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창문 (2019년 제13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호텔 창문 (2019년 제13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12.00
Description
한국문학의 역사를 더듬어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시간!
2019년 제13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호텔 창문』. 한국문학의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소설가 김유정의 문학적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어 지난 한 해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별하여 시상해온 김유정문학상은 현재 한국문학의 의미 있는 흐름을 짚어보는 계기가 되어왔다.

2019년에는 죄의식이라는 화두 아래 죄 없는 죄의식에 대한 치밀한 성찰을 보여주는 편혜영의 《호텔 창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죄 없는 죄의식에 대한 치밀한 성찰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죄로 확정 지을 수 없는 것들을 죄로 규정하고, 그러기 위해서 과도한 죄의식을 타인에게 부여하고, 그리고 죄 없는 죄의식의 존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내밀하게 작동하고 있는 원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밖에 6명의 여성작가의 작품들로만 꾸려지게 된 수상후보작들을 통해 현재 우리사회를 관통하는 중요한 흐름을 문학적으로 짚어볼 수 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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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편혜영

2000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아오이가든》《사육장쪽으로》《저녁의구애》《밤이지나간다》《소년이로》와장편소설《재와빨강》《서쪽숲에갔다》《선의법칙》《홀TheHole》《죽은자로하여금》이있다.

목차

심사평
수상소감

수상작
편혜영ㆍ호텔창문

수상후보작
김금희ㆍ기괴의탄생
김사과ㆍ예술가와그의보헤미안친구
김혜진ㆍ자정구렵
이주란ㆍ한사람을위한마음
조남주ㆍ여자아이는자라서
최은미ㆍ보내는이

출판사 서평

우리가살아가는세계의축도(縮圖),
죄있음과죄없음사이그내밀한비극에관한소묘

수상작편혜영의〈호텔창문〉은죄의식에대한작품이다.보다정확하게말해죄없는죄의식에대한치밀한성찰을그리고있는작품이다.자연발생적으로일어난일,본인도손쓸수없는,어쩌지못하는운명의부조리에걸려든불행.누구의잘못도없이한사람의죽음만을남긴사건.그불행의유산인죄의식을안게된한인간을소개한편혜영은우리사회가이원인없이발생한죄의식의문법속에세계를해석하고인간을판단하려드는사고의틀에대해말한다.삶의어둠과빛이아직구분되지않을때무조건적으로내려받게된죄의식.그없는죄의부채감을삶의한편에지고살아가는한인간의모습에서,알지못하고손쓰지못한그운명이남긴죄의식에관해편혜영은소설의서사를빌려우직하고아프게재현해놓았다.

네가누구덕에산줄알아야한다

형편상큰집에더부살이를하게된주인공운오는군식구취급했던사촌형과친구무리를따라나선다.그는그들의주변을필사적으로맴돌았다.따돌림당할까봐혹은버려질까봐.형들은늘운오를가리키며말했다.“이새끼버리고갈까?”
그날이었다.아무런증후없는일상의어느날.예정되어있는것처럼불행이찾아온날.처음에는강물에발만담갔다.이내천천히물속으로들어갔고조금씩물을밀고나아갔다.그러다갑자기발이허공으로떠올랐다.물이무겁게그를내리눌렀지만사지를내저어간신히바위를밟았다.우여곡절물에서간신히빠져나온운오는두려움과안도감이동시에밀려왔다.단지물에빠졌고물에서빠져나왔을뿐인데,세상은목숨을건진그에게죄를씌웠다.강물에빠져허우적댈때바위를딛고물에서나왔으나디딘게바위가아니라사촌형이었던것.그후많은것이달라졌다.

사촌형은좋은사람이아니었다.“죽을래?”눈을치켜뜨고입술을비죽거리며허공으로주먹을날려댔다.“얹혀사는주제에”“까불면물에빠뜨려버리겠다”는말을입에달고살았다.그런형이그를살리고대신물에잠겼다.자라면서큰어어머니는기회가있을때마다운오에게죄를상기시켰다.죄의식에물을주어자라게했다.“너는참복이많구나.”“네가누구덕에산줄알아야한다.”실수인척운오를형의이름으로부르기도했다.자기를죽일줄알았던형이자신을살린사실은그의죄의식의자양분으로거름했다.그는형의삶을대신해열심히살아야만했고형의부재에대한모든책임을온전히떠안아야했다.그의삶은없었다.

오늘은열아홉번째형의기일이다.그는제사에반드시참석해야하고제사상에올라가야하는제수(第需)나다름없다.그는오늘제사에갈마음이없다.고향이라부르는동네곳곳을어슬렁거리다우연히형의친구를만난다.나쁜기억을공유했던사람.형의친구무리중한명.하지만이제시간은많이흘렀고,형의죽음과얽힌죄책감같은게없는사람이라부럽기까지하다.그에게서수도관보온재공장의화재이야기를듣게된다.공식적인화재원인은자연발화로판명이되었지만,형의친구는공장에서해고되었다는것.자연발화인지자신의실수로인한실화였는지,사장에대한반감으로비롯한방화였는지,자신도알수없다고토로한다.때마침동네시장근처호텔에서불이난다.호텔이화마에휩싸이는모습을보며,운오는형의죽음에대한죄의식이뒤덮어간자신의삶과다르지않음을생각한다.

현재우리사회를관통하는중요한문학적흐름,6편의수상후보작

함께실린6편의수상후보작역시현실을정면으로마주하고문학으로이를돌파해내는작품들이다.사랑앞에서벌어지는비합리적선택을위로하는동시에질타하고싶어하는우리의굴절된마음을섬세하게그려낸김금희의〈기괴의탄생〉,예술가와보헤미안이라는낭만주의적소재를자본주의적현재의시공간안에서기묘하게비틀어보는김사과의〈예술가와그의보헤미안친구〉,퀴어커플이겪는‘인정받음’의메커니즘속에발생하는껄끄러운삶의질감을예리하게포착해낸김혜진의〈자정무렵〉이후보작리스트에올랐다.한편이주란의〈한사람을위한마음〉은비극이후의삶이어떻게가능한지를질문하며할머니,이모,아이로이루어진대안적인공동체를조명한다.조남주의〈여자아이는자라서〉는학내성추행을둘러싼여러층위의고민을다루면서,할머니세대에서어머니세대로다시자녀의세대로이어지는이해와여성연대의가능성을타진해보는작품이며,두기혼여성간의퀴어한감정의결을짚으며그동안무성적존재로여겨진‘어머니’를재발견하게하는최은미의〈보내는이〉역시세대를확장하고교차하며문학적순간들을다루는주목할만한수작이다.

◆심사평

수상작〈호텔창문〉은죄의식이라는화두를던지고있는작품,보다정확하게말하자면죄없는죄의식에대한치밀한성찰을보여주는작품이다.소설에등장하는형과주인공운오의관계는우리가살아가는세계의축도(縮圖)에해당한다.형은죄를많이지었지만죄의식없이살았고죄없이죽었다.반면에운오의경우죄를확정할수없는상태에서죄의식이먼저주어졌다.큰집에얹혀산다는상황이죄가되건아니건상관없이운오는죄의식부터강요받았다.죄가있다면찾아야하고죄가없다면만들어야하는것이운오의삶이었다.죄의식의위계적인강요와수용을통해서형과운오는친족이라는사회적관계를유지하고있었던셈이다.죄로확정지을수없는것들을죄로규정하고,그러기위해서과도한죄의식을타인에게부여하고,그리고죄없는죄의식의존재를만들어내는과정이,우리가살고있는사회에서내밀하게작동하고있는원리일수도있다는사실을,〈호텔창문〉이보여주고있다.이지점에이른다면,소설〈호텔창문〉에눈길이오래머물수밖에없었던이유도어느정도해명이될수있지않을까.죄없는죄의식에대해섬세한성찰을보여준작가에게,고마움과함께축하의말씀을전한다.

-오정희(소설가),전상국(소설가),김동식(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