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건너뛰기

무덤 건너뛰기

$10.00
Description
저자는 여행을 가면 꼭 그곳에 묻힌 예술가나 철학자들의 무덤을 찾아다닌다. 헨릭 입센, 사르트르, 고흐, 나쓰메 소세키, 윤동주, 신해철. 오래 전 죽었거나, 살아 있을 때는 도저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던 사람들. 그들의 작품은 여전히 불멸의 가치를 내뿜고 있지만 현실의 그들은 그저 자기 몸만 한 무덤에 가만히 잠들어 있을 뿐이다. 위대한 인간의 무덤 앞에 서면 인간에겐 죽음만이 명백하고 삶은 오히려 꿈인 듯 흐릿해진다. 누군가에게 악취미로 보일 수도 있는 남의 무덤을 찾아다니는 여행은 위대한 작품을 사소한 일상 안에서 만나보는 과정이었다. 『무덤 건너뛰기』는 신앙 없는 순례, 적당히 타협적이고 다분히 자조적이며 절대적인 자기 불신에 빠져 있는 저자가 무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삶은 어디까지 저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지 자문하는 전례 없는 순례기이다.
신라 불교의 기틀을 세운 승려 자장, 비운의 삶을 살다 간 천재 시인 허난설헌과 역적으로 극형을 당한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 그리고 조선 최초의 가톨릭 신부 김대건. 불교와 도교, 가톨릭을 넘나드는 이 여정은 짧고 강렬한 물음을 던진다. 나는 이들처럼 확신에 찬 삶을 살 수 있을까? 인간은 꼭 확신과 목적을 갖고 살아야 하는 걸까? 그저 들풀처럼 살다 가면 안 되는 것일까? 이 무덤 순례를 마치고 나면 나는 나를 어디까지 파고들어 갈 수 있을까?
저자

이주호

저자이주호는여행매거진〈브릭스〉를만들고있다.『오사카에서길을묻다』『도쿄적일상』을펴냈고,『말걸어오는동네』『홍콩단편』『규슈단편』을함께썼다.여행을빌미로자신을둘러싼환경에대한글을쓰고있다.
인스타그램@ree_joo_ho

목차

1.자장의비명,그리고뼈를둘러싼몇가지가설
순례가아니래도만담이아니래도/일연일까문수일까,몇가지상황/택시를기다리며,심약한만담/
다분히오케이한와중에생겨난의문들/비극에몰입해살아간다/읽어야할건자장이아니라다음장이다/
콜롬비아가아니라도,케냐가아니라도

2.허균의유언,유언을유언이라하지못하고
예외적인간의형성/지구의뜻이인간의뜻과다를지라도/옛사람은말이없고,졸업은해야했다/
도를도라하지못하고,아버지를아버지라하지못하고/도교30일미완성/난새처럼처절하게,길동처럼잔혹하게/
빈무덤,두동강난비석

3.김대건의필사적생존,오직순교를위한
4인실의3인,나머지방은비었음/나부끼는비극을보라/욕망없이,두려움없이

출판사 서평

무덤을찾아가는여행
위대한작품을통해위대한인물을만났을때,그들은이미이세상사람이아니었다.위대한인물들도우리같은인간이었다는걸실감할수있는방법은그들이묻힌무덤앞에서보는일이었다.꼭그래서무덤을찾아가는여행을떠난건아니다.그저취미나취향이었을수도있지만,이런여행에억지로의미를부여해보기로한다.이건일종의순례라고.무덤을마주하면어떤위대한인간이라도죽음이라는결말에서벗어날수없다는걸알게된다.하물며평범한데다,그들처럼위대해질가능성도0%에가까운사람에겐삶자체가허망이고헛된시간때우기같기도하다.무엇을위해살아야하는가,위대할수없다면행복하기라도해야할텐데,어떻게하면행복해질수있을까?문제는믿음.신앙이없는순례를순례라고부를수있느냐는것.

순례의이유
가족과친구,직장동료,일과취미,몇시간이라도눈과귀를즐겁게하는영화와드라마,음악과책.그것들만으로도우리의삶은충만해질수있다.하지만가끔은사후한두세대만에모두의기억에서잊힐평범한인간으로삶을마감한다는사실이견딜수없게느껴진다.내삶이아무런의미도없는우연한사건에불과하면어쩌지?그래서삶의어느지점이되면우린인생의의미를찾는각자의순례를떠나곤한다.그옛날의성지순례가그랬듯누군가는돌아오고,누군가는돌아오지못할여정이다.
저자는어떤종교도갖고있지않지만기왕순례를떠나보기로한거영적지도자들의궤적을좇아보려한다.“인간으로태어나신의반열에오른인간상을완전히그려내기위해수세기에걸쳐수정과편집을거듭한성전,경전편집자들의결과물에미혹(42p)”됐기때문이라면서.그래서부처의뼈가묻혀있다는적멸보궁을찾고,세상의불합리함에맞서싸우다가도교에서탈출구를찾기도한허균,허난설헌남매의고향과무덤을찾아가며,비극이기다리고있는줄알면서도꾸준히그비극을향해걸어나간순교자김대건의걸음을따라걷는다.그리고는말한다.신앙은종교적인삶이아니라인간적이다.인간이닿을수있는가장궁극은절대성이아니라진지함이다.

의미는의미없음
저자는순례중에몇가지유의사항을감지한다.첫째,깨달음에집착하면깨달음에서멀어진다는것.자아실현을해야한다느니자신의참모습을찾아야한다느니하는말에매달리다보면억지로자아를지어낼위험성이높다는것.내가하필지금의나로살아가는건내가원하거나의도했던바가아니라그저확률놀이,우연의결과일뿐이라는것.
저자는성공과행복이아닌불행과비극으로삶을마친사람들에게감정을이입시킨다.어떻게그들은더도덜도아니고그들처럼살다갈수있었을까?나라면그들처럼끝없이회의하거나죽을자리를알고도찾아가는삶을살수있을까?무엇이그들을그렇게만들고움직인것일까?나와그들사이의차이는무엇인가?

인간의종교로,종교를넘어인간으로
저자는불교,도교,천주교라는서로다른종교안에서그테두리를허무는만남을지속한다.사실어떤인간이든나름종교적인삶을살고있을지모른다.그런데이를바꿔말하면,어떤종교도결국인간의삶,인간의이야기라는결론이나온다.『무덤건너뛰기』는순례와종교,종교인들의이야기를다루지만조금도종교적이지않다.종교적삶이란오로지지금현실을이야기해주어야한다고생각한다.

첫번째여정
『무덤건너뛰기』는저자가준비한삼부작에세이의첫편이다.순례의길을떠난본작을비롯해1970년대부터2000년대초반까지의사회상을다루는『굿바이플루토(가제)』,집에서키우는고양이‘노자’와의일상을통해글쓰기를처음시작한어린시절부터의개인적인삶을풀어내는『고양이노자가사는집』이출간을앞두고있다.무덤을건너뛰어이어질저자의두번째,세번째걸음이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