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엄마를 보내고, 기억하며)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엄마를 보내고, 기억하며)

$14.00
Description
삶, 죽음, 인간, 고통, 사랑, 종교, 가족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 우리는 다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기도하고 싶어진다. 이 땅의 여행자로서 저 세상으로 건너갈 때까지 일상의 시간들을 좀 더 충실히 보내고 싶다는 선한 갈망과 함께.
― 이해인(수녀, 시인)

엄마와 함께한 한 번의 여행, 한 번의 이별, 그리고 한 권의 일기

50세가 된 딸이 남미로 여행을 떠난다. “80세는 여행하는 한 해로 삼을 거야.”라고 말했던 80세의 엄마와 함께. 두 사람은 한 달 동안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이구아수, 바릴로체, 엘 칼라파테, 우수아이아)에서부터 칠레(푼타 아레나스, 산티아고), 페루(리마, 쿠스코, 아레키파)까지 남미 3개국, 10개 도시를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그리고 남미에서 새로운 사람, 언어, 문화를 만나고 돌아온 다음 날, 엄마는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는다. 영화나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은 50세의 딸이 80세의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을 기록한 책이다. 예정된 이별을 알지 못하고 해맑게 떠났던 한 달간의 남미 여행, 남미에서 돌아온 엄마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날부터 시작된 약 7개월의 이별 여행, 그리고 엄마가 남긴 일기로 먼 옛날의, 지금껏 알지 못했던 엄마의 삶을 들여다보는 여행. 이 세 번의 여행을 통해 딸은 엄마의 삶을, 그리고 엄마와의 이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깨닫는다.

언젠가는 엄마를 떠나보내야 할 이들을 위한
엄마의 일기를 읽는 시간

누구나 살면서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는 아픈 경험을 한다. 그러한 경험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은 나의 부모를 보내드리는 일이다. 나를 먹이고 입히고 재웠던, 그 누구보다도 나를 사랑했던 이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일. 그것은 누구나 알고 있듯 필연적이다.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통번역사로 일하며 숨 가쁜 일상을 살아내던 이 책의 저자 이상원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필연적인 이별과 마주한다. 그리고 이 신산한 이별의 과정을 또박또박 기록한다. 덕분에 엄마를 떠나보내기 전부터 떠나보내고 난 후까지 엄마와 함께했던 기억은 이별 후에 뒤따르는 슬픔에 수몰되지 않고, 아주 담담한 풍경으로 펼쳐진다. 마치 방대한 기록을 남기고 간 엄마의 삶처럼.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첫 번째 여행 - 50세 딸과 80세 엄마가 한 달 동안 남미를 돌아다니다’는 엄마와 함께했던 한 달간의 남미 여행기다. 두 사람은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를 여행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 이 경험들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지,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다. 2부 ‘두 번째 여행 -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엄마의 마지막 7개월을 함께하다’는 엄마의 췌장암 말기 선고 후 시작된 7개월 동안의 투병기다.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집에서 자연사하기를 선택한 엄마가 어떻게 병마와 싸우고 떠났는지를 그린다. 일생에 한 번은 겪게 될 죽음의 과정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3부 ‘세 번째 여행 - 엄마가 남긴 일기를 읽으며 엄마의 삶과 만나다’는 엄마가 남긴 일기를 통해 만나본 엄마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쓰인 엄마의 일기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엄마라는 한 인간의 삶을 조명한다. 이 글들을 통해 우리는 ‘엄마’가 아닌 엄마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그 삶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묵직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저자

이상원

서울대학교가정관리학과와노어노문학과를졸업하고한국외국어대학교통번역대학원에서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대기초교육원강의교수로글쓰기강의를하고있으며,《적을만들지않는대화법》,《첫째딸로태어나고싶지는않았지만》등80여권의번역서를출간했다.저서로는《서울대인문학글쓰기강의》가있다.

목차

글을시작하며
삶이라는여행에대해

첫번째여행
50세딸과80세엄마가한달동안남미를돌아다니다

“80세는여행하는한해로삼을거야.”
“어머나,짐이이게다예요?”
“내손이이렇게한가했던적이없구나.”
“축구할때만한나라가되는것같아요.”
“우리가가는곳마다배를탔네요.”
“나라마다스페인어가조금씩달라지는걸.”
“돈계산은엄마가해줘요.”
“한국음식은안먹어도돼.”
“세상의끝?누구기준으로끝이라는거야?”
“한때는세상을호령하던사람들이었겠죠.”
“마추픽추를보고나니어쩐지허탈한걸.”
“이삶은무엇을위한것일까?”

두번째여행
췌장암말기진단을받은엄마의마지막7개월을함께하다

“치매보다는말기암진단을고맙다고한답니다.”
“임상실험에참여하시지요.”
“게장은아주좋습니다.”
“준비가됐다싶은때는없어.”
“아프지는않아요.”
“나는집에서자연사하기를원해.”
“심심하긴뭐가심심해.”
“에어컨안켜는집은처음봤어요.”
“너희는휴가안가니?”
“기도해드리러왔어요.”
“여기는너무추워.”
“용서하지않아도괜찮아요.”
“한복위에흰가운을입혀다오.”
“마지막으로커피나한번마셔보자.”
“엄마,잘가.엄마,다시만나.”

세번째여행
엄마가남긴일기를읽으며엄마의삶과만나다

“‘엄마’라는말처럼나를우울하게만드는것은없다.”
“동네애들이군고구마대장이라놀렸다.”
“‘너부러워하는사람이한둘이아니’라는친구의엽서에어이가없었다.”
“엄마는커서뭘하고싶었어요?”
“이렇게그리운데꿈에도안나타나는지.”
“염치없는사람을보면화가난다.”
“나를이제껏지탱해준힘은그래도종교였던것같다.”
“1979년에처음으로저축이라는걸했다.”
“드디어떠났다.마음속으로그리던나혼자만의여행을.”
“예쁜이는하늘나라로갔다.이불을덮어주고올라오니안도와슬픔.”
“속이안좋아내도록화장실들락거리다.”
“출발일.18:30AADallas行”

글을맺으며
엄마의소금볶던날

출판사 서평

준비할수없는이별에대하여

분명다가올것을알고있으면서도막상닥치기전까지는실감하지못하는이별이있다.이이별은어떤이별보다도고통스럽고갑작스럽다.과연이이별을감당할수있을까생각하지만피할방법은없다.온몸으로받아들여야만한다.언제까지고내곁에있을것만같았던이와의이별은그렇게찾아와우리를할퀴고지나간다.
《엄마와함께한세번의여행》은언젠가한번은경험해야하는엄마와의이별을이야기한다.예정된,그러나어느순간에도준비가됐다싶은때는없는이별에대하여.

딸과함께한달동안남미로여행을떠났던엄마는한국으로돌아온바로다음날췌장암말기진단을받는다.딸과엄마는목놓아울지않는다.그저조용히원하는방식의죽음을선택할뿐이다.엄마는말한다.“나는집에서자연사하기를원해.”그말을들으며딸은생각한다.‘그래,그게가장엄마가내릴법한결정이지.’내몸과마음이편안한곳에서지난삶을반추하며고요하게죽음을기다리는것,그게바로엄마다운마지막이라고생각한딸은엄마의의사를존중하며함께하기로한다.의사도간병인도없는집에서의투병생활은그렇게시작되었다.

그러나다른가족들의모습은딸과비슷하지않다.‘시한부’라는단어앞에서가족들은마치환자의삶에대한결정권을나눠가진것처럼자신들이원하는방식의죽음을,혹은삶의무의미한연장을요구한다.딸은가족들의이러한몰이해속에서엄마에게원하는일상을주기위해홀로고군분투한다.

우리는흔히가족과의이별앞에서남은가족들은한마음,한뜻으로뭉치게될거라기대한다.하지만쉽지않은일이다.새롭게가정을꾸린이는그가정에충실해야하고,바쁘게일을하는이는환자를돌볼여유가없다.거의모든일상을내던지고간병에매달리는누군가가존재하지않는다면집에서자연사하기로한환자의결정은묵살되기쉽다.병이라는,시한부라는거대한사건앞에서가족이란너무나취약한구조의사회집단일지도모른다.그러므로환자를두고때때로반목하는가족의모습은그다지낯설지않다.저자는가족과의갈등을숨김없이드러냄으로써이러한문제를담담히들여다보고,이갈등이우리의문제가되었을때어떻게하면좋을지미리생각해보게만든다.

말기암선고를받던순간부터엄마를떠나보낸순간까지,약7개월간의이기록은우리에게모르는척미뤄두었던또다른질문을던진다.가족이병마와싸울때무엇을어떻게해야할지,소중한이의죽음을우리는어떻게받아들여야할지…….저자는죽음이란무엇일지,죽음에도권리가있을지,어떻게해야원하는장소에서원하는방식대로죽을수있을지에대해서도생각하게한다.저자의차분한글에서우리는뜨겁고도무거운질문과마주한다.누구나한번은맞닥뜨릴마지막,그마지막을어떻게바라볼지에대한아주원초적인질문말이다.

그러나하루하루이토록지난한이별의과정을겪는다고떠나보낼준비가다되는것일까?딸은엄마에게말한다.“난엄마없이어떻게살지모르겠어.”엄마가대답한다.“다살수있어.”딸은그말을믿을수가없다.“난아직준비가안됐다고.”엄마는침착하게이야기한다.“준비가됐다싶은때는없어.”엄마의말처럼어쩌면준비가됐다싶은때는영영없을것이다.이별은어떻게대비하느냐가아니라그저어떻게받아들이느냐가더중요할지도모른다.
2017년9월9일,저자의엄마는집에서세상을떠난다.7개월간의여정을함께했던딸은엄마가안식의길로들어섰음에감사하며마지막인사를한다.“엄마,잘가.엄마,다시만나.”준비되지않았던이별임에도엄마는원하는방식대로떠났고,딸은그과정을이해했다.엄마의죽음앞에이보다더한애도가있을까.

엄마와의여행을회상하며마침내엄마를죽음의길로떠나보낼때까지의과정을과장없이,있는그대로솔직하고담담하게그려낸하나의아름답고진솔한보고서!글쓰기를가르치는교수님이라그런지,처음부터끝까지물흐르듯흘러가는저자의이야기는그자체만으로자연스럽고감칠맛나는매력이있다.삶,죽음,인간,고통,사랑,종교,가족의문제들이고스란히담겨있는이책을통해우리는다시한번진지하게자신의삶을돌아보며기도하고싶어진다.이땅의여행자로서저세상으로건너갈때까지일상의시간들을좀더충실히보내고싶다는선한갈망과함께.
-이해인(수녀,시인)

엄마,내가알지못했던…

딸은아픈엄마의물건을정리하던중에엄마의일기를발견한다.1962년부터시작되어2017년2월까지매일의일상을적어둔,라면박스하나가가득찰정도로방대한기록이다.엄마가떠난후딸은그일기를읽기시작하고,그속에서그동안미처알지못했던엄마의지난삶과만난다.
엄마의기록속에나타난인물은그동안알았던엄마같으면서도엄마같지않은모습이다.음정을잘맞추지못해노래부르는모습을보이지않았던엄마가젊은시절에는파리에서유학생활을하면서한국노래를부르고들으며위로를받았다.항상사이가좋지못했던아버지를향해서는연애시절“이렇게그리운데꿈에도안나타나는지”라며애정을드러내는모습도있다.딸은그런엄마를일기로접하면서놀라고신기해한다.지금껏한번도본적없는모습이기때문이다.

그시대로서는드물게파리로유학까지다녀왔던엄마는일기에작가가되고싶었고그꿈이20대를사는내내사라지지않았다고썼다.딸은엄마가항상책을읽는모습을보기는했지만작가를꿈꾸었는지는미처몰랐다고고백한다.엄마에게“예전에엄마는커서뭘하고싶다고생각했어요?”라고물은적도없다고.딸은자신이커서뭘해야할것인지생각하기만도바빴다.딸의눈에비친엄마는‘엄마’라는확실한인생의역할을수행하고있을뿐이었다.어쩌면독자들도이런질문을던질지모르겠다.‘나는엄마의삶을얼마나알고있을까?’

어릴적엄마의꿈은무엇이었는지,결혼이전에는어떤모습이었는지아는사람은많지않다.태어난순간부터엄마는엄마였으니까.마치엄마라는사람의정체성이처음부터엄마였던것처럼,우리는가까이있는한사람의인생을들여다보겠다는생각조차하지못한다.그러므로엄마라는사람을가장알지못하고이해하지못하는사람은역설적이게도그엄마가누구보다도사랑하는자식들이다.이책은바로그어긋남의지점을가감없이보여준다.그리고엄마의삶을새로이들여다보고좀더깊게이해하게되는계기를그린다.

일기는엄마의삶에대해미처알지못했던많은이야기를남겨주었다.일기에는엄마의마음에오래전부터드리워져있었던그늘,젊었을적품었던희망과꿈,좌절,이해와인정까지엄마가보고듣고느꼈던많은것들이촘촘하게기록되어있었다.삶과죽음,사랑,종교,가족등한사람이태어나마주하는모든문제가담겨있는일기를보며저자는말한다.“글쓰기는공간과시간의격차를뛰어넘어그생각과감정을전달하는가장효율적인수단”이라고.
글은대화다.엄마의일기는엄마가엄마자신과나눈대화였고,저자가엄마의삶과대화하게된도구였다.이제이대화는또다른글로남겨져독자들에게닿는다.이새로운대화의출발점은60년전,머나먼파리로유학을떠났던어느한사람이다.

“우리는삶을사랑하는여행자입니다.”

80세가되던해,엄마는“80세는여행하는한해로삼을거야.”라고말한다.마침딸에게남미로여행을떠날좋은기회가찾아왔을때,딸은동행할사람으로단박에엄마를떠올린다.두사람의여행은그렇게시작되었다.한달동안3개국,10개도시를돌아다니며남미가자랑하는자연과지난문명의흔적을만나보는일정이었다.그렇게여행하는80세의첫행선지는남미가되었다.

두사람은남미여행을통해새로운경험을즐긴다.알지못했던각국의문화를접하고,여러명소에서새롭게깨달음을얻기도한다.저자는컨디션이좋지않은엄마와힘겹게마추픽추오르기에성공하는가하면,비행기출발시각을잘못보고스케줄을변경하는해프닝도겪으며특별한기억을쌓아간다.이러한경험들은때로는지금껏쌓아왔던지식,가치관과충돌하며새로운관점을제공하기도한다.출신국의여권을그대로사용하고정치상황이불안해지면출신국으로돌아갈준비가되어있는이민자들의나라,축구를할때만한나라가되는나라인아르헨티나에서는국가란무엇인가에대한고정관념에대해고찰한다.또이구아수폭포나엘칼라파테의빙하의규모를보면서인간이자연앞에서얼마나취약하고사소한존재인지도깨닫는다.‘세상의끝’이라불리는우수아이아에서는탐험의‘위대함’이얼마나철저하게정복자측면의시각이었는지를되짚어보기도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출발해남미를U자로돌았던여행은페루아레키파에서끝난다.그곳에서만난산타카탈리나수녀원에서딸은세상과완벽히단절된,1년내내노동과기도를반복하는삶에대해생각한다.한때수녀가될까생각했다는엄마에게“이고립된수녀들의삶은무엇을위한걸까?”라고물어보지만엄마는대답대신그냥미소만짓는다.딸은생각한다.‘유난한어머니와남편,세명의자식들을수발하는삶과수녀로서의삶,어떤삶이엄마에게더행복했을까?어쩌면수녀가아닌엄마로서의삶이훨씬더많은수양과도닦음을요구한것은아니었을까?’

우리는여행이라는말을들으면일상과는다른새로운경험이주는설렘을가장먼저떠올린다.삶또한마찬가지다.저자는말한다.“나는삶이여행이라고생각한다.새로운장소,새로운사람,새로운경험이계속이어지는여행.”어떤삶이든태어난순간부터죽을때까지의일상이같은경험으로만채워지지는않는다.원치않아도새로운경험을하게된다.바로이새로움이우리가삶을사랑하는이유가아닐까?물론그과정에서끊임없이예상치못한시련과부딪치게되겠지만.부디삶을사랑하는이땅의여행자로서“저세상으로건너갈때까지일상의시간들을좀더충실히보내고싶다는선한갈망”을품게되길소망한다.

엄마의‘여행하는한해’의첫여행은그렇게끝이났다.한국으로돌아온다음날,엄마는말기암진단을받았고7개월간의이별여행을시작한다.그리고그해9월,이별여행을마친엄마는다시새로운여행을떠난다.여행하는한해80세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