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낼 수 없는 대화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끝낼 수 없는 대화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17.00
Description
역사적 증언으로서, 천 개의 언어를 뛰어넘는 한 점의 그림의 힘!
사제복을 입은 은둔의 인문학자가 ‘지금 여기’에 던지는 지적 파문
화가를 꿈꾸었으나, 이제 성직자이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사학자인 장동훈 신부의 그림 이야기. 이 책은 그림을 이야기하지만, 미술보다는 역사와 사회, 종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예술서라기보다는 인문서로서의 비중이 높다고 하겠다. 그만큼 저자가 펼치는 지적 스펙트럼은 다채롭고 풍부하며 인문학적 통찰이 빛을 발한다.

저자가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 그림들은 역사의 증언과도 같은 그림들, 성화가 아닌 세속화다. 미술을 떠나 저자가 관심을 기울여온 사유의 대상 역시 ‘바깥’의 세상이다. 거대한 자본시장의 바깥, 권력과 교회의 울타리 바깥…, 시대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그늘지고 소외된 자리다.

예술이론, 미술사, 종교사, 사회사, 그리고 ‘인문학’이라고 불리는 것들 전반에 걸쳐 탁월한 식견을 보여주는 저자의 그림 해설은 간결하면서도 풍부하며, 한편으로 명징하다. 르네상스 시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알 법한 유명 작품에서부터 숨겨진 명작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가의 그림들을 섭렵하면서도 저자가 찾으려는 것은 한결같이 하나다.

이 책이 다루는 미술작품들 안에는 늘 ‘인간’이 존재한다. ‘신’이나 ‘자연’이 아니다. 즉위하는 황제, 총살당하는 황제, 성공한 혁명가, 실패한 혁명가, 작품을 주문한 의뢰인들, 어쩌다 모델로 찍힌 듯한 여자, 무심한 우리 이웃들, 그리고 호퍼의 눈에 포착된 대상들처럼, 세상의 빈자리에서 깜빡이는 고독한 사람들. 인류의 오늘을 장식하는 그들은 하나같이 성당과 성경 바깥으로 나가야만 비로소 그 겉모습을 어루만질 수 있는 군상들이다.

‘삶을 위한 예술’이라는 그 시선으로, 책은 네 가지 주제로 나뉜다. 1부에서는 현대문명과 오늘의 사회에 관한 질문이 던져진다. 2부는 ‘지금, 여기’를 살아내야 하는 실존으로서의 인간을 조명했다. 3부는 상품처럼 소비되고 있는 종교와 교회의 내일을 묻는다. 마지막 4부는 시대와 이념, 신념과 체제,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힘겹게 피워낸 예술가들의 성취를 담았다.
저자

장동훈

한때업으로삼고싶을만큼그림에관심이많았지만천주교사제의길을택했다.도록속그림을실제로봐야겠다는일념하나로무작정길을나설만큼여전히걸어보지못한예술의길에미련이크다.
2002년이탈리아로마교황청립우르바노대학교에서교의신학석사를마쳤고같은해6월천주교인천교구소속으로사제서품을받았다.2009년18세기교황청동아시아정책을주제로로마교황청립그레고리안대학교에서교회사박사학위를받았다.귀국후지금까지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신학생들에게그리스도교역사를강의하고있으며교회의대사회적창구라할수있는인천교구사회사목국,한국천주교주교회의정의평화위원회등에서일하며노동자,빈민등사회적약자들을벗으로만나왔다.
그림같은말,하나의훌륭한웅변같은그림에관심이많으며,때론그림한장이천개의말보다더충실한시대의증인이라믿고있다.미술과문학,교회와사회,현재와과거를‘인간’이라는열쇠말로통섭적으로이해하고자애쓰며또이를대중적글쓰기를통해사람들과나누고자노력하고있다.

목차

책을묶으며-아무도기획하지않은빛

1부나와당신의세상
불안한풍경…에드워드호퍼
해체한세계로장식한세계…다비드와프로파간다미술
네번째계급…주세페펠리차다볼페도
무너지고공허해진것…리베라와멕시코벽화운동

2부어둡고도빛나는
허약하지만질긴…피테르브뤼헐
투쟁하는인간의초상…미켈란젤로부오나로티
가끔은뒤로물러나멀리내다볼필요가있습니다
…렘브란트반레인과오노레도미에

3부종교너머의예수
두개의갈림길…주세페카스틸리오네
차가운기록…한스홀바인
끝낼수없는대화…오윤과민중미술
종교로내려앉다…바로크미술

4부혼미한빛
화가의블루…조토디본도네
모두가입장을가진것은아니다…프란치스코고야
변방의감성…알브레히트뒤러
아르장퇴유…에두아르마네

출판사 서평

말을걸어오는그림들,
코로나에지친당신에게속삭이다

세상이왜이렇게낯설어졌을까.코로나와기후변화의시대,우리가슴을가장서늘히찌르는물음아닐까.사실이‘낯섦’이지금이시점에서만각별한것은아니다.오늘유난히우리에게깨우치고있을지언정,세상은원래부터그랬으니까.적어도‘근대’라고불리는시대가지상에도래한다음부터,세상은늘생경하고불친절한것이었으니까.

저자는이야기한다.왜낯설어졌을까?해답을역사에서찾자면비교적분명하다.근대의학문과기술의발전은인간에게더넓은인식의지평을,세계변화의가능성을열어주었다.그러니교회로수렴되었던중세의보편세계는해체될운명이었다.문제는믿음안에서인간이누렸던총체성과조화로움까지같이깨어졌다는것.책의서문,르네상스초엽에그려진마사초의그림은선악과를먹고낙원에서추방된인간의슬픔을표현한다.하필근대의문이열리는순간,이런그림이그려졌다는것이단순한우연일까?마사초라는작가의입장에선그렇겠지만,작품의입장에서는아니다.너무많은것을알게된나머지교회라는정신적에덴에서쫓겨나게된르네상스적인간의모습은그때그자리에서어떻게든표현되어야만했던것이다.

우리현대의외로운개인들을그린미술가라면단연에드워드호퍼,책의본문은바로그호퍼의그림들로시작된다.인간은도시로대표되는산업문명을건설했지만,그곳에인간자신을뉠자리란없다.지은이가친절히해설하는그낯선풍경을보노라면,쫓겨난우리가무엇을해야할지자연히되묻게된다.저자는근대가낳은여러그림들을살피며,화가의개인사는물론,그시절의역사적구체성을가감없이소환해낸다.조토의양가적인울트라마린블루에서도,정체가뭔지갈피를잡을수없는고야의거인에서도,심지어는명랑하기이를데없는바로크미술에서조차,근대를겪는인간의‘불안’이엿보인다.저자는그때그사람들이왜그런심정을가졌는지,그것이어떻게현재의우리와연관되어있는지를살피며,예술가가시대와더불어어떻게혼란스러운부조화를극복하려고노력했는지를탐구한다.여기서예술이곧현실을초월한이념의구현체라고믿었던,신플라톤주의자미켈란젤로의투쟁기가빠질수는없겠다.

독창적시선,풍부한지식,미려한묘사로
낯섦의시대를어루만지다

근대의문제에대해‘누구나입장을가진것은아니’라고하면서도,저자자신은확고한입장이있다.그것은세가지다.신중하면서도본인의시선을가질것.현실을피하지않으면서도낭만을잃지않을것.중심을완성하려면변방으로다가갈것.아닌게아니라가장많이언급되는서구보다도어쩌면라틴아메리카와한국의미술에서이그림여행의핵심테마가뚜렷해진다.신념을가진사람의삶이란곧반복되(어야만하는)는현재성이라는설명이다.한마디로‘지금여기’.어째서신부님이세속화를논하는가?’라는질문의답또한여기에있다.성직자라면현대의낯섦을몰고온‘세속적’인사태에답해야했기때문이다.

세상의의미없음과외로움에지친현대인들.그들을치유하기위해서는언뜻더성스럽고,구체적인실천에는여전히막연하면서도,독자에게직설적인위로가될말을건네야할것만같지만,지은이는그런익숙한길을택하지않았다.그럼에도그가선택한낯선길은,책을덮어놓아도정신에남을참다운삶의방법론을독자들의눈앞에선명히그려준다.풍부한지식과더불어탁월한통찰,미려한묘사가함께할《끝낼수없는대화》.바로그렇기에이책은예술에대한또하나의예술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