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과철학의상호공명-한국예술종합학교명예교수,건축가민현식
『현대건축의철학적모험』은건축가장용순의지적모험이다.자신이건축의현장에서감지한,온몸에소름이돋는전율과같은감동이무엇인가를밝혀보려는것이다.그러나장용순이주목하는건축공간은“빛속에자태를드러내는매스들의교묘하고정확하며장엄한유희”(르코르뷔지에의정의)로서의건축공간이라기보다,그것을있게한원초적인무엇,이름붙여지기전,힘의강도와흐름만이있었던혼돈하고공허한공간이다.
아마고딕성당의공간에서하늘로부터의장엄한빛의다발이주는감동너머에리브볼트(ribvault)를지나기둥을타고흐르는힘을보았고,시에나광장에서시민들의아름다운삶의모습뒤에작동하는경사진표면에퍼지는힘의망상조직(network)을주목했으며,도미노의자유평면과자유입면이힘으로부터자유를얻은뒤에나가능했음을먼저읽었다.
현대는이전의시대와는확연하게구별된다.모든영역의그확고했던경계선이쉽게무너지면서,불확정,비결정,가상,비실재,무의미,시뮬라크르(simulacre)등이득실대는곳이며,모든의미어들앞에비非,반反,부不,탈脫등의접두사를붙이고,개념화가미칠수없는곳으로탈주하고있다.그런탓인지장용순이떠나는모험의여정은의심으로부터시작했을것이다.그것은아마,19세기의심의대가였던니체,마르크스그리고프로이트에게서의심하는법을배웠을것이다.그들의의심이플라톤과데카르트가구축해온굳건한형이상학적설계를무너뜨린장본인들이기때문이다.
여정의마지막,장용순이주목한철학자는질들뢰즈이고,그에게서‘아이스테시스(aisthesis,감성적지각)에대한이성의우위’라는수천년묵은도식을뒤집는극적반전을보았기때문이다.헤겔에게서조차도예술을‘이념의감각적현현’으로보고철학적인식의아래에놓았지만,들뢰즈는아이스테시스를이성에선행하여,그바탕에서그것을비로소가능하게해주는어떤근원적인능력이라고본다.그래서들뢰즈에게감각은감관에서직접몸으로내려가는존재론적사건이며,생명체의몸과바깥의환경이서로접하는삼투막의표면에서‘진동’처럼발생하는어떤유물론적사건이다.
이러한통찰을통하여,장용순은‘현대’건축에서,하나의정체성에함몰한공간론에서떠나끝없이자기의존재를다양화하는유목적성격을발굴해낸다.이러한현대건축의성격을발굴해내는과정에서장용순은많은건축가,철학자,예술가,과학자를거친다.그리고마지막에이러한현대성을가장뚜렷하게드러내는건축가로서렘콜하스를호명하여,해체론의중심에선철학자질들뢰즈를만나게한다.이들의만남속에건축과철학은새로운시작을경험하고있다.사실철학은과학에대해서,예술과윤리적실천에대해서무엇인가를말해왔다.철학은비철학적현상에대하여,그안에들어있는의미와기원과한계에대하여,그것이향해야하는이념적목표에대하여평가적이고규정적인어조로판결해왔다.그러나니체에서현대프랑스철학자에이르는해체론적전통의주도력안에서볼때,철학은다른것들이지닌본성을물으러오는법정으로서의권위를이미상실하였다.
건축또한이러한사태로부터자유롭지못하다.예전의건축,특히가까이모더니즘시대의건축은이론속에안주하는건축,이론에의하여순화,규정,보존,지도,조직화되는건축이었다.반면,현대건축은이론화될수없거나,이론화되기이전의건축을구한다.건축에대한현대철학의개입은건축에대한이론의간섭을물리치는것과다르지않다.
여기서구태여건축가콜하스와철학자들뢰즈을‘만나게한다’라고쓰는것은들뢰즈의철학으로콜하스의건축을설명하거나,들뢰즈의철학을콜하스적으로건축하려함이아니라,그들이만나일으키는공명(共鳴)을보고자하기때문이다.아니둘사이에공명을일으키게하기위함이다.이둘사이에일으키는공명으로하여,렘콜하스의건축과질들뢰즈의철학이새롭게태어나게할뿐아니라,사유의지평이확장되어,건축과과학,건축과예술,그리고건축과윤리가어떻게공명하는가를이야기할수있기까지이른다.
주관적이고개인적일수밖에없는감성적체험이이성적논리에뒤지지않는보편적타당성을지닐수있는가라는질문에장용순은‘이성을해체할수있는것은오직이성자신뿐’이라는동어반복적인대답에서그리크게나가지못하고있다.그것은글쓰기의태생적한계일지도모른다.그럼에도불구하고나에게장용순의『현대건축의철학적모험』은현대건축의철학적해설서라기보다는글로쓴하나의잘지어진‘건축’으로보인다.장용순의글쓰기는건축창작현장을떠난적이없으며,그곳에서의감동에바탕하고있기때문일것이다.많은이론서들이건축을여러가지방법으로해석하기만했지만,장용순의이러한실천적작업은이시대,우리의‘건축’을바꾸어놓는데크게일조할것이다.
자끄뤼캉서문-로잔공과대학교수자크뤼캉
장용순의책은위상학,은유와생성,용해와내재성,생기론이라는서로다른주제를통해건축과도시론,그리고철학을공명을일으킨다.연구의방향을설정하는1권에서펼쳐지는논변은위상학과관련되어있다.정확성과비례라는변수를통해형태를사유하는(유클리드)기하학과는반대로,위상학은검토대상이되는요소자체보다는요소들사이의관계에강조점을둔다.위상학적접근은특히2차대전이후의건축과도시론에서커다란중요성을차지하고있다.저자는위상학의이런영향력을보여주고있으며,연산들(변형,관통,포함,보이드의전략,접기등)을기술하고있다.저자는이러한연산들을‘전통적인’구성절차와대조하면서,현대의건물과프로젝트를예로들고있다.이런예들을선택한것은유효적절했으며,이를통해이연구는철학적관점에서본현대건축과도시에대한독창적인이해를제시하고있다.
2권은유와생성은문제틀의중첩과상호텍스트성의문제들을도입한다.3권에서는탈영토화와심지어건축의용해로서의현대성을다루고있다.2권과3권은생기론을다루는4권을최종목적지로삼고있다.4권은지금까지다룬모든관심사를한데모으면서,특히증가와가변성의문제를다룬다.
이처럼난해한문제들을다루기로한장용순의용기와,철학은물론이고건축과도시론의영역에서도작동하는여러관념과개념을잘이해할수있도록전달한그의능력에경의를표한다.철학과건축사이의관계가최근에드물게나마탐구의대상이되고있지만,이렇게체계적으로이문제에접근하는경우는거의찾아볼수없었다.마지막으로,장용순의연구는새로운시각을열어젖히고,이를통해새로운이해를제공하는이론적인구성물임을밝히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