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한날한시에 응급실에서 환자로 만난 세 여자, 거기에 이 글을 끌고 가는 주인공 화자 은수가 포함돼 있다. 그리고 화자의 언니. 이렇게 네 여자의 이야기가 보석함과 쓰레기봉투에 담겨 있다.
불륜의 사랑 끝에 사십대 초반에 치매에 걸린 언니 은초, 강요당한 이별의 세월 쌓여가지만 신도 부정 못하리라 그 사랑의 절대성을 믿는 유명 번역가이다. 그리고 그녀의 동생 은수, 오래전 학력고사를 치른 날 대학생이던 언니의 잘못된 연애사건으로 한날한시에 부모가 죽고 스무 살 코앞에서 고아가 됐다. 이 소설의 화자로 미대를 나와 개인전을 여러 번 한 화가다. 은초와 은수는 하늘 아래 단 둘뿐인 자매다.
또 다른 두 여자, 은수 옆에 있는 하은과 경옥이다. 가장 위급했던 응급실에서 만나 동질의 아픔으로 단박에 서로를 끌어당겼던 사람들이다. 화자인 은수의 마음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두 축을 이룬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은수는 남편으로부터 형체도 그림자도 없는 침묵감옥을 경험한다. 표면적으로는 남편 책이 출간될 출판사 대표 우병찬과 언니 은초의 사랑이 원인이다. 은초는 미혼이지만 우병찬은 기혼자였고, 은초는 번역가로서 톱을 달리는 유명인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불륜은 그 낙인이 짙고도 깊었다. 그런 은초에게 초로기 치매가 찾아왔다. 은수로서는 부모의 죽음 이후 두 번째로 맞닥뜨린 혈육의 죽음과 같다.
그것을 작품 속에서 은수는 말한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살아있다면 그렇게 안 보일 리 없고 안 들릴 리 없는데 남편에겐 내가 안 보이고 안 들리는 주저앉은 시간 같았다고. 그러나 그 침묵의 시간이야말로 남편에겐 고행의 시간이었음을, 침묵의 이유를 끝내 모르는 지금이 남편이 자신에게 베푼 사랑이요 배려였음을, 그래서 살아갈 수 있음을, 그녀는 깨닫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두 팔을 양옆으로 벌려 팔꿈치를 머리를 향해 오므린 트라이앵글 자세로 듣는 청량한 음이 그것을 말해준다.
불륜의 사랑 끝에 사십대 초반에 치매에 걸린 언니 은초, 강요당한 이별의 세월 쌓여가지만 신도 부정 못하리라 그 사랑의 절대성을 믿는 유명 번역가이다. 그리고 그녀의 동생 은수, 오래전 학력고사를 치른 날 대학생이던 언니의 잘못된 연애사건으로 한날한시에 부모가 죽고 스무 살 코앞에서 고아가 됐다. 이 소설의 화자로 미대를 나와 개인전을 여러 번 한 화가다. 은초와 은수는 하늘 아래 단 둘뿐인 자매다.
또 다른 두 여자, 은수 옆에 있는 하은과 경옥이다. 가장 위급했던 응급실에서 만나 동질의 아픔으로 단박에 서로를 끌어당겼던 사람들이다. 화자인 은수의 마음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두 축을 이룬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은수는 남편으로부터 형체도 그림자도 없는 침묵감옥을 경험한다. 표면적으로는 남편 책이 출간될 출판사 대표 우병찬과 언니 은초의 사랑이 원인이다. 은초는 미혼이지만 우병찬은 기혼자였고, 은초는 번역가로서 톱을 달리는 유명인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불륜은 그 낙인이 짙고도 깊었다. 그런 은초에게 초로기 치매가 찾아왔다. 은수로서는 부모의 죽음 이후 두 번째로 맞닥뜨린 혈육의 죽음과 같다.
그것을 작품 속에서 은수는 말한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살아있다면 그렇게 안 보일 리 없고 안 들릴 리 없는데 남편에겐 내가 안 보이고 안 들리는 주저앉은 시간 같았다고. 그러나 그 침묵의 시간이야말로 남편에겐 고행의 시간이었음을, 침묵의 이유를 끝내 모르는 지금이 남편이 자신에게 베푼 사랑이요 배려였음을, 그래서 살아갈 수 있음을, 그녀는 깨닫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두 팔을 양옆으로 벌려 팔꿈치를 머리를 향해 오므린 트라이앵글 자세로 듣는 청량한 음이 그것을 말해준다.
보석함과 쓰레기봉투 (서석화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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