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스무스 평전 : 광기에 맞선 이성

에라스무스 평전 : 광기에 맞선 이성

$18.00
Description
세계적인 전기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작

시대를 앞서간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의 삶을 빌려
평화와 화합,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묻다
이 책은 『발자크 평전』, 『위로하는 정신』(몽테뉴),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카스텔리오) 등 여러 평전을 남긴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작으로, 에라스무스를 다룬 여러 책 가운데 가장 유명한 책이다. 츠바이크가 나치를 피해 망명하기 직전에 출간한 이 책은, 종교전쟁의 혼돈 속에서 모든 극단을 거부하며 평화와 자유를 지키려 했던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의 삶을 빌려 광란의 시대를 고발하고 자신의 신념을 밝힌 작품이다. 츠바이크는 이성과 계몽의 힘으로 인류의 화합을 이루려는 에라스무스의 숭고한 정신과, 어느 편에도 들지 않고 어떤 위험도 피하려는 태도로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그의 소심함을 동시에 보여 준다. 츠바이크가 생생하고 역동적인 필체로 그려 낸 에라스무스의 모습은 대립과 반목, 갈등과 혐오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할 것이다.

저자

슈테판츠바이크

1881년오스트리아의수도빈에서부유한유대계방직업자아버지와이름난가문출신의어머니사이에서태어났으며빈에서높은수준의교양교육과예술교육을받으며성장했다.어린시절부터섬세한감각과문학적감수성을지녔던그는수많은고전작품을읽으며해박한지식을쌓았고,청소년기에는보들레르와베를렌등의시집을탐독하면서시인으로서의습작기간을거쳤다.대학에서독문학과불문학,철학,사회학,심리학등을두루섭렵했으며,특히프로이트의정신분석학에지대한영향을받았다.

이런배경으로스무살의나이에첫시집『은빛현』으로문단에데뷔하여일찌감치작품성을인정받는작가로자리매김한그는세계여러나라를자유롭게여행하면서한시대를풍미하는여러예술가들과교류하며드높은정신세계를구축했다.『은빛현』을필두로수많은소설및전기들을발표하기시작한다.1938년히틀러가정권을장악하자,유태인탄압을피해런던으로피신했다가미국을거쳐브라질에정착한다.또한2차세계대전이전백만부이상의판매를기록한대중적인작가이자다른나라언어로가장많이번역된작가로독일/오스트리아문학사에이름을올리고있기도하다.

츠바이크는‘벨에포크’라일컬어지는유럽의황금시대에활동했다.예술과문화가최고조로발달했던그시기를그는진정으로사랑했다.그러나,그토록사랑했던유럽이한방의총성으로촉발된세계대전을통해돌이킬수없는나락으로떨어지는것을눈앞에서목도하게된다.황금시대의빛과영광을박살낸것은,아이러니하게도그것을구축한그들유럽인들이었다.이때의심경은자신의삶을중심으로유럽의문화사를기록한자전적회고록『어제의세계』에잘드러나있다.

극심한상승과하강을삶을통해모두경험한이후,섬세한그의심성은더이상부조리한세계에서버티지못하고고난의망명생활속에서심한우울증에시달리다가,1942년2월브라질의페트로폴리스에서부인과동반자살로생을마감한다.종종‘평화주의자’또는‘극단적자유주의자’라는평을받던그는“나는이시대에어울리지않는다.이시대는내게불쾌하다”라는내용의유서를남기고자유로운죽음을선택하였다.

비극으로생을마감했지만,그가쓴수많은소설과평전은오늘날까지도세계여러나라의언어로번역되어수많은독자들로부터사랑을받고있으며,상당부분영화화되기도했다.또한다른예술영역에까지영향을미쳤는데,대표적인예가천재감독웨스앤더슨의2014년작'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THEGRANDBUDAPESTHOTEL)이다.앤더슨은이영화가슈테판츠바이크의작품에서영감을받아제작되었다고밝힌바있다.영화는츠바이크의소설'초초한마음'의첫단락을차용해서시작하며,엔딩크레딧에서“inspiredbythewritingsofStefanZweig”라는문구를삽입하여그사실을확고히했다.

목차


사명과삶의의미
시대상
어두운청년시절
초상
대가의시절
인문주의의위대성과한계
위대한경쟁자
어디에도예속되지않기위한투쟁
위대한논쟁
종말
에라스무스의유산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난어느편에도속하지않는다”
폭력과야만의시대에에라스무스로답하다

20세기최고의전기작가슈테판츠바이크는예리한시선으로에라스무스의삶을추적한다.츠바이크는혼인이금지된신부의자식,수도원에서유년기와청년기를보내고스물여섯에신학교를빠져나와프랑스와영국,스위스,오스트리아등여러나라를전전한에라스무스의생애에서‘자유’라는고결한가치를발굴한다.에라스무스는실로그어느것에도,그누구에게도구속되려하지않았다.편협한광신은그가가장멀리한것이었고,“난어느편에도속하지않는다”라는말을마지막까지고수하며자기자신만을대표하는자세로살아간다.
『에라스무스평전』은히틀러가독일정권을장악한1934년에출간되었으며,이듬해츠바이크는나치를피해해외로도피한다.망명을앞두고종교전쟁의혼돈속에서모든극단을거부하며화합을도모하고인류애의가치를내세운인문주의자에라스무스의삶을거울삼아폭력으로얼룩진광란의시대를고발하고평화를향한자신의신념을밝힌것이다.

종교개혁의선구자에라스무스,
종교개혁을거부하다

에라스무스의대표작인『우신예찬』은‘우매함’이라는인물을통해당시사치와향락에빠진교회를신랄히풍자한계몽주의의효시로꼽힌다.동시에이책은가톨릭교회에대한불만을품고있던민중의가려운곳을긁어주면서그자신도모르는사이에대중의의식깊은곳에개혁을향한의지를심어주었다.
에라스무스의또다른중요한업적은독자적인성경번역이었다.그때까지성경을옮기는일은교황청의허락하에이루어지는,교회의권위를상징하는행위였다.루터의독일어성경번역에15년이나앞선에라스무스의라틴어성경번역은그리스도의삶과멀어지고있는교회를비판하고‘그리스도교신앙의뿌리발굴’이라는자신의지론을실천한것으로,그가의도하지는않았으나자연히복음주의신앙의기틀이되었다.
잘알려져있듯,1517년10월31일루터가아흔다섯항목의반박문을비텐베르크교회정문에때려박으며종교개혁의나팔이울린다.그러나그일을예비한것은에라스무스였다.“가톨릭신학자들이격분해말하듯‘에라스무스가알을낳아주었고,루터가그것을부화시킨것’이다.”루터스스로도“누구든자신의생각이에라스무스의사상으로가득차지않은사람이어디있겠습니까?그에게서배우지않은자누구이며,그에게지배받지않는자어디있겠습니까?”라며에라스무스가자신을지지해주기를간청한다.그렇지만에라스무스는루터의가톨릭비판이옳다고생각하면서도그의편을들지않는다.루터와종교개혁가들의거친격정과가톨릭교회에대한증오섞인비난은그가가장멀리하는바였기때문이다.
루터가가톨릭교회에반기를든이후로마에서는그를향한파문장이마련되고,많은개혁가가종교재판에넘겨지며,곳곳에서화형대의불길이치솟는다.한편민중의거센혁명의지를마주한개혁가들은타락한교회를바로세우겠다는당초목적과달리맹목적인광신에사로잡혀점차격렬해진다.그렇게그리스도교,그리고유럽은둘로갈라진다.하지만에라스무스는그런혼란과분열에빠져들기를거부한다.“에라스무스가원하는것은평화,평화,평화뿐이다.어느편에도들지않고비켜서있겠다는것,평온뿐이다.”

평화주의의선구자인가,우유부단한기회주의자인가?
심리묘사의대가슈테판츠바이크가
섬세한필치로써낸에라스무스의은밀한내면

이제시대는끔찍한증오로묻는다.교황이냐루터냐,가톨릭편에설것인가신교의길을걸을것인가,교리인가복음인가.정신의자유와내면의독립을추구한인문주의자에라스무스에겐가톨릭의부패와타락도,루터와신교의맹목적인혁명의지도견디기힘든것이었으리라.정신적인것,지고한인류애를바탕으로한인문주의를내세운에라스무스는양편을화해시키고자노력한다.교황청에루터를파문하는것은가혹한처사이며루터가지적한오류와잘못을논의할종교회의를열어야한다는내용을담은편지를보내고,반대로루터에게화급하고거칠게나서지말것을조언한다.
그러나결정적인순간에행동으로옮기지못하는것이에라스무스의비극이다.정신의인간에라스무스는갈등을중재할뿐해소하지못한다.신성로마제국의황제카를5세가보름스에서종교회의를열어루터를불러들일때그는자신의연구실에머물렀다.추방당한루터가복음을앞세워교황과가톨릭교회의탈선을비판하며그에게자문할때에도자신은루터의글을정확히읽지않았다며빠져나간다.이와동시에교황이종교전쟁에내몰리는독일민중을위해앞으로나설것을요구하지만역시이런저런말로둘러댈뿐이다.에라스무스는언제나결정적인언사를피하고,중립을지킨다.
바로여기에평전의대가츠바이크의진가가드러난다.츠바이크는인물을찬양하거나그의강점만을드러내지않고위대함과그한계를여과없이서술한다.덕분에역사속잠들어있던인물이생동감을얻고,읽는이는그의삶을입체적으로살필수있다.『에라스무스평전』에서도에라스무스와인문주의의성과는물론미흡한부분까지낱낱이드러내보인다.양쪽에모두관계하고있는에라스무스내면의갈등,평화와화합을향한고뇌,양편과함께허물어져가는그의상황을밀도높게그려냈다.이에더해겉으로드러난육체에서부터가장안쪽신경에이르기까지,에라스무스와완전히다른기질을타고난마르틴루터를등장시킨다.판이한두캐릭터와섬세한심리묘사,역사를바탕으로한흥미진진한스토리는독자를단숨에16세기로인도한다.

‘너는어느편이냐’라고묻는시대에
에라스무스를읽는다는것

우리사회에서는심심치않게“지옥의가장뜨거운자리는도덕적위기의시대에중립을지킨자들을위해예약되어있다”라는단테의말이유행하곤한다.분명한입장을요구하는이들에게양쪽모두에관계하며설득하려드는에라스무스는지옥의가장뜨거운자리를예약한인물일것이다.그러나지금처럼편가르기가극에달한시기,우리편아니면적이라고몰아붙이는시대,격렬한감정이휘몰아치는세상에,이성의힘으로서로를이해할수있다고믿은에라스무스의생애는많은것을시사한다.
1차세계대전을겪고반전주의자가된츠바이크는에라스무스의모습을빌려나치의폭력에항거하고평화와화합의정신을일깨우고자했다.20세기인물츠바이크가16세기인물에라스무스에관해쓴것이지만,두사람이처한상황과그들이보여준삶의자세는시공을초월해대립과반목,갈등과혐오로얼룩진지금우리사회에경종을울려줄것이다.

1997년자작나무,2006년아롬미디어에서나온책을다시출간하며시대에맞추어문장을새롭게다듬고오역수정과함께여러보완작업을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