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세크 (오노레 드 발자크 소설)

곱세크 (오노레 드 발자크 소설)

$11.50
Description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돈을 집어삼키는
인간 상어의 아가리 앞에서 펼쳐지는 적나라한 인간극
당대 사회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사회의 자연사’를 완성하고자 기획된 거대한 역작 『인간희극』으로 프랑스 현대 리얼리즘 소설의 정점에 오른 오노레 드 발자크의 중편소설 『곱세크』가 국내에 처음 번역·출간됐다.
『인간희극』은 발자크가 20여 년에 걸쳐 집필한 장·단편소설 100여 편을 유기적으로 엮어 묶은 총서로, 크게 풍속 연구, 철학 연구, 분석 연구로 나뉜다. 그중 1부 풍속 연구는 프랑스의 지방과 다양한 사회 계층에 관해 탐구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다시 사생활 장면, 지방 생활 장면, 파리 생활 장면, 정치 생활 장면, 군인 생활 장면, 시골 생활 장면으로 나뉘는데, 이 작품은 ‘사생활 장면’에 속해 있다.
『곱세크』는 이야기 속 이야기 형식으로 어느 고리대금업자의 삶을 전한다. ‘돈의 화신’이라 할 이 금융가-자본가의 삶에, 인간의 무한한 욕망으로 굴러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황폐하고 적나라한 내면 풍경이 압축되어 있으며, 이에 한 비평가는 “이 소설은 장차 발자크 세계의 독창성을 만들 모든 것을 잠재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일종의 중대한 농축물”이라 평하기도 한다
저자

오노레드발자크

HonordeBalzac
1799년프랑스투르에서자수성가한부르주아의아들로태어났다.소르본법대입학이후여러변호사사무실에서비서로일한경험을훗날자신의소설에활용했다.공증인이되기를희망하던부모의뜻과는달리독립하여파리에서글을쓰기시작했으나1819년집필한첫희곡「크롬웰」은작가의꿈을접으라는충고를받을정도로어설픈시도로끝났다.이후본격적으로소설을집필하기전10년간가명으로대중소설을발표하거나인쇄소를운영하다실패하기도했다.
1829년발자크라는실명으로첫소설『마지막올빼미당원』을출간하면서프랑스를대표하는위대한소설가로서의면모를보이기시작했다.이후20여년간방대한전집『인간희극』을창작해나갔다.제목이보여주듯단테의『신곡』에필적하면서동시에프랑스호적부와경쟁한다고호언할정도로당대사회를총체적으로보여주려는기획이었다.작가는『인간희극』을구성하면서한작품에나온인물을다른작품에도다시등장시키는‘인물재등장수법’을사용했는데,대표작『고리오영감』과연결되는『곱세크』에서도이같은기법을확인할수있다.
1850년오랜연인이던한스카부인과결혼한지얼마안돼죽음을맞이하면서,당초에의도한130여편이아닌100여편의장·단편소설로마감된『인간희극』은미완의전집으로그쳤으나,세계문학사상유래를찾기힘든거대한업적으로남았다.
작품에『나귀가죽』,『사라진』,『미지의걸작』,『루이랑베르』,『샤베르대령』,『외제니그랑데』,『골짜기의백합』,『잃어버린환상』,『사촌베트』,『사촌퐁스』등이있다.

목차

곱세크

옮긴이해설

출판사 서평

무한히이기적인욕망의몰락
자본주의사회의황폐한내면풍경

소설은1829년에서1830년으로넘어가는파리의겨울새벽,드그랑리외자작부인의살롱에서화자인소송대리인데르빌이자작부인의딸카미유와젊은에르네스트드레스토백작의사랑을돕고자백작가문의영락과깊은관계가있는고리대금업자곱세크의비밀스럽고기이한삶에대해이야기하는것으로시작한다.
데르빌이처음만났을당시의곱세크는늙은유대인고리대금업자라는상투성때문에일견수전노의표상으로생각될수도있었지만,집안의폭군이자구두쇠그랑데영감(『외제니그랑데』)혹은부성애의상징고리오영감(『고리오영감』)처럼전형적인모습보다는양가적이고모호하며불가해한면모를보인다.

사실나는그를분석해볼요량이었음에도부끄럽게도그의심중은최후의순간까지헤아릴수없었음을인정하지않을수없네요.이따금나는이사람이남성인지여성인지자문했던적도몇번있습니다.만일고리대금업자들이이사람과흡사하다면그들모두가중성일거로생각됩니다._24쪽

그의몸안에는두종류의인간이존재하고있습니다.구두쇠와철학자,왜소한인간과위대한인간입니다._94쪽

곱세크는열명의고리대금업자들로이루어진일종의비밀결사에속해있다.이들은“모두조용하고알려지지않은왕들”이며“검은장부”를갖고“운명의결정권을쥐고있는자들”이다.유명귀족및부르주아가문대부분의비밀과그들이벌이는사업의정보를파악하고있으며,법조계및정·재계의유력인사들,상류사회의청년들,댄디와노름꾼,배우와예술가들을자본을매개로지배한다.이처럼결코그정체성이파악되지않는비밀스러운인물,막강한정보력과예지능력,세계의이면을꿰뚫어보는눈을지닌,“황금의힘을구현하는터무니없이환상적인인물”인곱세크는세상에는단하나의힘,즉인간의모든정념을빨아들이는돈의힘만이존재한다고역설한다.

한남자가관여할만한확실한가치를지니고있는것은단하나밖에없는물질적인사물에불과하다는사실을알게될것일세.그사물은……바로‘금’이네.(…)유일하게살아남는감정은허영심뿐이기때문이네!허영심이라는것은언제나자기자신이라네.허영심은끝없이금에의해서밖에만족하지않는것이지._28-29쪽

그러나초연하고무감동한현자의눈으로세계와인간의본질을냉정하게관찰하고기계적인엄정함으로부를쌓아가던곱세크는소설의말미에가서비논리적인탐욕의본능에완전히사로잡힌다.드레스토백작의죽음이후,백작과의이면계약에도불구하고그집안의재산을모두전유하고,일종의균형감각을제공했던데르빌과의교제마저끊어지면서,마치인간상어처럼모든것을집어삼키려다도리어“일종의광신으로변모된정념”에그자신이삼켜진것과같다.

곱세크는결국이런큰사업의만족할줄모르는보아뱀이된겁니다.(…)연로한고리대금업자한테온이러한선물이어찌되는지는아무도몰랐습니다.그의집으로모든것이들어왔지만,거기서나가는건아무것도없었으니까요._129-130쪽

자본을소유함으로써세계를지배할수있다고믿었으나살아날뛰는생물과도같은자본의힘을운용할줄몰랐던곱세크는축적과저장의욕망에잠식당하며세계의밑바닥으로무너진다.비이성적인정념에침투당한곱세크의몰락은‘돈이지배하는사회에오염되지않은젊은이의표상’이자분석적인정신의소유자인법률가데르빌의성공과대비를이루는데,화자인데르빌이작가발자크의관점을대신한다는점에서흥미롭다.

인물재등장수법과다시쓰기의상호텍스트성
『인간희극』의세계로들어가는열쇠로서의『곱세크』

『곱세크』의초안은1830년3월잡지『라모드』에실린「고리대금업자」라는콩트이다.그다음달에이글을바탕으로‘고리대금업자’,‘소송대리인’,‘남편의죽음’이라는소제목으로나뉜이야기속이야기형식의단편소설『방탕의위험』을출간한다.이후1835년에초판을수정해발표한것이『파파곱세크』이고,1842년에마침내결정판『곱세크』가출간된다.
발자크는1835년『고리오영감』을시작으로인물재등장수법을통해자신의여러소설들사이에상호텍스트성을구축하는데,이점에서1835년수정판『파파곱세크』의등장인물명수정은의미심장하다.‘에밀M.’으로표기되었던소송대리인에게‘데르빌’이라는이름이,드레스토백작부인의연인으로묘사된익명의백작에게‘막심드트라유’라는이름이,드레스토백작부인에게는‘아나스타지’라는이름이부여되면서『고리오영감』과상호연결되고『인간희극』이라는거대한총서에자리잡게되기때문이다.

드레스토씨에겐수백만이라도탕진할만한어머니가있단다.처녀때의성이고리오이고,사회적지위가낮은집안태생이란다.이전에는꽤사람들의입방아에오르내렸단다.그여자는자기아버지에게어찌나형편없이행동했는지사실그렇게나착한아들을둘자격이없단다._8쪽

반면『곱세크』초안의집필시기를표시한‘1830년1월파리에서’를1842년결정판에그대로보존하고있는점또한특별한의미가있다.1830년1월은7월혁명으로왕정복고시대가무너지고부르주아의왕루이필리프의시대가다가오고있던시점이었다.즉,발자크는다가올시대의특권층은전통적의미의혈통과그명성에기반한귀족계층이아니라돈과개인적인공적에기반한부르주아계층임을초안집필당시에밝혀두었고,1842년결정판을『인간희극』의1부에배치하면서이관점을고수한것이다.
이렇듯무한히뻗어만가는인간의욕망과그욕망을발판으로굴러가는사회를날카로운통찰력으로세밀하게묘파한이작품은발자크의역작『인간희극』을간결하게요약한축소판이자,이거대한세계를여는작은열쇠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