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 끝나지 않은 이야기 (한국 사회 마지막 비전향 장기수를 기록하다)

송환, 끝나지 않은 이야기 (한국 사회 마지막 비전향 장기수를 기록하다)

$20.00
Description
한국에 갇혀 있는 사람들-
비전향 장기수들의 마지막 호소를 담다
이것은 인기 있는 주제가 아니다. 과거엔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끝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히 몇 년이 더 지나면 이 문제는 ‘자연적으로’ 소멸할지도 모른다. 얼마 남지 않은 고령의 비전향 장기수들이 모두 죽어 없어지면서.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더 늦기 전에, 한국 사회가 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비전향 장기수. 붙잡힌 옛 인민군 포로나 남파 간첩들로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사상을 포기하지 않고 북한으로의 송환을 요구하는 이들. 감옥 깊숙이 숨겨져 있던 그들의 존재는 1980년대 말부터 알려지고, 1990년대 인권과 남북 교류 및 화해를 위한 송환 운동이 활발히 이뤄졌다. 그 결과 2000년 9월에 63명의 비전향 장기수들이 송환되었지만, 그때 송환되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그들에 대한 이야기다. 왜 그들은 송환되지 못했는가? 왜 지금까지도 송환을 간절히 바라는가? 북에 남아 있는 친지도 없을 것이고, 산 세월도 이제는 남쪽이 훨씬 더 길 텐데 돌아가려는 강한 의지는 어디서 나오는가? 어떤 심정으로 전향을 거부하고, 남한 땅에서 힘들게 살아가는가? 이 책은 그들의 처연한 삶을 담고 있다.
이제 살아 있는 비전향 장기수는 아홉 명, 그들도 80~90세이니 당장 1년 뒤도, 한 달 뒤도 장담할 수 없다. 저자가 이 책을 2년간 준비하는 동안에도 네 명이 숨을 거두었다. 이 책 『송환,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아마도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다룬 마지막 책이 될 것이다.
저자

민병래

1960년강원출생.생업에종사하면서,이땅의사람들을위해무언가할수있는일을하기위해노력하는한사람이다.1998년부터한글을모르는노인과이주민을상대로문해교실과다문화도서관을운영하는시민단체‘푸른’의이사를맡고있다.2016년촛불광장에서역사의거대한흐름은평범한사람들이만들어나간다는사실을다시한번느끼며,이름없이빛도없이의미있게살아가는사람들이야기를《오마이뉴스》에‘사진과수필로쓰는만인보’라는제목으로연재하고있다.
2020년우연히송환되지못한비전향장기수의존재를알게되어그들을찾아가삶의기록을정리하는작업을시작했다.그이야기를묶은이책이더늦기전에2차송환의물꼬를트는데도움이되길바라는마음이다.저서로『호암미술관에있는아름다운우리문화재』,『민병래의사수만보』가있다.

목차

ㆍ서문

김영식|내일죽는다해도통일의사과나무를심겠다
양희철|삼백마리의생쥐를잡아먹고지켜낸사상의자유
박종린|두개의나라,두번의무기징역,하나의조국
양원진|신념을지키고정치적삶을완성하렵니다
박순자|이름이셋인여전사,그녀의마지막소원두가지
김교영|지리산의빨치산에서길음동의여관주인으로
강담|고마운아내에게차마얘기하지못한소원
박희성|분단으로이산가족이된건매한가지인데…
이광근|암호문과무전기대신미싱을잡다
조상이|열아홉에남으로내려온소년,일흔노인이되었습니다
오기태|우리에게더이상시간이없습니다

ㆍ비전향장기수,그들을더이해하기위해서
-추천의글:“그사람은당신네나라백성이아닙니까?”_임헌영
-해제1:국가폭력과0.75평의‘광장’,그리고주체적삶의‘틀’_정찬대
-해제2:비전향장기수2차송환,시간이없다_권오헌

출판사 서평

“비전향장기수가아직도있어?”
과거에이문제에관심을가졌던사람이라도,지금이들의이야기를꺼내면이런반응을보일것이다.2000년9월2일이루어진장기수송환이워낙떠들썩했던지라,송환을희망하는모든사람이그때돌아간것으로생각하기쉽다.
그런데당시의송환에는조건이있었다.바로‘비전향자’여야한다는것.한국정부는오랫동안사상전향제도를두며,국가보안법위반등으로투옥된이들에게북한을비판하고공산주의를버리겠다는서약서를쓰게했다.이를끝까지거부한사람들만송환될수있었다.문제는이전향이라는게끔찍한고문을동반하며강제로이루어졌다는것이다.하지만당시정부는강제로전향시켰다는걸인정치않고,전향이라고판정된사람은송환을허가하지않았다.
그래서1차송환이끝난이후돌아가지못한이들은강제전향무효선언을하고2차송환을촉구했다.강제전향무효선언을한이들과1차송환에서신고누락된이들등을포함해모두33명이,2차송환신청서에이름을올렸다(나중에추가로13명이더신청해46명이됐다).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도“강제전향은위헌적인사상전향제도에서비롯된국가의위법행동이기에강제전향은전향이아니다”는판정을내려,송환을희망하는이들의손을들어주었다.통일부에서도2005년경부터는‘2차송환희망자’를‘비전향장기수2차송환희망자’로정식명명하며,강제전향당한이들도비전향장기수로인정했다.
그러나그와별개로2차송환길은열리지않았다.이명박-박근혜정부9년동안송환이야기는쑥들어갔고,문재인정부때도2차송환은공식논의되지않았다.당연히앞으로도전망은어둡다.이런상황에서이책이작은불씨라도될수있기를저자는간절히소망한다.

돌아가지못한11인의사연
저자민병래는2020년봄에우연히미송환된비전향장기수의존재를알게되고그때부터그들의삶을기록하는작업을시작했다.당시생존해있는장기수15명중건강이안좋아인터뷰가불가능한4명을빼고모두11명을만나여러차례이야기를들었다.그리고그들의지나온삶과현재의심정과미래의소망을글로적어이책에담았다.
김영식(1933년생),양희철(1934년생),박종린(1933년생,2021년사망),양원진(1929년생),박순자(1931년생),김교영(1927년생,2021년사망),강담(1933년생,2020년사망),박희성(1935년생),이광근(1945년생),조상이(1950년생),오기태(1932년생,2020년사망).이책에소개된이들은분단과냉전의모순을온몸으로보여준다.
그들은대체로청소년기에해방을맞았고,전쟁이일어나자조국을지키고통일을이루기위해군에들어가전쟁터에서싸웠다.정전후사회에서재건을위해힘쓰다,‘통일사업’을해보겠냐는나라의부름에기꺼이나섰다.그러다남쪽에서체포되어징역을살았다.0.75평의독방에갇혀전향을강요하는고문도당했다.그런수십년의옥살이뒤에도감시와차별과주거제한은이어졌다.그렇게다시수십년이지났다.이제몸은쇠약하고기억도흐릿하다.마지막소원은고향과가족품으로돌아가는것.그러나길은여전히막혀있다.

한국사회의가장소외된존재를위하여
한국사회에서가장소외된존재는누구일까?순위를매길일은아니지만,비전향장기수만큼소외된이들도없지않을까?다른사회적약자들도여러고난을겪긴하지만,적어도문제가인식은되고있다.그러나비전향장기수는지금그존재자체가망각되었다.다른사회이슈들은시간이지나며조금씩개선되고있고,앞으로도그러리라기대할수있다.비전향장기수들은속절없이하나둘씩세상을떠나니남은시간이줄어들뿐이다.게다가보통안타까운사정을겪는이들이동정과연민의대상이되는것과달리,많은한국인들은장기수들을‘간첩’이나‘빨갱이’로취급하며적대감을표출한다.이들은한국사회의소수자중의소수자다.
한국사회는이들을끌어안지도않고,그렇다고돌려보내지도않으면사실상이곳에가두어놓고있다.이제는이들을돌려보내야한다.북한문제에대한정부의‘담대한구상’은,비전향장기수의조건없는송환으로시작되어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