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8.22
Description
새로운 주최·후원, 새로운 심사위원단, 새로운 가격
“김초엽” “천선란”의 탄생을 알린 한국과학문학상이 돌아왔다!

우리의 밤을 가로지르며 출현하는 신예 작가들의 빛나는 우주!
세계관을 구축하는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우주에 대한 질문 또는 대답으로 시작하기 마련이며, 이는 고대 신화나 현대 SF나 마찬가지다. 고대 중국의 세계관이 담긴 『천자문』이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우주는 넓고도 거칠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처럼, SF도 푸른 하늘 너머에 있는 검고 광활한 우주에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우주엔 답이 없고, 그저 텅 빈 어둠만이 있을 뿐이다. 답을 구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우주의 빈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워 자신만의 우주를 새롭게 만드는 것. 그리고 지금 여기, 빛나는 상상력으로 자신의 우주를 창조하려는 6명의 신예 작가가 있다. 바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수상자인 “서윤빈”, “김혜윤”, “김쿠만”, “김필산”, “성수나”, “이멍”이다.

지난 2019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우리의 지난밤은 팬데믹으로 인해 어둡고 암울했다. 그 여파로 한국과학문학상도 한 회를 쉬게 되었으나, 주최사 〈허블〉과 파트너사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나 다행히 2년 만에 재개하게 됐다. 문학상 공모 이후, SF 팬덤이 보여준 반응은 실로 놀라웠다. 감사하게도 그들은 한국과학문학상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폭발적인 응모 편수를 통해 몸소 보여줬다. 예년 평균 250여 편이었던 응모 편수가 2배 이상 증가한 550여 편에 이른 것이다. 허블은 그 성원에 힘입어 한국과학문학상을 전격 리뉴얼했다. 문학의 최전선에서 활동 중인 “김보영”, “김성중”, “김희선” 소설가와 “강지희”, “인아영” 평론가와 함께 심사위원단을 새롭게 구성했으며, 그들과 함께 맞이한 신예 작가의 작품을 새로운 디자인과 특별 보급가로 준비했다. 이 모든 리뉴얼은 조금이라도 더 넓은 세상에서 작가의 탄생을 함께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앞서 김초엽(제2회 중·단편 대상)과 천선란(제4회 장편 대상) 등 21명의 신예 작가가 절망의 어둠 속에서 회복의 빛을 그러모아 연대의 우주를 빚어냈듯이, 제5회 중·단편 수상자들 또한 지금 우리가 가진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서 희망의 우주를 빚는다. 지금 우리의 불안이 팬데믹 등 미래적인 사건에서 비롯된 만큼, 그 불안을 희망으로 바꿀 상상력도 좀 더 미래적일 필요가 있다. 어두웠던 우리의 지난밤, 그 밤하늘을 밝혀줄 6개의 우주를 지금부터 소개한다.
저자

서윤빈,김혜윤,김쿠만,김필산,성수나,이멍

고려대학교에서전기전자공학을전공했다.전깃줄이하늘을일곱조각으로잘라놓은걸보다가문득소설을쓰게되었다.완전힙합같은글을쓰고자하며,유머를잃지않기위해늘수련하고있다.2022년「루나」로제5회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부문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대상】서윤빈,「루나」9
작가노트·53

【우수상】김혜윤,「블랙박스와의인터뷰」57
작가노트·111

【가작】김쿠만,「옛날옛적판교에서」115
작가노트·181

【가작】김필산,「책이된남자」163
작가노트·247

【가작】성수나,「신께서는아이들」251
작가노트·285

【가작】이멍,「후루룩쩝접맛있는」289
작가노트·345

2022제5회한국과학문학상심사평349

출판사 서평

★대상★서윤빈의「루나」
우주에서모계사회를이루며해물대신광물을캐는제주해녀들

“‘우주유영’을‘해녀의물질’에비유한,
한국에서밖에나올수없는아름다움“_김보영(소설가)

대상수상작「루나」의우주에선제주해녀들이바다가아닌우주공간에서‘물질’을한다.‘삼무호’라는우주기지를거처삼아모계공동체를이루며,위성사이를유영하면서해물대신광물을캐는것이다.김보영심사위원이“전에본적없는새로운이야기”라고감탄할만큼독창적인이SF의주인공은‘루나’라는이름의해녀다.할머니해녀들그리고또래의어린해녀들과함께평화롭게살아가던루나는자신이구출한우주조난자‘켈빈’때문에여태껏느껴보지못한삶의거대한진동을느낀다.이전부터자신이누구이고어디서왔는지를궁금해하던루나와그런루나를지구에함께가자고부추기는켈빈.삼무호에남고싶으면서도지구에가보고싶었던루나는차마어느쪽도선택하지못한다.그러던중자신의절친한친구‘이오’와함께우주공간을유영하다환영을보게되는데,의아하게도그것은갓난아기의모습을하고있다.그리고‘이오’는그환영에홀려실종된다.
“끝내명쾌하게설명되지않는얼룩”을품고있어애정한다는강지희심사위원의말대로,「루나」는설명이누락된부분때문에혼란스럽지만동시에그누락된부분이정확히인물의욕망을가리키고있어놀랍다.혼란스러움과놀라움을동시에가지고있는이작품은,마치우주공간을유영하는아이의모습처럼,무척이나환상적이고아름답다.

★우수상★김혜윤의「블랙박스와의인터뷰」
신체를잃고구형기계에의식이옮겨진가족을간병하는청년들

“구형기계속으로의식을옮겨간존재를통해,
근미래와장애인주제에대해던지는동시대적질문“_김성중(소설가)

우수상수상작「블랙박스와의인터뷰」의우주에선사고로신체를잃게될경우기계에의식을옮겨연명할수있는데,가난한환자는블랙박스나라디오등구형기계를제2의몸으로삼을수밖에없다.김성중심사위원이“(마인드업로딩에까지)계급이작동한다는점에서사실성이돋보인다”라고말할만큼이현실적인SF의주인공은‘라나’라는이름의가난한청년이다.그는부양해야하는가족이있는데,그의이름은‘로티’.로티는라나의양육자로,큰사고를당해전신이으깨지고만다.그런로티가연명할방법이란구형기계에의식을옮기는것뿐.그렇게블랙박스를몸으로한사이보그가된로티는,현격히떨어진공감및소통능력으로라나를집요한고통속에몰아넣는다.이런라나와로티를보면자연스레기약없는간병노동에내몰린치매환자가족이연상된다.이영원할것같은고통의굴레에서,결국라나는도망친다.새삶을살게되었지만늘부채감을안고살았던라나.그는자신이배운구술사수업을토대로구형기계안에서살아가는이들의목소리를모으기시작한다.
“도덕적인어조로설득하지않“고,”스스로규정지은범주의틀을부수고나왔을때비로소열리게될새로운관능적세계에대해상상하게했“다는점에서아름답다는강지희심사위원의말대로,「블랙박스와의인터뷰」는가슴뜨거운진술을던지는순간에도객관적인시선을놓지않는다.그런작가의태도가무척믿음직스럽다.

★가작★김쿠만의「옛날옛적판교에서는」
판교게임개발자들의애환을게임속에서회상하는창작AI

“현실감넘치는게임개발현장묘사와
창작AI에대한통찰이발군인소설“_김보영(소설가)

가작「옛날옛적판교에서는」의우주에선창작AI가자신을개발한이들의삶을반추하면서게임스토리를진행해나가며,AI가진행시키는그게임은,김성중심사위원의표현을빌리자면,“두개의양말짝을모아뒤집어하나의양말뭉치를만들듯,혹은하나의양말뭉치를풀어두짝의양말로만들듯,안이겉이되고겉이안이되는구조”로이루어져있다.김보영심사위원이“게임개발현장묘사도발군,창작AI에대한통찰도발군”라고말할만큼현실고증이뛰어난이SF의주인공은작품에등장하는모든인물이라해야맞겠으나,한명을굳이꼽자면판교의게임개발자인‘지우’다.스토리텔링인공지능도개발하고1,000억원짜리비디오게임도준비하다가결국무엇하나제대로완성시키지못한채풍비박산나버린회사에다니다결국헛고생만한젊은청춘지우.이작품은그가자신보다조금더어리지만훨씬더과감하게회사를때려치운‘연우’와새파랗게물들인바텐더‘소닉’,그리고별다른성과없이덜컥1,000억짜리대형프로젝트를맡게된고인물꼰대‘팀장’과얽히고설키는?이야기다.매일매일출근하며게임을개발하는유쾌하면서도또씁쓸한,이제는머나먼과거가되어버린이야기다.
“너무재미있고자연스럽게술술읽혀서마치작가가앉은자리에서한번에쉽게써내려갔을것만같”았다는인아영심사위원의말대로,「옛날옛적판교에서는」은튜브를끼고물에?둥둥?떠다니는것처럼이야기자체가가진흐름과에너지를부담없이즐길수있게한다.혀를내두를정도의능숙능란함이다.

★가작★김필산의「책이된남자」
뇌가절편처럼썰려책속에간힌남자와그를훔친책사냥꾼

“‘마인드업로딩’과‘영생불사’라는주제를
동로마시대를무대로끝까지밀어붙이는하드SF”_김희선(소설가)

가작「책이된남자」의우주는동로마시대를배경으로하는데,뇌를얇디얇은절편으로썬다음전기를흘려그전류를측정하고종이에옮기면의식이종이에옮겨지는기술이‘알라시르’라는연금술사에의해발명된다.김희선심사위원이“마인드업로딩과영생불사에관한현대과학의주제를,과거를배경으로멋지게풀수작”이라고극찬한이SF의주인공은‘레오’라는책사냥꾼과알라시르에게납치돼강제로책이되어버린동로마전역에이름을떨쳤던대부호이자번역자인‘콤니모스‘다.고서의가치를중요시생각하는레오는훼손될위험이큰책을훔치거나필사본을만드는일을하는데,프로’책사냥꾼‘레오의레이더에걸린책이있었으니,바로알라시르가저술한『죽음과지혜의책I』이다.내용의99퍼센트가무의미해보이는아라비아숫자로가득한이책의마지막문장은다음과같다.’무엇이든물어보라.책이대답할것이니.‘레오는자신이필사한그책을오랜기간연구한끝에,숫자를계산해책에게묻는다.’너의이름은무엇인가?‘그리고책은답한다.’나의이름은콤니모스다.‘이렇게책속에갇힌남자와책사냥꾼사이의숫자를매개로한지난한대화가시작된다.
“최소한현대한국에서보기어려운발상이며,SF팬으로서이정도까지나아간작품을발견하여반가웠다”라는김보영심사위원의말대로,「책이된남자」는언뜻공통점이없어보이는고대의연금술과현대의마인드업로딩을참신하게엮어낸뒤,인정사정없이하드SF로밀어붙인다.그것도『천일야화』처럼재밌게.실로압도적이다.

★가작★성수나의「신께서는아이들을」
동물만이목소리를갖는사후세계에서홀로아이들을돌보는관리자

“아이들이환생을결정하는사후세계에서
위로되지않는슬픔의존재를체험하는황홀함”_강지희(평론가)

가작「신께서는아이들을」의우주에선죽은아이들이환생할지사라질지선택할수있는사후세계‘피안’이라는섬에가고,그피안에는한마리의동물과한명의인간이기다리고있다.피안은동물만이목소리를낼수있는침묵의세계이며,수많은아이들이지나쳐가지만결국관리자만홀로남게되는고독의세계다.강지희심사위원이“이상한행동을반복하거나기이한행동으로욕망에서미끄러지는인간은우리를동요시키며,(…)그무의미해보이는행동들속에서어느순간의지로비약하거나파열되는것을보여줄때좋은서사가되고,(…)그런점에서가장탁월하다”라고말한것처럼,우리를정서적으로미치게하는이SF의주인공은개와함께사는피안의관리자‘나’다.‘나’의처지란,김성중심사위원의말을빌리자면,“게임NPC같은존재”다.일종의‘게임플레이어’라고할수있는아이들이올때마다그들을맞이하고떠나보내야하는무한루프에갇힌존재인것이다.게다가아이들을떠나보낼때마다기억이대부분사라져,자신의존재와기원에대한고민은늘실패한다.이처럼무력한세계에서‘나’는신의섭리에대해생각한다.신을의심한다.그리고너무도낯선사랑을마주한다.
“대화와서술이섞이는자연스러운흐름이시적으로읽힐만큼완성도를갖춘작품”이라는인아영심사위원의말대로,「신께서는아이들은」은특정정서와감각이반영된세계질서를마련한후그세계를리듬감있는문체로노래하듯서술한다는점에서굉장히시적이며,아름답다.그것은정말이지위로가되는아름다움이다.

★가작★이멍의「후루룩쩝쩝맛있는」
임상중외계인에잡혀식재료가될위기에처한썸관계의남녀

“말랑하고귀여운연애담에외계인의인간도축을
연결하며인류에게던지는날카로운질문.”_인아영(평론가)

가작「후루룩쩝쩝맛있는」의우주에선지구인의혈관에맛들린외계인‘랍-곶인’들이존재하는데,그들은지구인을잡아다‘아주활발히’사육하고도축하며인육을즐긴다.그러나그런황금기도잠시,여러사정으로사육·도축행위가금지되자랍-곶인들은지구인의혈관을돈으로사들이기시작한다.“오늘날인간이라는종이지구에서살아가는생태학적조건을날카롭게드러내는질문“으로읽힌다는인아영심사위원의말처럼,육식에대한조롱,비틀기,해학이넘치는블랙코미디인이SF의주인공은외계인이계획한임상시험의참가자‘양희’다.심혈관계질환가족력을가지고있는양희는동맥경화및혈전제거관련시약테스트를위해참가했다가,외계인들이준비한혈관건강엔아주안좋지만맛은참좋은음식을잔뜩먹고,동향의꽤괜찮아보이는썸남까지만난다.그렇게2박3일간의테스트를행복하게마치고귀가하려는데,갑자기외계인들이정체를드러내며두사람을기절시킨다.정신을차리고보니,TV앞에앉아있는양희.얌전히시청하라는안내방송이나오고,화면의외계인이자신들의상황을설명한다.
“다른종을착취하면서도자주기만에젖는인간의한계를드러내며인지적충격을주면서도,비장한고발의논지를띠지않고시종일관유쾌한어조를유지”해예사롭지않고특별하게여겨졌다는강지희심사위원의말대로,「후루룩쩝쩝맛있는」은기본적으로굉장히재밌고유쾌한데,우리의치부를드러내니시선을돌릴수가없다.가히파괴적인몰입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