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를 아는가 1 (제1부 신안으로 가는 길)

구도를 아는가 1 (제1부 신안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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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숨길 수 없었던 가슴 저민 30년의 기록
고행을 자초하는 수도승의 심정으로 한 땀 한 땀 문신을 아로새기듯 가족사의 통증을 썼다
네 살배기 소년은 엄마의 손을 잡고 걷다가 한쪽 손에 쥐고 있었던 팽이를 놓쳤다. 전찻길에서 그것을 주우려는 순간이었다. 엄마는 소년의 손을 낚아챘다. 간발의 차였다. 굉음을 토하며 전차바퀴가 지나갔다. 그날 이후 소년은 엄마의 손을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봄날의 그날까지 놓으려하지 않았다.
만일 그때 소년이 전찻길에서 세상을 등졌다면 1991년 11월 6일 서울 서초동 아파트에서 통한 끝에 눈을 감으셨던 엄마와 함께 신안보육원 갯벌가에 묻혀버렸고,‘龜島를 아는가’라는 가족사 또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을 것이다.
龜島는 백부가 항일투쟁에 아버지와 오빠를 빼앗긴 엄마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준 속죄와 존경심의 증표였다. 백부는 한마디 말도 없이 아버지를 일제강점기 경부보로 특채시켰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야 어쨌든 짧은 생애 동안 모았던 전 재산의 절반을 제수씨에 대한 속죄의 증표로 5천 석을 임종 때 아버지에게 주셨고 엄마와 함께 고아사업에 쾌척한 위대한 유산의 섬, 속죄의 섬이었다. 그 섬에서 부모님은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을 약속했었다. 애통하게도 둘째 형은 부모가 창설한 사단법인 구도재생원의 龜島를 감쪽같이 네 명의 이름으로 소유권을 이전, 분할 등기하여 매도했다. 龜島를 둘째 형에게 빼앗기고 심장병으로 와병 중인 엄마가 먼저 세상을 등지셨다. 뒤이어 극도의 심적 충격에 이은 심장질환으로 아버지마저 세상을 등지셨다. - 정현 소설가
저자

정현

본명정원태
1933년순천출생
부산대학교의과대학졸업
부산대학교대학원에서석사,박사학위취득
부산부전동에서정원태산부인과개원
국제로타리클럽366지구새부산로타리클럽회장및지구봉사위원장역임
부산대학교산부인과외래교수역임
인제의과대학백병원산부인과외래교수역임
동아대학교병원산부인과외래교수역임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및부회장역임
2001년《한국소설》중편「티레시아스의칼」신인상으로등단
2002년제30차의협종합학술대회제1회의사문학상소설부문수상
장편소설『키메라』
중편소설「부시도(剖屍刀)」「도라지꽃필무렵」「마로니에의추억」,원고일부승
단편소설「지하분수대부근」「내사랑클레멘타인」「비둘기비탈에서날다」「비석을위하여」「신호등」등

목차

작가의고백_____013
프롤로그_____014

꽃망울눈뜨는통의동의새벽_____019
미지의세상을찾아서_____027
숙명처럼다가온인연_____050
장곡리선영에묻힌수수께끼_____063
항일운동家의짓밟힌자긍심_____071
가회동의위대한유산_____077
은둔의10년,화순에서순천으로_____081
북적이며살던유달산아래죽교동집_____091
노란수선화핀부랑아들의집_____095
해조음우는속죄의섬구도(龜島)_____099
엄마와함께한잊지못할섬용출도_____102
해방이다,해방!일본패망의첫소식_____106
구례섬,무화과나무앞에서_____110
불의에항거하는반항아의산실목포상업학교_____113
김구주석국민장영결식장의엄마_____116
방첩대원에게끌려갔던엄마_____120
검정제복의낯선방문객_____129
숨막히는장산도탈출_____133
다시찾아온방첩대원들_____150
회한만남긴둘째형의귀향_____157
1953년마침내엄마곁을떠나다_____160
숙명…그리고천사와인연_____163
한번도끼지않은쌍가락지의내력_____169
몸뻬바지처럼따스했던계림동생활_____175
밀수사건과위기의구도재생원_____179
아내와검사정면충돌_____187
아내는부모님에게박사모에가운을입혀드리다_____201
운명의회귀,미국취업을포기하다_____204
엄마와함께부전동산부인과의원옥상에서_____207
큰형님의출소_____221
엄마의급환_____227
딸들의항의_____230
구례섬은어디로갔느냐_____234
세계평화통일기념관건립을위한아버지의미국행_____238
통일로에세워진‘남북평화통일기념비’와문산공원묘지_____240
엄마의마지막편지_____244
감자꽃피는엄마의땅으로_____249
新安으로가는길_____252

에필로그_____261
각암覺庵정재현鄭宰賢연보_____262

출판사 서평

나의인생전,기록이되고위로가되다
뿌리없는삶이란줏대없는삶과도같다
자기를있게한혈통의토양을찾았다는자부심이나에게있었다
그게오늘내가살아있다는자부심인것이다

가족들조차아무도거들떠보지않은엄마의일기장들,고통에저린엄마의한묶음일기장을금빛보자기에쌌다.

“한평생사는것이참으로괴로웠다.나는이렇게말하고자한다.세상에태어나지를마라!지금나는이글을쓰려고하는데,생각나는대로한마디씩쓴다.내가목포에서삼십리떨어진무안군중등포에과수원을사가지고고아삼십명과함께구례섬에서부랑아들의보금자리를잡고성심껏살려고목적하였다……”

썰물따라드러나는갯벌은이울어가는노을을머금고바다멀리그림자를드리우고있다.
“엄마,북교동안마당물탱크앞에쭈그리고있었던부랑아들과유달산오포대의사이렌소리에나는엄마를빼앗겨낙원을잃었지만,엄마의몸뻬바지와흰고무신을따라다녔던뒷개와구례섬,그리고용출도의고난의사연들은나와함께엄마따라신안으로왔지않아요.”
나는갯벌만(灣)에비낀노을을바라보며신안보육원을떠났다.

구례섬은돈으로환산할수있는땅이아니었다.개신교도였던어머니에게구례섬이란그들의예루살렘을포기할수없는성지와도같았다.어떤희생의대가를치루더라도부모님은그구례섬(龜島)을포기할수없었던속죄의섬이었다.아버지에게있어서구례섬산정의붉은벽돌집은박애정신을실현하는고아사업의정신적인근거지였고,어머니에게는해방후죽음으로구도재생원을지키면서면면히고통으로점철된섬이었다.
-「프롤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