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를 향해 걷다 (양장본 Hardcover)

어제를 향해 걷다 (양장본 Hardcover)

$20.00
Description
조용히 소박하게, 더 깊이, 모든 것과 조화롭되
홀로 넉넉한 삶을 살아간 야마오 산세이의 이야기 62편
나는 이 책이 평생 내 도반이 되어 줄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했기에 어떻게든 언제나 손 닿는 곳에 두고 싶었다. 숲속의 현자 같은 내 오랜 벗이 그리울 때마다, 복잡한 도시의 야멸찬 인심에 상처받을 때마다, 나 또한 그 숨 막히는 속도 전쟁에 휘말려 버릴 것 같은 공포를 느낄 때마다, 야마오 산세이를 생각한다.
정여울 작가, 추천사 가운데

우리는 실은 내일을 향해 걸을 수 있는 것처럼 어제를 향해서 걸을 수 있다. 우주 식민지를 향해 걷는 것도 가능하지만 석기 문화를 향해서 걸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간이 한쪽으로만 흐르고 있다는 것은 이 시대의 큰 착각이자 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미래와 마찬가지로 과거를 향해서도 흐르고 있는, 항상 지금이라고 하는 이 순간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5천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지구에는 핵무기도 없고 핵발전소도 없었다. 우리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핵발전소 따위 없어도 전기가 있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혹은 돌아가야만 하는 새로운 문명사회의 약도다.
86쪽~87쪽, ‘어제를 향해 걷다’ 가운데
저자

야마오산세이

1938년도쿄에서태어났다.와세다대학에서서양철학을공부하다중퇴했다.1960년대후반,‘부조쿠部族’라는이름으로자연속에서공동체생활을시작했다.1973년에는가족과함께순례여행을떠나인도와네팔을다녀왔다.그뒤로부조쿠공동체의동료와함께일본에서는처음으로유기농채소가게를열었다.또한경제성장에반대하는삶을소개하는대항문화잡지〈부드러운혁명시리즈〉의편집을맡아일을하고,도쿄시내의작은건물에서‘호빗토빌딩공동체’를꾸렸다.
그리고1977년에식구들과함께규슈남쪽야쿠섬으로삶터를옮겼다.오래되고버려진마을에서그는다시마을을살리는데에힘을쏟고,농사를짓고,집을돌보고,사람들과어울렸다.밤이면섬에서살아가는이야기와나날이거둔생각들을시와산문으로써서잡지에싣고,책을펴냈다.2001년돌아갔다.
그동안한국에서는이책을비롯해《여기에사는즐거움》,《더바랄게없는삶》,《애니미즘이라는희망》과같은산문집이나왔고,야마오산세이의시세계를91편으로갈무리한시선집《나는숲으로물러난다》가2022년처음으로출판되었다.

목차

ㆍ새롭게펴내는《어제를향해걷다》에부쳐
1.본래고향으로가니희망이있었다
우리의다섯가지뿌리
내가바라는자식들의삶
생명을아는자는모두약자다
마음의형제
저절로자라는것들
울며부른노래
숲은우리모두의고향
한나무의가르침
작은집이좋다
힘들때는민들레를보라
우리마을로온여행자들

2.어제를향해걷다
바다가지닌힘
어제를향해걷다
두꺼비가비추어보인자비로움
연둣빛햇차를마시며
흙위에서조용히소박하게
돼지키우기
석기시대의불
시골아이로자라는자식을보는기쁨
고등어가오지않는잇소의봄
자연의시간과만나다
낫의세계와로켓의세계
자기만의길
날듯이달리는쾌속선돗피
손님을밭으로데려가는까닭
진화하지않아도좋다

3.야자잎모자를쓰고
온마을사람이함께짓는집
기꺼이기쁜마음으로산다는것
뒷간을치는즐거움
지구를부르는다른말
야자잎모자를쓰고
태풍과양하
아이들아,불을피워라
외톨이원숭이와맞서다
조몬삼나무앞에서
바위로돌아가는길
산호가사라지는바다
이끼와성서

4.지구,우주의한마을
산에서사는즐거움
들꽃을보며큰산에오르다
아버지의죽음
정령들의응답
정토와예토
모든방향에는저마다빛이있다
보름밤의줄다리기
고향에는살모사도있다
땅에뿌리박은다양성의문화
톱니바퀴에서벗어난삶
미국을쫓지말라
아들과함께한밤낚시
거기서죽고싶은곳

5.아내가떠나다
티베트사자의서
아내가떠나다
부부묘
나를찾아온사람들
멈추지않은눈물
여름풀에도지지않고
과학문명사회의커다란착각
없어서더성스러운곳
에코토피아보고서
아내의제단에놓은꽃
나무의위로

ㆍ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야마오산세이는1977년나고자란곳도쿄를떠나7,200년을살아온조몬삼나무가있는야쿠섬으로세아이,아내와함께이주한다.그리고그섬에서자녀아홉을키우고,집짐승을돌보고,낡은집채와뜰을가꾸고,밭농사를지으며,모두앞으로내달리는세상에서어제를향해걷고자했다.
그는농부이자시인,철학자이자구도자로서,또혁명가이자생활인으로서느끼고,깨닫고사유한흔적들을끊임없이글로써나갔다.야마오산세이는한순간도고독한은둔자로머물지않았다.끊임없이외부와소통하며"산다는것은곧자연으로영원히돌아가는것이라는메세지"를나누고자했다.
대량생산·대량소비를부추기는고도성장사회를등지고어제의고요와풍요속으로걸어들어가고자한사람,소비가아니라풍요를,허상이아니라실체를좇고자한사람,결기어린구호에사로잡힌가파른삶이아니라,누구보다평범한하루하루를천천히더깊게살아낸사람,그래서끝내"진화하지않아도충분히행복한,오래된미래의풍경"을하루하루의삶속에서실현시킨야마오산세이의이야기62편을산문선집《어제를향해걷다》에담았다.하루하루"희망이라는이름의힘없는자들의빛"과마주하며써내려간,마치산문의모범과도같은단정한글들속에서그가꿈꾸는새로운문명사회의약도가실답게펼쳐진다.
쉽게읽히지만,한편한편이돌아서오래곱씹으며되새겨야하는선종의법어처럼깊고그윽하다.


“진화하지않아도충분히행복한,오래된미래의풍경”을
하루하루의삶속에서실현시키다

"시냇물전체가마실수있는물이라니얼마나큰풍요인가!그뒤로그시냇가에사는기쁨은끊어지는일없이내안을흐르게됐다."
-42쪽'울며부른노래'가운데

야마오산세이는하루하루끊임없는변화속에서,그럼에도변함없이회귀하는계절의흐름속에서,털머위의노란꽃처럼"희망이라는이름의힘없는자들의빛"과마주하며섬사람으로평생을살았다.
"산양세마리를먹일풀을베고,40마리쯤되는닭모이를주고,철따라돌아오는밭일과개간따위를주"로하루일을해나갔다.서두르지않았으나,시간을허투루보내지도않았다.쉴때는"시원한바람결에몸을"둔채,말없이구름을바라보며,"물소리에귀를씻고,시냇물의흐름"에자신을흘려보냈다.저녁이면이로리앞에앉아불을지피며"물통뚜껑에서부글부글소리를내며김이피어오르는,그아무것도아닌시간"의충만함에젖었다.가난한살림이었지만,때로산과바다에서얻은것들로차린호화로운밥상을마주하고는했다.밭에서그날그날거둔것으로,이따금은깊은산이내어준버섯이나산나물로,고기를잡으러바다로나가는이웃이던져주고간물고기로차린저녁상을물리고나면,이로리곁에서막내가잠이들때까지그림책을읽어주었다.이윽고큰아이들도불기없는공부방으로저마다돌아가고나면,아내와둘이적막한마루에앉아천천히술이나차를나누며"문명의시간이아니라자연의시간,곧집뒤로흐르는계곡물소리를"들었다.밤이깊어이로리의불을끄고아내가침실에들면,산세이는비로소서재로가글을쓰기시작했다.
그는섬사람으로살며"더바랄것이없는상태에있는자만이내보일수있는깊은고요의모습"으로존재했다."온세상과기쁜마음으로마주서"서,"그저서있기만한것이아니고,기꺼이,마음편히언제까지고거기에서있"고자했다."희망이없다고하면없는대로,희망이없는곳에"서서,"흔쾌한마음으로자신의삶을받아들이"며하루하루를살았다.
"모든것과조화롭게관계를맺고살면서도홀로넉넉"한삶,그것은"더바랄것이없는삶"이었다.


물러서지않는생활인으로서열어나간깊은사유와깨달음의지평

"내여행은매우느린걸음일지라도영혼이마침내가닿아야할곳을찾는여행이라야한다고여기고있다.그리고그여행은일상생활속에서도가능하다."
118쪽,'석기시대의불'가운데

아내준코를갑작스럽게잃고그가가장먼저해야했던일은뒷간을치는일이었다.언젠가는"더럽고,냄새나고,불결한데다대식가에게으른동물"돼지를기르자는친구의말에"나는그런것을기르자고고향을버리고이섬에온것이아니"라며번뇌에몸서리치기도했다.때로는숨돌릴새도없이이어지는태풍의계절을맞아가난해진밥상을걱정했고,골칫거리지만안쓰럽기도한텃밭의무법자원숭이의처분을두고전전긍긍하기도했다.
학기가끝나저마다성적표를받아온아이들을뻔한말들로타이르는저녁밥상의이야기와,아비로서의바람을적은'내가바라는자식들의삶'은그가남긴산문가운데가장사랑받는글이기도하다.야마오산세이는첫아내준코씨와의사이에다로,지로,라마,미치토네아이를두었고,갑작스럽게돌아간친구부부의아이요가와라가둘을입양해길렀고,사별이후재혼한아내하루미씨와의사이에서우미,스미레,간세아이를낳아길렀다.2001년그가마침내자연의품으로돌아갔을때,막내간은초등학교2학년이었다.'지구를부르는다른말'에서그이가자조적으로했던말처럼,한생애가결국"아이들을키우다가끝"난셈이었다.
야마오산세이는생활인으로서단한순간도물러선적이없는혁명가이자구도자였다.속세를벗어나,동굴속에서홀로면벽하고이루어낸실천과참선이아니었다.
그는농부로서,시인으로서,남편으로서,아버지로서,또야쿠섬의되살린산마을주민으로서,"마땅히해야할일을있는힘껏하"며"자연을더가까이,더직접겪으며사는삶"으로나날이여행을떠났다.그의여행은"더진지하게,더깊게우리자신에게로,자기자신에게로""자기라하는본래고향으로돌아가는일이"고길이었다.
《어제를향해걷다》는삶이라는긴여행을통해물러서지않는생활인으로서깊은사유와깨달음의지평을연야마오산세이가하루하루써내려간,우리가돌아가야할'본래고향'이야기62편이다.


자신의온삶을걸고외치는잠연湛然한문장으로
시대와문명의환부를선명하게드러내보이는야마오산세이산문의힘

"인간의생활이점차두뇌중심으로,곧관념적으로변하며육체노동은로봇이대신해주는시대가되어가고있다.하지만인간의행복은한발도나아가지못하고있다.오히려후퇴해가고있는게아닌가싶기조차하다.대개의현대인은땅을밟고일하는것을잊었다.오직편한쪽으로만몸을두고살며실은불안과허무를향해나아가고있다.스스로자신의삶을돌아봐야한다."
352쪽,'에코토피아보고서'가운데

야마오산세이,그가남긴걸작은결국삶이었다.꽉차있으나비어있고,비어있으나누추하지않은삶이었다.온삶이다른삶의가능성을여는하나의거대한행동이자,구도의길이었다.
그는일본지도의축소판과도같은조그만섬야쿠시마에서,하루하루"문명이가져다주는것보다훨씬크고깊은기쁨의세계"를발견하고기록했다.팽팽한긴장감도현란함도없는글이었다.그러나담담한문장과문장은서로를버티며차곡차곡완벽한짜임새로얽혀,끝내는시차를두고더큰소리로돌아오는메아리처럼큰울림으로남았다.삶과완벽하게포개지는글이지닌힘이었다.
그는현실을부정하거나도피하지않고마주서서,그속으로더깊이들어갔다.야마오산세이가던지는질문과비판,전망과해법은온통자신의삶에서길어올린것들이었다.그는인류가땅을밟고일하는것을잊은지금,인간의행복은외려후퇴해가고있지않느냐고,작은일을삶속에서실천하며사는것이야말로참다운세계평화로나아가는길로이어질수있다고,합리주의에기초를둔기술문명을더고도화하기보다"더욱큰자연의섭리로눈길을돌리고,그소리를듣고,그숨결과하나가되어"살아가자고묻고권했다.
이순하고깊은사색의더미들은,야마오산세이가땅에발을딛고누구보다깊게살아낸하루하루,곧나날의'생활'이켜켜이포개어진그힘에기대어어느새독자의마음을거침없이파고들어복판을뒤흔든다.


야쿠섬이주14년차가될때까지만8년의일상과깨달음이담긴다채로운기록

"연이어밀어닥친태풍은격렬하게바다를뒤흔들었고,산과마을을두들겼지만막상지나가고보니한계절이그런것처럼모든것이한순간의일이었다."
193쪽,'태풍과양하'가운데

"어느곳에서든깊게산다는것은힘든일이없다는뜻이아니다.고통스러운일또한물처럼흘러간다.흘러가며그치지않는다.하지만그밑바닥에또하나물의진실이있다.물은흐르고있다는것이다.그진실은영원히멈추지않는다."
45쪽,'울며부른노래'가운데

그의섬에서는자주"지극히행복한순간이라고불러도부족함이없는그런시간이조용히"흘렀다.마흔을앞두고아내와세아이를데리고규슈남쪽야쿠섬의폐촌으로들어선사내는,"섬에사는사람만이아는,이땅에뿌리를둔자들끼리만아는안도감과기쁨"속에서산과들,바다가베푸는자비에기대어내내충만했다.
야마오산세이의산문은섬에서살아가는그이와가족들의일상에서출발해,근대문명이지닌위기와한계에대한비판을거쳐,그"문명이가져다주는것보다훨씬크고깊은기쁨의세계"의풍경화사이를유연하게가로지른다.
쾌속선돗피취항을반기며타보고싶어안달하는아들놈을보며자신의3등성품을돌아보는이야기라든가,외톨이원숭이와맞서면서요동치는심경을담아낸글이라든가,불현듯쓰고싶어진야자잎모자를결국장만하고마는이야기에는생태주의자로지금이지구에서살아가는이들이라면누구나겪을법한딜레마와고뇌,망설임,선택의면면이흥미롭고익살맞게담겨있다.
《어제를향해걷다》는이렇듯야마오산세이가야쿠섬이주14년차가될때까지만8년동안의일상과깨달음이담긴가장짜임새있고다채로운기록이다.야마오산세이사상의진정한면모가한편한편산문의모범과도같은소박하고단정한글들속에깊이있게담겨있다.


야마오산세이를향한한국출판계의애정과존경이담긴복간개정증보판
《어제를향해걷다》는본디조화로운삶출판사가2006년처음으로펴낸책으로,절판된이후에도헌책방을뒤져찾아낸책을읽고쓴다양한독후감이꾸준히나올만큼한국독자들에게오랫동안사랑받아왔다.2022년상추쌈출판사는야마오산세이의시세계를가늠할수있는한국어판시선집을처음으로펴내면서,우리독자들이이기회에야마오산세이의산문도함께만날수있도록조화로운삶판본을뼈대로새로운원고를더보태고다듬어,산문선집《어제를향해걷다》를다시펴낸다.일본에서출간된야마오산세이의여러산문집가운데《조몬삼나무그늘아래서縄文杉の木蔭にて-屋久島通信》(1985년초판발행/1994년개정판발행)와《회귀하는사계절의기록回帰する月々の記-続ㆍ縄文杉の木蔭にて》(1990년초판발행)에서68개의글을뽑아62편으로헤쳐묶은것으로,한국의번역자와편집진이한국독자들을위해야마오산세이의산문을새로운짜임새로소개하는아주특별한한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