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품격 (삶이 곧 하나의 문장이다)

글의 품격 (삶이 곧 하나의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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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쉬이 흩어지지 않고 머리와 가슴에 스며드는 깊이 있는 문장을 말하다!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한때 소중했던 것들》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기주의 신작 인문 에세이 『글의 품격』. 고전과 현대를 오가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마음, 처음, 도장, 관찰, 절문, 오문, 여백 등 21개의 키워드를 통해 글과 인생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냈다.

글은 종종 무력하다. 문장이 닿을 수 없는 세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글쓰기가 지닌 한계와 무게를 알고 글을 적어야 한다. 저자는 오늘날 분노를 머금고 우리 손끝에서 태어나 인터넷 공간을 정처 없이 표류하는 문장들이 악취를 풍기는 이유는, 세상사에 너무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글을 휘갈기다 보니 문장에 묻어 있는 더러움과 사나움을 미처 털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글쓰기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전한다.

돌이켜보면 저자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풍경과 사람과 사연이 오감을 거쳐 가슴으로 흘러 들어오던 순간,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고, 그때마다 현미경 들여다보듯 ‘나’를 탐구했다고 고백한다. 내면에 싹튼 뜨끈한 생각과 감정이 식어버리기 전에 지면과 화면에 바지런히 적었는데, 이처럼 글을 쓰는 일은 마음의 상태를 살피고 기록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하며 삶이 곧 하나의 문장임을 일깨워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말에 언품(言品)이 있듯, 글에는 문격(文格)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세상 모든 것에는 나름의 격이 있고, 격은 삶의 흐름과 관계 속에서 자연스레 다듬어지는 것이며, 문장도 매한가지라고 이야기하면서 품격 있는 문장은 제 깊이와 크기를 함부로 뽐내지 않고 그저 흐르는 세월에 실려 글을 읽는 사람의 삶 속으로 퍼져 나가고, 돌고 돌아 글을 쓴 사람의 삶으로 다시 배어들면서 스스로 깊어지고 또 넓어진다고 말한다. 이처럼 저자의 글쓰기 철학과 일상에 건져 올린 문장들에 저자 특유의 감성이 더해져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전한다.
저자

이기주

말을아껴글을쓴다.쓸모를다해버려졌거나사라져가는것에대해쓴다.투병중인어머니를위해화장대에담담히꽃을올려놓곤한다.지은책으로는『언어의온도』,『말의품격』,『글의품격』,『한때소중했던것들』등이있다.

목차

서문삶에서글이태어나고글은삶을어루만진다

1강좌우봉원(左右逢源)일상의모든것이배움의원천이다
마음생각과감정이싹트는곳
처음설렘과두려움이교차하는순간
도장깨달음이솟아나는장소가있는가
관찰글감을찾고본질을캐내는과정
기억누구나과거를되씹으며살아간다
존중소중한사람에게말을건네듯
욕심손잡이가없는칼

2강본립도생(本立道生)기본이서면나아갈길이생긴다
습관내면의리듬
개성문장을날아오르게하는날개
문체비수를꺼내야하나검을휘둘러야하나
제목독자가가장먼저읽는글
주제때론글을떠받치는기둥이필요하다
결말매듭을지어마무리하다
여백가장본질적인재료

3강두문정수(杜門靜守)밖으로쏠리지않고나를지킨다
산고글쓰기의감옥에서느끼는고통
능동스스로문장의물결을일으키다
절문간절히질문을던지다
오문세상의더러움에오염된문장
성찰내면을들여다보고지키는일
퇴고삶과글이그리는궤적은곡선이다
지향마음이향하는방향

출판사 서평

삶이곧하나의문장이다
말에언품(言品)이있듯글에는문격(文格)이있다

타인은원뿔과닮았다.보는각도에따라다르게보인다.이를무시한채한쪽에서삼각형이라주장하고다른한쪽에선원이라고박박우기면둘의의견은영원히만나지않는평행선처럼교점을찾지못한다.서로다르다는이유만으로상대를향해폭언과욕설을내던지면일시적으로분노를배출할수있을지는모르지만,문장을쏟아낸마음의언저리는곪을수밖에없다.오염처리없이폐수를방류하는공장주변의땅이시커멓게썩어버리듯이말이다.

말수가적음을뜻하는한자‘눌訥’은말하는사람의안內에서말言이머뭇거리는것을가리키는데,이는신중하게말하는자세를뜻하기도한다.글쓰기에서도때론머뭇거림이필요하다.쓰고싶은욕망을억눌러문장에제동을걸줄도알아야한다.어쩌면지금우리에게필요한건달필(達筆)의능력이아니라눌필(訥筆)의품격이아닐까?
한권의책안으로들어가는문은하나지만밖으로나오는문은여럿이아닐까.책안에다양한샛길이존재하기때문이다.《글의품격》을가로지르는무수한‘활자의길’을각자의리듬으로자유롭게거닐었으면하는바람이다.길위에서무엇을보고듣고느낄지는오로지당신의몫이다.

다만이책을덮은뒤당신의손끝에서돋아난문장이소중한이들의가슴에가닿으면좋겠다.당신이일으킨문장의물결이당신의진심을실어나르기를바란다


책속에서

평소나는‘좌우봉원(左右逢源)’이라는말을가슴에품고문장을매만진다.이는주변에서맞닥뜨리는사물과현상을헤아리면근원과만나게된다는뜻인데,일상의모든것이배움의원천이라는의미로도풀이할수있다.---「마음,생각과감정이싹트는곳」중에서

우리가흔히사용하는‘도장道場’이란단어는본래‘도장수道場樹’의줄임말이다.도장수는키가30미터정도되는거대한활엽수인데과거에는보리수로불렸다.이나무밑에서석가모니가깨달음을얻었다.이후불교가널리퍼지면서도장은개인이심신을단련하는장소를가리키는말이됐다.내가수련하는도장은크게두갈래로나뉜다.문장을수집하는곳,그리고문장을정제하는곳이다.카페가문장을모으는도장이라면,서점은마음을다독이고다스리는도장이다.「도장,깨달음이솟아나는장소가있는가」중에서

질문을뜻하는영어단어『question』의앞부분『que』는시작을알리는신호『que』와형태가비슷하다.이는우연이아닐것이다.질문이우리삶에서새로운시작을의미하기때문이아닐까.간절히질문을던질수있다면우린언제든다시시작할수있다.글쓰기든,삶의영역에서든여전히꽤많은것이가능하다.「절문,간절히질문을던지다」중에서

우린다들가슴에욕심이라는칼을한자루씩품고살아간다.때론커다란칼을휘두르듯욕심껏일을밀어붙여야하는순간도찾아온다.야심이무기가될때가있고욕망덕분에황홀한꿈을꿀때도있다.다만욕심은도신(刀身,칼의몸체)만있고손잡이가없는칼과같다.욕심을움켜쥐고상대방을찌르려면내손바닥에상처가생기는것을각오해야한다.「욕심,손잡이가없는칼」중에서

나는‘초저녁의작가’다.내게아침과오후는생각을축적하는시간이고어두워질무렵은문장을분출하는시간이다.새벽에눈을뜨자마자책상으로다이빙하듯뛰어드는작가가있는가하면모두잠든시간에원고지에파묻히는이른바올빼미족도있지만,난서녘하늘이붉게물들기시작하면그제야원고작업에돌입한다.「습관,내면의리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