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의사가 되어 아버지의 죽음을 생각하다)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의사가 되어 아버지의 죽음을 생각하다)

$13.00
Description
하루에도 몇 번씩 시한부의 삶을 선고하는 종양내과 의사가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많은 환자가 병에 대한 불안,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남은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껴온 14년차 내과 전문의 김선영이 죽음과 삶, 그 경계에서 바라본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언젠가 맞이할 자신의 죽음에 대해 사유하는 에세이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항암제를 처방하고, 항암제의 효과가 다하면 환자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알리고, 임종을 맞고, 그렇게 수많은 환자를 저세상으로 보냈던 저자는 자신 또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암으로 잃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어떻게 죽음을 인정하고 겪어낼 것인지를 모색한다. 언제일지 모르는 끝까지 꽉 찬 삶을 살고, 마지막까지 소중한 것을 놓지 않으면 죽음은 그리 허무한 것만은 아님을, 삶은 그렇게 끝이 나버리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병원 내부의 풍경과 더불어 어렴풋이 알고 있는 암, 항암 치료, 대체 요법에 엄밀히 접근한다. 연명의료법, 사전돌봄계획, 완화적 진정 등 의료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슈들을 짚어가며 죽음에 대비하는 다양한 방법을 살펴보는 등 죽음에 대한 담론에서 시작해 인간의 실존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대비책을 담아냄으로써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하지만 슬프지만은 않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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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선영

어느새삶의절반을병원에서보낸대학병원의사다.의료의목적이뭔지늘의문이지만여전히‘3분진료공장’의부품으로서열심히살아가고자애쓴다.서울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사,박사학위를취득했다.서울대병원과국립암센터를거쳐현재서울아산병원종양내과부교수로있다.의료전문지《청년의사》에칼럼을기고하면서글쓰기를시작했고,암으로사망한아버지의투병일기를통해오늘의진료현장을조망하는에세이《잃었지만잊지않은것들》과의사집단과사회의불화를들여다본《의사들은왜그래?》를썼다.

목차

#1우리의길고아픈밤_암환자의딸
부모님의병상일기를톺아보다11
암을진단받은세아이의아버지16
브레이킹배드뉴스22
어린자녀를두고떠나야하는이들에게29
잿빛의시간39
몸에박힌,몸이아닌것들49
조언보다관심을60
평화로운마지막3개월을위하여68
우리는타인의슬픔을이해할수있는가80
바람저편에

2
당신의삶을지키고싶습니다_암환자의주치의
종양내과는뭘하는곳인가요?99
환자들은왜대체요법에의지하는가?109
휴대전화번호를주실수있나요?117
해줄것이없는환자127
병원에서받은마음의상처140
당신의부모라면어떻게하겠습니까?149
제발,마지막소원입니다157
건강을도로주소서168

#3
삶은잠시도멈춘적이없습니다_엄마가되어
부모의마음185
나는네편이다191
간호사가되고싶어요195
내가고자라니!199
신천역에서204
내인생의대머리들207
내가암환자가된다면216

에필로그227

출판사 서평

27년만에복기해본아버지의죽음
“슬픔을안고산다고인생에서누릴수있는기쁨이사라지는것은아니다”

아버지를일찍떠나보내고앞만보며달려온저자는우연처럼아버지투병당시부모님이함께써출간했던투병에세이를찾아읽게되며해묵은상처를직시하게된다.

환자를살리지못한다는무력감한가운데서어린시절의기억이되살아나기시작하면,이비극에서한발물러나있기가너무힘이든다._33쪽

다시펼쳐본부모님의일기는죽음을앞둔사람과그가족이주어진상황을어떻게받아들이는지,고통이어떻게일상이되어가는지가담겨있다.저자는의사가되어톺아보니,지나버린그일상을조금더평온하게유지하거나조금더특별하게장식했을수도있었다며후회한다.한편으로그때는암환자의가족이었지만지금은암환자를마주하는의사로서힘든시간을보내고있는이들에게도움이될말들을기록해나가기시작한다.

우리에게의사란어떤존재인가?긴시간을기다린끝에겨우만났지만항상충분하지않은설명과냉정한말로아픈우리에게마음의상처까지주는멀고도어려운존재가아닌가.

병원에서일하면서모든죽음을다기억하고의미를되새길수는없다.그렇다고사람들이흔히생각하듯무감각해지는것은아니다.모든죽음은그무게만큼힘겹고슬프며,그것을가장가까이에서겪어내는병동간호사들은종종극심한소진에빠진다.의료인인우리들은죽음의민낯을가장잘아는사람들이다._85쪽

저자스스로정의내린의사는환자에게서죽음이라는장막을조금씩걷어내어그아래약간의숨쉴공간을마련해주는사람이다.“3시간동안40명.”이것은그녀가외래진료실에서만나야할환자의수다.덤덤히긴치료의여정을겪어내는저자에게힘든일중으뜸은바로어린자녀를둔환자를대하는일이다.저자또한두아이를둔엄마이자,어린시절아버지를여윈유가족이기에.남아있는몇주의시간또한엄연한삶이기에,그시간을온전하게채우는방법을알려주려고민하고,말을고르고,그리고여전히부족하다며자책한다.세상을떠난환자에게쓴,미처보내지못한편지는슬픔을겪고있는사람들에게위로가되는조언을담고있다.
아빠를잊을수있어서그러는건아니에요.슬픔은인생에서사라지지않아요.외면할수도없죠.하지만슬픔은영원히괴로워해야할낙인같은것은아니에요.슬픔을안고산다고인생에서누릴수있는기쁨이사라지는것은아니에요.당신을기억하고슬퍼하겠지만,그것이그아이의행복을갉아먹진않을것이니,먼곳에서도너무걱정하지않았으면좋겠어요._38쪽


패배하기마련인죽음과의투쟁중인당신에게
죽어가는대신살아가기를,잃었지만잊지않기를

인간이태어나서3개월,즉백일까지를삶에적응하는시간이라고한다면,죽기전3개월은죽음에적응하는시간이다.수많은그죽음의과정을지켜본데다아버지의죽음까지일찌감치겪은터라그어떤죽음도이해할수있다고생각했던저자는글을쓰기시작하며그어떤죽어가는이의고통도,그를알고사랑해온사람들의슬픔도온전히이해할수는없음을깨닫는다.

병원에서슬픔을공부할기회는언제나있지만,그것을일상에서건져올리기는쉽지않다.이것부터시작하자.죽음을안다고함부로말하지않는것.타인의슬픔의깊이는내가이해할수있는언저리너머저심연에있음을인정하는것.그리고그것을존중하는것._86쪽

죽음을앞둔사람과가족을대하는태도에대한성찰도깊고진지하다.병에좋다는정보나음식을검증하지않고권하는일이나,곧좋아질것이라는대책없는희망,간절하게기도하면이뤄질것이라는신앙이어떤위험을내포하고있는지를꼬집는다.선의를행하는내가주는마음보다“상대가받는마음을더중심에놓는것”이바로위로의핵심이라고당부하며가족의지난날을돌이켜본다.

그누구도엄마에게잘했다고,최선을다했다고,고맙다고,괜찮다고하지않았다.아픈남편을돌보는삶그자체를걱정했고,남편없이살아갈날들을걱정해주었지만,엄마의삶을긍정하고믿어주는사람은없었다.나를포함해서……엄마는이에죄책감과회피라는방어기제로대응할수밖에없었던것일지도모른다._91쪽

더이상손쓸수없이암이진행된환자들에게는통증완화를위한길을안내하며협조를요청한다.조금이라도더편안한마지막은의료진의노력만으로불가능하기때문이다.진통제에중독될까봐,통증을참지못하면암이자랄까봐,무뚝뚝한의료진이불편해통증을말하지않는환자들에게스스로통증을평가하고말하라고독려한다.
또한몸과마음이쇠약해져스스로의사표현을하기어려울때를대비하여지금‘사전돌봄계획’을세울것을권한다.사전돌봄계획이란자신의삶에서무엇이중요한지,죽음의과정에서어떤돌봄을받기를원하는지에대해미리생각해보는것이다.

1.나의삶에의미를부여하는것들은무엇인가?
2.가족과친구들이알고기억했으면하는것들은무엇인가?
3.죽음을앞둔상황에서어떤것이나에게중요할것인가?

《잃었지만잊지않은것들》을읽는다는것은어쩌면이질문에당도하는과정일지도모른다.책을읽어내며위질문에답하다보면상실과부재가아닌,채우고나누는전에없던죽음의가능성을믿는힘을얻게될것이다.

나는울고싶지않은게아니라울자고말하고싶었던것같다.죽음은우리가족만의특별한비극이아니며,당신의비극역시당신만이겪어야하는운명적인고통은아니니부끄러워말고마음껏울자고말하고싶었던것이다.슬픔은의외로도처에널려있고우리는모두슬픔을견디며살아간다._228쪽,〈에필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