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수필은자신의밑바닥을내보이는글입니다.쑥스럽고부끄럽고남세스러운일들을빨랫줄에걸어놓은일입니다.바람이불면빨래가펄럭입니다.와이셔츠도난닝구도바람에나부끼며꼬독꼬독말라갑니다.
이주혁작가의『벼랑끝에서한걸음더』를읽으면서빨랫줄에널린속옷들이생각났습니다.가난한집안의장남으로태어나80평생을살아오면서겪은숱한이야기들이걸려있습니다.이글을통해독자는역경을헤치고희망봉에도달한한인간을발견하게될것입니다.
밑바닥이없는사람은없습니다.남의밑바닥얘기를들으면서내밑바닥을생각합니다.이야기속의나와내속의이야기가만나는지점입니다.밑바닥이밑바닥을만나면부둥켜안고울기십상입니다.울음은엉킨가슴을풀어주고얼어붙은마음을녹여줍니다.
쉬운인생은없습니다.어려움을어떻게극복하고,한번뿐인인생을어떻게살아내야하는가.이책을읽으면서생각해보았으면합니다.
-정찬열/시인,수필가
책속에서
어려운가정환경에미국이라는곳은언감생심이었다.하지만젊음이주는기대와열정과꿈은조금씩그리로향하고있었던가싶다.대학에다니면서이집,저집아르바이트를하면서도시간을쪼개어전공과관계없는영어회화공부를틈틈이하고있었으니말이다.
이것저것추가서류를제출하다보니생각보다빨리일년여만에약사로서이민허가를받았다.장남으로어린동생넷과홀어머니를남기고떠난다는것이현실적인문제로다가왔다.아내와세살먹은아들녀석을데리고머나먼이국땅에서살아갈걱정보다도남아있는식구들의삶이더욱마음쓰였다.
일찍아버지를여의고어머니혼자서동생넷을뒷바라지하며살아왔다.어려운과정을거쳤지만,나는대학을졸업하고군복무도마쳤다.2년여제약회사에근무했다.준비된자본금은없었지만,이런저런도움으로동숭동에자그마한약국을개업했다.2년여동안열심히한덕분에고객이늘어나면서빚도조금씩갚으며자리를잡아갔다.
엄마도동생도이제는우리도잘살수있다고든든하게느끼기시작할때였다.중학교,고등학교를중퇴하며오빠가잘되기만을기다렸던동생들이었다.그런데이렇게식구들을나몰라라하며이민을결심했으니해서는안될일을하고있다는생각에가슴이미어졌다.또다른도약을위한아픔이라고자신을도닥거려봤지만,무거운마음을어찌하겠는가.
가진것모두를정리하여어머니께드리고당시허용된한사람당600불,3식구총1,800불의달러를환불받았다.그리고보증되지않은‘성공’이라는‘백지수표’한장을가슴에품었다.어머니와동생들에게반드시성공하여돌아오겠다는말을남기고이민길에올랐다.
-본문150p~151p<무작정삶>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