단한분의독자가계시다면,그분을위해서라도저는계속글을쓰고발표해나가고자합니다.글쓰기는이제발표를위한작업이아니라,삶을정리하고자신을성찰하는하나의방식이되었기때문입니다.
이수필집이누군가의마음에조용히머물수있기를바랍니다.큰위로나즉각적인감동이아니더라도,한문장이오래남아삶을다시바라보게하는계기가된다면글의역할은충분하다고믿습니다.저는앞으로도같은마음으로,같은자리에서끊임없이글을써나가고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