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없는 동물원 :  수의사가 꿈꾸는 모두를 위한 공간

코끼리 없는 동물원 : 수의사가 꿈꾸는 모두를 위한 공간

$15.00
Description
한 곳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동물들
그들을 아끼며 돌봐 온 동물원 수의사의 이야기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산등성이에 동물들이 살아가는 동물원이 있다. 그런데 여기엔 코끼리도, 고릴라도, 기린도, 하마도 없다. 하지만 표범이 어슬렁거리며, 백로들이 연못에서 노닐고 여기서 태어난 동물들과 밖에서 아팠던 동물들이 함께 둥지를 튼다. 이곳은 청주동물원이다.

저자는 청주동물원에서 오랜 기간 수의사로 일했고, 지금은 진료사육팀장으로 동물원의 동물들을 돌보고 있다. 다큐멘터리 〈동물, 원〉에서 동물을 돌보고 살려내는 수의사로 화제를 모았던 저자가 동물원에서 만난 동물과 사람 그리고 동물원에 대하여 쓴 글들을 모았다. 동물원 동물들의 사연, 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꾹꾹 눌러쓴 필체로 펼쳐진다.
우리가 아닌 다른 존재를 보살피고 돌보는 일, 특히 생사의 경계에서 그들을 살리는 일은 아름답고도 어려운 일이다. 동물원에서는 더욱 그렇다. 공공 동물원의 부족한 환경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들, 사람과 달리 치료해 준 사람을 경계하는 동물들, 동물원이 모색해야 할 변화 방향 등 단순한 동물원 이야기가 아닌, '더 나은 동물원' 에 대한 저자의 고민도 글에서 잘 묻어난다. 다른 존재를 보살피고 돌보는 일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그 고단함과 감동 그리고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전달할 것이다.

저자

김정호

충북대학교수의대에서멸종위기종삵의마취와보전에관한주제로수의학박사를받아다.현재청주동물원진료사육팀장을맡고있다.동물원이토종야생동물을보호하고교육하며자연복귀를준비하는곳이되기를바란다.오늘도동물원에서주어진하루를살아가는동물들을돌보며닮아가길원한다.

목차

프롤로그동물원하루의시작

1부_동물원이야기

박람이가바라본풍경/적도의거북이섬/표돌이의매화무늬꼬리/남극에서보내는편지/동물의탄생/얼룩말과작은말/두여우이야기/표범직지/물새장백로/두루미부부의출산기/사자도도/산속동물원의물속동물

2부_동물과사람

아내와사랑새/어미와새끼/서열싸움/긴장하면지고설레면이긴다/야생동물은스스로를동정하지않는다/인공수정/백구와깜순이/오창호수의오리/멧돼지/내가사랑하는생활

3부_동물원에서

새해소망/코끼리없는동물원/동물을위한거리두기/동물원과도축장사이/슬기로운관람/동물원이되고싶은곳/애증의동물원

맺음말

도움주신분들

출판사 서평

우리가몰랐던동물원동물들의탄생과죽음
그들을아끼며돌봐온동물원수의사의이야기

어릴때마음껏뛰놀던동물원은나이가들면서,세상을알아가면서불편하고조금더멀게느껴지는공간이되었다.동물원이우리에게서멀어진사이에도,공영동물원20여곳을비롯한100여개의동물원에는동물들이있다.그리고그들은거기서태어나고,나름의삶을살아가다가때론아프기도하면서그곳에서죽음을맞이하기도한다.<코끼리없는동물원>은동물원에서일하는수의사의눈으로바라본동물원동물들의삶과죽음그리고동물원에대한이야기다.

저자인김정호수의사는청주동물원에서20년넘게일하고있고,지금은진료사육팀장을맡고있다.책의시작은그의출근길을따라가며시작한다.언덕이많은길을지나조용한산등성이에,자연과조금더가까운청주동물원이있다.자궁축농증으로수술받아암사자‘도도’,오랜인연으로유일하게수의사를반기는표범‘직지’,미니말들과함께있어덜외로워하는얼룩말‘하니’.저자의표현대로‘나를싫어하는동물,나를좋아하는동물,갇혀있는동물,자유로운동물’들의하나하나책에서펼쳐진다.

사람의생명을살리고보살피는일도무한한길인데,종種부터속屬까지다른동물들에게는더욱쉽지않다.더구나대규모사립동물원도아닌,공영동물원에선더욱그렇다.원인과치료법을파악하기힘든동물을치료하기위해관련책을뒤적거리고,다른수의사들에게도움을청하며동물들을위해애쓰는저자의고군분투가책에서펼쳐진다.사람을치료하는의사의환자들과달리,수의사의환자들은그들의의사에게쉽게감사함을표현하지않는다.하지만그마저도건강해진증거라고생각하며저자는만족한다.

누군가를진심으로위하려면냉정해야한다.수의사의세계에서도마찬가지다.책을읽다보면동물에게감정을이입하지않으려고하는저자의모습이눈에띈다.생과사의경계에서냉철한판단을내리기위해서라지만,그런다짐과달리이런누적된죽음과슬픔으로저자의마음이상처받는장면들도군데군데눈에밟힌다.말못할동물들의고통과고단함을곁에서봐야하는인간의아름답고슬픈연민이느껴진다.

비로소자유로워지는동물,마침내보호받게되는동물들을대할때,저자의마음은조금가벼워진다.사람들의사랑을받는오창호수의오리를치료한일,백로들을훈련시켜방사한에피소드,조금더나은환경으로이사한물범초롱이이야기는그래서뭉클하게읽힌다.

2부에서는저자의개인적인이야기와고민의조각들이동물이야기와함께다뤄진다.우리는늘다른존재에게서내것이지만낯선이야기들을발견하게된다.그리고우린거기서그치지않고,다른존재를더욱이해하면서연민하게된다는것을독자들은이2부를통해느끼게될것이다.


내일의동물원은어디에있을까?
‘코끼리없는동물원’이더나은이유

‘동물원에반대하는동물원수의사’.저자를인터뷰한한언론의헤드라인이아이러니하게들린다.하지만저자는3부에서20년간생업의장소였던동물원의존재를고민하고또되새겨본다.동물원의역사는시작부터가혹했다.이국적이고신기한동물들이제국주의와문명의가면을쓴인간의손에이끌려전시되고,오늘날의동물원은아직그기원에서자유롭지못하다.

그래서저자는가혹했던동물원역사의끝은통해갈곳없는동물들과위기에처한동물들의안식처가되길바란다.“청주동물원이야생동물보호구역,일명생추어리로서의역할을본격적으로하게될것으로기대한다.가혹했던동물원역사의끝은남은여생을편안하게살아가는야생동물들의이야기로마무리되는해피엔딩이었으면좋겠다.”(p.200)

청주동물원을두고누군가는‘코끼리도,기린도없는동물원’이라고말한다.하지만저자는‘코끼리없는동물원’은‘다행’이라고도생각한다.앞으로의동물원의역할은낯설고이국적인존재를‘전시’하는것이아니라우리와늘함께있던토종동물과자연에서살아남기힘든이들을보호하고보존하는데있다고저자는생각한다.그래서,‘코끼리없는동물원’은더나은동물원의또다른이름일지도모르겠다.

이책은그저사랑스럽기만한동물에세이는아니다.동물을두고‘귀엽다’고하는것도저어하는저자의모습처럼이에세이가담고있는말과문장들은때론뭉툭하다.하지만뭉툭한연필이더깊은글씨를남기듯,그래서이동물원이야기가더깊게독자들의마음을파고들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