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

까라!

$12.00
Description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자 한켠 작가의 단편집이다. 수록작들의 배경은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30년대 중반의 경성인데, 이채롭게도 일제의 만행과 독립운동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모던걸과 모던보이가 누렸던 모종의 낭만 또한 강조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모두가 존재했던 시대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경성과 평양에서 축구 팀을 꾸리며 사랑을 이어 가는 두 여학생의 사연이 편지와 일기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전개되는 〈까라!〉, 자신에게 오는 환자를 무조건 살리는 뱀파이어 의사 ‘조이’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사랑한 좀비 ‘가이’의 삶이 시적인 언어로 담겨 있는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등 두 작품을 수록하였다.

[줄거리]
〈까라!〉
1935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유학 차 상경한 경희는 경성운동장에서 열린 축구 경기를 보다 평양에서 온 정월을 만난다. 자존감 높고 당당한 정월에게 매료된 경희는 그와 편지로 교류하기 시작하고, 자신이 다니는 여학교에 축구단을 결성한다. 역시 평양에서 여학생 축구단을 만든 정월과 함께 경기할 날을 꿈꾸는 경희의 앞을 정월 아버지의 혼인 강요, 여성 축구단에 대한 편견,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속속 가로막는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서대문형무소 근방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뱀파이어 의사 조이는 스스로 혀를 끊어 말하지 못하는 환자를 받는다. 환자는 자신이 일제에게 투항하지 못하도록 죽여 달라 간청하지만, 조이의 일은 오로지 살리는 것이다. 환자 가이는 좀비로나마 새 생명을 얻었음에도 인간을 먹는 괴물이 되고 싶지 않다며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아무 죄도 없는 네가 왜 죽어야 하느냐는 조이의 외침 너머로 가이가 형무소에 갇히기까지의 사연이 밝혀진다
저자

한켠

언제나삶에손톱만한낭만이있어야한다고믿는사람.산책과산들바람과작고보드랍고말랑하고달콤한것들을좋아한다.방랑과태풍과독주와날카롭고단단하고씁쓸한것들을사랑한다.어둠과그림자와그사이에한줄기새어나오는빛을보는눈을갖고싶다.

목차

까라!·6p
어둔방은우주로통하고·130p

추천글·186p
작가의말·190p
프로듀서의말·196p

출판사 서평

경계를넘는사랑,세상을넘는열망
〈까라!〉와〈어둔방은우주로통하고〉는사랑이야기다.여타연애담과다른점이라면,경계를훌쩍넘어선이들의사연이라는것이다.〈까라!〉의경성여학생경희는평양에서온언니정월과사랑에빠진다.〈어둔방은우주로통하고〉의뱀파이어여의사조이는자신이좀비로되살린청년가이에게애정을품는다.경희는성별문제를고민하지않는다.조이도종족차이를신경쓰지않는다.그들에게는보잘것없는경계다.

이들의마음은사랑하는사람곁에조금이라도더머물겠다는열망으로가득하다.경희는자신이다니는여학교에축구구락부를만든다.정월이그러자고제안해서다.‘여자에게어울리는운동’을하라는선생님의만류도,훈련이너무힘들다는친구들의불평도경희에게는문제가되지않는다.언젠가정월의팀과한경기장에서뛸수만있다면견디지못할시련이없다.조이는일제의생체실험계획을파헤치는데혈안이된다.조선인도,아예인간도아닌그가위험한비밀을굳이파고드는이유는단하나다.일제를위하느니목숨을버리겠다는가이를살리려면그실험의전말을알아내야하는것이다.

멀다고하면안될이야기
거침없이선을넘는주인공들은역설적으로굴레에갇혀있다.경희는선술집에서유부남들에게한참희롱당한날,일기장에“조선여자는조선남자의식민지다.”라는문장을적는다.친선경기상대로만난일본여학생을끝까지미워하지못한까닭도여성이겪는어려움이국적불문임을새삼깨달았기때문이다.인간이아닌조이는인간역사에가로막힌다.영원하지도못할제국의권력따위가너무도많은사람의생사를가른다.뱀파이어인자신이괴물로서엄연히존재하건만인간이왜다른인간에게괴물노릇을하는지,조이는이해하지못한다.

경희와조이가한계에부딪혔던날들로부터80여년이흘렀다.우리는〈까라!〉와〈어둔방은우주로통하고〉를옛이야기라며가볍게넘길수있을까.여성에대한차별은아직엄연히남아있다.인간다움을지키려는이들과포기한이들의대립도여전하다.1930년대의벗들과우리의경험이,생각이,꿈꾸는미래가서로가깝다.그러니멀다고하면안될일이다.연장전승부차기에이르기까지끝을말하지않는단단한영혼들을만나러가자.속깊은이야기들이선선히손을내밀어줄것이다.