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올해의 신인” 현호정이 상실의 자리에 낸 검은 구멍
소녀의 구멍과 행성의 구멍을 연결하는 회복의 신화
소녀의 구멍과 행성의 구멍을 연결하는 회복의 신화
2022년 〈문지문학상〉, 2023년 〈젊은작가상〉에 호명된 “올해의 신인” 현호정의 첫 장편소설 『고고의 구멍』이 출간되었다. “설화를 구축하는 핵심 플롯이 ‘우연’이라면, ‘단명소녀 투쟁기’는 ‘투쟁기’라는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것처럼 의지와 행동으로 기어이 ‘필연’의 세계로 나아간다.”(구병모, 이기호, 정소현)는 심사평과 함께 2020년 제1회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하며 우리 앞에 등장한 현호정. “소녀를 중심에 두고 기존의 신화를 전복하는 활달한 상상력”(문학평론가 강지희, 《문학동네》 2022년 봄호)이라는 평처럼, 데뷔 이후 특유의 생명력으로 ‘소녀와 신화’라는 주제를 변주해 온 그가 SF적 상상력을 발휘해 소녀의 상실을 공유하는 행성과 그 창조 신화를 탄생시켰다.
『고고의 구멍』을 읽다 보면, 수상 소감에서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와버린 느낌으로 살아왔다”라고 밝힌 그의 말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그는 자신을 위협하고 죽이는 세계에서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이라서, 『단명소녀 투쟁기』 때는 “나는 나의 죽음을 죽일 수 있다”라고 외치며 호기롭게 투쟁하기도 했다. 『고고의 구멍』에서도 그의 강렬한 의지와 생명력은 여전하다. 다만, 자신을 환영하지 않는 세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데 애쓰는 대신, 버림받은 자신의 마음에서 상실의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자신을 버린 세계도, 자신을 떠난 사랑도, 그렇게 상처 입은 자기 자신도 확연히 볼 수 있게끔 구멍을 내었다. 상실의 순간에서 상실감에 빠져 미처 발견할 수 없었던 상실의 구멍을 발견할 수 있도록. 그렇게 사랑을 품었던 가슴에 구멍을 품었다. 상처 입은 가슴을 무언가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현호정의 성장은 상실의 자리에 구멍을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현호정은 줄곧 성장을 써왔다. 처음 성장소설에 눈 뜨게 된 것은 중학생 때의 일로, 그가 성장소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을 읽고 쓴 독후감이 발단이었다. 그의 독후감을 읽고 울었다는 한 선생님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작가 인터뷰 중, 《릿터》 32호), 이후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엔 ‘한 소녀가 자신의 가족을 용서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서사’로 모교의 〈대학문학상〉을, 졸업 후엔 ‘한 소녀가 죽음의 단명할 운명을 타고났으나 연명을 위해 여정을 떠나는 서사’로 〈박지리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렇듯 현호정은 줄곧 ‘소녀와 신화’라는 중심 키워드와 저 두 단어를 ‘성장’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러한 작업에 구병모 작가는 다음과 같은 추천사로 화답해 주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단지 아물어야 하는 상처인 줄로만 알아서 무엇으로든 메워지기를 바랐다가, 조금 더 나아가자 가슴의 구멍이 이 세계에 난 구멍과 구분되지 않았으며, 나중에는 구멍이 회복 내지 구원으로 통하는 탈출로처럼 여겨졌다. 이미 빠져나간 것과 흘러 나간 것을 주워 담는 일보다 앞으로 새로이 채워나갈 것이 무엇인지를 기대하게 되는 소설이다.”
- 구병모(소설가)
『고고의 구멍』을 읽다 보면, 수상 소감에서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와버린 느낌으로 살아왔다”라고 밝힌 그의 말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그는 자신을 위협하고 죽이는 세계에서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이라서, 『단명소녀 투쟁기』 때는 “나는 나의 죽음을 죽일 수 있다”라고 외치며 호기롭게 투쟁하기도 했다. 『고고의 구멍』에서도 그의 강렬한 의지와 생명력은 여전하다. 다만, 자신을 환영하지 않는 세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데 애쓰는 대신, 버림받은 자신의 마음에서 상실의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자신을 버린 세계도, 자신을 떠난 사랑도, 그렇게 상처 입은 자기 자신도 확연히 볼 수 있게끔 구멍을 내었다. 상실의 순간에서 상실감에 빠져 미처 발견할 수 없었던 상실의 구멍을 발견할 수 있도록. 그렇게 사랑을 품었던 가슴에 구멍을 품었다. 상처 입은 가슴을 무언가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현호정의 성장은 상실의 자리에 구멍을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현호정은 줄곧 성장을 써왔다. 처음 성장소설에 눈 뜨게 된 것은 중학생 때의 일로, 그가 성장소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을 읽고 쓴 독후감이 발단이었다. 그의 독후감을 읽고 울었다는 한 선생님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작가 인터뷰 중, 《릿터》 32호), 이후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엔 ‘한 소녀가 자신의 가족을 용서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서사’로 모교의 〈대학문학상〉을, 졸업 후엔 ‘한 소녀가 죽음의 단명할 운명을 타고났으나 연명을 위해 여정을 떠나는 서사’로 〈박지리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렇듯 현호정은 줄곧 ‘소녀와 신화’라는 중심 키워드와 저 두 단어를 ‘성장’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러한 작업에 구병모 작가는 다음과 같은 추천사로 화답해 주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단지 아물어야 하는 상처인 줄로만 알아서 무엇으로든 메워지기를 바랐다가, 조금 더 나아가자 가슴의 구멍이 이 세계에 난 구멍과 구분되지 않았으며, 나중에는 구멍이 회복 내지 구원으로 통하는 탈출로처럼 여겨졌다. 이미 빠져나간 것과 흘러 나간 것을 주워 담는 일보다 앞으로 새로이 채워나갈 것이 무엇인지를 기대하게 되는 소설이다.”
- 구병모(소설가)
고고의 구멍 - 초월 3 (양장)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