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오렌지 (후지오카 요코 장편소설)

어제의 오렌지 (후지오카 요코 장편소설)

$16.00
Description
“죽음을 각오한 열다섯 살의 나는
대체 어떤 말을 적었을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에서 피어난 오렌지빛 희망
소설을 집필하는 한편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 후지오카 요코의 소설 『어제의 오렌지』에는 병과 죽음에 대한 진지하고도 사려 깊은 시선이 담겨 있다.
주인공 료가는 고향을 떠나와 홀로 도쿄에서 성실하게 삶을 꾸려나가는 평범한 청년이다. 언제까지고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리라 믿던 어느 날, 암 선고를 받은 후 료가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왜 하필, 어째서 나일까’라는 좌절감에 마음마저 무너져 내리는 료가를 다잡아주는 것은 늘 그의 곁을 지키는 가족과 환자와 간호사의 입장으로 다시 만난 동창 야다이다.
모든 것이 간편하고 쉬워진 요즈음, 진정 가치를 갖는 것은 무엇일까. 힘든 투병을 견디는 료가와 그런 료가를 묵묵히 지키는 가족의 모습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잊고 있던 끈기와 인내라는 가치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들이 꾸준하고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시간과 관계는 온건한 삶이 되어, 고통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게 돕는 힘이 된다.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서 료가가 남기려고 했던 것은 무엇인지 찾다 보면, 마치 흰 눈으로 뒤덮인 산에 최초의 발자국을 남긴 것처럼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이 새겨질 것이다.

[줄거리]
고향을 떠나와 홀로 도쿄에서 일하는 서른세 살의 료가는 어느 날 위암 선고를 받게 된다. ‘왜 하필 나일까’라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져 내리고, 공포감에 온몸의 떨림이 멈출 줄 모른다. 그때, 고향 오카야마에 있는 남동생 교헤이에게서 상자 하나가 도착한다. 상자 안에 든 것은 열다섯 살 무렵, 교헤이와 산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신고 있던 오렌지색 등산화. 그것을 본 료가는 기억해낸다. 살기 위해 눈보라 속을 헤쳐 나가던 그날의 일을. 열다섯 살의 료가는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 따윈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절망감에 빠져 있던 료가는 오렌지색 등산화를 보며 의지를 다잡는다. 그러나 투병 생활은 쉽지 않고, 병으로 인한 고통과 가족들에 대한 부채감 사이 료가는 조난 당시 죽음을 각오하고 적었던 편지의 존재를 떠올리게 된다.
저자

후지오카요코

1971년교토에서태어나도시샤대학문학부를졸업했다.호치신문사에서근무하다탄자니아의다르에스살람대학교로유학을떠났고,이후지케이간호전문학교를졸업했다.2006년단편소설「유언」이작가미야모토테루의심사로제40회북일본문학상추천작에선정되었다.2009년장편소설『언제까지나하얀날개』로데뷔했으며,이작품은2018년도카이TV에서드라마로제작되었다.저서로는『손바닥의음표』,『맑았으면좋겠네』,『만천의골』등이있으며,저서중『오쇼린』은영화화가결정되어이듬해개봉을앞두고있다.

목차

1장7
2장81
3장135
4장213
5장283
에필로그369

옮긴이의말383

출판사 서평

암선고를받은료가와그의곁을지키는가족,친구의이야기

일본서점직원100명의마음을뒤흔든감동작!

소설을집필하는한편병원에서간호사로근무하고있는저자후지오카요코의소설『어제의오렌지』에는병과죽음에대한진지하고도사려깊은시선이담겨있다.
주인공료가는고향을떠나와홀로도쿄에서성실하게삶을꾸려나가는평범한청년이다.언제까지고평범한일상이계속되리라믿던어느날,암선고를받은료가의일상은무너지기시작한다.‘왜하필,어째서나일까’라는좌절감에마음마저무너져내리는료가를다잡아주는것은늘그의곁을지키는가족과환자와간호사의입장으로다시만난동창야다이다.
믿을수없는현실과맞닥뜨린다면,더군다나그현실이나를죽음으로이끈다면어떻게해야할까.모든희망을놓고포기하는사람,그래도살아남기위해마음을다잡는사람,자괴감과좌절감에못이겨주저앉고마는사람등저마다다양한모습을보일것이다.료가는이모든과정을겪는다.무너지고다시일어나고,또다시무너지는료가의모습은병이주는공포를상기시킨다.
만일이에그쳤다면우리에게익숙한이야기로남았을것이다.그러나이책이의미를갖는이유는힘든상황속에서도남은하루하루를정성껏살아가는인물들의모습에있다.

깊은애정의줄기에서피어난가족이라는열매

‘가족’의단위와의미가해체되어가는시대이다.과거대가족부터4인미만의핵가족,2인가구를지나내가나를먹여살리기바쁜1인가구까지,책임감은오로지자기자신만의몫으로남는다.
쉽고빠르고쿨한것을선호하는시대적경향은가족간의관계에도영향을미쳤다.이러한변화는개인의삶에집중할수있는시간을주지만,친밀하고깊은애정을주고받는관계로서는다소소홀해진게사실이다.최근많은호평을받고있는TV프로그램〈오은영의금쪽상담소〉에는성인이된이후로도여전히과거의기억과트라우마에서벗어나지못한사람들의사연이나온다.그리고많은이의트라우마는가족간의관계에서비롯된다.서툰부모,부족한애정,일방적인폭력등가족은그어떤관계보다내밀한만큼서로에게상처를주는일또한쉽다는것을우리는알수있다.

“어릴적부모님의사이가좋지않아집안분위기는늘살벌했다.끝내부모님은이혼을택했으며,우리가족은결국이름만가족일뿐서로를위하지않는집합체에불과했다고생각한다.같은핏줄일지라도진짜가족이될수는없었다고말이다.그당시어렸던나는할수있는일이없었지만,‘어떻게하면진짜가족이될수있었을까’하는후회가지금도가슴에남아있다.따라서‘가족’은내게매우중요한주제중하나다.부모도자식도‘가족으로있고싶다’는마음을지녀야만성립하는것이가족임을,『어제의오렌지』에서그리고싶었다.”
_「옮긴이의말」중에서

저자또한좋지않은가정사로힘든시기를보냈다.어린시절부터‘진짜가족’에대한의미를곱씹어본저자는『어제의오렌지』를통해진정한가족의의미를되새기고자했다.암투병으로괴로운나날을보내던료가가끝까지버틸수있었던이유는온전히가족덕분이었다.별안간닥친죽음앞에서도“태어난것에감사하고있”(364쪽)다는인사를남길수있는것은가족에게받은충분한애정이있기에가능했다.
비록료가와피가이어진사이는아니지만,야다와다카나는료가에게가족이상의애정과위안이되어준다.결국가족이라는것은무엇일까.각자의삶에있어가족이라는가치는어떤의미를주는가.책의마지막페이지를넘길때쯤,아마이에대한답을얻을수있을것이다.

희망에서파생된사랑의조각,오렌지

이책의제목인‘어제의오렌지’는료가가열다섯살무렵,동생교헤이와설산에서조난당했을당시신었던오렌지색운동화를상징한다.과거는‘어제’로,오렌지색운동화를신고살아남았던일은‘희망’이되어현재의료가에게전달된다.

이야기속엔희망을상징하는오렌지색이여럿등장한다.료가가설산에서신었던등산화,나기산정상에내리깔린돗자리,할머니집마당과트라몬토에맺힌열매,병실과산끝자락에내려앉은저녁놀…….
_「옮긴이의말」중에서

소설속많은오렌지들은마치테니스코트위를통통튀며누비는테니스공처럼인물들사이를오고간다.그래서일까,료가와교헤이,도코와야다,그리고다카나에게도희망의불씨가찾아온다.가장최초로등장하는오렌지는료가와교헤이가열다섯살무렵조난됐던설산에서신었던‘등산화’이다.료가는자신의오렌지색등산화를교헤이에게양보한다.희망의다른말은가능성이다.료가는신발을양보함으로써죽을지도모른다는공포에빠진교헤이에게살아남을수있을거라는희망,반드시부모님을다시만날거라는가능성을심어준것이다.그렇게교헤이에게가닿은오렌지는사랑과믿음이라는더큰오렌지가되어도코에게전달된다.작은희망에서탄생한‘오렌지’는사랑으로,믿음으로,앞으로의삶으로점점의미를더해간다.

『어제의오렌지』의큰줄기는‘암에걸린젊은남성’의투병이야기이지만,료가와주변인들이분투하는모습을보다보면결국저자가‘삶을어떤시각으로바라볼것인가’하는질문을던지고있다는것을알수있을것이다.
마치끝없이이어지는테니스경기의랠리처럼,불행과행운은순서를바꾸며찾아온다.그러나끈질기게엉겨붙는불행을내던지고,불쑥찾아왔다빠르게멀어지는행운을포착해삶을행복으로이끌기위해선건강한태도가필요하다.“너무애쓰면안돼”(381쪽)라는말처럼,건강한태도는애씀이아닌돌봄에서나온다.자기자신과주위를사랑으로돌보고챙기는태도,바쁜일상탓에많은이들이잊어버린그가치를,저자는책을펼친우리에게담담히보여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