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 : 난치병을 딛고 톨킨의 번역가가 된 박현묵 이야기

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 : 난치병을 딛고 톨킨의 번역가가 된 박현묵 이야기

$16.00
Description
약이 거의 듣지 않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에 해당하는 중증 A형 혈우병으로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던 소년이 있다. 2013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 고등학교는 단 하루도 다닌 적이 없다. 침대가 세상의 전부였다. 집과 응급실을 왕래하며 10대의 7년을 보냈다.
그 소년은 2019년 여름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했고, 2020년 봄 고졸 검정고시를 패스했다. 2020년 여름 국내에 번역된 적 없었던 J. R. R. 톨킨의 책 『끝나지 않은 이야기』 번역 원고를 탈고해 출판사에 넘겼다. 역시 같은 해 12월 수능을 보고 서울대학교 입시에 도전해 합격했다. 겉으로 보기엔 단 1년 만에 서울대생이 되고 번역가가 됐다. 그의 이름은 박현묵이고, 2022년 현재 스물셋 청년이 되었다.
저자 강인식 기자는 2021년 여름부터 넉 달 가까이 매주 수요일에 박현묵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현묵은 자신의 이야기가 ‘장애인의 인간 승리’로 소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는 “내가 무엇을 못 했다면 그것은 나태함 때문이에요. 장애 때문이 아니죠. 나의 10대는 나태함에 아픔이 양념처럼 뿌려져 있는 상태였어요. 혈우병도 장애도 저의 주인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는 가장 아팠던 시기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그저 재미있어서 번역에 도전했고 “아프거나, 읽거나, 번역하거나” 그렇게 한길을 갔다. 그에게 번역은 본질적인 삶의 목적이었다. 그런 박현묵과의 인터뷰는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어떤 태도의 문제’에 대해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었다고 말이다. 그것은 저자에게 하나의 임팩트였고 이를 ‘박현묵 임팩트’라고 표현한다. 이 책은 박현묵이라는 난치병을 가진 한 10대 소년이 스물둘 청년으로 성장하기까지, 언제든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비극 속에서 그 비극의 무게에 함몰되지 않고 그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유연함을 잃지 않았던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공부란 본질적으로 어떤 행위인지, 어떤 태도를 통해 완성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아니 둘 다일 것이다. 천천히 그리고 단단히 쌓인 지적 성취물의 가치를 매기는 데서 ‘장애인이니까 더 대단하다’라는 식의 배려는 필요 없다. 저자는 박현묵이 장애를 걷어내고, 체급마저 고려하지 않은 가장 경쟁력 있는 것으로 이뤄낸 빛나는 성취를 들려준다.
저자

강인식

기자로일하고있으며,『0.1그램의희망』과『꿈보다열정』을썼다.

목차

추천의글
prologue대입추천서
12021년1월20일면접
2강점은없고약점은있습니다
3악에물들다
4중간계로의여행
5끝나지않은이야기
6나태함
7최초의공적호명
8각성의한여름밤
9Since2016.02.18
10엄마,어무이
11모계유전
12더트랜스포머더무비
13덕후의클래스,TOMEK
14김준범임팩트
15베란다에서서창밖을보다
16답안지없는수학시험
17벚꽃날리는중앙도서관계단
18스물둘,생애첫커피
19NightFever,버킷리스트
epilogue박현묵임팩트
감사의글

출판사 서평

초등학교졸업후7년그리고그이후1년

중증A형혈우병환자는피가응고하도록만드는정상인자(8인자)가유전적으로없거나많이부족하다.그럼에도혈우병환자들은대개정상적인삶을살아갈수있다.정상인자를보충하는강력한약이존재하기때문이다.그러나박현묵은세계적으로그사례를찾아보기매우힘든특이한몸을가지고있다.혈우병의희망이라불리는고가의약도듣지않았다.소방호스로물을퍼붓듯약을써도아주미세하게반응할뿐이었다.보통사람들에겐아무일도아닐관절과장기에생기는내출혈은종종현묵을사망직전까지몰고갔다.그건10대아이가견뎌낼수있는종류의고통이아니었다.현묵은10대의대부분을침대가세상의전부인채,집과응급실을왕복하며살았다.언제죽어도이상하지않았다.초등학교졸업식을끝으로중,고등학교를단하루도다닐수없었다.
몸이괜찮을때현묵은엄마와함께도서관이나서점에갔다.그곳에서운명처럼J.R.R.톨킨을만났다.『반지의제왕』에서시작해점점톨킨덕후의세계로빠져들었다.그와중에톨킨팬덤의총본산이라고할인터넷카페‘중간계로의여행’에가입해톨키니스트로성장하면서한국에번역되지않은톨킨의『끝나지않은이야기』번역을시작한다.애초에『끝나지않은이야기』의번역은‘중간계로의여행’에서공동미션으로제안된것이었다.하지만가장아팠던시기인2016년에서2019년까지현묵은게시판에번역을묵묵히쉼없이올렸다.그가반복적으로응급실에실려가병원에입원하는시기에는번역업데이트가중단되었다가다시덜아픈상태가되면현묵의새로운번역이올라오는식이었다.다른이들은그번역레이스에잠깐나타났다가사라졌지만현묵은혼자서그일을계속했다.그기간동안현묵이번역게시물을올린횟수는100여회에육박한다.
2018년6월현묵은새로운주치의를만나게된다.한림대학교의과대학한강성심병원소아청소년과김준범교수가그다.그는혈우병도개인마다다다르다는화두를던지며현묵에게개인맞춤치료를제안했다.그리고안전성이최종검증되지않은해외신약의국내임상시험에참여할것을권유했다.2019년6월임상시험에참여한후신약으로계속치료를받았고현묵은후유증으로인한장애는남았지만이후반복적인출혈과응급실및중환자실입원없이생활할수있게되었다.
아프지않은현묵은‘최강’이었다.2020년엄마의제안으로대학입시준비를시작하는동시에출판사와톨킨의『끝나지않은이야기』번역계약을맺고번역에매진해번역원고를탈고한다.고졸검정고시를패스한후현묵은서울대학교정시‘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2’에지원한다.서울대입시전형에제출할추천서를쓴김준범교수는현묵에대해“본추천인이경험한많은인연을통틀어가장위대하고무한한가능성을확인한사례”라고언급한다.이전까지는유례가없었을주치의가추천서를쓴지원자박현묵은2021년2월서울대학교인문학부에합격했다.2013년초등학교를졸업한후근7년간침실이거의세상의전부였던현묵의이후‘1년’은톨킨의번역가가된동시에서울대학교에입학한1년이었다.

내가무엇을못했다면그것은나태함때문이에요

현묵에대해서주치의김준범교수는출생후부터계속된내출혈로매번사망직전상태를경험했으면서도“어두움과절망감을찾아보기어려웠다”고말한다.“매순간긍정의힘으로극한의상황을기적처럼이겨냈”다는것이다.현묵이겪었던육체적인고통은매번사망직전상태까지가는극한의것이었다.그럼에도이루어진현묵의이런성취는어떻게가능했을까?현묵은“사춘기시절질풍노도는늘침대위에서끝났어요.그렇다고해도아프다는것으로나를정의하거나,무엇을못한것에대한변명으로삼고싶지않아요.내가무엇을못했다면그것은나태함때문이에요.장애때문이아니죠.나의10대는나태함에아픔이양념처럼뿌려져있는상태였어요.혈우병도장애도저의주인은아니었어요.”저자강인식기자는인터뷰를하면서이말을듣고‘정말저렇게생각할수가있는걸까,저말은진심일까’라는생각을할수밖에없었다고한다.하지만현묵은‘아무리아파도고통의중간에틈은있었으므로얼마든지앞으로나아갈수있다’고생각하는것같았다는것이다.누구보다그틈이너무나짧았지만사실그건나태함만제거하면별문제가아니었다고현묵은진짜그렇게생각하고있다.2015년그전까지와는차원이다른극강의내출혈이양쪽고관절과장기를공격해의자에앉아서작업을하기어려운때에도현묵은침대에누워노트북을배위에올려놓고거의모든일을처리했다.이자세가목에부담을줄수있었기때문에,옆으로누워서하기도했다.노트북을ㄱ자로꺾어옆으로세우면옆으로누운자세에서느리지만무엇인가할수있었다.그렇게거센파도처럼밀어닥치는고통들사이의‘틈’에서현묵은지속적으로하나의선을이으며톨킨의『끝나지않은이야기』번역을중단하지않는다.가장아팠던시기인2016년부터2019년까지그저재미있어서번역에도전했고“아프거나,읽거나,번역하거나”그렇게한길을갔다.그에게번역은본질적인삶의목적이었다.
왜톨킨이었고왜번역이었을까?“혈우병환자의수명이일반인보다크게짧은건아니에요.죽을만큼아플때는많아도실제로죽기는쉽지않죠.이렇게어른이되는것이죠.그럼난앞으로어떻게살아가야하는걸까……이런생각이들었어요.아파서잠이안오니까더그런생각을떨칠수없었어요.”현묵은아마도어른이되겠지만그저아프기만한어른이되긴싫었던것은아닐까.번역이본질적인삶의목적이된데에는,10대소년의즐거운덕질에서비롯된톨킨에대한탐구가번역에도전하는것으로이어진데에는,아프기만한어른이아니라무언가자신의가장경쟁력있는그것으로삶을살아보려한,그경쟁력있는것으로어른의삶을살아보려한마음이자리잡고있었던것은아닐까.

소울메이트,‘중간계로의여행’이라는학교,아이돌,임팩트

박현묵은현재우리나이로스물셋이되었다.그가아직은어린나이로이룩한빛나는성취는,그모든고통에도불구하고현묵스스로자신의길을찾고나아갔고중단하지않았던순도100%라할수있을삶에대한열정때문에가능했던것일터이다.하지만『반지의제왕』에서절대반지를파괴할임무를받은프로도옆에간달프,아라고른,레골라스,김리,갈라드리엘과같은조력자가있었던것처럼현묵의삶에도수많은조력자가존재한다.
아프다고초등학교를다닐기회를빼앗지않고현묵에게가장즐거운어린시절의추억을만들기회를준엄마는긴암흑의터널같던시기현묵의옆에언제나함께있었다.<트랜스포머>시리즈같은SF영화를좋아하던아들에게영화대사를번역해볼것을권유하고번역가의싹을틔워준다.더불어신약이효과를보이자다시현묵에게대학교입시에도전할것을제안한다.엄마는아픈현묵이집에만있는것을바라지않았다.현묵의몸이괜찮을때에는계단이있어서접근이불가능한곳이라할지라도현묵을이고지고함께여행을다녔고,덕분에현묵은실제세상을여행할수있었다.그렇게엄마는현묵의소울메이트가되었다.
학교에가지못하는10대소년에게세상과소통할수있는창은랜선을통해서열렸다.소년은랜선을통해서세상의학교와는전혀다르지만,앞에서길을끌어주며동기부여를해주는선생님이있고,함께관심사를웃고떠들며얘기할수있는친구들이있는학교를만난다.바로톨킨팬덤의총본산이라고할수있는인터넷카페‘중간계로의여행’이다.현묵은여기서진정한톨키니스트,진정한고수,아이돌을만나고그들을따라진정한톨키니스트로성장한다.그리고이고수들이열어준길에서톨킨의『끝나지않은이야기』번역을시작하고『끝나지않은이야기』를한국에서최초로번역한사람이되는성취를이룬다.
이책에서는‘임팩트’라는단어를여러번목도할수있다.세상에나오지못하고자신의방과침대에갇혀있던현묵을세상으로나오게했던것은주치의김준범교수와현묵과번역계약을맺은아르테출판사의장현주팀장이다.김준범교수는신약임상시험에현묵이지원할수있게함으로써고질적인내출혈문제를제어할수있게함과동시에현묵의병과장애에대한새로운접근으로재활을가능하게했다.또한그가쓴추천서는현묵이서울대에입학하는데결정적인역할을했다.현묵스스로표현한“김준범임팩트”다.톨킨의저작을번역출간하고있는출판사의장현주팀장은현묵을카페의‘부매니저님’으로부름으로써단한번도제대로된사회생활을해본적없는현묵을최초로공적으로호명한사람이다.그리고현묵을‘번역가’로,현묵이그토록간절히바랐던톨킨의『끝나지않은이야기』를한국에서처음번역하는번역가가되도록이끌었다.카페게시판에공동미션으로시작했지만이미거대한탑을쌓고있었던현묵의아마추어번역을발견하고그가능성을알아보고믿어준사람이다.이를두고저자가‘장현주임팩트’라표현한것은너무도적절하다.

버킷리스트,박현묵의‘끝나지않은이야기’

2019년여름신약을만나고5개월이지난뒤현묵은갇혀있던침대에서거꾸로세상으로거슬러나아갈힘이생겼다.바퀴달린의자에앉아힘이생긴발로바닥을밀어자신의방에서부엌으로,부엌에서거실로,그리고거실에서보행보조기로옮겨타고옷이흥건할정도로땀을흘리면서도혼자서버텨베란다에나가보행보조기에의지해서서창밖을내다볼수있었다.누구에게도도움을요청하지않고홀로서서세상을바라볼수있었다.2021년3월서울대학교에입학하고,그해6월스물둘의현묵은생애처음으로커피를마신다.그리고이어진여름방학에현묵은“전동휠체어를타고갈수있는모든곳을간다!”는버킷리스트를잡았다.
첫번째버킷리스트는‘만화카페가기’였고,몇차례의사전답사까지마친뒤휠체어를타고만화카페에입성해직접만화책을고르고손으로종이책을만지면서책을볼수있었다.두번째는네온사인이넘실거리는밤거리를비지스의노래<나이트피버>를들으며정처없이쏘다니는것이었다.네온사인이있고계단만없다면그곳은<나이트피버>로흘러넘쳤다.전동휠체어의배터리가다닳도록현묵은목적지도없이그속을방황하듯배회했다.
2022년현재현묵은우리나이로스물셋의청년이다.그청년은이제새로얻게된자유를더확장하길원한다.현묵은이제자신이낭송했던로버트블라이의시처럼“나혼자만의은밀함”을즐기기위해인기척이없는눈내리는추운밤“차를이리저리몰며시간을좀더날”릴수있는자유를위해운전면허를땄다.더이상엄마가데리러오지않아도되고,엄마가먼저집으로가도되고,저앞의미녀를두고집에가지않아도되는자유말이다.청년박현묵의이야기는여기서일단락되지만이것이끝이아니다.아니현묵자신이주인공인『끝나지않은이야기』는이제시작이다.

박현묵임팩트

현묵에게“‘김준범임팩트’가삶전반에강력한지각변동을의미하는것이었다면,‘장현주임팩트’는공적인세계로의데뷔같은것”이라고,그리고“기어코현묵도누군가의삶에영향을줄수있는사람이되어있었다”고저자는말한다.현묵은자신이받은작용(임팩트)을상대에게되돌려주고있는것이다.그리고박현묵과의인터뷰는무언가를배우는과정이었다고저자는말한다.“단순히지식이아니라‘어떤태도의문제’에대해깨달음을얻어가는과정”이었다고말이다.그것은저자에게하나의임팩트였고이를‘박현묵임팩트’라고표현한다.
또한저자는현묵의스토리가‘장애인의인간승리’로소개되는것을원치않는다고말한다.이책은박현묵이라는난치병을가진한10대소년이스물둘청년으로성장하기까지언제든지죽어도이상할게없는비극속에서그비극의무게에함몰되지않고그위에떠있을수있는유연함을잃지않았던삶의태도에대한이야기일수도있고,공부란본질적으로어떤행위인지,어떤태도를통해완성되는지를깨닫게해주는이야기일수도있다.아니둘다일것이다.과연이책을편당신은이박현묵이야기를어떻게받아들일것인가?부디저자의바람처럼,현묵의바람처럼‘장애인의인간승리’이야기정도로읽지않기를.현묵은자신을옭아맸던모든장애를걷어내고체급마저도고려하지않은가장경쟁력있는것으로자신의진가를보여줬고빛나는성취를이뤘으며그성취를평가하는데‘장애인’에대한배려같은것은필요없다는것을보여줬다.자신의삶을살아가려는모든이들에게,그리고고귀한용기를얻고싶은모든이들에게,이책은실물그자체로육박하는,감동을넘어선깨달음을줄것이다.세상의상투성을벗어나진실한자신의영혼과열망을찾고자하는이들에게이책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