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의 구멍 - 초월 3 (양장)

고고의 구멍 - 초월 3 (양장)

$15.00
Description
“올해의 신인” 현호정이 상실의 자리에 낸 검은 구멍
소녀의 구멍과 행성의 구멍을 연결하는 회복의 신화
2022년 〈문지문학상〉, 2023년 〈젊은작가상〉에 호명된 “올해의 신인” 현호정의 첫 장편소설 『고고의 구멍』이 출간되었다. “설화를 구축하는 핵심 플롯이 ‘우연’이라면, ‘단명소녀 투쟁기’는 ‘투쟁기’라는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것처럼 의지와 행동으로 기어이 ‘필연’의 세계로 나아간다.”(구병모, 이기호, 정소현)는 심사평과 함께 2020년 제1회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하며 우리 앞에 등장한 현호정. “소녀를 중심에 두고 기존의 신화를 전복하는 활달한 상상력”(문학평론가 강지희, 《문학동네》 2022년 봄호)이라는 평처럼, 데뷔 이후 특유의 생명력으로 ‘소녀와 신화’라는 주제를 변주해 온 그가 SF적 상상력을 발휘해 소녀의 상실을 공유하는 행성과 그 창조 신화를 탄생시켰다.
『고고의 구멍』을 읽다 보면, 수상 소감에서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와버린 느낌으로 살아왔다”라고 밝힌 그의 말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그는 자신을 위협하고 죽이는 세계에서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이라서, 『단명소녀 투쟁기』 때는 “나는 나의 죽음을 죽일 수 있다”라고 외치며 호기롭게 투쟁하기도 했다. 『고고의 구멍』에서도 그의 강렬한 의지와 생명력은 여전하다. 다만, 자신을 환영하지 않는 세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데 애쓰는 대신, 버림받은 자신의 마음에서 상실의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자신을 버린 세계도, 자신을 떠난 사랑도, 그렇게 상처 입은 자기 자신도 확연히 볼 수 있게끔 구멍을 내었다. 상실의 순간에서 상실감에 빠져 미처 발견할 수 없었던 상실의 구멍을 발견할 수 있도록. 그렇게 사랑을 품었던 가슴에 구멍을 품었다. 상처 입은 가슴을 무언가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현호정의 성장은 상실의 자리에 구멍을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현호정은 줄곧 성장을 써왔다. 처음 성장소설에 눈 뜨게 된 것은 중학생 때의 일로, 그가 성장소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을 읽고 쓴 독후감이 발단이었다. 그의 독후감을 읽고 울었다는 한 선생님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작가 인터뷰 중, 《릿터》 32호), 이후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엔 ‘한 소녀가 자신의 가족을 용서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서사’로 모교의 〈대학문학상〉을, 졸업 후엔 ‘한 소녀가 죽음의 단명할 운명을 타고났으나 연명을 위해 여정을 떠나는 서사’로 〈박지리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렇듯 현호정은 줄곧 ‘소녀와 신화’라는 중심 키워드와 저 두 단어를 ‘성장’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러한 작업에 구병모 작가는 다음과 같은 추천사로 화답해 주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단지 아물어야 하는 상처인 줄로만 알아서 무엇으로든 메워지기를 바랐다가, 조금 더 나아가자 가슴의 구멍이 이 세계에 난 구멍과 구분되지 않았으며, 나중에는 구멍이 회복 내지 구원으로 통하는 탈출로처럼 여겨졌다. 이미 빠져나간 것과 흘러 나간 것을 주워 담는 일보다 앞으로 새로이 채워나갈 것이 무엇인지를 기대하게 되는 소설이다.”

- 구병모(소설가)

저자

현호정

1993년경기도에서맏딸로태어났다.거북이두마리와함께살고있다.보이고들리는것들을쓴다.「단명소녀투쟁기」로1회박지리문학상을수상했고,첫책『단명소녀투쟁기』로출간했다.희곡「그리고거북이는고개를끄덕였다」로한국예술종합학교주최‘봄짓새로운작가상’을받았다.

목차

제1장7

제2장101

제3장167

작가의말202

출판사 서평

세계를깨뜨리는대신세계와하나가되다
신화적목소리로행성의치유를노래하는새로운성장소설

“새는알에서나오기위해투쟁한다.알은새의세계다.태어나려는자는하나의세계를깨뜨려야한다.”성장소설의고전『데미안』의유명한구절이다.이처럼세계를전복하고깨뜨리는것이성장의공식이었다면현호정의성장은다른방향으로나아간다.세계를깨뜨리는대신성장하는인물과같은상실을가진세계를창조하는것.다시말해,구멍을내는것.소녀의가슴에도,행성의대지에도구멍이생긴이상현호정에게세계는더이상투쟁의대상이될수없다.몸을공유하고정신적으로화합해야하는또다른자기자신일따름이다.즉,현호정의성장에서세계는상처와상실감을주는존재에서자신처럼상처입고상실의구멍을가진존재로바뀐다.자신이진심으로환영하며구멍을메워주고싶어지는존재가되는것이다.

『고고의구멍』에는상실에의한서늘한마음과상실을회복시키고싶은따뜻한마음이함께공존하고있다.그리고이런양가적인마음을반영한것처럼,냉대기후와열대기후가뒤섞인행성이등장한다.저춥고따듯한마음으로가득한소녀의가슴과여러기후가뒤섞인행성에뚫린구멍.소녀는자기가슴에난구멍을보면서행성의구멍을떠올린다.또구멍때문에죽을운명에놓인자신을걱정하다가자신과똑같은처지에놓인행성의운명을걱정한다.그렇게점차자신의몸과마음을,나아가행성과행성에흐르는정신을이해하게된다.이러한이해의교차속에서이야기는멈추지않고더멀리나아간다.가슴에생긴구멍을메우기위해고군분투하던연명담은어느새자신과똑같은상실을겪은존재를만나는여정으로거듭나는것이다.소녀는자신을냉대했던세계로부터똑같은상실을발견한다.그리고그상실을회복시키고싶은마음을갖게된다.이렇게소녀의성장은세계와하나가되는방식으로완성된다.

『고고의구멍』은세계의상실이어째서‘행성의구멍’이,소녀의상실이어째서‘몸의구멍’이되었는지를이야기로풀어내면서정신과육체의긴밀한연결고리를선명하게드러낸다.그리고그아름다운고리로행성의구멍과소녀의구멍을연결한다.이렇듯정신과육체,세계와사람을따로보지않는시선속에서그무엇도더이상투쟁의대상이아니게된다.그리하여성장의에너지는투쟁이아닌하나가되는방향으로흐르게된다.

현호정은과거에도지금도신화를다룬다.『단명소녀투쟁기』에서그가기존의신화를변주해세계와투쟁했다면,『고고의구멍』은행성창조신화를써서소녀와세계를함께회복시킨다.아이어른할것없이누구나초대받고싶어하는‘성장소설의세계’.어느곳에서도초대받지못했던현호정은,자신의단단하고생명력넘치는문체로모두가초대받을수있는‘성장소설의세계’를창조했다.

추천사

처음에는그것이단지아물어야하는상처인줄로만알아서무엇으로든메워지기를바랐다가,조금더나아가자가슴의구멍이이세계에난구멍과구분되지않았으며,나중에는구멍이회복내지구원으로통하는탈출로처럼여겨졌다.이미빠져나간것과흘러나간것을주워담는일보다앞으로새로이채워나갈것이무엇인지를기대하게되는소설이다.
-구병모(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