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이은희시인의세번째시집은「나는지금외눈박이입니다」로시작된다.나는출사표에가까운이시에주목한다.
절박함이묻어나는이시구들은아마도모든시인들이한번쯤겪어보았고,또한늘겪고있는진통일것이다.시인이라는천명을깨달은자,그것을천직으로받아들이고살아가야하는자는시외에는‘아무것도들이지못하는’삶을살아갈수밖에없다.‘아슬아슬하고깊고얇기까지한’그세계는시인에겐질곡이자천형이아닐수없다.
하지만아무것이나들이지않는바로그빈공간으로스며드는것들이있다.빛과구름과바람이있고,벌레와풀씨와새들도있다.그때그아슬아슬한경계는벽이아니라문이된다.어둡도록깊은우물속으로하늘이비친다.얇디얇은표피는삼투작용을하며외계를빨아들이고세상과의소통을재개한다.바로그것이언어의힘이자시의힘이다.-김영래(시인,소설가)
‘무람없이삶을관통’하는세월이라는거울,그앞에서자신과세계의무상(無常)함을응시하는상실감과슬픔으로때때로몸과마음이지극히아프지만,시인은‘쌀을씻’는구도의일상속에서다시생을사랑하는길을향해쓸쓸히걷고또걸을것으로보인다.
아무런물질적보상을얻을수없다는걸알면서도시를쓴다는건고귀한일이지만,그렇다고그것이시인의품격을증명하는건아닐것이다.평소깨끗하게씻고닦은마음의눈과귀를통해평범한일상속에가득한기적을볼줄아는사람,그것이바로시인아니겠는가.그런귀한눈과귀를가진사람중에한명이바로이은희시인이라고생각한다.-이창훈(시인,심석고문학교사)
이은희의언어는끊임없이어디론가흘러가려고한다.물,구름,날개,바람……이모든것들에서시인은흐름에의의지를읽는다.‘포획한발목’을벗어놓고숨겨두었던‘날개’를펼쳐서지상을박차고날아가는일.시인은일상의중력에서자유롭지못한때‘길’은결국우리의삶을옥죄는‘그물’에불과함을강조한다.
이러한시적언어양식은이은희시의유니크한스타일이라고할만하다.한시인에게있어자기시스타일의완성이란얼마나큰성취일것인가.-최대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