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은 어디에 있는가 (안규수 수필집)

청산은 어디에 있는가 (안규수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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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온전한 ‘살아있음(Being)’의 서사
이 글은 죽음이라는 허구의 단어를 깨부순 자리에서 기어이 피어난 생의 찬란한 꽃이다. 질병과 노년의 쇠락을 삶 내부의 자연스러운 기후 변화로 받아들이는 순간, 병원 복도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그 무거운 정적조차도 온전히 살아내야 할 생의 엄중한 현실이 된다. 그의 글쓰기는 결코 떠나고 싶지 않은 인간의 뜨거운 미련과 생에 대한 갈증을 차가운 자연의 법칙 속에 꾹꾹 눌러 담는 과정이다. 내면의 거친 불협화음과 위엄 있는 투쟁이 주는 감동이 여기에 있다.
저자

안규수

전남보성벌교에서농민의아들로태어나자랐다.평생을고향농협에서농민을위해일했다.중학생때형님책상에있던소설『톰소여의모험』을읽고문학에눈을떴다.퇴직후에는순천대학교평생교육원문예창작과에서4년동안수업을들으며본격적으로문학에입문하였다.2010년『에세이스트』로수필등단,에세이스트올해의작품상을3회수상하였다.에세이스트작가회의전라지회장을역임했으며현재는에세이스트이사로활동중이다.
2020년수필집『무진으로가는길』,2024년『그것이바로너다』를펴냈고,이번에펴내는세번째수필집『청산은어디에있는가』는2024년담도암수술후에집필한글모음이다.팔마문학회,김승옥문학연구회,전남수필등순천지역문인들과교류하면서작품활동을이어가고있다.

목차

004작가의말-인생여행의경이로움

1부별로돌아가는길
016꽃잎이진자리에서
020비움으로채우는숲
024숲에서만난침묵
028청산(靑山)은어디에있는가
032인생은천줄기바람이다
036석양에보이는것들
040한걸음앞서걷던사람
044침묵의암벽
048마지막에남는것
052별로돌아가는길

2부회한(悔恨)의강
058시간의초상화
062손편지
066시간이머무는자리
071외로움을건너는시간
076가을의노래
081진트재에서서
086흐르는시간앞에서
091흙은아직숨쉬고있는가
096회한(悔恨)의강

3부그해겨울,순천만갈대밭
102숲은말이없다
107늑대의울음소리
112맑은바람이머무는자리
117선암매의향기
122그해겨울,순천만갈대밭

4부나도하나의산이다
128나도하나의산이다
133꿈은삶이고삶은꿈이다
137삶의무늬
142시간의강물
146시간이남긴여운
150아내의숲
155저녁숲이가장깊다
159침묵의사랑
164화이부동(和而不同)

5부꺼지지않는불빛
170감나무아래에서
175강물은흘러간다
180꺼지지않는불빛
184낡은돛을다시올리다
188다시걷는사람
192묵언(默言)의길
197소나무그늘에깃든다
201숲이남긴숨결
206천국의작은도서관
210함께걷는길

안규수론
215지금이순간의현존
김종완(문학평론가,격월간『에세이스트』발행인)

출판사 서평

1.‘죽어감’의절망을넘어선완전한‘살아있음(Being)’의선언
인간은누구나유한성을지니지만,대개는죽음을타자의영역으로밀어내며살아간다.하지만담도암발병과전이라는가혹한물리적한계앞에서소멸을정면으로마주하게된노작자는결코수동적인항복을선택하지않는다.안규수에게주치의가건넨“결말까지는본인의의지에달려있다”라는조언은다가올소멸을준비하라는타협안이아니었다.그것은마지막순간까지무수한선택지를오직살아있는자의주체적권리로채워넣으라는생의명령이었다.작가는4개월단위로유예되는시한부선고의냉혹한현실속에서도매일헬스장으로향하고,밤낮으로서실에앉아전력을다해붓을잡는다.이완강한행위들은언어가만들어낸‘죽음’이라는거짓명사에단한뼘의영토도먼저내어주지않겠다는장엄한응전이다.본수필집은소멸의비극을슬퍼하는유약한도구가아니라,마지막1분1초까지어떻게온전히존재(Being)할것인가를치열하게탐구한〈완전한'살아있음'의서사〉이다.

2.석양의빛아래서선명해지는일상의기적과비움의철학
치기어린젊은날의생이수직으로내리쬐는한낮의태양같았다면,저무는석양의기우는빛은이상하게도삶의윤곽을더또렷하게드러낸다.병원복도에서검사결과를기다리는무거운정적속에서작가는인생의해상도를최고치로끌어올린다.지위나명예,소유같은세속적치장들이암진단서한장으로하루아침에허상이되었을때,작가가선택한첫걸음은‘덜어냄’과‘비움’이다.그처절한비움의자리에서공기처럼당연했던일상들은비로소기적으로재발견된다.친구와나누던소주한잔,부엌의찌개끓는소리,아내의조곤한잔소리같은지극히사소한풍경들이사실은생의가장찬란한축복이었음을고백한다.깊은골짜기든거친돌밭이든가리지않고아래로만곧게파고드는차나무뿌리처럼,작가는고통의심연속으로정직하게직립하여지나온삶의무늬를온전히긍정하고누릴줄아는‘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의참뜻을전한다.

3.문학적메타포로복원한상징적세계와내면의청산(靑山)
본도서는하이데거,장보드리야르,자크데리다,롤랑바르트등현대실존철학의사유와긴밀하게맞닿아있으면서도,이를아름다운자연의메타포로승화시킨문학적성취를보여준다.순천만흑두루미의날갯짓에서머묾과떠남의본질을읽어내며미련없는담백한내려놓음을배우고,선산파묘과정에서목격한어머니의백골을통해인생의유한함을날것그대로성찰한다.특히표제작인〈청산은어디에있는가〉에서작가가규정하는청산은관습적인자연예찬의공간이아니다.그곳은세속의계산이침범하지못하는‘서늘하고맑은정신의상태’이며,그산에사는호랑이는자신을속이지못하게감시하는엄격한‘내면의눈’이다.가짜자아를발가벗기는호랑이의매서운포효를지나마침내가닿은내안의깊은고요,그것이바로작가가독자에게건네는궁극의안식처이다.

4.밤하늘의모든별이우물이되는우주적카타르시스
수필집의종장인〈별로돌아가는길〉에이르러작가는죽음이라는무겁고공포스러운단어를고정된의미에서완전히해방시킨다.법정스님의유서와어린왕자의세계를경유하여도달한그곳에서,밤하늘에빛나는수천억개의별들은통째로녹슨도르래를단우물이된다.모진세파를견디며마모된육체의붉은녹을있는그대로긍정할때,지상의오염과비극은천상의신선한생명수로정화(카타르시스)된다.인간은떠나도그가남긴시간은풍경속에각인되는법이다.작가는단순히사라지는것이아니라,자신이지워진자리마저역사와미래라는‘여백’과‘온기’의이름으로점유하고자한다.마지막순간까지생의주권을놓지않겠다는노작자의숨결이고스란히배어있는이묵직한족적은,소멸의공포를딛고‘지금,여기’를온전히살아내고자하는모든나그네들에게바치는가장자비롭고품격있는안내서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