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새로운시대의전기를맞는우리에게필요한것
급변하는흐름에휩쓸리지않는힘은어디서오는가
“저는바둑을예술로배웠다.둘이서만들어가는하나의작품.지금과연그런것이남아있는지.”
이세돌9단이지난2019년11월바둑계에서은퇴하며AI를이유로들었다.그의이말은의미심장하다.인간과인공지능은무엇이다른지,인간이할수있는일은무엇인지,인간의근본을묻고있다.오종우교수가이책에서던지는질문이기도하다.
“인공지능의발달로무엇이인간인가하는질문을제기하는시대에사람답다는것은과연무슨뜻일까.예술이인간만의행위이기에우리는그대답을예술에서들을수있다.또한예술작품을통해서사람을사람답게하는것들을생각해볼수도있다.예술은항상인간답다는것을말하고있고,또인간다운것들과끊임없이상호작용한다.”(33쪽)
이처럼인간의의미를다시묻게하는인공지능을비롯해오늘날기술의발전을흔히제4차산업혁명이라고정의한다.하지만오종우교수는이개념마저낡은것이며“지금의변화를설명할수있는옛단어가있다면혁명뿐”이라고말한다.급변하는시대의불확실성속에서확실한것이있다면,새로운시대를이끌어갈원동력이자본에서상상력과창의성으로옮겨가고있다는사실이다.예술은과학을열고기술은예술의새로운국면을열어왔다.책은지금이그새로운국면임을밝힌다.
저자는기술의뿌리를예술에서찾고예술에서기술의씨앗을발견하며,예술과과학이교차하는지점들을면밀히탐구하고있다.예술적상상력이어떻게문명을일구었는지,세기의작품들을만나며이여정을따라가다보면다가올미래또한손에잡히듯구체적으로그려진다.우리가맞게될내일에대한시야를열어주며,어떤미래를꿈꾸고창조해나갈것인지묻는이책은급변하는시대에휩쓸리지않을단단한사유의단초가되어준다.
세기의창작자들에게배우는여섯번의예술적상상력특강
보이지않는것을끊임없이상상하고구현하는법
1장상상력은어디서올까:피카소의작품에작동하는두가지사고방식
2장보이는것은보이지않는것으로부터:프루스트에게영감을준예술가,페르메이르의그림을읽는법
책을펼치고서처음마주하게되는작품은피카소의<두자매>(1902)다.저자는그림속두여인중누가수녀고누가매춘부겠느냐고묻는다.우리는이질문에답하며자신이기성의논리에갇힌눈으로보고있는지,아니면피카소가보고담았던세계를편견없이만날준비가되어있는지확인할수있다.세상에는두가지현실이있다.보이는세상과보이지않는세상.우리는누구나보이지않는세상을꿈꾸고,보이는세상에서그꿈을이뤄내고자한다.피카소의청색시대를열었던초기작과그가천착했던또다른천재예술가페르메이르가그려낸세계를탐구하며,혁명의정의마저바꾸는격변의시대에예술의사고방식이어떻게더나은현실을만들어내는지를보여준다.예술은부수적으로갖추어야할교양이아님을,우리삶을일구는인간본연의일임을다시금확인한다.
3장세상에없던것을만드는일:몬드리안패턴의비밀과클레가선하나로창조한세계
4장새로운생각이탄생하는순간:진짜혁신을탄생시키는예술적방법4가지
만물을패턴화함으로써문명과예술을발전시켜온인류사와더불어눈앞의미래인증강현실의기술을리듬(즉증폭)이라는예술현상과엮어냈다.새로운삶의방식을창안한바우하우스의정신에서동굴벽화까지,미래파가깨부수려했던클래식의기원까지,예술의역사를거꾸로거슬러올라가며오래된미래인예술로부터새로운오늘을열어나갈실질적방법,즉창조의패턴과혁신의리듬을엿본다.
본질을꿰뚫는힘은무한하게펼쳐진세계를자기만의리듬으로감각하고패턴화할때생긴다.기성과타성에서벗어나새로운일을해내는순간은삶의리듬이바뀔때다.조야한패턴과본질을꿰뚫는패턴은무엇이다른지,어떤예술이사그라지고어떤예술이도약을이루었는지,타자의리듬이아닌자기만의리듬에따라삶을창안하기위해서는무엇이필요한지,인문학자의빛나는통찰을읽을수있을것이다.
5장천재란무엇인가:모차르트와미켈란젤로작품이생명력을지니는이유
다섯번째강의에서는천재에대한우리의통념과,경박한천재모차르트를살해할수밖에없었던고뇌에찬범인(凡人)살리에리라는진부하고도잘못된전설을깨부순다.푸시킨의희곡<모차르트와살리에리>전문을수록했으며,저자의촘촘한작품해설은빛나는고전을새롭게만나게한다.살리에리가왜예술적지식을쌓고서도폭발시키지못했는지,무엇이상상력과창조성을억압하는지,그이유를깨닫고나면우리안의천재성과노예성이동시에보인다.천재성은어떻게살려나갈수있을까.
모차르트가남긴유산을직접듣고(이책이우리의예술적상상력을일깨우는지점중하나는작품을직접만나게해준다는데에도있다.책에수록된QR코드를통해음악과영상을감상할수있다.)미켈란젤로의조각과그림을마주하면서작품의생명력은어디서오는지,그실마리를발견할수있을것이다.
6장일그러진인간이말해주는역설:말로설명할길없고눈에보이지않는것에다가가는법
천재성과창조성을다룬5강에이어마지막강의에서는예술과인간의가능성을더욱깊게파고든다.말로형용할수없는세계를감각하며,음악으로그림으로몸짓으로그리고끝끝내언어로창조해내는예술적상상력.인격을형성하고삶을창조하는이러한예술적상상력을‘영혼’이라는말로표현할수있을까.모딜리아니의그림과더불어현대예술의뒤틀린형상을통해말로설명할수없고눈에보이지도않는그본질에다가가는법의역설을이야기하고있다.
책의마지막을장식한안드레이루블료프의<구원자>가15세기부터지금까지“슬픔을머금은온화한눈으로여전히앞을바라보고”있듯,이책은격변의시대를살아가는우리의고단한현실을치장하지않고제대로만나게해준다.더불어우리가품은불안이“희망의다른이름”이라는것도넌지시일러준다.
급변하는시대속에서흐름에휩쓸리거나지금에안주하지않고자신의세계를넓혀나가는힘.보이지않는것을끊임없이상상하고구현하는능력.선하나로현대의정신을그려낼수있었던파울클레가그러했고,생의마지막까지한사람의영혼을담아내려했던모딜리아니가그러했고,톨스토이와밥딜런이그러했다.이제우리의차례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