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 (오한기 장편소설)

가정법 (오한기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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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전 제가 되고 싶습니다. 오로지 제가 되고 싶습니다!”
인간이기조차 무던히 실패하는 세계를 살아내는 일,
그 외롭고 날 선 순간들에 대한 대담한 기록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가 오한기 신작 장편소설 《가정법》
소설가들이 주목하는 소설가, 문학 이후의 문학을 선취하고 있는 오한기의 세 번째 장편소설 《가정법》이 출간되었다. 문학의 외연을 확장하며 허구야말로 가장 치열한 현실임을 보여 온 오한기가 이번에는 타자-되기의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가정법》의 화자는 어느 순간 자신이 스스로 원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오렌지가 되어 껍질이 벗겨지기도 하고, 광인의 심장이 되어 쉴 새 없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이 매력적이고 문제적인 상상력을 통해 독자들은 인간으로 존재하기조차 힘든 시대의 현상들을 직시하고, 그 자리에서 기록되는 외롭고 날 선 폭력의 역사를 함께 목도하게 된다. ‘나는 내가 되고자 하는 것이 된다’는 모더니즘의 주제를 문학적으로 변주하며, 이 소설은 과연 우리는 우리가 되고 싶은 존재가, 타자가, 더 나아가서는 나 자신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

오한기

동국대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고,2012년<현대문학>신인추천으로등단했다.소설집《의인법》,장편소설《홍학이된사나이》《나는자급자족한다》를썼다.제7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가정법…7
작가의말…267

출판사 서평

젊은문학의최전선이라고해도과언이아닐‘후장사실주의’의전선에서오한기는가장멀리,먼저도달해있는작가였다.그러나‘후장사실주의자’라는수식이오한기를따라잡으려는찰나,오한기는이미또다른문학의전선으로넘어가새로운문학적투쟁을시작한다.쓰는자아를전면에내세워온이전의작품에서한걸음더나아가며,《가정법》에서는쓰는자아가동시에쓰이는자아가된다.오한기의가로지르기(meta-)는쓰는/쓰이는자,현실/소설의경계를뒤흔들면서,종국에는쓰는/읽는자의경계를뒤흔든다.독자의이해만큼소설은다시쓰인다.이런방식으로《가정법》은다음시대의소설을예언처럼품고있다.이것을가능케하는것은작가의방대한지식,예리한소설적도구,무엇보다세계에대한감각이다.소설가김봉곤의추천사가말해주듯《가정법》은“마치‘소망의거울’처럼독자가간절히원하는이야기를마법처럼눈앞에펼쳐보이”며독자를새로운세계속으로이끈다.지금의오한기를읽는것은한국문학이어디로갈수있는가를가늠해보는일이며,독자인우리가어디까지갈수있는가를생각해보는일이된다.

“일단사람이라는테두리에서벗어나볼까”
현실에침입하는문학적상상력,
물화된인간의안팎을넘나드는탁월한서술의힘,

소설은죽음을경험한화자가‘나는내가되고싶은것이될수있다’는사실을깨달으며시작된다.주인공은형광등이되기도하고유명여배우가되기도하고돌멩이가되기도한다.무언가되고자하는,그래서되고싶은대로되어버리는설정의힘으로세상을독파해나가면서,이소설은자본주의사회속에서대체가능한존재로필사적으로분열되는자아의목소리를받아적는다.
이런분열적인화자는단단하고딱딱하게구성된세계와불화할수밖에없는운명에처해있다.구획된구조속으로들어갈때세계와자아의갈등은더욱심화된다.구조는개인에게폭력을행사한다.화자는미용학교기숙사관리원으로취직하는데,여기에서기숙사감독관인일명‘개구리’의폭력을목도한다.개구리의폭력은일면약자인기숙사학생에게만일방향적으로이루어지는듯보이지만실상은그렇지않다.화자는형광등불빛이되어폭력의자리에존재하면서또다른폭력의대상이된다.

좋아요.제가언제어디서나저라고가정해봅시다.그럼개구리는제가있는데도 벌거벗고추잡한짓거리를했다는건데,저를의도적으로무시한겁니까?저를 사람취급하지않았단말입니까?제시선따위는아무것도아니라는겁니까?
―본문44쪽

타인이되려는시도는매번실패한다.우리는타인이되기위해세계를나의방식으로포섭하려한다.이로써폭력의대상은손쉽게폭력의주체가된다.‘이해’나‘사랑’,‘연대’등은폭력의언어로탈바꿈한다.아름다움이나문학의이름으로말해지는폭력의미묘한결들을,오한기는인간을벗어난시선을통해포착해낸다.

나는너를사랑해.
나무가진진에게고백한다.
왜네마음대로나를사랑하는건데?기분나쁘게.
내마음대로사랑하지도못해?
당연하지.
그런건가.
응.
내가주제넘은건가?
응.
―본문165쪽

사랑의시도,타자-되기의시도조차실패하는무참한세계속에서우리는어떻게타인이,아니면적어도자기자신이될수있는가?타자를존재하게하는‘오늘의나’라는감각은어떻게가능한가?나와타인이모두존재의기표사이로굴러떨어지는이‘가정법’의순간.독자는앨리스가토끼굴로굴러떨어지듯오한기가만든소설의공간으로초대받고,무수한기표의연쇄속에서타자-되기의가능성을고민하게된다.

“믿을수없을만큼과감하고대책없이상냥한가정”
이토록무참한아이러니의세계를돌파하는
소설-쓰기의대담함!

개체가물화되는현실속에서문학은종종연대와공감의가능성을찾는다.공감의가능성은타인이되는일,곧소설의일에있다.그러나오한기는오히려소설을통해‘타자-되기’의가능성에질문을던진다.소설속화자가되려고하는존재는인간,혹은생명체가아니다.화자는무생물이되기도하고심지어하나의관념,이를테면‘고요’나‘물구나무서기’와같은관념이되기도한다.그리고외부로자신을내던진후에,나의육체라는경계너머에서이쪽을바라보는새로운시선을제공한다.낯선시선으로이쪽편을넘어볼때더선명해지는것들이우리의감각과사유를확장한다.
한편모더니즘의인간이만들어낸물화된세계를역으로소설로탄생시키면서,오한기는‘되기’에도의문을던진다.과연인간은생각하는것이될수있는존재일까?무엇이된다는것은타인에대한주체의폭력을의미하지는않는가?그러나이렇게단절적인세계속에서우리는폭력이외의방식으로타자가될수있는가?혹은타자에게서폭력이외의방식을배울수있는가?《가정법》은연대와공감이시대감수성이된이시기에그어려움에대해말하는대담한소설이라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