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파

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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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기파
저자

박해울

1990년서울에서태어났다.유년시절『내셔널지오그래픽』과『뉴턴』을읽으며SF와판타지를동경하게되었고,글쓰기를배우고싶어대학과대학원에서문예창작을전공하였다.학교졸업후회사원으로일하면서도,이야기만드는일을포기하지않고언제어디서나꾸준히썼다.끊임없이문을두드린결과,2012년『계간문예』소설부문신인상을받았으며2018년에『기파』로제3회한국과학문학상장편대상을...

목차

1.프롤로그?7
2.난파?13
3.『기파평전』,미래출판사,2071,pp.25-30.?22
4.승선?26
5.불청객?38
6.『기파평전』,미래출판사,2071,pp.33-40.?46
7.아누타?52
8.오르카호의성자?66
9.『기파평전』,미래출판사,2071,pp.103-107.?73
10.기파의그림자?79
11.『기파평전』,미래출판사,2071,pp.199-204.?99
12.랑데부?102
13.의심?127
14.함께우주를감상했던때를기억하십니까??130
15.진짜기파?133
16.영상기록?142
17.교신?156
18.기파와이언?161
19.기파의최후?184
20.에필로그?195
작가노트?203

심사경위?206
심사평?209
수상소감?222

출판사 서평

차가운진실을대면하는태도,다정한온기를발견하는시선
인간성과비인간성의사이,고뇌의흔적을품고있는서사

“선과악의구분없이,오직최선을다해진실을대면하는작가의태도가믿음직스럽다.또한차가운진실속에서다정한온기를발견해내는작가의시선이,앞으로작가가만들어갈세계를손모아기다리게만든다.”-김초엽(소설가)


소설가김초엽이추천사에서말한것처럼,박해울의소설엔절대선도절대악도없다.그뿐만아니라등장인물은전부선과악의경계에서아슬아슬하게걸쳐있는존재들이다.인명을구하기위해선인간의탈을뒤집어써야했던안드로이드와그런안드로이드를영웅으로칭송하는사람들,그리고그영웅의이미지가유지되도록안드로이드를파괴하려는주인공.해당인물들은자신이선인지악인지에대해고민하고,그고뇌의과정을통해박해울은좁게는선과악,넓게는인간성과비인간성의경계마저허물어뜨린다.
박해울은이고뇌의결과물을특정문장이나대사로내뱉지않는다.치밀하게짜인이야기구조와장면을통해,어느순간독자가윤리적딜레마에걸리게끔설계한다.『기파』에선인간과안드로이드의대결구도를형성하는데,이때주인공들은당연하게도인간의편을든다.속사정이어떻든간에,인간의입장을더생각할수밖에없는것이다.이처럼안드로이드같이인간이아닌존재를대할때,우리자신이인간이라는것자체가일종의한계로작용한다.이는비단인간과비인간간의문제만이아닌다수와소수의관계에선항상등장하는문제이며,『기파』는이를통해우리가가지고있는이중성을지독하게파고든다.정의가실패하고진실이왜곡되는모습을여실히보여줄때,우리는저자가별다른말을해주지않더라도그가하고자하는말을이해하게된다.그의소설은언뜻보기엔건조하고무뚝뚝하게느껴질만큼,대사와내적진술이극히절제돼있다.그러나서사속에담긴고뇌의흔적을발견하는순간,그의무뚝뚝함은믿음직스럽게다가온다.
『기파』는회유의손길을뿌리치며진실을향해밀고나간다.그러나그끝은우리가기대했던바와달리,정의의패배로끝을맺는다.그패배의순간은,우리모두의선택때문에맞이한것으로설계해놓은터라,지독히도차갑게다가온다.하지만『기파』의세계엔패배의기록만남게되는건아니다.정의가세상에서자취를감출지언정,결코완전히사라지진않는다는걸저자는마지막에보여준다.그렇다면패배한정의는어디에남아있는가?바로주인공의가슴속에,깊숙한통증으로서남아있게된다.


6년간정교하게다듬어진,현실을비추는SF세계관
‘투명인간’들을포착하는SF만의독특한리얼리즘

저자박해울은사회복지사로서거동이불편한노인들을보살피는틈틈이이야기를만든다.이야기밖에서나안에서나,그는사회적약자에시선을관심을멈추지않는다.하루에단1시간이라도투자하여,6년간마이너리티에대한자신의생각을꾹꾹눌러담은이야기가바로『기파』다.박해울은오로지SF에서만설계가능한공간을가져와,사회적약자의위치를분명히드러낸다.또한공간은특수할지언정독자가충분히공감할수있는상황을조성해윤리적인층위로까지나아간다.그대표적인공간과상황이우주크루즈선‘오르카호’와그곳에서벌어지는기파와주인공간추격극이다.
‘완벽한인간승무원이서비스를책임집니다’라는슬로건을자랑스럽게내건채호객하는이거대한우주선은작중세계가얼마나불평등한지여실히보여준다.저슬로건에숨어있는‘완벽하지않은인간’이란바로사이보그다.생체장기보다못한기계 장기는가난과추(醜)의상징이된세계에서,사이보그는사이보그화되지않은이들의시중을들어야하는노예나다름없는상황이다.그마저도질낮은서비스로치부돼오르카호에선채용조차하지않는다.그러나이는사실눈가림에불과했다.사이보그로구성된비공식적승무원‘섀도크루’가존재했던것이다.승객들의눈에띄어선안되는,“명칭그대로,그림자같이행동해야”하는투명인간들은벽장처럼협소한공간에숨어살며궂은일을도맡는다.

복도옆에는청소부의방과같은홈이파진문고리들이빼곡히들어차있었다.지금까지복도라고생했던벽들이모두사람이생활하던곳이라고생각하니마음이복잡해졌다.-본문중에서

오르카호에서섀도크루는인간이라기보다,작중표현을빌리자면“그저우주선을돌아가게하는부품”에가깝다.이런섀도크루는우리사회에도있다.강남빌딩으로출근하는청소및경비노동자들.분명존재하나우리가그존재를느끼지못하는그들이야말로우리사회의섀도크루다.이처럼박해울이상상한근미래는우리가애써외면하고있던투명인간들을보게만드는굴절렌즈역할을톡톡히해낸다.

본디새로운것은기존의것을융합할때탄생한다고들한다.신예작가가한국고전문학과SF를접목한시도는그자체만으로도흥미롭고도대단한일이다.그러나박해울은한발더나가,자신의오랜관심사이자고민거리였던사회적약자에대한문제의식까지담아낸다.<찬기파랑가>의영웅기파가실제로는다른사람이었다면,진짜영웅은어디에있는가?이처럼패배하고,잊힌존재들을되살리기위해애쓰는마음이박해울의소설에는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