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치며 생각한 것들(큰글자책) (좋아하는 일을 좇는 삶에 관하여)

피아노를 치며 생각한 것들(큰글자책) (좋아하는 일을 좇는 삶에 관하여)

$27.45
Description
서른두 살 겨울, 홀로 떠난 제주 여행. 시시한 바다를 따분히 바라보고 재미없는 책을 읽다가, 연고도 없는 곳에서 대출받아 치킨집을 차린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 친구와 작별하고 공항 근처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4인실 도미토리 침대에서 누워 다짐했다. ‘아무래도 피아니스트가 되어야겠어.’ 장기하와 얼굴들의 “오래된 마음이 숨을 쉬네”라는 노랫말처럼, 스무 살 무렵 취미 삼아 배운 피아노가 불현듯 숨 쉬기 시작한 것이다.
성인이 되어 뒤늦게 좋아하게 된 피아노를 직업으로 삼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취미와 직업 사이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시선으로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자격을 두고 갈등하는 모습을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에 알맞은 시기가 있고, 그것을 직업으로 택하기에는 일정한 경로가 정해져 있다는 ‘생애주기 이데올로기 사회’에 균열을 내고 싶은 소심한 욕망 한 스푼도 함께.
작가는 자신이 20대에 그린 청사진 중 실현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정규 코스를 밟은 건 은퇴한 미술뿐이다. 등단한 적 없지만 책을 냈고,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영화를 찍고 피아노를 연주해 관객을 만난다. 그런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좋아하는 일을 묵묵히 좇다 보면 누군가는 꼭 손을 잡아 준다는 것. 이 책 역시 그렇게 쓰였다.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 당신의 ‘오래된 마음’이 다시 숨을 쉬기를.
저자

오재형

화가(였)고,영화감독이고,최근에는피아니스트다.비록그림은절필했고,사람들이흔히떠올리는‘그런’영화감독,‘그런’피아니스트는아니지만,이모든호칭으로불리며살고있다.화가은퇴전〈안녕〉을비롯해개인전을여럿치렀고〈강정오이군〉,〈덩어리〉,〈봄날〉등단편영화를다수연출했으며공황장애경험을담은에세이《넌,생생한거짓말이야》를썼다.이렇게소개하면“종합예술인이시네요!”라는말을들을까봐예술잡상인’이라고스스로소개하고다닌다.
게스트하우스침대에서코고는소리듣다가불현듯취미로해오던피아노연주를본격적으로해야겠다고마음먹었다.2016년‘일년만미슬관’에서〈블라인드필름〉이라는제목아래영상상영과피아노연주를결합한공연을처음시도했다.이방식에자신감을얻어〈더하우스콘서트:오재형의비디오리사이틀〉무대에올랐고,개인전〈피아노프리즘:보이지않는도시들〉을개최했다.
아직남아있는미술가의정체성을바탕으로극장과전시장을오가며영화를상영하고피아노를연주하는활동을즐겁게하고있다.아침에일어나서누르는피아노건반소리에늘설렌다.
http://www.thelump.net
Instagram@owogud

목차

prologue

Part1.나와피아노의역사
나는피아노에싹수가있다
음대에출몰하는미대생
군대와피아노
사랑을잃고나는쓰네
바이엘논쟁
음악을미술로
작가노트:〈COSMOS〉
절필선언
작가노트:〈안녕〉
오래된마음이숨을쉬네
예술의잔당들과등촌동피아니스트
작가노트:〈BLINDFILM〉
봉준호와조성진,그리고나
더나은사람이되는법
꿈의피아노스타인웨이
내게필요한이변
따뜻한아이스아메리카노주시겠어요?
피아니스트의집
무대공포증에대처하는자세
오재형의비디오리사이틀


Part2.피아노를치며생각한것들
다시,계란을쥐듯이
벽너머의피아니스트
어떤투쟁
이제노련한어른이니까
안되어도그냥지나가겠습니다
나는피아니스트인가아닌가
내가돋보이고싶어서요
은근하고그럴싸한작곡의역사
아저씨,유튜브하세요?
작가노트:〈피아노프리즘:보이지않는도시들〉
여기까지가져온피아노뿐
피아노앞에서는차별이없기를
누나와나의역마살
내성적인사람이기때문에
작가노트:〈모스크바닭도리탕〉
더도말고딱1인분의예술
불빛아래서
올까봐두려운마음으로
예술계로데뷔하려는사람들에게

Part3.피아놀라
피아놀라

epilogue

출판사 서평

음대에출몰하는미대생
칸에입성한(?)영화감독이되다

성인이되어피아노를배우기시작했다.사실처음피아노를배운건(많은이가그러했듯)아홉살무렵.너무‘노잼’이라바이엘도떼지못하고그만두었다.큰일을앞두고는뭐든재밌어보이는걸까?입시를앞두고누나의피아노연주가감미롭게들렸고,대학입학과동시에피아노를배우기시작했다.그렇게미대에입학했지만피아노가너무좋아음대에서살았다.피아노과신입생이학과선배인줄알고90도인사를할정도로.
군대유격훈련장에서등으로바닥을쓸면서도피아노만생각했고,오직피아노가있다는이유하나만으로교회성가대에들어갔다.그런데웬일일까,전역과동시에그마음이싸그리사라졌다.다시본업인미술로돌아와학교를졸업하고세차례의개인전을열었다.
서른즈음에는영화에빠져들었다.사회이슈에관심을두고매년방문하던제주강정마을에서영상워크숍에참가한게계기였다.단편영화를다수연출했고,국내몇몇영화제에초정받아‘감독님’소리를듣게되었다.해외영화제에나가고싶다는마음이슬며시고개를들었고,‘단편영화(shortfilm)’를자꾸‘반바지영화’로옮기는구글번역기를붙잡고끝끝내칸영화제에자신의작품을출품하여초청장을따냈다.물론봉준호급이나박찬욱급은아니지만,“멸치도생선”이다.

“오래된마음이숨을쉬네”
서른두살,피아니스트가되어야겠다고다짐하다

갤러리보다스크린앞에서는일이잦아질무렵,전시제의를받는다.오랫동안미술작업을하지않았던터라고민하다가덜컥수락한다.화가로서의은퇴전을열겠다는조건으로.그림그리기에서의미를발견하는열정이사라졌지만,화가는유년시절부터품어온꿈이기에‘끝’이라는이벤트를연것이다.
머리를식힐겸홀로제주여행길에올랐다.시시한겨울바다를따분히바라보고,재미없는책을읽다가,연고도없는제주도에서대출받아치킨집차린친구를만나술한잔기울였다.친구와작별하고게스트하우스4인실도미토리침대에누워다짐했다.‘아무래도피아니스트가되어야겠어.’당시서른두살의나이었다.
정말불현듯떠오른생각이었다.“오래된마음이숨을쉬네”라는장기하와얼굴들의노랫말처럼스무살때배운,당시에는정말너무좋아서하루종일연습하던피아노가떠오른것이다.피아노와영상,영상과피아노.무언가할수있을것같았다.어차피수익으로이어지지않을순수예술세계에서다짐은다음의사고회로를거쳐현실이된다.①하고싶은걸한다②재미없으면손절한다③망할것도없다.

“그냥피아노치는게좋아서”
프로와아마추어사이,그틈에서보이는것들

서울시등촌동의시한부전시공간‘일년만미슬관’에서작가는〈블라인드필름〉이라는제목으로영상상영과피아노연주를결합한공연을처음시도한다.관객의흥미를확인하고이방식에확신을품는다.이런저런무대와극장,갤러리를오가며공연하던작가에게뜻밖의은인이나타난다.〈더하우스콘서트〉의기획자박창수피아니스트로부터공연을제안받은것이다.〈더하우스콘서트〉는조성진과손열음등내로라하는찐(?)피아니스트들이오르는무대.그렇게그는조성진과같은피아노건반을누르게되었다.
그럼에도여전히혼란스럽다.‘피아노를전공하지않았지만무대에오르는나는피아니스트인가아닌가?’작가는취미와직업사이에어정쩡하게서있는사람만이볼수있는시선으로아마추어와전문가의자격을두고갈등하는모습을솔직하게풀어놓는다.

“그냥피아노치는게좋아서.”작업의의미를캐묻는공격적인질문에‘단지좋아서’라고대답하는것은왠지아마추어같아보인다.하지만내진심이다.이어서속내를더꺼낸다.“내가돋보이고싶어서요.”_본문에서

단지좋아서,나아가‘내가돋보이고싶어서’연주한다.예술작업으로돈을엄청나게버는것도아니고어마어마한명예를누리는것도아니다.그렇다면가장우선시할건내행복이고즐거움이다.한시간넘게연습하면겨우악보두마디정도를연주하는미술가의속도로피아노를친다.스트레스가재미를추월하지않도록경계한다.연습을반복해도안되면,정중히이야기하면된다.“선생님,저는이제이연습이좀지겹습니다.안되는것은알지만,지나가겠습니다.이제좀다른것을하고싶습니다.”
작가는자신이20대에그린청사진중실현된것이하나도없다고이야기한다.정규코스를밟은건은퇴한미술뿐이다.등단한적없지만책을냈고,전공하지않았음에도영화를찍고피아노를연주해관객을만난다.그런그가전하는메시지는분명하다.좋아하는일을묵묵히좇다보면누군가는꼭손을잡아준다는것.이책역시그렇게쓰였다.마지막장을덮을무렵,당신의‘오래된마음’이숨쉬길바란다.그것이피아노라면더할나위없이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