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의 심리학

전체주의의 심리학

$18.00
Description
2022년, 유럽과 북미를 강타한 논란의 책

위기가 닥치면 한쪽에서는 항상 더 큰 권력과 책임을 갖는 큰 정부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온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국가는 이미 확보한 개인 정보를 활용해 감시와 관찰을 강화하고 사회적 강제 조치를 서슴없이 시행한다. 테러나 기후위기 때마다 나타났던 이런 경향은 팬데믹 상황에서 다시 한번 재현되었다.
이 책은 팬데믹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소위 규제 열광regulation mania이라고 명명한 현상이 팽배했을 무렵 세상에 나왔다. 벨기에에서 처음 책이 출간되자마자 관료들 그리고 소위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과학자’들은 극심한 비난을 퍼부었다. 이후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에서 차례로 번역되었는데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하지만 관료와 팬데믹 상황에 ‘강한 규제’를 주장한 소위 ‘과학자’들의 싸늘한 반응과는 달리 독자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유럽 각국에서도 화제의 신간이나 편집자 추천으로 분류되었다.
독자들이 이 책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저자는 대중에게 “더 많은 감시와 통제를 원하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고, 독자가 된 사람들은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끝나면 ‘자유’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건 ‘환상’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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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티아스데스멧

코로나19팬데믹에적용되는대중형성이론의세계적인전문가다.벨기에겐트대학교심리학및교육학부에서임상심리학교수로재직중이며,정신분석적심리치료를제공하는상담가이기도하다.데스멧의연구는[포브스],[뉴욕포스트]를비롯해수백여개의매체에서널리논의되었다.그의인터뷰는세계곳곳에서수백만명이시청했다.전작으로는『심리학에서의객관성추구ThePursuitofObjectivityinPsychology』,『주관성에관한라캉의논리Lacan’sLogicofSubjectivity:AWalkontheGraphofDesire』등이있다.데스멧은동료심사를받은백여개의학술논문을썼다.2018년에는정신분석적심리치료학회가수여하는증거기반의정신분석사례연구상을수상했으며,2019년에는네덜란드심리치료학회가수여하는빔트라이시버그상WimTrijsburgPrize을수상했다.

목차

들어가는말

1부과학이불러일으키는심리적효과

1과학과이데올로기
2과학의실제적응용
3인공적인사회
4측정(불)가능한우주
5주인을갈망하게되기까지

2부대중형성과전체주의

6대중의부상
7대중의지도자
8음모와이데올로기

3부기계론적세계관을넘어

9죽어있는우주대살아있는우주
10물질과정신
11과학과진실

주석

출판사 서평

21세기,전체주의의재등장혹은재발견

20세기초,이전에는상상하지못했던완전히새로운정부형태가출현했다.나치주의와스탈린주의로대표되는전체주의정부다.한나아렌트는20세기전반을마무리한1951년『전체주의의기원』이라는기념비적저작을통해“전체주의정부는독재와는뚜렷하게구분된다.”고밝혔다.한나아렌트의말처럼전체주의국가는단순한‘독재’정부와는철저히달랐다.구조(내부조직)와역동(과정지향적진행)측면모두에서그랬다.한나아렌트는이차이점의본질이심리적차원에놓여있다고논했다.독재는원시적인심리기제를토대로삼는다.즉,독재정권의잔혹한잠재력을바탕으로사람들사이에공포분위기를조성하는것이다.이와달리전체주의는대중형성massformation이라는음흉한심리적과정에뿌리를두고있다.

한나아렌트는이‘심리’의본질과과정까지원고를밀고나가지않았지만이책의저자마티아스데스멧은이런심리적과정에좀더천착했다.이런심리적과정을고려해야만전체주의체제의국민이지닌놀라운특성을이해할수있다.그들은집단의유익을위해기꺼이자신의개인적이해관계를맹목적으로희생한다.다른의견을내는사람들에게는극단적인비관용을드러내며,편집적인밀고자심성을지니고있어정부가개인의삶한가운데를파고들도록허용한다.유사과학을토대로한터무니없는세뇌와선전에이상할정도로취약하고,모든윤리적경계를넘어서는편협한논리를맹목적으로따른다(이로인해전체주의는종교와양립할수없다).모든다양성과창의성을상실하며(이런점에서전체주의는예술과문화의적이다),본질적으로자기파괴적이다(따라서모든전체주의체제는자멸하는결과를맞이한다).

전체주의의첨병‘기술관료’

저자는현재새로운(기술관료에기반한)종류의전체주의가부상하고있다는징후가여럿보인다고말한다.치안기관이개인의삶을침범하는경우(메일확인,IT시스템조사,도청장치설치,전화도청)가기하급수적으로늘고있고,감시사회가전반적으로발전하고있으며,사생활권에대한압박이커졌다.또한최근10년사이에정부가조직한채널을통해시민들이서로를밀고하는사례가급격히늘었고,다른의견을내는목소리에대해,특히코로나바이러스위기동안감시와억제가늘어났다.민주주의의기본원칙에대한지지가사라졌다.1951년에아렌트가예상했던순간이급속도로다시다가오는듯하다.그런데이런상황을이끌고있는것은스탈린,히틀러같은‘주모자’가아니다.바로‘따분한’기술관료다.

전체주의는인간지성이삶과사회의지침원리가된다고여기는신념이다(저자는이부분에서계몽주의의역설에대해강조한다).이이데올로기는기술관료와전문가들이그들의기술지식을바탕으로사회라는기계를결함없이운영함으로써유토피아같은인공적인사회를건설하는것을목표로한다.전체주의관점안에서개인은집단에완전히종속된채사회라는기계속에부착된하나의부품으로축소된다.

여기서모든의사결정은일반적으로통용되는법과원칙이아니라‘전문가’의분석을바탕으로이루어진다.이런까닭에전체주의는항상법률을폐기하는쪽을택하거나법률실행에실패하고,‘명령에따라’통치하는편을선호한다.즉,새로운상황이펼쳐질때마다그상황에대한(유사)합리적평가에근거해새로운규칙을형성해야한다는것이다.이것이변덕스럽고,터무니없으며,끝없이변하는규칙으로이어져결국사회의모든인간성을파괴한다는것은역사속의수많은예가보여준다.

전체주의를만든전제,대중형성massformation

저자는전체주의의부상이민주주의에서기술관료제로의전환이라고밝히고있지만,또하나,아주예전부터내려온전통인대중형성에주목한다.전체주의는소위민주적이라고불리는국가에서도공공연히행해진다.‘대중의지지’가없으면불가능하다.반복되는테러,지구온난화,코로나바이러스등의공포대상앞에드러나는점점더절박하고자기-파괴적인일련의사회적반응과일치한다.

본질상대중형성은개인들의윤리적자기인식을파괴하고그들의비판적사고력을앗아가는일종의집단최면이다.이과정은음흉한속성이있는까닭에사람들이의심없이희생양이되게만든다.유발하라리의말을빌리면,대다수사람은전체주의체제로의전환을알아차리지도못할것이다.우리는전체주의를주로노동,수용收容·concentration,죽음의수용소등과연관짓지만,이것들은기나긴과정의당혹스러운최종단계일뿐이다.

대중형성의기원은아주오래전부터다.중세의대중형성은대체로국소적이고단명한특징을보였지만,프랑스혁명기의대중형성만보더라도벌써규모가대폭커지고지속기간도더길었다.스탈린주의와나치주의에서나타난대중형성은훨씬대대적이었고훨씬더오래지속됐다.그리고코로나바이러스위기동안에는역사상처음으로전세계인구가기나긴시간동안대중형성에사로잡혔다.

대중형성은여전히현재진행형이다.21세기대중형성은세계의합리화,기계화의효과에따른논리적귀결이다.점점더많은사람이사회적원자화상태에들어갔고,이들의수가임계치를넘어서면대중형성과정이시작된다.대중형성은복잡하고역동적인현상으로,물이나가스에열을가할때그속에서일어나는대류패턴방식과비교할수있다.

더나아가저자는대중형성이일어나는네가지특징에대해이야기한다.첫째는일반화된외로움,사회적고립,사람들간의사회적유대부족이다.사회적연결성의퇴락은무의미한삶이라는둘째조건으로이어진다.세번째조건은사람들사이에나타나는이유없는불안과심리적우려다.앞의세조건에이어넷째조건,즉상당량의이유없는좌절과공격성이생겨난다.사회적고립과성마름사이에는논리적연결고리가있으며이는경험적으로도입증되었다.

결국개인이대중형성에참여하는이유는본질상합리적인경우가(설령있다고해도)드물다.전문가들이멋진제목을앞세우고때때로공영텔레비전방송에나오면,마치주어진조치가일반적으로받아들여지는듯하여전략이더욱정당화된다.그리고많은사람에게는이정도만제시해도대응조치가올바르다는충분한증거가된다.“당연히전문가들이잘알아서하겠지.”,“아무렴,전문가들이전부틀릴수는없겠지.”,“사실이아닌걸말할리는없잖아.”등등.다시말해고대로부터논리적오류로알려져온군중에호소하는논증argumentumadpopulum과권위에호소하는논증argumentumadauctoritatum은대다수사람이이야기를받아들이도록이끄는데충분하다.모든일에서이야기에동조하는근본동기는집단형성과집단압박이지,이야기의정확성에있지않다는것을알수있다.

과학자들도전체주의에공헌한다?

모든이데올로기가그렇듯과학도이렇게변화를겪었다.처음에과학은소수가다수에도전장을내는하나의담론이었으나,나중에는과학자체가다수의담론이되어버렸다.이변화의과정에서과학적담론은처음과는반대되는목표를지향하게되었다.대중을조작하게만들고,사람들이경력을쌓게하고,상품을홍보하고,기만을퍼뜨리고,타인을얕잡아보고낙인을찍게했다.실제로분리와배제를정당화하는데도과학적담론이작용했다.요컨대여느지배적담론처럼과학적담론도기회주의,거짓말,기만,조작,권력을뒷받침하는특권적도구가되었다.하지만몇년전자료에따르면의학연구의무려85퍼센트가각종오류,엉성함,사기로인해의심스러운결론에도달한다는발표가있었다.(〈미국심장협회순환연구CirculationResearch〉2015년1월호)

한나아렌트도『전체주의의기원』에서“전체주의는궁극적으로과학에대한일반화된집착,인공적천국에대한신념의논리가확장된형태다.”라고일갈한바가있다.과학자들은‘특단의조치’가없다면수천만명이바이러스로인해목숨을잃을것이라고‘주장’했고기술관료는감시와통제를강화하고대중은‘사실이아닌걸말할리가없다’고동조한다.새로운단계가개시될때마다우리는자유를조금씩더잃어버리고,마지막에도달하는최종목적지에서인간은거대한기술만능주의적의학실험속에서QR코드로축소된다.너무나암울한‘전망’같지만‘일주일에맥주는두병만허용한다’(캐나다),‘오프닝댄스는가능하되폴로네즈는금지한다’,‘정부의방역지침에반발하는의사는의학협회에서제명한다’(벨기에)같은일들이실제지구촌곳곳에서벌어지고있음을다시한번상기한다면저자의암울한전망이단순한‘전망’만은아닌것을알수있다.

전체주의시대를살아가는‘대중’

저자는모든아동이자기존재및타자와의관계에서자신의위치와관련하여근본적인불확실성과직면하듯이,과학및과학에기반한계몽주의사회도이제갈림길에이르렀고말한다.하나의사회를이루고있는우리는불안을회피하고불확실성을부인하든지,아니면우리의자기애적불안을뿌리치고불확실성을받아들일수있다.첫번째길을택한다는것은더많은(유사)과학적이데올로기,그릇된합리성,그릇된확실성,기술적통제에서해결책을찾는다는뜻이다.

이길의끝에는더심한불안,우울,사회적고립이기다린다.이런경험에대한반응으로통제할수없는것을통제하겠다고더고집스럽게애쓰다보면더깊은절망에빠진다.이책에서저자는이러한악순환이도달하는논리적최종점이대중형성과전체주의,즉인간의모든창의성,개별성,다양성,모든형태의사회적연결(개인과국가집단사이의유대는제외)의급격한파괴현상이라는것을보여준다.하지만결국사회의전영역에서이과정이점점더한계에가까워지고있음을볼수있다고저자는주장한다.역사상처음으로지구촌전체가대중형성이라는동일한과정에사로잡혔고,어디든존재하는통제가사생활의가장내밀한영역까지다다를정도로세계의‘기술화’와‘기계화’가확대되었다.이에전세계는지배적이데올로기가궁극적종점에이르러마지막총력을다한뒤결정적이고최종적인방식으로무력성을드러내는순간,즉한순환의종결점을경험하고있다.

그러나두번째길을택한사회는불안을뿌리친다고저자는말한다.그리고불확실성이인간의조건에내재되어있으며창의성,개별성,인간적인연결성을출현시키는필요조건임을깨닫는다.이길위에서사회는연결성과개인의차이점이서로를강화하는공간이된다─이와반대로전체주의체계에서는집단성이모든사람의개별적자유를철저하게빼앗아모든다양성이사라지고그자리를단일한국가정체성이차지한다.위대한과학GreatScience은앞서서두번째길을걸어갔다.이성을절대적한계까지추구한뒤,그지점에서새로운형태의앎,타자와연결되는새로운연결방식,그리고서로다른원리를토대로인간존재를바라보는관점을가지게된것이다.앞으로전개될사회가저자의예상대로걸어갈지아니면더깊은심연으로침잠할지는두고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