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인간에게가장복잡하면서도깊은감정중하나다.우리는사랑을향한열망과그로인한고통,그리고인간관계에서의깊은만족과이해를경험한다.따라서사랑은인간의삶에있어서핵심적인가치중하나이며,청소년들에게는더욱중요한주제로떠오른다.
이책의첫번째부분은‘사랑학개론’이라는제목하에사랑에대한다양한통찰과개념을소개하고그본질과의미에대한개관을시도하였다.이어서두번째부분은동양의사랑을다룬다.여기서는동양고전에서사랑과관련된유명일화들을선별해알아본다.동양은서양과다른철학과문화를가지고있으므로,사랑을바라보는동양의관점을서양과나누어살펴보는것은흥미롭고의미있는일이될것이다.마지막세번째부분은서양의사랑에대해살펴본다.이부분에서는사랑과관련있는이야기들을서양고전들속에서들춰본다.우리는동양사람으로분류되지만‘중·임·무·황·태’보다‘도·레·미·파·솔’이더익숙하다.서양의문화와사고방식은이미개인의사고방식과공동체의문화와법률속에깊이스며들어있다.그런만큼사랑에대한서양의이해를통해서그곳에대한우리자신의태도와행동방식을돌아볼기회를얻을수있으리라기대한다.
책속에서
시대와사회상의변화에따라결혼도변화해왔다.전통사회에서의결혼은개인보다집단의이해관계가우선하는제도였던반면,근대이후의결혼은개인의취향과정서적만족에더많은비중을두게되었고마침내연애결혼이보편적인기준이되었다.하지만사랑이라는‘불안정한’감정을기반으로한결혼은그뿌리부터흔들리게되었고,결혼은이제한물간
구시대적제도로사라져가는추세이다.연애결혼의탄생은처음부터결혼의종말이라는위험을그안에품고있었던것이다.결혼이과연종말을맞을지아니면새로운형태로한단
계또진화할지는두고볼일이다.(연애결혼의탄생,47쪽)
「겨울왕국」의주인공엘사는“가정의천사”와대척점에서있는정반대의인물이다.엘사는사랑에빠지지도결혼을하지도않는다.그녀는자신의내면의욕망을추구하고,여자이기때문에감추어야했던능력을보란듯이세상에드러낸다.이제그녀는남성의전유물이었던미지의세계로의모험과탐험에조차당당하게도전하는당찬모습을보인다.(로맨스신화를넘어서-「겨울왕국」의엘사이야기,66쪽)
맹자는사람은누구나사랑을시작할수있는역량을타고태어나지만사랑의지속은사랑의힘이아닌윤리의힘으로가능하다고보았다.반면에묵자는사랑은열심히배워야시작할수있다고보았지만그렇게학습한사랑은사랑의힘,곧상대를이롭게하는힘에의지하여지속될수있다고보았다.유가의별애보다는묵가의겸애가한층현실적이고지속가능했던이유다.(사랑을하는두가지방식-유가의'구별하는사랑'과묵가의'구별않는사랑',84쪽)
사랑은상대에관한관심하나만으로완성되지않으며사랑을지속하기위해서그외의조건들이필요하다.예를들면상대를온전히이해하려는태도,사랑하면서선택의갈림길에섰을때주체적으로결정하는결단력,그리고선택에따른결과를책임질준비와같은요소들말이다.사마상여와탁문군역시함께할미래가불투명하였으나사랑을위해용기내고어려움을같이극복하고자노력하였다.이는많은사람에게감동을불러일으켰기에,이들의이야기가그저흔한가난한남성과부유한여성의이야기로평가받지않고2,200여년이지난지금까지도사랑받는것이다.(사랑의야반도주,그결말은?-사마상여와탁문군이야기,101쪽)
아사달,아사녀,주만의사랑은너무나순진하여일면답답하게느껴지기도하지만,계산이전혀개입되어있지않은사랑이라는점에서미워하기어렵다.이들의순수하고,변함없고,강직한사랑은어쩌면현실에서찾기어려운‘비일상적’인사랑일지도모르겠다.그렇기에범상치않고,초월적이며영웅적인사랑으로느껴지는것이아닐까?(사랑의여러모양-현진건의『무영탑』에담긴사랑이야기들,116쪽)
루쉰이원하는것은‘대화상대’였는데,주안은무조건맞장구치면서아는척하는것말고는할수있는게없었다.루쉰의이런속마음을아는지모르는지,주안은남편을잘섬기고
시어머니께효도하면언젠가는남편이잘못을깨닫고자신을돌아봐줄거라는환상을품고있었다.루쉰도주안이자신과어머니를헌신적으로보살피고있다는것을잘알고있었다.
그러나그녀를동정하고경제적으로부양할수는있지만,그녀에게‘사랑’의감정을느낄수는없었다.(사랑없는결혼의비극-루쉰과주안의잘못된만남,134쪽)
십대의사랑은아직여러모로성숙하지않아위태롭고때론불나방같이무모하기도하다.하지만어리기때문에가능한순수함과풋풋함이있다.그래서일까?이시기에겪는첫사랑은흔히덜익은풋사과에비유되곤한다.상큼하고달달하면서도시큼하고떫은맛을지닌작은초록색풋사과말이다.풋내기들의풋사랑은대부분그‘설익음’으로인해이루어지지못하고,시간이지날수록가슴먹먹한그리움으로남는다.(산골마을십대들의잔잔하고도가슴먹먹한사랑이야기-선충원의『변성』,138쪽)
에로스는신화는물론문학과철학의단골소재였고에로스에대해희랍인들이부여한의미는결코작은것이아니었다.헤시오도스로대표되는희랍의여러창세신화들속에서그것은생성을위한원동력으로작용하는어떤근원적인에너지로묘사된다.또플라톤은우리에게본성적으로주어진성욕이라는형태의사랑이우리안에서수행하는역할과의의에대해
철학적고찰을시도하면서,그것이필멸자인우리인간이불멸에참여할수있는유일한방법이자,이를통해좋음의영구적소유를최대한달성케함으로써인간이행복에다가설수
있도록돕는다고설명했다.하지만이러한에로스도반드시좋은것이기만할수는없다.아무리좋은것이라하더라도지나치게과도하다면나쁘지않을수없기때문이다.
에로스가인간에게파멸을가져오고불행한삶으로이끌기도하지만,다른한편으로는인간의삶을최대한완성시키고행복에가장가까이접근할수있도록돕기도한다.(에로스가가져오는인간의행복과불행,155~156쪽)
희랍에는에로스와함께사랑으로불리는또다른이름의사랑이있다.필리아Philia가그것이다.에로스는육체적·성적사랑이고그것을향한욕구로서마치불꽃처럼짧은시간동
안타오르며자기를반복해서소진한다.에로스에의한사랑의대표적인예는뜨겁게사랑을나누고있는연인들의사랑이다.반면에필리아는육체적관계에대한갈망인‘성욕’을배제한정신적인사랑인데,이것은우리의‘정情’과도닮은데가있어서,함께지낸시간에비례하여더커지거나굳어지는경향이있다.필리아에의한사랑의대표적사례는부모와자식간의사랑이지만,형제나친구들사이의돈독한관계를표현할때에도쓰인다.이처럼필리아가여러맥락에서사용되는까닭에,모든문맥에서필리아를대신할수있는단일한우리말을찾기는어렵다.그래서필리아는상황에따라서‘친애’,‘우정’,‘애정’,‘사랑’등다양한이름으로옮길수있다.(필리아를위한안티고네의숭고한투쟁-소포클레스의『안티고네』,175~176쪽)
물과불은서로상극이다.마치강물의신의딸다프네와태양의신아폴로가상극이듯이.그러나상극인불과물이조화를이뤄생명을탄생시키듯이,쿠피도의사랑의화살도뜻밖
의커플을엮어주었다.비록그사랑이이뤄질수없는절절한첫사랑이나피할수없는속박으로남을지라도,그안에는다프네의모습과아폴로의내면을변화시키는창조적힘이내재했다.결국연애시인인오비디우스의세상을동적이고변화무쌍하게만든원동력은만물을정복하고무릎꿇리는사랑이었다.(알파남의첫사랑-아폴로와다프네의변신이야기,211쪽)
아벨라르와엘로이즈사이의비극적이지만아름다운사랑의이야기를통해서우리는사랑하는사람들이갖추어야할기본적인덕목이사랑의진정성임을배우게된다.모든사람은이성의외모,학력,재산,재능에끌리기마련이다.이사실자체를부정적으로볼필요는없다.하지만외모가일그러지고,학력이힘을발휘하지못하고,재산을잃고,재능이빛을바랬다고해도상대를사랑할수있는지스스로물어볼수있을것이다.엘로이즈는다른무엇때문이아니라,아벨라르그사람만을사랑하였다.결혼을한낱거래로생각하는사람들이법적,형식적관계가결혼관계를성립시키는것이라고착각하고살지만,엘로이즈와아벨라르는진정사랑하는이들사이에견지해야할진정성,진실성이라는덕목을몸소가르쳐주고있다.(중세의아름다운스캔들-아벨라르와엘로이즈의영원한사랑,227쪽)
어떤의미에서단테와베아트리체,그리고프란체스카와파올로두커플은지옥과천국이라는넘어설수없는공간에머물고있지만모두성스러운사랑을하고있다고볼수있다.
베아트리체에대한단테의사랑이애초부터육욕에이끌린것이아니라면둘사이의사랑은고귀한사랑이고,파올로와프란체스카사이의사랑은육욕적인사랑이라는이분법으로두
커플을단순비교하면사랑의본질에대한단테의생각을읽어내지못한것이다.글서두에서『신곡』안의나무들은숲전체에서조망해보아야한다고적었다.(천국과지옥에서꽃피운사랑-단테와베아트리체그리고파올로와프란체스카,241쪽)
사랑이라는단어는하나지만,사랑의모습은여럿이다.세상의수많은사람이각자서로다른삶을살아가듯이,사랑의모습역시세상에존재하는삶의모습의숫자만큼여럿이다.사실사랑을미리정의할이유도없고앞서규정할필요도없을것같다.우리에게다가오는사랑의모습은바로우리자신이살아가는모습과똑닮았기때문이다.아름다운사랑을꿈꾸
거든아름답게살일이다.(사랑의모습들,2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