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최지안 수필집 『200개의 스푼』
돌아갈 집이 없는 지친 발걸음들. 집이 있어도 맘 편히 들어가지 못하는 사정들. 이러저러한 약속으로 거리에서 저녁을 탕진하는 젊음들. 저녁을 잃은 세대. 저녁을 저당 잡힌 직장인들. 저녁을 모르는 학생들. 그들이 집에 들어가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그런 저녁을 소망한다.
‘저물녁’이라는 말. 저문 것도 아닌, 환한 대낮도 아닌 그 어스름한 말은 저물어서 어렴풋하고 무렵이라서 모호하고 불안하다. 그 저녁의 지점에 이르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어서, 어디에도 낄 수 없어서 서럽고 쓸쓸해졌다. 주변이나 언저리를 배회하던 유년의 버릇처럼 슬퍼지는 저녁이라는 말. 그 말을 되씹으면 차마 집으로 가지 못했던 어둑어둑한 저녁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러면 나는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 저녁상을 차리고 싶어진다. 비 오는 어스름. 집으로 가지 못했던 유년의 나를 부르고, 집으로 가지 못한 모든 저녁을 불러다 앉혀놓고 된장찌개에 고등어를 노릇하게 구워 숟가락을 쥐어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 「저녁이 되지 못한 것들은 어디로 숨었을까」에서
돌아갈 집이 없는 지친 발걸음들. 집이 있어도 맘 편히 들어가지 못하는 사정들. 이러저러한 약속으로 거리에서 저녁을 탕진하는 젊음들. 저녁을 잃은 세대. 저녁을 저당 잡힌 직장인들. 저녁을 모르는 학생들. 그들이 집에 들어가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그런 저녁을 소망한다.
‘저물녁’이라는 말. 저문 것도 아닌, 환한 대낮도 아닌 그 어스름한 말은 저물어서 어렴풋하고 무렵이라서 모호하고 불안하다. 그 저녁의 지점에 이르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어서, 어디에도 낄 수 없어서 서럽고 쓸쓸해졌다. 주변이나 언저리를 배회하던 유년의 버릇처럼 슬퍼지는 저녁이라는 말. 그 말을 되씹으면 차마 집으로 가지 못했던 어둑어둑한 저녁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러면 나는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 저녁상을 차리고 싶어진다. 비 오는 어스름. 집으로 가지 못했던 유년의 나를 부르고, 집으로 가지 못한 모든 저녁을 불러다 앉혀놓고 된장찌개에 고등어를 노릇하게 구워 숟가락을 쥐어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 「저녁이 되지 못한 것들은 어디로 숨었을까」에서
200개의 스푼 : 2023 장애인 창작집 발간지원 사업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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