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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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언어를 잃어버린 외국인의 상하이 분투기!
순도 100퍼센트 외국인이 된다는 것, 다른 호흡으로 작동하는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유려하고 재치 있는 문체로 역설한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 그리고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언어교육학자이자 사회언어학자인 백승주가 2017년 9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교에 교환교수로 파견된 후 여행자가 아닌 순도 100퍼센트 외국인으로 살아보기로 결심하고 경험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저자가 제일 먼저 결심한 것은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중국어를 배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완벽한 문맹이 되어 타국으로 들어갔다. 언어학자로서 자신의 디폴트값을 내려놓는 문맹 되기는 가슴 두근거리는 혼자만의 비밀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어떤 사회에서 문맹으로 산다는 건 낭만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엄혹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저자는 매일매일 익숙하게 작동되던 디폴트값 대신 새로운 디폴트값을 찾아내고, 낯선 리듬에 몸을 맞춰갔다.

각 에피소드를 통해 저자는 어떤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라는 큰 풍경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한 사람의 정체성과 한 사회의 정체성은 언어를 비롯한 여러 상징으로 연결되고 조직되며, 문화라는 것도 기실 다양한 디폴트값들의 묶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세상에 고정된 절대 값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기본 값에서 벗어날 때 갑갑했던 일상에 틈이 생기고, 진짜 여행자의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저자

백승주

1976년한국의변방제주에서나고자랐다.제주의작은방에서보르헤스와로맹가리,롤랑바르트,고종석이라는이름을가진선생들을만나세상에대해읽고쓰는법을배웠다.섬을탈출해육지로건너와서는서강대학교한국어교육원에서10년동안외국학생들에게한국어를가르쳤다.이시간동안한국과한국어를타자의눈으로보는법을익혔다.지금은전남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서한국어교육학과사회언어학을연구하고가르치고있다.2017년9월부터2018년7월까지약1년간중국상하이푸단대학교에교환교수로파견되어,그곳에서중국학생들에게한국어를가르쳤다.
조금긴호흡의글이지만사람들의생각과마음에작은균열을내는돌멩이같은글을쓰려노력중이다.

목차

작가의말

ㆍ변신,또는외국인되기
ㆍ가리키기는일종의초능력
ㆍ버스가가진수많은풍경들
ㆍ물좀주소
ㆍ지하철이있는도시에산다는것
ㆍ흠결없는영혼이어디있으랴
ㆍ슈퍼리치의악몽
ㆍ인간의입이란보잘것없습니다
ㆍtoshanghai[verb]
ㆍ미로와미궁의세계사
ㆍ연어의맛
ㆍ나는,느리지만오래달릴수있다
ㆍ중국이라는거인이수집한트로피
ㆍ사적인일기가널린거리
ㆍ마오의나라에서햄버거를먹다
ㆍ소리로지은박물관

감사의글

출판사 서평

해독할수없는문자속으로걸어가는순간,
세계는다시시작된다!

어떤사회에서‘문맹’으로산다는것은무엇인가
언어를잃어버린가련한언어학자가
온몸으로관통한상하이분투기

오락은있지만성찰은없는외국인탐닉시대.이방인의눈으로익숙한것을뒤집어보는것에그어느때보다열광하는시대.《어느언어학자의문맹체류기》는이런외국인전성시대에순도100퍼센트외국인이된다는것,다른호흡으로작동하는세계에서살아간다는것의의미를유려하고재치있는문체로역설한책이다.

저자백승주는외국인에게한국어를가르치는한국어교사.그리고대학에서학생들에게언어를가르치는언어교육학자이자사회언어학자이다.그는지난10여년간외국학생들을가르치면서,아무연고없는한국땅을용감하게찾아와낯선언어를배우는까닭을궁금해하고,완전한이방인으로살아가는삶에호기심을느낀다.그런그에게낯선땅중국상하이에서1년동안머물기회가주어졌다.2017년9월부터2018년7월까지중국상하이푸단대학교에교환교수로파견된것.저자는이기회를여행자가아닌순도100퍼센트외국인으로살아보기로했다.그리하여그가제일먼저결심한것은이것.‘공항에도착하는순간까지중국어를배우지않는다.’저자는완벽한‘문맹’이되어타국으로들어간다.언어학자로서자신의디폴트값을내려놓는‘문맹되기’는가슴두근거리는혼자만의비밀프로젝트였다.하지만어떤사회에서‘문맹’으로산다는건낭만하고는전혀관계없는엄혹한날들의연속이었다.

언어를매개로타인과세상에연결되던한사람이언어를잃고난뒤,자기자신과뿌리,사람과사회,일상과공간,삶의의미로사유를확장하는이책은,모두16편의에피소드를담고있다.단순한해외체류기라기보다는자신의경험에사유를녹여낸아주진진한인문에세이에가깝다.익숙한디폴트값을뒤집는매혹적인이야기들을통해일상의진부함을타파하는한층더넓고깊은시각을가지게될것이다.

지금,당신눈에는무엇이보이는가
순도100퍼센트외국인이된다는건
매일매일새로운디폴트값을찾는것!

첫번째글「변신,또는외국인되기」는상하이푸둥공항에도착한순간을회상하며시작한다.아메리카노라는흔한단어가스타벅스에서통하지않는다는사실을깨달은저자는한영장류학자의원숭이실험을떠올린다.낯선공간에서낯선원숭이를만난붉은원숭이는어색함을무마하고공격의사가없다는유대감을표시하기위해이빨을드러내며모자란웃음을짓는데,낯선나라에서외국인이된순간우리모두는결국자신이털없는영장류임을확인하게된다는것.

재치있는비유로외국인이된순간을묘사한저자는,새로운세상의문법을익히기위해제일먼저할일은‘눈을뜨는것’이라고말한다.눈을뜨라니,무슨말일까?똑같은출퇴근길,언제나비슷한주말,모든것이변하고새롭지만일상에길들여진우리눈은‘바라보는것’을거부한다.그러나외국인이된순간은다르다.외국인은봐야만한다.봐야할것이너무많다.언어를잃어버린외국인은제대로보지않으면생존할수없기때문이다.결국외국인이된다는건몸을바꾸는일,즉변신을하는일이다.

“외국의공항에내리는순간은일상의자동조종장치가꺼지는순간이다.‘눈감고도갈수있는길’은이제없다.대신다른리듬과호흡으로이루어진세계가눈앞에펼쳐진다.해독할수없는문자와언어속으로걸어가는순간,나는내눈앞에벌어진광경을결코외면할수없다는사실을깨닫는다.적어도상하이에있는대학에서강의를하게될1년동안은.나는여기에관광객으로온것이아니다.나의동공은끊임없이확대된다.”-본문13쪽

저자는매일매일익숙하게작동되던디폴트값대신새로운디폴트값을찾아내고,낯선리듬에몸을맞춰간다.「가리키기는일종의초능력」「물좀주소」「인간의입이란보잘것없습니다」「마오의나라에서햄버거를먹다」까지,각에피소드를통해독자역시자신을둘러싼디폴트값을확인하며세상에고정된절대값은없다는것을깨닫게된다.당연하게여기던통념으로부터조금씩자유로워지는것이다.이는곧,굳이멀리떠나지않더라도자신을조정해왔던디폴트값이무엇인지깨닫고그기본값에서벗어날때갑갑했던일상에틈이생기고,진짜여행자의삶을시작할수있다는인식의전환으로나아간다.

사람과사회라는풍경을읽어내기위하여
언어-사회-사람의고리를잇는유쾌하고단단한사유

언어학자인만큼책에는언어-사회-사람의고리를잇는신선하고도유쾌한시선이곳곳에드러난다.「버스가가진수많은풍경들」에서저자는타야할버스를찾지못해발을동동굴리는긴박한사건으로부터‘버스’라는단어의기원‘옴니버스’를도출해내고,끼니로때울달걀을삶으면서인간의입에대한명상으로확대되는「인간의입이란보잘것없습니다」에서는먹는행위에말이어떻게개입되는지를티라노사우루스와마녀,셰프,사냥이라는흥미진진한소재와줄줄이엮어고찰한다.

“인간은‘말’과‘음식’으로자신이사는세계를분류하고질서를부여하려한다.먹을수있는것과먹을수없는것,어떤것을먹으려는사람과먹는것을막으려는사람,어떤것을먹이려는사람들과그것을먹지않으려는사람들.먹을수있는공간과먹을수없는공간,나와같이음식을나누는자와나와같이나누지않는자.같이음식을먹고싶은자와먹기싫은자등등.이런분류와명명은모두언어로이루어진다.”-본문93쪽

그가책전면을통해독자에게전달하고싶은메시지는어떤단어를진정으로이해하기위해서는사람과사람,사람과사회라는큰풍경을이해하는과정이필요하다는것,한사람의정체성과한사회의정체성은언어를비롯한여러상징으로연결되고조직되며,‘문화’라는것도기실다양한디폴트값들의묶음이라는것이다.

“어떤길을걸을때사람들은그들이살아온시간과공간,그리고기억과생각들을같이끌고온다.이를테면사람들은자신만의우주를끌고와서길위에그것들을포개놓는다.그렇게그길은각자에게모두다른길이된다.”-본문174쪽

구곡교에서는좀비를,상하이박물관에서는바우어새를
절묘한비유,지적인유머로메시지를드러내는신박한글쓰기

특히저자는이모든이야기들을한순간도지루하지않게절묘한비유와지적인유머로참신하고진진하게풀어낸다.「슈퍼리치의악몽」에서명나라세도가반윤단이만든아름다운건축물‘구곡교’를반윤단의악몽과연결시켜강시와좀비로마감하는저자의능청스러운글재주는새삼감탄을자아내고,라오창팡이라는상하이최대도살장에서그유명한그리스로마신화‘크레타의미궁’을떠올리고과거와현재,중국과한국을넘나들며근현대사를뭉근하게녹여낸「미로와미궁의세계사」는저자만의독창적인사유가가장잘드러나는대목이다.

“끔찍하기는하지만악몽에도좋은점이하나있다.그것은바로공평함이다.세금과달리악몽은공평하다.악몽은나이나지위,빈부를가리지않고누구에게나찾아가기때문이다.막상이렇게써놓고보니악몽이그렇게공평하지는않은것같다.나는세상의악한들과학살자들,그리고무엇보다도나를괴롭히는인간들에게악몽의누진제가적용되었으면좋겠다.아무튼,국세청은속일수있지만악몽은따돌릴수없다.”-본문77쪽

책의마지막에피소드인「소리로지은박물관」에서는‘쉬거우’라는가상의예술가를창조해세계유수박물관의본질과예술,지금은자취를감춘소리들을좇는다.암컷을유인하기위해온갖장식품으로둥지진입로를꾸미고둥지가커보이게끔착시현상까지일으키는바우어새를국가와박물관에빗댄부분도새롭다.여행과외국인되기를끊임없이갈망하는요즘,그리하여세계유수의박물관을관람하는일이더이상특별한경험이아닌시대에박물관의기능과예술의의미를반문하는마지막에피소드는더없이귀중하다.

“이제부터비밀을하나이야기하겠다.부디어디가서얘기하고다니지말기를.박물관,특히국가가만든박물관의기능중하나는관람객들을지쳐나가떨어지게만드는것이다.그이유는?박물관의거대함을알리는데에는그것보다더좋은방법은없기때문이다.박물관의거대함은단순히박물관의규모만가리키는것이아니라그박물관을지은상상의공동체(국가)의거대함과위대함을보여준다.이원리는중국의상하이박물관이든,프랑스의루브르박물관이든,한국의국립중앙박물관이든다똑같다.”-본문2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