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레이철 - 워프 시리즈 5

사랑에 빠진 레이철 - 워프 시리즈 5

$18.52
Description
네뷸러상, 필립 K. 딕상, 성운상(세이운상), 시어도어 스터전상 수상 작가
아더와이즈상 (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 창설자
페미니즘 SF 계보의 압도적인 시작, 팻 머피
“현실의 억압과 폭력으로는 지우지 못할 저항과 자유의 힘”_(SF평론가 심완선)
‘글 쓰는 여자’를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여자들이 SF를 망치는 존재라면 우리는 기꺼이 SF를 망쳐주겠다!

1976년, 가장 ‘남성적인’ SF를 쓰는 작가로 평가받아 온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가 실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SF 업계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후에 ’팁트리 쇼크‘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로 이 사건은 어마어마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런데 작가가 ’여성’이라는 것이 당시에는 왜 그렇게 혼란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졌을까? 또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는 왜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이라는 본명 대신 지극히 남성적인 이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를 사용해야 했을까? 무엇이 ‘글 쓰는 여자’들을 그렇게 두렵고 충격적인 존재로 만드는가?
SF계에서 ’남류작가‘들이 득세하던 1970년대,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여자들은 진짜 SF를 쓰지 않아, 가짜 SF나 판타지만 쓰지. 여자들이 SF를 망치고 있어”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 창설자이자 SF 작가인 팻 머피는 그런 바보 같은 말들을 단호하게 정리한다. “그 말들은 지겹고 틀렸다”라고. 그리고 네뷸러상, 필립 K. 딕상, 성운상(세이운상), 세계환상문학상, 시어도어 스터전 기념상 등 유수의 상을 받으며 작품으로서 또 한 번 자신의 대답을 증명해낸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를 기리며 만들어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현 아더와이즈상)은 성평등과 젠더에 관한 시야를 넓히는 SF 및 판타지 작품에 주어지는 상이다. 지금까지 어슐러 르 귄, 조애나 러스, 일본의 만화가 요시나가 후미 등 쟁쟁한 작가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만약 팻 머피가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 창설자가 아니었다면 제1회 수상의 영광은 팻 머피에게 돌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소설들은 여성주의적 관점을 담고 있다. 표제작이자 네뷸러상을 수상한 「사랑에 빠진 레이철」은 10대 소녀의 뇌를 이식받은 암컷 침팬지의 성과 사랑을 솔직하고 충격적으로 묘사했으며, 두 번째 순서로 수록된 「채소 마누라」는 국내에서도 이미 페미니즘 SF로 알려진 작품으로 여성(채소 아내)을 ’구매‘해 심은 후 성적으로 착취하는 폭력적인 농부 핀과 억압을 딛고 마침내 땅 위에 우뚝 선 ’채소 아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한 수록작 「숲속의 여자들」 역시 매 맞는 아내에 대한 묘사와 가정폭력에 대한 고발이 신랄하게 이어진다.
외국문학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SF 추진체, 보석 같은 외국 고전 SF를 재발견하여 독자에게 큐레이션하는 허블의 ’워프‘ 시리즈. 그 다섯 번째 책으로 팻 머피의 『사랑에 빠진 레이철』이 출간되었다. 한국판 특별 선집 『사랑에 빠진 레이철』에는 과거 국내 앤솔러지에 소개된 「오렌지꽃이 피는 시간」, 「사랑에 빠진 레이철」, 「채소 마누라」, 「무척추동물의 사랑과 섹스」 외에도 16편의 국내 미발표작이 알차게 수록되어 있다. 허블은 『사랑에 빠진 레이철』을 통해, 그리고 팻 머피를 통해 페미니즘 SF의 계보를 새롭게 쓰고자 한다.
저자

팻머피

1955년출생.미국의작가겸과학자다.1970년대부터작품활동을시작했다.1982년석기시대사람이시간여행을통해잔인할정도로이계적인미래를경험하는첫장편소설『TheShadowHunter』를출간했다.주요작품으로는『추락하는여인(FallingWoman)』(1986)『출발점(PointsofDeparture)』(1990),팻카디건,캐런조이파울러와의공동단편집『고향에서...

목차

서문·7

오렌지꽃이피는시간·13
채소마누라·35
사랑에빠진레이철·47
군도에서·97
곰의손길·121
머나먼곳의무더운여름밤·147
도시빈민가의재활용전략·169
안녕,신시아·185
TV속의죽은남자들·201
숲속의여자들·231
파도가다정하게나를부르네·247
진흙의악마·271
뒤돌아보지말라·287
유성은우주에서날아온돌멩이다·307
선견지명·331
날렵한사냥개네마리와함께·343
기차가서지않는역의어두운면에서·379
눈의보금자리에서·401
뼈·437
무척추동물의사랑과섹스·521

후기·540

출판사 서평

“착한여자는얌전히천국에가지만
팻머피의여자는어디로든간다”

영화배우이자코미디언겸극작가메이웨스트는이런말을남겼다.‘Goodgirlsgotoheaven,butbadgirlsgoeverywhere’해석하자면’착한여자는천국에가고,나쁜여자는어디로든간다‘는뜻이다.기존의가부장제를답습하며억압당하는착한여자들의상상력이가정과천국에만머문다면팻머피의SF적인상상력은여자들을’원하는곳‘으로옮겨놓는다.그곳이설령가정과천국처럼안온하고행복하지않더라도말이다.팻머피의여자들은행복을찾지않는다.그들은행복대신자기자신을찾는다.‘착한여자’에서벗어나’어디로든갈수있는여자‘,’무엇이든할수있는여자‘가되기위해.

샬롯퍼킨스길먼의「누런벽지」를연상시키는「숲속의여자들」에서주인공은꿈에그리던안락한가정을꾸리지만남편에게상습적으로가정폭력을당하고,그때마다집뒤뜰의참나무숲으로피신한다.참나무숲에서’참나무여자들‘의환각을종종목격한주인공은남편의가정폭력이극에달하자마침내나무위로올라가환각그자체가되어자신을찾는남편을비웃는다.

「사랑에빠진레이철」의레이철은10대소녀의뇌를이식받아의사소통이가능한침팬지다.집안에만갇혀있던침팬지(이자10대소녀의마음을가진)레이철은유인원연구센터에끌려가처음으로성과사랑에눈뜨며소녀와짐승사이에서자아의혼란을겪는다.마침내레이철은소설후반부에서자신의안락한집인목장으로되돌아오는것이아닌,수컷침팬지의손을잡고무엇이있을지모르는사막을향해기꺼이걸음을옮긴다.소녀로서의자신과짐승으로서의자신,그모두를받아들인레이철은마침내‘괴물’이라는완전히새로운존재가되어주체적으로행동한다.

「채소마누라」의채소마누라역시자신을땅에심어놓고성적으로학대하던농부남편을죽이고똑같이땅에묻어버리며떠오르는태양과눈을마주한다.「진흙의악마」에서돌로레스는진흙으로악마인형을만들고파는가난한여성이다.악마인형을판돈으로술주정뱅이남편과어린딸을부양하지만,남편의폭력이시작되자자신의생계를유지하는수단인악마를스스로부숴버린다.어린시절가부장적이고무뚝뚝한영화배우아버지의무관심에상처받으며아버지에게광적으로집착하게된「TV속의죽은남자들」의주인공은자신의아버지를상징하는TV를마침내뒤뜰에내다버리며TV위에불을지른다.

땅에묻어버리고,부수고,불을지르며이곳이아닌다른곳으로걸음을옮긴다.자신을옥죄고있던억압의족쇄를끊어내고스스로우뚝서는여자들.구원은타인에게받는것이아니라자기자신만이할수있다.팻머피의SF적상상력은,수동적이었던여자들이주체적으로행동하게끔만든다.

익숙한방안에한가닥떨어져있는낯선머리카락
등뒤를스치는사소한기척,
내안의불안은그런것들을먹고자란다

팻머피의소설을읽는또하나의키워드는’불안‘이다.팻머피의몇몇소설들은’괴담‘의형태를띠고있으며사건은일어날듯말듯불길하고암시적인징조로만존재한다.

「파도가다정하게나를부르네」에서바닷가옆오두막에사는케이트는어느날바다에쓸려온물범의사체를보고실키족(물범족)을죽이면저주를받게된다는옛이야기를떠올리며불안해한다.「유성은우주에서날아온돌멩이다」에서중년여성젱킨스는하늘에서떨어진유성을목격한후부터주변에서일어나는사소하지만무시할수없는변화(방안에낯선색깔의머리카락이떨어져있다거나,물건의위치가묘하게달라져있다거나,저절로집안의불이켜진다거나,자잘한불운이이어지는등)를겪고초조해한다.「뒤돌아보지말라」의주인공리즈역시자신이떠난자리에서자신을하나하나대신하는,자신과비슷한사람들을보며조바심을느낀다.

때로우리모두가경험하지만,말로는정확히설명할수없는불안감.남들은’네가너무과민하게받아들이는거아니야?’라고대수롭지않게생각하지만,팻머피는그들의복잡한마음의결에섬세하게주목한다.특별히큰사건들은일어나지않아도섬세한심리묘사를통해팻머피는인물의불안과사소한불편함,조바심같은감정들을정확하게묘파해낸다.

우리주변에존재하는시간여행자,어류인간,외계인,네안데르탈인
일상속에는새로운세계로통하는뒷문이있다

팬데믹으로점령당해봉쇄된도시,식료품과물자가점점떨어져가는열악한환경속에서처음보는여자가구경하기도힘든생오렌지한바구니를건네준다면?혹시라도그녀가시간여행자는아닐지의심해보라.팻머피의소설속외계인들은저멀리우주가아닌우리일상속곳곳에존재한다.

『노래하던새들도지금은사라지고』의작가케이트윌헬름이쓴서문에는이런구절이있다.팻머피의소설에는‘외계인,타자를향한,흔해빠진혐오가없다.대신공감과포용이평화를부르고,공허를채우고,심지어구원으로나아간다.’

평범한남자와시간을여행하는여자의아련한사랑이야기를그린「오렌지꽃이피는시간」,손에서물갈퀴가자라나는어류인간닉과해양생물학자모리스의우정을다룬「군도에서」,멕시코에서해먹을파는바람둥이상인그레고리오가우연히만난관광객여성이실은지구에낙오된외계인이었다는내용의「머나먼곳의무더운여름밤」,호텔에서노숙하는부랑자가길에버려진폐품에서외계인우주선부품을발견해우주선을재조립한다는내용의「도시빈민가의재활용전략」,시간여행을통해현재세계로소환된마지막네안데르탈인의이야기「곰의손길」등등,일일이나열하기도어려울만큼많은종류의이방인들이팻머피의소설에등장한다.그리고팻머피는타자,이방인을향한혐오대신공감과이해로그들을받아들인다.팻머피가후기에서밝혔듯이그는아직도‘여전히나는침대밑마녀의존재를,언젠가깨진노면틈에서찾아내고픈마술동전의가치를믿는다.’라고말한다.팻머피의소설들을통해,우리는일상속에서새로운세계로향하는뒷문을발견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