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지만 푸른 빛

서툴지만 푸른 빛

$13.50
Description
생의 은유이자 시, 철학이자 기도,
다른 이를 빗대어 나를 보는 일로서의 여행의 기록


“길을 헤쳐갈 때마다 하늘은 도시의 조각들을 조금씩 잃었고
도무지 가진 게 없는 나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낯선 곳을 여행하며 사진으로 풍경을 담아내고 글을 쓰는 일. 이를 꿈꾸지 않는 자 어디 있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가와 사진가, 작가가 범인들에게 꿈의 영역인 것은 특별한 재능과 용기를 수반하기 때문일 것이다. 은행나무에서 선보이는 애호 생활 에세이 브랜드 ‘Lik-it 라이킷’ 04호 《서툴지만 푸른 빛》은 대범한 앵글과 섬세한 색감으로 찰나를 기록하는 트레블 포토 에세이스트 안수향의 사진 에세이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모로코, 필리핀, 미국. 언뜻 맥락 없어 보이는 행로에서 포착한 이국적인 풍경에 깊고 담백한 글을 곁들였다. 이 책에는 여행 에세이에 기대하기 마련인 여행지에서 겪은 에피소드나 관광 정보는 없다. 상세히 지명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타지와 타자에 빗대어 자신을 성찰하고 마침내 긍정하는 과정에 침잠해 한 청년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펼쳐 보일 뿐이다. 숨이 탁 트이는 사진들이 쉬지 않고 이어지며 여행지의 온도와 향기를 전한다. 감각을 일깨워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여행의 힘을 보여주되, 진짜 여행은 여행하지 않는 일상에 있음을 역설하는 이 책은 도피가 간절한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포근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안수향

물결처럼흐르던순간이단어와문장,또는무언의형태로자리에서멎을때가있다.여행을하며그렇게그렁그렁맺힌것들을보듬어사진으로담고글로쓴다.가장좋아하는세가지를일로한다.커피를무척좋아하지만위장이좋지않아많이마시지는못한다.

목차

1.겨울섬…아이슬란드
꿈의도중
서툴지만푸른빛
아무것도없다
이름이자리잡는시간
단어만남은
예술이뭔지도모르면서
고마워요,거기행복한사람
아델라
우리는사리를겪는바다처럼
빙산
예술안쪽
늦은대답
긴호흡,사이

2.오래된가을노래…노르웨이
E10,북극의시
노던라이츠
이름에게
나를멀리가게하는사람에게
너에게
안녕남자친구
몸살

3.여름,물과공기의언어…모로코,필리핀
물아래의생
고래상어
바다유영
골목풍경
모하메드101
새벽에바다를걸어서모로코에
서퍼
야속한타진
별과바다와반짝이는
아우마르에게
다클라의축복
광장에서발견한굉장한사치품세가지
나는갇혔다
아미만세
라이언

4.봄,늦은귀가…미국,부산
여행일기
자,이길을따라마음껏
가장어두운밤과어떤상처
우리는단지햄버거를먹고싶었을뿐이다
혼자걷는길을좋아하지만
당신에게
떠나지않아도괜찮아
비행기
우리의세계
최초의기억
나만있어,고양이
아빠의여행

출판사 서평

인생이소설이라면여행은시
인생이짧은여행이라면,여행은영원한삶

세상의숱한여행에는이유도많고목적도많다.여기아무것도얻지않아도,깨닫지않아도되는여행이있다.부산에서태어나자란작가는어린시절지리적으로가장북쪽이라는이유하나로아이슬란드를동경하게된다.몸이자라는만큼어디까지갈수있나확인하고싶었던걸까,삶이고돼서벗어나고싶었던걸까.그저불가능해보여서더욱소중히꿈을키워왔는지도모른다.
우연한기회에아티스트레지던스작가로초청되어아이슬란드의시골마을스카가스트론드에서체류하게된그는짧은사진작가이력을가진자신의예술세계가빈곤하다고느끼며좌절한다.작업실에서의나날들은고요하고,세계각국에서온아티스트들은부지런히반짝인다.예술이뭔지도무지모르겠다,그리고아이슬란드는십년간품어온꿈과다르다고어렵사리고백하자마침내자유로운창작욕이그의안에서깨어난다.서늘한풍경에서자신의모습을똑닮은고독을발견하고,서?마저진솔하게담아낸글과사진들은오히려성숙에가깝다.
아이슬란드는몸서리날정도로심심하고,사하라사막엔폭우가쏟아지고,서핑을하러간모로코에서는하염없이파도를기다리고,미국에서는좋아하는햄버거하나마음껏먹지못한다.우리가익숙하게떠올리는소설속모습과는다르다.그러나그는길에서본선인장,조약돌하나를두고마침표를찍을곳을고심하는시인의마음을떠올린다.오로라아래에서7시간시차를사이에둔남자친구에게보내지못할편지를쓰고,흐드러진벚나무아래에서십오년전헤어진아버지에게못전한그리움을회상한다.

“끝이있음을생각한다.영속하지않는단편적행위의끝에서우리는여행이라는책의마지막페이지를넘겨야만하겠지.여행을또다른짧은생이라믿어본다면여행의끝은그생의소멸이라해야할까.어느날갑자기이틀,사흘,혹은일주일,한달을살다가죽게된다면…”_18쪽

끝나지않기를바라며꿈결같은사진을넘기노라면이여행은끝이없음을,그저살아있음에감복하게한북극광은영원히포착될수없는것임을알게된다.그알수없음의영원함이이책을더욱빛나게한다.

멀리떠나게하는동력에대하여
충만하게하는외로움에대하여

작가는“그저사진몇장남는여행보다슬픈건없다”고말한다.많은팔로우를거느린SNS스타인그가말하니더욱의외다.그에게이여행은‘바다’라는낱말을여러언어로배우는일이었다고한다.실제로이책은‘바이킹’,‘빙산’,‘파도’,‘조금’,‘사리’등‘바다’로대체가능한푸른이미지들로가득하다.대신,광활한자연앞에홀로서있노라면마주하기마련인화려한수사의감탄이나자기연민은없다.묵묵히장을봐정성껏밥을지어먹고,끝이보이지않는도로를느긋이달리고,엉뚱한언어로인사하는사람들에게먼저손내밀어이름을알려준다.그리하여고독을용감하게직면하고,소외된것들에온기를나누고자하는선한의지를다진다.
그것말고도이여행에세이에는보기힘든미덕이많다.“여행한번에인생이송두리째바뀌지는않”는다고폭로하면서도,“희박했던긍정한송이정도피울힘”은얻는다고덤덤하게고백한다.혼자걷는길을만끽하면서도,“둘이아니면할수없는일이있음”을잊지말자고일러준다.무엇보다이책은여행을하지않아도괜찮다고말한다.‘관둬도괜찮아’,‘떠나도괜찮아’가범람하는세상에,‘떠나지않아도정말괜찮다’고숱하게떠나본자가말을하니마음에한결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