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무게 : 빛과 어둠, 존재와 비존재 사이에서 (개정판)

여백의 무게 : 빛과 어둠, 존재와 비존재 사이에서 (개정판)

$16.00
Description
조각가의 창작 노트, 예술 에세이이자 작품집이었던 『여백의 무게』 개정판
조각가 안경진의 『여백의 무게』가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빛과 어둠, 존재와 비존재 사이에서’라는 부제처럼 작품과 창작에 관한 조각가의 더 깊은 사유와 철학을 담았다. ‘그림자 조각’은 물론, 조각가의 더 많은 작품 사진도 수록됐다.
『여백의 무게 - 빛과 어둠, 존재와 비존재 사이에서』는 1장과 2장으로 나누어진다. 1장은 예술을 업으로 하는 인간이 자신의 삶과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는 에세이이며, 2장은 안경진 조각가의 다양한 작품 사진과 작가가 직접 쓴 작품 해설과 작업기이다.
『여백의 무게 - 빛과 어둠, 존재와 비존재 사이에서』는 물질과 비물질, 존재와 비존재가 과연 구분이 가능하가에 대한 조각가의 생각과 세계관을 담고 있다. 눈에 보이고, 돈으로 환산 가능한 가치에만 매몰된 현대사회에서 예술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어떤 것이 예술이고, 예술가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첨단 기술과 가상현실이 화두인 21세기에 손으로 빚는 조각은 어떤 의의를 지니는가? 독자 나름의 대답을 찾아가는 데 있어 조각가 안경진의 내면세계가 조명을 비춰 줄 것이다.

저자

안경진

동국대학교미술학부에서조소를전공했고서울대학교조소과대학원에서석사를마쳤다.현재그림자와여백을통해하나의형태에서여러가지형상이빚어지는조각을만들고있다.2004년첫번째개인전[여행]이후아홉번의개인전을가졌고,백여회의단체전에참여했다.주요개인전으로는[Baton-replay][그림自자][원형의폐허들][시선들][신들의춤][그늘의새벽][그림자되기]등이있다.공저로『그럴수밖에없는그릴수밖에없는』을펴냈다.

목차

1장.정해지지않은가능성들이나를설레게한다
새벽작업장/맑은눈으로먼곳을바라보길/개방된전시공간/익숙한대로살지않겠다는부질없는마음/그림자와여백/작가들/기도-손끝으로여는세상/정말소중한것은눈에쉽게보이지않아/가족/나는조각가가될거예요/새로운작업으로진입/조형물과조각작품/당진의철조각

2장.나를둘러싼세계와함께움직인다
다시는/News/최고의미인은누구인가/텅빈/Bricks/하얀밤/기도/Protector/Originalsin/Dynamicpause/업보/울림/그림없는액자/부부/Awakening/그림자와춤을/신을만나는순간/두려움/열네살/사라지다/하나/신의바람/바라보다/길/김복동상/농무/Life/찰나

출판사 서평

조각가의창작노트는매일더두꺼워진다.

안경진조각가는작업을쉬지않는다.흙을만지며작품에몰입하는일이그가자신을증명하는길이다.그러나삶의의미에대한고민,끊임없는생활의요구에서완벽히떨어져나올수는없다.그때,조각가는헤나가아니라펜을든다.작업을쉬지않는작가이기에,그의창작노트도매일더두꺼워질수밖에없다.

예술이우리의삶을더나은방향으로이끈다는믿음

안경진조각가의대표작품은그림자조각들이다.‘그림자조각’이란조각그자체는물론그것의그림자까지작품이되는조각이다.그는“그림자는조각작품의주제가되지못했다”고하면서우리바로옆,허공에존재하는그림자의의미를찾는다.물성을지닌조각그자체보다오히려그림자,여백의무게가더육중할수있다는걸깨달았기때문이다.

예컨대외롭게걸어가는남자의형상은‘원’이라는완벽한형상의그림자를만들며,거친바람을거슬러자신의이상향을향해길을떠나는그의내면세계를표현한다.종이를가득실은수레를끄는할머니의형상은그가젊은남녀였을적의모습을그림자로드리우며조각에새겨진미소가가장행복했던순간을떠올리기때문이라는것을알아차리게한다.이처럼우리가의식하지못하고지나치던조각의그림자가의미를띠면서존재와비존재,물질과여백이서로떨어질수없는상호보완관계임을깨달을수있다.

실제로안경진조각가는보지도못하고듣지도못하는시청각장애인들과함께조각작업을하는활동을시도하고있다.시청각장애인들은촉각을활용해자신을표현할수있고,안경진조각가는그들을상징하는조각을만들어세상에그들의존재를조금이라도알릴수있기를바란다.그림자조각이라는표현방식을넘어예술이실제로세상을더나은곳으로만들수있다는믿음때문이다.『여백의무게-빛과어둠,존재와비존재사이에서』는그런저자의철학과작업과정도담고있어독자들에게도예술의의의를재고하게한다.

세상의흐름에휩쓸리지않는조각

짧고,빠르고,즉각적으로눈에보이는것이주목을받는세상이다.예술도변하고있다.기존의예술형식을뒤엎는컨템포러리아트조차나름의방식으로물성을띄고있었다.하지만이제는‘메타버스’같은가상현실속에서예술작품을만들고전시하는아티스트들도생겨나고있다.그런시류에서조각은여러예술장르속에서도입지가좁다.‘조각=장식’이라는대중의인식속에서거친것,거대한것,한마디로‘자리를많이차지하는것’은대중의관심밖에놓이는경우가많다.

그런시대의흐름속에서안경진조각가는자신의작품세계를어떻게구축하고있을까.그림자조각은필연적으로조명이설치되어야하고,그림자가드리울여백,공간이필요하다.저자의표현을빌리자면“한눈에들어오지않는작품”이다.그는이책을통해그런엇갈림에서빚어지는예술가의고뇌를솔직하게풀어놓는한편,그럼에도자신이추구하는작품세계를견지해나가겠다는의지를다진다.

물론안경진조각가가기존조각작업방식만고집하는것은아니다.환경오염을조금이라도막기위해친환경재료를사용하려하며,3D그래픽을배워작품제작방식도다각화하고있다.이책에서우리는세상의흐름과상관없이자신의세계관을확고하게다지면서도유연한자세를취할줄아는,동시대예술가를만날수있는것이다.

빛과어둠,존재와비존재사이에서

『여백의무게-빛과어둠,존재와비존재사이에서』는조각가의창작노트인1장,작가가직접쓴작품해설이곁들여진작품집인2장으로구성되었다.이번개정판은초판보다큰판형속에안경진조각가의작품을큼지막하게담았다.작품마다그것을가장잘표현할수있는사진가들이촬영하였으며,특히안경진조각가의대표작품인그림자조각들은실제작품을감상하고싶은욕구를불러일으키기에충분하다.

예술의평면적복사본인사진이원작의아우라를전부담을수있을지는미지수이지만,많은이들이책이나영상에서본명작을보기위해원작이전시된곳으로여행을떠나기도한다.이책또한독자가전시장을찾아감상자로거듭나기를유도할수있다는믿음을담고있다.빛과어둠,존재와비존재사이에서우리는어떤의미를발견할수있을까.예술,특히조각이라는장르에입문하고자하는독자라면이책을통해긴여정의첫걸음을뗄수있을것이다.

추천사

암스테르담국립미술관에서렘브란트의대표작〈야경〉을한나절감상한적이있다.그는빛의자궁에서꺼낸어둠으로어둠을그린작가였다.얼굴빛이화려할수록영혼의빛이흐린인간들의얼굴에흐린먹물을뒤덮은작품이었다.안경진조각가를생각하면렘브란트가떠오른다.그는“어둠은한장의거대한여백이됩니다.지나치기쉬운존재를드러내는데그림자와여백만큼적절한수단이없을것같습니다.”라고말한다.
‘지나치기쉬운존재’라는말이안경진조각가를이해하는키워드라고생각한다.세상이무시하거나가치없다고평가하는것들에대한작가의애정어린눈길은모든존재가자기자신의방식으로자신의아름다움을나타내고있음을포착하고있다.그는보이는세계에머물지않고보이지않는세계를동시에한화살로관통하고있다.바로이주제가여백의무게이다.
-이병창(시인)

책속에서

새벽에일어나어둠가운데흙작업을시작한다.요며칠갑자기추워지며시린날씨에손이얼것같았다.해가떠오르면비닐로흙을싸고,어두워지면다시작업을시작한다.해뜨면부려야하는작업,짙어지는절망가운데희망을담아야하는작업.(…)어둠,적막,그가운데서서흙을치대면비로소한가닥희망이비치는듯도하다.
---p.19

내가만든수많은작품중에서몇개는의미있는작품이될수도있겠고,대부분은버려질것이다.다부질없는일이다.그래도아침마다손과몸을녹이고서다시흙을만진다.어쩌면그것말고내게남은‘오늘’들을만족스럽게보낼다른수단은없을거라는무거운예감에짓눌린다.
---p.21

그림자는조각작품의주제가되지못했다.그림자에조각과동등한의미를부여하는것은간과하고넘어가던것들에의미를불어넣는작업이다.존재의이면에늘함께하지만눈여겨보지않으면지나치고마는그림자,존재의바로옆에서허공으로존재하는존재밖의여백.그것들이나에게는의미있어보였다.때로는그들의존재감이더컸다.
---p.40

가려진문제를드러내고소외된사람들과함께하며,그들이기본적인인권을누릴수있도록하는데예술이작용하는것,그것이예술가의사회적역할이며책임이라생각하게되었다.그러한소명,사명감으로탄생하는작품들은분명인류의삶에기여할수있다고믿는다.
---p.54

작가가자기세계를만드는데는교본도교리도없다.혼자자기길을모색하고작업을하면서그철학을실현한다.매우지난하고외로운삶이다.성과없이끝난전시와빛을보지못하는작품이셀수없이많다.그러나수많은시도와좌절의순간들은나를더욱단단하게만든다.실의와상실속에서한걸음씩나아가는과정,거기서진심담긴작품이탄생한다고믿는다.그렇게만들어진작품이언젠가타인의가슴에도울림을발현하는날이올것이라믿는다.
---p.147

그림자,여백,이런단어들은결국비물질적인것들의가치를표현하는수단이다.세상에서정말가치있고중요한역할을하는사람들은공공연하게자신의모습을드러내지않는다.꿈이라든가희망,행복을어떻게물질로만치환할수있는가?그림자와여백으로비물질의가치를드러내놓고보여주는전시장을나서며주변의틈새,비워진공간이가진분명한존재감을발견하길기대한다.
---p.198

뒤를돌아보는사람의실루엣을여백에담은것은,눈깜짝할찰나의순간을인생에빗대고자했기때문이다.생이끝나는순간뒤를돌아보았을때필름처럼지나가는인생이아름다운춤을춘것처럼인식되기를기원한다.
---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