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곧하나의문장이다
말에언품(言品)이있듯글에는문격(文格)이있다
타인은원뿔과닮았다.보는각도에따라다르게보인다.이를무시한채한쪽에서삼각형이라주장하고다른한쪽에선원이라고박박우기면둘의의견은영원히만나지않는평행선처럼교점을찾지못한다.서로다르다는이유만으로상대를향해폭언과욕설을내던지면일시적으로분노를배출할수있을지는모르지만,문장을쏟아낸마음의언저리는곪을수밖에없다.오염처리없이폐수를방류하는공장주변의땅이시커멓게썩어버리듯이말이다.
말수가적음을뜻하는한자‘눌訥’은말하는사람의안內에서말言이머뭇거리는것을가리키는데,이는신중하게말하는자세를뜻하기도한다.글쓰기에서도때론머뭇거림이필요하다.쓰고싶은욕망을억눌러문장에제동을걸줄도알아야한다.어쩌면지금우리에게필요한건달필(達筆)의능력이아니라눌필(訥筆)의품격이아닐까?
한권의책안으로들어가는문은하나지만밖으로나오는문은여럿이아닐까.책안에다양한샛길이존재하기때문이다.《글의품격》을가로지르는무수한‘활자의길’을각자의리듬으로자유롭게거닐었으면하는바람이다.길위에서무엇을보고듣고느낄지는오로지당신의몫이다.
다만이책을덮은뒤당신의손끝에서돋아난문장이소중한이들의가슴에가닿으면좋겠다.당신이일으킨문장의물결이당신의진심을실어나르기를바란다
책속에서
평소나는‘좌우봉원(左右逢源)’이라는말을가슴에품고문장을매만진다.이는주변에서맞닥뜨리는사물과현상을헤아리면근원과만나게된다는뜻인데,일상의모든것이배움의원천이라는의미로도풀이할수있다.---「마음,생각과감정이싹트는곳」중에서
우리가흔히사용하는‘도장道場’이란단어는본래‘도장수道場樹’의줄임말이다.도장수는키가30미터정도되는거대한활엽수인데과거에는보리수로불렸다.이나무밑에서석가모니가깨달음을얻었다.이후불교가널리퍼지면서도장은개인이심신을단련하는장소를가리키는말이됐다.내가수련하는도장은크게두갈래로나뉜다.문장을수집하는곳,그리고문장을정제하는곳이다.카페가문장을모으는도장이라면,서점은마음을다독이고다스리는도장이다.「도장,깨달음이솟아나는장소가있는가」중에서
질문을뜻하는영어단어『question』의앞부분『que』는시작을알리는신호『que』와형태가비슷하다.이는우연이아닐것이다.질문이우리삶에서새로운시작을의미하기때문이아닐까.간절히질문을던질수있다면우린언제든다시시작할수있다.글쓰기든,삶의영역에서든여전히꽤많은것이가능하다.「절문,간절히질문을던지다」중에서
우린다들가슴에욕심이라는칼을한자루씩품고살아간다.때론커다란칼을휘두르듯욕심껏일을밀어붙여야하는순간도찾아온다.야심이무기가될때가있고욕망덕분에황홀한꿈을꿀때도있다.다만욕심은도신(刀身,칼의몸체)만있고손잡이가없는칼과같다.욕심을움켜쥐고상대방을찌르려면내손바닥에상처가생기는것을각오해야한다.「욕심,손잡이가없는칼」중에서
나는‘초저녁의작가’다.내게아침과오후는생각을축적하는시간이고어두워질무렵은문장을분출하는시간이다.새벽에눈을뜨자마자책상으로다이빙하듯뛰어드는작가가있는가하면모두잠든시간에원고지에파묻히는이른바올빼미족도있지만,난서녘하늘이붉게물들기시작하면그제야원고작업에돌입한다.「습관,내면의리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