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하고 지내요? (유정이 시수필)

요즘, 뭐하고 지내요? (유정이 시수필)

$18.42
Description
우아하고도 위험한 탈주 보고서
“요즘 뭐 하고 지내요?”라는 평범한 질문에 유정이 작가는 “인생을 쓰며 지내요, 저 자신을 읽고 있어요”라는 존재론적인 선언을 던집니다. 이 책은 사회적 역할과 관습이라는 견고한 영지(領地)를 이탈하여,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한 시인의 다정하고도 격렬한 ‘탈영 일지’입니다. 작가는 정통 시의 권위적 담장을 넘어 일상의 날것을 담아낼 수 있는 ‘시수필’이라는 자연의 벌판을 선택했습니다. 낭만적 환상이 ‘두부 장수의 종소리’라는 남루한 현실로 추락할 때 비탄 대신 까칠한 유머를 선택하고, 엄숙한 도서관을 세포들이 깨어나는 ‘시끄러운 사유의 축제장’으로 전복시키는 문학적 마술이 눈부십니다. 안락한 정박 대신 위험한 소풍을 선택한 이 우아한 탈주극은, 낡은 세계의 의미를 해체하고 독자 스스로 제 몫의 그늘을 읽어내게 하는 ‘해방의 초대장’이 될 것입니다.
저자

유정이

1993.현대시학등단
시집『내가사랑한도둑』외

히말라야를,알라스카를,눈깊은지중해를많이도헤매걸었다.어느바람이떠도는신발을신겼던것일까.손님드문카페에놓인작은화분과그것을내어놓는손의마음을안다.어디에있어도나는키작은화분이되어볕을쪼이는일이좋았다.멀리떠나고싶을때는더깊이스미고싶던때였다.한켤레낡은신발을등에메었다.입가에벌건고춧가루를묻히고김치를버무리던,사랑하는당신과핑,퐁,핑,퐁작은공을주고받던,세상에서제일먼곳에들어선다.

목차

프롤로그
1부귀안에종소리
2부키스는그렇게태어나요
3부긴이야기기차
4부부디흐르세요
5부당신과나이렇게피어있어요
6부서재의신음
7부비첨벙시첨벙
8부나는파랑의반대말
9부계절의제조하다

유정이론
우아하고도위험한탈주보고서/조정은

출판사 서평

1.시와수필의경계를허무는새로운문학적실험
에세이스트사에서출간된유정이작가의《요즘,뭐하고지내요?》는정형화된정통시의무게감을벗어던지고,삶의날것을정직하게담아낸‘시수필’이라는독특한장르적실험을선보인다.저자는시인이라는엄격한가면뒤에숨기보다,비오는아침의초코라떼처럼누구나따뜻하게마실수있는일상의언어로독자에게안부를건넨다.문장을예술의영역으로박제하지않고여전히펄떡이는‘심장’의상태로건네는이책은,낡은관습의언어를버리고‘날것의생명력’을복원해나가는한시인의숭고한이동경로를담고있다.

2.남루한일상을구출하는해학과유머의미학
총9부로촘촘하게짜인이수필집은삶의비루함과고단함을결코비장하게다루지않는다.30년전첫입맞춤의순간들렸던성스러운영혼의종소리가세월이흘러친구의투박한질문앞에서‘교회종소리’나‘두부장수의종소리’였을지도모른다는사실을깨닫는순간,저자는비탄에잠기는대신“제대로종쳤던겁니다”라는자조적인유머로상황을경쾌하게비튼다.또한,외국여행에서날짜를착각해공항에서비행기를놓친일화를스스로‘헛똑똑이’라부르며가볍고경쾌한삶의노정을다시그려낸다.갑작스러운우박에구멍이숭숭나버린김장배추를보며고난을견디는생의의지를읽어내고,비극이라는상투적인신화를거부한채상처의이면에서기어이눈부신실존의진주를발굴해내는저자만의섬세한기호학적시선은사물과삶을대하는저자만의깊은예의와복원력을보여준다.

3.정적인공간을깨우는사유의축제,그리고존재론적선언
이책의가장큰매력은익숙한세계를낯설게조합하여낡아가는세계를새롭게태어나게하는문학적마술에있다.엄숙한규율과침묵이강요되는도서관은저자의시선이닿는순간,서고의책들이“팝콘처럼제몸을뒤집어향기로운말을낳는”시끄러운사유의축제장으로전복된다.“깜빡,당신생각을켜놓고잠못드는날이많아요”라는단열일곱글자의시를통해불면의고통을지극한응시의성소로바꾸어놓기도한다.나아가저자는사회가부여한역할이라는낡은옷을벗어던지고통장을털어크루즈배에올라타는대담한‘실존적망명’을꿈꾼다.“뭐하고지내요?”라는동료의평범한질문에“원고를쓴다”는기능적답변대신,“인생을쓰며지내요,저자신을읽고있어요”라는저자의답변은이책전체를관통하는주제이기도하다.스스로를철저히통제된영지(領地)로부터탈영시켜자신의삶이라는영토를개간하는‘존재의경작자’로거듭나겠다는결연한의지인것이다.

4.‘어느새’의회한을‘이만큼’의감사로바꾸는중년의문학
가을을한해의중년으로바라보는저자는지나간시간의결을더듬으며문장을적어내려갔다.붙잡을수없는시간에대해‘어느새중년의길목에서서흰머리를헤아린다’는진한아쉬움과회한을고백하면서도,이내‘이만큼오면서크게다친바없고,입안의이가보이도록활짝웃은적많았으니수고했다’며스스로와세상을향해넉넉한이불을덮어준다.
천상병시인의말처럼한생을‘소풍’으로바라보며,위험할지라도특별한생의축제를포기하지말고김밥을싸서떠나자고나긋하게권유하는저자의목소리는독자들의얼어붙은마음을녹이기에충분하다.규격화된사회적정답만을강요하는이세상의모든견고한질서를향해던지는가장우아하고도위험한탈주보고서.이책을덮는순간,우리역시지루하고낡은일상으로부터기분좋은탈영을감행하고싶어질것이다.가을날빗물흐르는유리창카페에서따뜻한초코라떼를마시듯,이다정하고도치열한문장들의성찬을기쁘게음미해보길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